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지키라는 의무를 받고 「희망의 숲」 입구까지 걸어가고 있을 때 쯤이다.
처음으로 의무를 맡은 레이는 자신이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긴장감에 빠져 있었다.
같이 옆에 있던 레이의 파트너인 파이어는 날개로 그를 감싸 덮어주었다.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인데, 꽤 효과가 좋았다.
"후욱…… 좀 긴장이 풀어졌어. 고마워, 파트너!"
씨익.
몸을 가볍게 풀면 파이어에게 고맙다면서 밝게 웃었다.
"첫 의무인데 그렇게 긴장감에 빠지면 안되니까. 게다가 우리의 사명은 그거잖아."
"아아~ 그거 말하는 거구나. 잘 알지, 스승님이 항상 당부하시던 말을."
"그래, 스승님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지. '어떤 위험이 와도 앞으로만 나아가라.'라고, 그렇게 긴장하면 진짜로 위험해질 수 있어."
파이어는 앞발을 들어서 그의 가슴에다가 툭 치고는 그 말을 다시 되새기라고 했다.
가슴을 친 부분을 문지러대면 "알고 있다고!"라고 씩씩하게 답변했다. 다 큰 드래곤한테 가슴을 맞으니 얼얼하기는 했지만.
레이와 파이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같은 사이이다. 가족없이 홀로 지내던 레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알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키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가르칠 스승도 만났다. 처음에는 무식하게 자라난 탓에 이것저것 혼나기도 했지만, 점점 성장할 수록 성숙해졌다.
레이는 잠시 옛날 기억에 잠겨있다가 어깨에 매고 있던 검집을 바라봤다.
오래 써서 녹슨 흔적들과 손잡이 잡을 때 느껴지는 가죽같은 감촉.
손잡이를 잡고 서서히 검집에 숨겨진 검날이 드러났다. 날마다 검을 갈아와서 흠집없이 날카로웠다.
스승은 항상 옆에만 있는 존재가 아닌, 같이 싸워나가는 존재로 키우기 위해서 꾸준히 단련을 시켰다.
단련 끝에 다른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레이는 검날을 다시 집어 넣으면 파이어와 함께 「희망의 숲」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두운 기운들이 몰려왔다.
바닥에는 흙먼지부터 나뭇가지까지 떨어져 있고, 나무들 사이에서 으스스한 연기같은 게 흘러나왔다.
으르릉-
몬스터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눈빛이 여기까지 다 느껴지는 걸 보면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듯 했다.
레이는 그런 눈빛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검을 잡고 나무에다가 표시를 했다.
스윽- 슥!
나무가 깊게 베지 않도록 약하게 휘둘러서 'X'를 크게 남겼다.
그러고는 알을 발견할 때까지는 걸을 때마다 중요 지점에 나무에다가 표시를 하여 길을 만들어 갔다.
파이어도 거기에 동조해서 우리가 갔던 길을 지도에다가 그림을 그렸다.
표시한 곳은 지도에 또 다른 지도를 만들었다.
'이 정도면 다시 돌아갈 때 헤매지 않고 갈 수 있겠어.'
계속 돌아다니는라 이마에 땀방울들이 맺혔다. 팔로 땀들을 닦으면 발걸음을 뗐다.
끝없는 길을 쉬지도 않고 걸어가다가 드디어 알 하나를 발견했다.
"파이어, 저기 알을 발견했어!!"
"그래, 나도 똑똑히 봤어. 어서 가자!"
그들은 얼른 알 쪽으로 다가가면 상태를 살펴봤다.
어떠한 상처나 흠집같은 게 있으면 의무에 지장이 생기니 샅샅이 살펴보는 게 좋다.
어디보자, 깨진 흔적도 전혀 없고 윤기가 잘 흐르는 걸 보면 알이 생기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게 이상하다.
「희망의 숲」은 대지를 뚫고 몬스터들이 살아가는 장소이다. 이런 곳에 알이 있다는 것은 듣지 못한 일이다.
땅 속성을 가진 드래곤의 알이 이곳에서 발견되고는 했다지만, 이거는 아무리 봐도 「4대 신룡」으로 불러오는 고대신룡의 알로밖에 안 보였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드래곤의 알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그치만 왜 알을 지키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 감은 잡았다.
몬스터 천지이기에 이 알을 노리는 놈들이 많을 것이다. 아까부터 몰래 지켜보면서 군침을 삼키는 녀석도 봤기에 말 다했다.
"레이 이제는 이 알을 어떻게 할거야?"
"그런 걸 왜 물어봐. 당연히 알을 지키면서 무사히 돌아가야지."
매고있던 가방을 놓고는 알을 조심스럽게 넣었다.
가방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닫으면, 다시 가방을 매고는 검을 들고 나무 사이 쪽을 가리켰다.
