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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방금 전 내 눈앞에 뜬 푸른색 메세지창.
이제 더 놀랄 것도 없어, 다음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지만...글자가 전부 깨져있다.
그걸로도 모자라 끝에서부터 점점 내용이 지워져간다.
아니 뭔데. 뭘 알려줘야지 뭘 하든 말든 하지.
여기가 '드래곤 빌리지' 라는 게임 속 이라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눈앞의 암울한 사실을 가로채기라도 하듯 저먼치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두꺼운 문을 넘어서 귀에 꽂혔다.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전 내 발 옆 바닥에 박혔던 자동차의 문처럼 내가 조금이니마 이성을 되찾게 했다.
......여기서 죽을 때까지 죽치고 앉아있어 봤자 변하는 건 없다.
방금 전 핸드폰을 켰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아 여기에 있는 것은 정보 수집도 불가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 밖에 괴물들이 사라지면, 밖으로 나가 어떻게 된건지 상황을...
그리고 잠시간 그때를 기다리면서 만약을 대비해 커튼봉을 뜯어내고 그 끝에 부억칼을 테이프로 둘둘 감아서 고정시켜 임시로 창 비스무래한 무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손잡이가 달린 싸구려 냄새 술술 풍기는 옷장 문을 때어 방패 대신으로 삼았다.
좋아, 나름 그럴 듯 한데?
물론 이렇게 해봤자 그렇게 강해진 것도 아니지만...그래도 아무것도 없던 것보다는 안심이 됬다.
간이 창을 쥔 손으로 문을 조금씩 열자, 두꺼운 철 문이 열려나감에 좁은 방안에 조금씩 더 햇빛을 가했다.
문 바깥의 상황은 난장판이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무도 없...
콰앙!!
간이 방패이자 뜯어낸 옷장문에. 강렬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옷장 문 1/4이 장난감처럼 부서지고 계속해서 들어온 방금 그 충격의 원인일 ㅡ거대한 주먹이 내 몸을 강하게 때렸다.
퍼억. 이라는 마치 만화 같은 소리를 덧붙이며 내 몸은 저만치 날아가 아스팔트 도로에 몇번이고서야 튕기고선 멈췄다.
도로에 부딪히며 까인 피부가 무척이나 쓰라렸고 주먹에 직접 얻어맞은 곳은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고통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심지어 숨 쉬는 것이 힘든게 갈비뼈 몇 군데가 부러진 것 같았다.
덤으로 방금 일격을 막아낸 왼쪽 팔도.
옷장 문이 제 몸을 바쳐 충격을 줄여주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지도 모른다.
뭐...지금 당장도 죽을 것 같지만.
그나저나 아직 숲 고릴라 한 마리가 가지 않았던 건가...이런 젠장.
어떻게...어떻게 하지?
잠깐, 그러고 보니 숲 고릴라는 DR에 몬스터잖아. 좀 전에 집으로 도망쳤을 때도 생각했으면서 바보 같이 지금에서야 다시 떠올리다니!
만약 지금 저 고릴라가 DR의 고릴라와 같다면 상당한 확률로 패턴도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승산이 전혀 없는 이 상황도 도박이지만 희망을 걸어볼만하다.
내가 뉴비 시절에 저놈을 지겹게 봐서 패턴을 조금은 알지.
저놈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거리가 벌어졌을 때 무조건 100%로 돌진을 감행한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리고 다행히 기억대로 고릴라가 사나운 미소를 입에 한가득 품고선 괴성을 지르며 내게 무시무시 달려왔다.
따갑도록 느겨지는 살기에 오한이 돋지만 그래도 계속 생각하고, 머리를 움직였다.
간이 창으로 다리나 심장 같은 곳을 찔러봤자 바로 죽지는 않아서 나도 고릴라의 주먹에 맞아서 죽는다.
그렇다면 노려야할 것은 당연히 찌르면 상대기 즉사하는 곳. 이를테면...목이나 머리.
나보다 체구가 큰 고릴라의 머리를 노리기 위해 근처에 있는 자동차 위에 올라갔다.
이제 서로간의 거리는 7m 남짓.
곧 있으면...온다!
마구 달려오는 고릴라의 머리를 항하여 간이 창의 거리가 닿는 곳에 들어오자마자 창을 내질렀다.
원래라면 가만히 있어도 두꺼운 가죽 탓에 창을 꽂기 힘들었겠지만 고릴라가 질주해준 덕에 커튼 봉 끝의 부억 칼은 푸욱. 매끄럽게 칼날 끝까지 고릴라의 머리에 잘 박혀주었다.
"그워우워어우어억!!"
머리에 창 ㅡ이자 부억칼 ㅡ이 박혀버린 숲 고릴라가 고통에 차 소리를 내지르며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다행히 나는 차 위에 있었으므로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주먹의 희생자는 내가 아닌 차주 모를 자동차가 되어 충격으로 찌그러진 자동차와 함께 날라간 것만 빼면 별 피해가 없었다.
다시 일어나는 사이 결국 숲 고릴라는 힘이 다해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털석 제 몸을 눞혔다.
주변을 경계하며 숲 고릴라의 머리에 박힌 간이 창을 빼낼 때 방금 나에게 이곳이 '드래곤 빌리지' 리는 곳이라는 걸 알려준 푸른색 메세지 창이 여러개 뜨며 팡파르가 울렸다.
「'숲 고릴라' 을(를) 처치하였습니다.
exp 15. 골드 23. 숲 고릴라의 꼬리 x1. 숲 고릴라의 가죽 x4. 숲 고릴라의 고기 x3 을(를) 획득하였습니다.」
내 눈 앞 바닥에 동그란 금화가 18개. 가죽 여러장과 고기 여러 덩어리 마지막으로 꼬리 하나가 떨어졌다.
"......!"
집어든 금화는 DR의 금화와 한치의 오차 없이 똑같았다.
몬스터를 잡았을 때 나오는 메시지 조차도.
경악에 가득 차있었는데 메세지가 희미해져가면서 사라지더니 다른 메세지들이 튀어나왔다.
「레벨 업!
상처가 완전히 치유됩니다. 능력치 상승 포인트가 3 주어집니다.
능력치 상승은 후에 상태창에서 실행하실 수 있습니다.」
허. 이런 것까지 전부. 전부 다 DR과 똑같다.
소름끼치도록. 뭔데. 도대체 지금 이상황은 뭐냐고...
점점 멘탈에 한계가 온다...
「튜토리얼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목록 : [패시브 스킬 : 인벤토리] [노비스 기본 스킬 5종]
* 노비스 기본 스킬 5종은 후에 어떤 직업이든 전직을 완료하였을 때 자동으로 소멸됩니다.」
「모든 보상 수령 완료! 10초 뒤 자동으로 로비에 전송됩니다.」
아니 생각할 시간은 좀 줘 아니 야 잠깐ㅁ...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은 전부 줍고 나자마자 바로 내 몸이 폴리곤 덩어리로 변하고 흩어지고선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오직 흰색으로만 채워진 무한하도록 넓은 공간에 나 이외에 수없이 많은, 수백 수천만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공간에 득실득실하게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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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찮으실지도 있으시겠지만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올리고 갑니다...
이런 식으로 짧게 많은 주기에 올리는 것이 좋을 지, 아니면 길게 가끔씩 올리는게 좋을지, 유저분들의 생각을 댓에 적고 가주신다면 김사하겠습니다...!
물론 계속 이렇게 올리는 건 아니고 이정도 길이로 쓰면 1주일에 한편 정도로 올릴 것 같아요 단지 명절이라 쓸 시간이 많아서 지금이 예외일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