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빠진 나무바닥을 따라서 걸어갔다. 한 발짝만 닿아도 바닥이 무너질 것같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이리저리 들려왔다.
따라서 걸으니 위 표지판에 "사무소"라고 덩그러니 써져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여기는 사람이 있을만한 곳도 아닌데도 표지판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문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여기가 맞나 싶어서 가방에 있던 안내서를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안내서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분명하게 써져있는 것은 다름이 없었다.
"나는 왜 여기에 와서…… 쯧."
나는 혀를 차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까 전에 봤던 모습과는 달리 공간이 정말 깨끗하고 테이블과 쇼파도 존재했다. 더군다나 벽지에는 사람들의 의뢰한 정보들이 정돈이 되어 하나의 정보로 이루어져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면, 아까와는 다른 광경에 머리를 쎄게 맞는 기분이었다.
"음……? 거기서 벙어리마냥 있는 너는 누구지?"
책상에 앉아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여성이 나에게 날카롭게 물어왔다.
한마디에 기가 눌리면서 나오려던 말도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한 번 보고 나서 확신할 수 있었다.
온통 옷이 검은색으로 뒤덮여서 나와 전혀 다른 강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생전 본 적 없는 하얀 머리카락, 에메랄드 빛깔로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집어 삼키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강한 짓눌림에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자신의 기운 때문에 못 말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잠시 경계하던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러면서 매몰아 치던 기운도 사그리 사라지면서 움직이지 못했던 몸도 서서히 떨어져 나갔다.
다리가 떨리면 무릎이 꿇어졌다. 저게 뭐야…… 어떻게 저런 기운이 사람한테서 나올 수 있지?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자기 손을 잡으라고 말해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 다리로 중심을 잡으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다리에 있던 먼지들을 가볍게 털면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그녀는 위엄있는 자세를 취하면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이것 미안하게 됐어. 모르는 사람이 쳐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경계 태세로 해버렸네."
"그게 경계태세였다고요? 이거는 사람을 거의 못 움직이게 하는 수준인데요?!!"
"어쩔 수 없어. 전에는 여기 사무소에 뭐 훔치러 오는 사람도 있고, 내 팬티가 있나 찾으러 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패, 패팬티 뭐요?!! 아니 여기 사무소에서 당신의 팬티를 훔치러 오는 사람도 있답니까?!! 그게 무슨 말이라고 하는 소리에요!!"
"엥, 진짜인데? 여기 봐봐, 내 옷장에 있던 팬티 몇 개가 사라졌잖아."
사무소에 있던 자신의 옷장을 살짝 보여주면 팬티가 몇 장 없어졌다고 손가락으로 가라키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사무소에 옷장이 있는건데!!
너무 이상한 상황이다. 이 여자에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은 그렇다 쳐도, 왜 사무소에 옷장이 있는거면 팬티를 왜 훔치는지 전혀 내 머릿속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거는 그냥 머리에서 이해하지 말라면서 이 내용을 흘러 듣는 수준이다.
차라리 이것보다 괜찮은 변명은 없는거야? 뭐 그런 것 있잖아, 여기에 있던 돈이 사라졌던 건가~ 아니면 내가 가장 아끼는 목걸이가 도둑 맞았던 거라고 말하다면, 나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갈텐데 이거는 절대로 이해 못하겠다.
여기서 매몰차게 나가서 어디로 가버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여기서 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걸 내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기서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면서 그녀의 말을 맞춰가려고 노력했다.
"그, 그러시군요~ 그런데 저는 이런 걸 보려고 온 것은 아닌데요."
"이걸 보러 온 게 아니라고? 음~ 앗! 혹시 내 속옷을 보러 왔다던가."
"속옷이라뇨~ 저는 그런 불건전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것보다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하지만, 보통 남자들은 이런 걸 원하지 않아?"
"그거는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야한 모습을 보고 싶은 거구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
빠직!
내 인내심이 바닥으로 치우쳤다. 이 사람은 너무 글러먹었어, 너무 글러먹어서 재활용도 안될 수준이야. 어떻게 생각들이 다 이 모양일 수 있지?
처음 본 사람한테 말하는 꼬라지가 아주 못돼먹어서 대화 진행이 전혀 안됐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녀의 두 볼을 계속 늘리면서 아까부터 참았던 말을 마구 내뱉었다.
"그게 말이라고 하는 소리냐고!! 처음 본 사람에게 팬티? 속옷? 말같지도 않은 소리해라. 나는 당신의 사무소에서 일을 하러 온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고, 사무소가 어떻게 운영이 되면 그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난리야."
"우으으응, 아파아아~!!"
"아프라고 하는 거니까, 그런 아픈 표정 짓지마."
"아픈데, 어떻게 안 아픈 표정을 지어!"
그녀는 내가 잡고있던 손을 뿌리치면 두 손으로 빨개진 볼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볼을 너무 늘어서 새빨갛게 변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쌤통이던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너무 웃어대서 배꼽이 아플 지경이다. 그녀는 내 웃음에 볼을 부풀리면 씩씩대는데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하냐."
"진짜인 걸 어떡하라고!! 게다가 나는 사람으로 변하지 얼마 안 돼서 여기에 대해서 잘 몰라."
"사람으로 변하지 얼마 안됐다니…… 그럼 너가 드래곤이라는 소리야?"
그녀는 울음이 터질 것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드래곤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나는 그걸 딱히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한 말에는 별로 신빙성이 없어서 믿을까 말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어떠한 거짓이 없어서 정말 이게 사실일까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어찌 해야하나하고 고민하던 끝에 그녀를 한 번 믿어보자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보면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지만, 어디서 일할 때도 없던 나에게는 여기가 유일한 곳이었다.
