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분수를 보았다. 마을에 이 바닥 타일을 밟은 것이 얼마 만 인지.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얼음장같던 마음이 조금씩 녹는 느낌이었다.
에그샵으로 가기 전, 오랜만에 분수 앞 벤치에 앉았다. 언제 다시 느낄지 모르는 이 평화를 잠시동안 만끽하고 싶었다.
잠시 후, 어떤 노인이 내 옆에 앉았다.
그의 말끔한 복장관 잘 정돈된 흰 콧수염이 눈에 띄었다.
"날씨가 참 좋구먼. 안 그런가?"
노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대충 대답해야지.
"네. 햇빛이 참 따스하네요"
"자네, 소식 들었나? 수룡이 또 이 달의 드래곤으로 선정됐다는군. 나 참, 아무리 화재진압에 뛰어나도 그렇지 두 달 연속으로 이 달의 드래곤으로 선정되는게 말이 되나? 드래곤협회 녀석들, 무슨 바람이 분거지?"
"인명구조에 뛰어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위 1% 만 수상하는 콘테스트에서 두 달 연속 한 드래곤이 뽑히다니.. 이해가 안 되는구먼."
상위 1%... 이 세상에선 어떤 분야든 상위 1%만의 사람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자수성가를 한다고 한다. 백명 중 한명이든, 천명중 열 명이든.
상위는 상대적인 단어다. 적어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여럿 이 아닌 이상, 상위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
작가. 나는 유타칸의 유일한 작가다.
만약 내가 이 분야의 전부면, 난 무얼 해도 상위 100%가 아닌가?
어느새 따스한 햇빛은 따가운 자외선으로 느껴졌고, 부드럽게 흘러오던 분수소리가 혼잡하게 튀는 물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지금 만큼은 부정적인 생각따위 하지 말자.
노인은 잠시 내 얼굴을 흘깃 하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는 대화가 내키지 않는가? 자꾸 나만 신나서 얘기 하는 것 같군"
"이보게."
"네? 아.. 죄송합니다. 잠깐 뭘 좀 생각하느라요"
노인은 작게 웃었다.
"허허. 재밌는 젊은이군. 그런데 자네, 그 드래곤 알은 방금 산 건가?"
노인은 내가 품에 끼고있던 알을 가르키며 말했다.
"아..네 뭐.. 비슷합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잘 키웠으면 좋겠군. 이 늙은이가 하는 말이 쓸대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드래곤이 자네에게 주는 행복은 상상 이상일걸세."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제 나는 가야겠군"
노인은 다리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난 자네 옆집에 살고 있다네! 드래곤 육성에 질문이 생기면 언제든 나에게 물어봐도 괜찮네."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던 것 인가. 어떻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수 있지?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금만 더 앉아 있다가 가자'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