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신의 손을 꼭 움켜쥔 채 떨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지그시 한번 바라본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씁쓸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소년은 머리가 꼭 찢어질 듯 욱신거렸다.
한 쪽 손으로 머리를 움켜 쥔 채 소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기 위에 올라가서 눈 감고 노래 한 곡 듣고 있어... 금방 갈게...”
나무 위에 자리 잡은 그 곳은 소년의 아지트였다.
한 쪽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의 음성.
‘괜찬아... 난 원래 혼자였잖아...’
굳게 닫힌 소년의 이빨 사이로 한 줄기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눈앞이 번뜩거린 것과 아대가 펄럭이며 날아간 것은 한 순간이었다.
스멀스멀...
섬뜩한 기운이 소년의 한쪽 눈을 타고 올라왔다.
소년의 등 뒤로 펼쳐진 그림자. 그 그림자는 용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소년은 그녀를 위해 기꺼이 용이 된다.
‘용의 대리인’.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