"그, 리, 고, 저기서 숨어있는 몬스터들을 다 쓸어버리고 가야 되지 않겠어?"
"……!"
"계속 숨어있으면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천만해, 오히려 잘 보여서 너희들이 어디인지 잘 보일 정도라고."
"캬아아앙!!!"
"오! 이렇게 덮치다고? 더 재밌어졌는 걸."
휘이익- 칙!
풀숲에서 핑크 슬라임이 튀어나오더니 정통으로 돌진했다.
복부에 닿기도 전에 검으로 간신히 핑크 슬라임을 반으로 베었다.
"조심해!!"
파이어가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 쪽을 바라보니 뒤에 숨어있던 나머지 녀석들이 레이를 공격하려고 했다.
화르륵- 슈웅!
파이어는 입에서 불꽃을 모으더니 한 번에 나머지 녀석들을 불태웠다. 위험할 뻔한 상황이라서 레이는 한숨을 쉬면 구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별 말씀을……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할 때가 아니잖아."
"그렇지, 아직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아직 그들을 공격하려는 몬스터들이 한참 남아 있었다.
그들은 서로 등을 맞대면 싸울 준비를 했다.
몬스터들은 차례차례 기습을 해왔다. 이 알을 뺏기 위해서 온갖 공격들을 서슴없이 해왔다.
휙! 콰왕!!
나무괴물이 던지는 사과 폭탄들이 이쪽으로 던져지면 폭발을 했다.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뿌연 연기들이 전체를 감쌌다.
"콜록! 콜록!! 젠장, 연기인가?"
연기를 들이마셔서 기침이 요란하게 나왔다. 눈가도 눈물이 맺혔다. 검을 휘둘러서 이 안개들을 없애려고 했다.
폭탄이 얼마나 폭발했는지 자욱한 안개는 그치지 않다.
옆에 있던 파이어도 시야가 안 보여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이 안개를 없애야만 한다.
바지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서 입과 코를 막았다. 그러고는 검으로 이 안개들을 치우면서 한 발짝 나아갔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소리 말고는 의지할 때가 없다.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몬스터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다.
처벅, 처벅.
발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작은 소리도 아니였고, 크고 우렁차다.
그 쪽으로 몸을 돌려서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숲고릴라 쪽이 더 빨라서 주먹이 허리로 날아왔다.
뼈가 부러질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허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전신으로 느껴졌다.
더 맞기 전에 왼손으로 숲고릴라를 밀치면 검을 위로 들고 가슴에 꽂았다. 피가 튀기면 얼굴에 묻었다.
땅바닥에서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고, 꽂혀 있던 검을 뺐다. 아직도 고통이 느껴지는 허리를 부여잡으면 앞으로 걸어갔다.
연기가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안 보이던 몬스터들이 위로 한꺼번에 덮쳤다.
위가 그림자로 감싸지면 집어 삼키는 것 같지만, 상관은 없었다.
알을 꼭 지켜야되니까, 여기서 죽을 생각 따위는 없다.
"파이어…… 다 불태워버려."
덮쳐지는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파이어는 앞발로 모든 몬스터들을 베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몸으로 레이를 감싸서 여기 숲속 전체를 불로 태워버렸다.
화르륵.
온통 숲이 불로 뒤덮이면 불바다가 되었다. 나무들을 타서 무너지고, 풀숲은 재만 남았다.
레이가 다치지 않게 온 몸으로 불 속에서 지키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불이 다 꺼진 걸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나왔다. 아까 전에 봤던 숲속은 온데간데 없고 불에 타서 남은 것 뿐이었다.
타서 남은 재를 손으로 만졌다. 잘 부서지고 푸석했다.
몬스터들의 흔적도 안 보였다. 싸움이 이제야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레이는 가방에 있는 알이 잘 있나하고 살펴봤다. 아직까지 깨진 흔적이 없었다.
안심을 하면 다시 가방을 매고 피가 묻은 검을 바라봤다. 예전이라면 피만 봐도 구역질을 했을텐데 지금은 피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레이는 검을 들고 파이어에게 돌아가자고 했다.
다 타버려서 남긴 표시를 찾을 수 없었지만 파이어가 표시한 지도로 가면 문제는 없었다.
그들은 알을 무사히 지키고 「희망의 숲」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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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쓰고싶어 했던 걸 오늘에서야 써봅니다. 쓰는라 다른 이야기 되기는 했지만, 오늘은 이걸 써보네요.
이런 단편을 쓰는 이유는 손으로 직접 쓰는 팬픽 단편 때문에 그래요. 머릿속 좀 비울겸, 내가 쓰고싶은 단편 소설을 쓰자고 생각해서 말이죠.
소설책 형식이나 웹소설 형식들은 제가 계속 봐와서 어느정도 알고 있기는 해요. 네이버 웹소설에서 베스트리그에 간 소설도 있기도 하고요. 하하하......
소설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