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낯익은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이니스트 드래곤은 어디까지나 이것을 환상이라 치부했다.
이제는 그만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으니까.


그러면서도 이니스트 드래곤은 알고 있었다.
여기는 '친구'와 만난 장소이며, 자신은 과거로 왔다는 것을.


이니스트 드래곤은 기억하고 있다.
지금 입은 상처는 처음 그 '친구'와 만난 계기이다.


'친구'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이니스트 드래곤을 구출해주었다.


당시의 이니스트 드래곤은 인간을 믿지 않았다.


자신이 그 꼴이 된건 인간 때문이니까.
인간을 증오했다.


기나긴 시간속, 아직 죽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였다.
그와 동시에 의문도 생겼다.


여기는 과거라서 그런걸까?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 일... 수 백일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드래곤에겐 뛰어난 회복능력이 있다.
이 정도의 골절과 찰과상은 일주일만 지나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이니스트 드래곤은 화내거나 울지 않았다.
'친구'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필시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를 만날 것이리라고.
잔해를 부수고 밖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