여기까지 일할 곳이 없다면, 나 정말로 아무데서도 일할 수 없는 거지 신세일텐데, 안 믿어볼 수가 없었다.
큰 한숨을 쉬으면 울음을 터트리려고 하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내가 혼을 냈다고 저렇게 어린애마냥 울고 있으니 철부지 어린애같이 느껴졌다.
울음을 뚝 그친 그녀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겠냐면서, 손깍지를 끼더니 똘망똘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얼굴을 긁적거리면 한 번 믿어보겠다고 말하면서 그녀 쪽을 바라보는데 엄청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신의 마음을 드디어 이해해줘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정말로 고마워!!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믿어주는구나!"
"너 자신이 그렇게 말해놓고는 왜 그렇게 기뻐해? 다른 사람들은 안 믿어?"
"아…… 응,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아. 드래곤이 어떻게 사무소에 일하냐면서 말하기도 했거든. 내가 만만하진 막 말하기도 하고, 성폭행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어서 혹시 너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말해본거야."
"그래도 그렇지 말하는 선이 넘었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너가 가진 힘으로 그 녀석들을 해치우면 끝이잖아."
"그야 그렇지만, 나는 내 힘이 무서워."
"무섭다고?"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내 힘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지거든. 그래서 내 사무소에서 일을 하러 온 사람 중에 내 힘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게 대부분이야."
그래서 내가 그 기운에 짓눌렀을 때, 금방 자신의 힘을 숨긴 건가. 처음으로 사회에 나가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거라면 이해는 가겠지만, 아직까지 이해가 안되는 게 존재하다. 드래곤이 어떻게 이런 사무소를 차렸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너는 어떻게 이런 사무소를 차린거야?"
"드래곤 때부터 동경해서 그래,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업무를 처리해오는 사람들이 멋졌거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꾸준히 봐왔어. 그러다가 사람이 될 때쯤에 열심히 모았던 걸로 사무소를 차렸어!"
"음…… 이유는 뭔가 평범하네."
"뭔가 너 표정이 약간 시크둥하지 않아?!!"
"뭔가 이펙트가 부족해서 말이야, 너가 나에게 깜짝 놀라게 했던 말처럼 '사무소 사람들이 파X레인저처럼 전 세계를 구해줘서 동경하게 되었다.'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너가 그런 말하지 말라고 한 게 언젠데 왜 말이 그렇게 가는 거야!!"
"아니, 내가 그런 말하기는 했지만, 뭔가 아까 전에 너가 했던 말하고 이펙트가 너무나도 부족해서 말이지."
그녀가 했던 말이 너무 이펙트가 커서 사무소를 차린 이유가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여기서 "세계"라는 거창한 말까지 넣어서 여기에 대한 이유를 더 강렬하게 넣고 싶은 심정이다.
뭐 그렇게 말하게 되면 대화가 딴 길로 새니 이거는 잠시 미뤄 두길로 했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정리를 해가면서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구구절절 말했다.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다시 내가 말해도 믿겨지지 않는데 강아지처럼 얌전히 있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같지도 않았다.
"이걸 보여줘야 더 믿어주려나?"
"뭐?"
"잠시만."
나보고 기다리라면서 몸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등에서 두 날개가 튀어나오더니 깃털들이 휘날리면 피는 것이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나는 멍하게 보게 되었다. 진짜로 드래곤이었다.
"이러면 믿어주겠어?"
"어, 어엉…… 그래도 사무소에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날개 피지마."
"그거는 걱정마,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으니까."
"진짜냐……."
날개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더니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있으니 어이가 없어졌다. 그렇지만, 결국 그녀가 드래곤이라는 것은 사실로 밝혀졌으니 상관은 없다.
마음을 진정하면 그녀에게 여기 온 이유를 말했다.
여기 말고 일할 때가 없다고, 안내서를 보면서 여기를 왔다고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왔구나. 나는 뭔가 했어."
"또, 팬티 훔치러 온 사람이라고 하지마. 그때는 진짜 너한테 죽빵을 때릴테니까."
"그, 그런 말은 아니야! 나도 마침, 여기 일할 분을 구하고 있거든."
"오오!! 그러면……!"
"단! 나의 말을 무조건 잘 들어주는 게 규칙이야. 여기에 들어오게 되면 너는 직원이고 나는 사장이잖아."
"그거라면 문제없어. 너가 이상한 말만 안하면 다 들어줄게."
"에이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하다고~"
"했잖아."
우리는 그런 말들을 주고 받으면 서로 친해졌다.
결국 첫인상은 정말 최악이었지만, 어찌저찌 여기서 일하게 되기는 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다.
앞으로에 일들은 정말 걱정이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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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 있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그냥 단편으로 썼습니다. 물론 이런 스토리는 아니였지만, 이걸로 쓰자고 해서 쓴 것도 있어요.
단편은 짧은 이야기기는 해도 재미나 그런 거는 있어요. 장편처럼 길게 쓰는 것이 아니기에 단편으로 여러 장르를 써보는 것도 실력이 늘어나는데에는 좋은 효과가 있죠.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현실 판타지, 무협, 추리물, 라이트노벨 등등이 존재하죠. 단편으로 여러가지 장르를 써보는 게 좋은 경험도 되고는 해요. 장편을 쓰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때, 한 번 단편을 써보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는 해요.
이번 스토리에서 무리수가 있다고 했지만, 여러분들이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네요.
소설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