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프 스포어 : 108개의 능력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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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New York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치솟은 빌딩들, 이리저리 들리는 경적 소리,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 그 거리 한가운데,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뿌리내린 듯이 서있는 남자, 아니 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갓 넘은 청소년이 있다. 그 반대편에서 바쁘게 걸어오던 정장 차림의 한 남자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몸이 굳어버린다. 후드티와 오른쪽 눈에 쓴 안대에 가려져 얼굴이 전부 보이진 않지만 씨익 올라가는 소년의 입꼬리로 그가 소년의 목적, 어쩌면 목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찾았다. "
소년은 이렇게 나지막이 말하고 발을 떼서 굳어버린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의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 한 방울이 그가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발, 한발, 소년이 다가오자 그는 간신히 다리를 움직여 허둥거리며 뒤돌아 파도 같은 인파를 뚫고 달려간다. 내쉬는 거친 숨, 흐르는 식은땀, 병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눈빛은 누가 봐도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남자는 서둘러 안전한 곳을 찾으며 생각했다.
'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나를 찾은 거지? 일단 도망쳐야... '
남자는 생각을 마치곤 거대한 대도시의 어두운 면으로 향했다. 뒷골목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가 이리 꺾고, 저리 꺾으며 가끔 누가 쫒아오진 않나 뒤를 돌아보던 남자는 한 좁은 골목에 다다르자 벽에 등을 기댔다. 긴장했는지 숨을 빠르게 내쉬던 그는 이마를 적신 땀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 하아... 살았다... "
그렇게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골목의 양쪽을 다시 한번 돌아볼 때 그의 앞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앞쪽이지만 조금 위, 그가 등을 기댄 벽 앞에 담장 위에서 들려왔다.
" 어딜 가? 그래서 그 애, 어디 있어? "
갑자기 나타난 추적자에 놀란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정장 안에서 총을 꺼내 들어 소년에게 겨누며 말했다. 하지만 총을 잡은 그의 두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고, 여전히 얼굴이 후드티에 가려져있는 소년은 그것을 보고 짧게 웃으며 비음을 흘렸다.
" 뭐라 지껄이는 거야? "
" 흐응... 맞다, 한국어 못하지? 그럼 영어로 하면 알아먹으려나... "
소년은 이렇게 작게 중얼거리고 담장에서 훌쩍 뛰어내려 그의 앞에 서서 여유롭게 말했다. 마치 남자가 들고 있는 총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 흠... 난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해.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빨리 대답해. 그 애, 어디에, 있냐고. "
소년이 짧은 영어로 말하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까부터 덜덜 떨리던 손이 이제는 발작하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얼굴에선 그의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대답을 미루자 소년은 그에게 한발 다가왔고 오른손을 천천히 총구 앞으로 뻗었다. 마치 그 행동이 그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공포에 질린 남자는 겁에 질려 총을 발포했고, 짧은 탕 소리가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발포된 총알은 소년의 오른손에 닿자마자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 내가 손을 뻗기 전에 쐈어야지. 뭐... 그래도 큰 차이는 없었겠지만. "
소년의 손엔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총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걸 본 남자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소년이 손을 조금 더 뻗어 손이 총에 닿자 총은 마찬가지로 소년의 손에 닿은 부분부터 마치 바람에 모래가 날아가 사라지듯 소멸해버렸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총이 있던 손을 내려다본 남자는 놀라움과 공포가 섞인 눈빛으로 씩 웃으며 손을 터는 소년에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 어... 어떻게... 아니 살려줘... 제발... 뭐든 말할 테니 살려만... "
" 아니, 늦었어. 말했잖아.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한다고. 그러게 빨리 하지... 늦는다니까... "
이렇게 남자의 애원을 간단히 무시한 소년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남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고 그와 동시에 손목은 마치 재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듯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손이 순식간에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본 남자는 그 순간 고통을 자각하고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소년은 몸을 숙여 남자의 머리를 잡아서 안대를 뚫고 마치 귀신의 눈처럼 백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물었다.
" 지금이라도 말하면 살려는 줄게. 어떻게, 이제 말할 생각이 좀 드나? "
" 한국! 한국에 있어! 자세한 정보는 내 핸드폰에... "
마지막 기회를 잡은 남자는 황급히 외쳤고 그 말을 들은 소년은 어이없어하며 남자의 바지 주머니 안에 담긴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며 대답했다.
" 뭐야, 등잔 밑이 어둡다, 뭐 그런 거야? 하... 음... 그래도 결국엔 말했으니 약속은 지켜줄게. "
소년이 다시 일어서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챙겨 넣자 남자는 살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으로 팔의 고통을 무시하고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소년은 남자의 멀쩡한(손이 아직 붙어있는) 어깨를 오른손으로 움켜쥐었고, 또다시 소년에 손에 닿은 부분부터 남자의 어깨가 사라져 간다. 어깨가 완전히 사라지고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손을 뗀 소년은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손과 팔, 그리고 흥건한 피 사이에서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는 남자에게 말했다.
" 뭐... 열심히 용쓰면 살 수는 있을 거야. 그 역겨운 사이뎀스블러 새X들한테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 다리는 남겨뒀다. 가서 똑똑히 전해. 내 동료와 내 물건, 무엇이든 건드린다면... 레오 놈들보다 나을게 없는 네놈들 모가지를 몸뚱아리에서 분리시켜버리겠다고... "
이렇게 눈을 번뜩이며 말한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고통을 덜려고 몸부림 치는 남자를 뒤로 하고 뉴욕의 좁은 뒷골목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남자의 핸드폰을 흘끗 쳐다보고 주머니에 넣은 후 어딘가로 걸음을 재촉하던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자신의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야. 찾았어. 위치는 한국. 자세한 위치는 도착해서 말해줄게. 손 하나 떨어져 나가니까 전부 불던데? 응, 거기면 못 찾을 줄 알았나 봐. 아니, 죽이진 않았어. 응. 죽이면 귀찮아지니까. 하... 이럴 때 보면 너희 레오 놈들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니까... 응, 끊어. "
소년은 이렇게 통화를 끊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목적지는 한국,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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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정보 :
사이뎀스블러(Sidemsbler)는 사회의 영웅으로써 악을 행하고 사람들을 위협에 빠트리는 반정부 단체 레오(Rheo)를 막는, 가장 거대한 능력자 단체다. 사이스뎀블러와 레오의 대립은 2년 전, 한국에서 일어난 대폭발 사건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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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예고 없던 무기한 휴재로부터 다시 복귀를 하며 신작으로 인사드립니다! 제가 그동안 로맨스만 쓰다 보니 액션이 너무 고팠나봐요... 그래서 탄생한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액션 판타지, < 월프 스포어 : 108개의 능력 >는 앞으로 드래곤 아카데미와 번갈아가며 연재될 예정입니다! 말 없이 쉬어서 정말 죄송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