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은 일주일간 블랙 옆에 별 탈 없이 붙어있었다.
블랙이 수업을 가야 할 때면 고양이가 되어 가방 안에 들어갔고, 그 외의 시간에는 블랙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거나 혼자 노는 블랙을 관찰하거나 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블랙은 새로운 용들을 많이 사귀었다
평소에는 갖지 못했던 관계들이었다.
대학교 친구들은 블랙을 1년간 무시해놓고 이제 와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데빌은 블랙이 만들어 준 오므라이스를 몇 술 뜨다 말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데빌 : "용관계 깊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1년 뒤면 전부 사라질 관계들이야. 너 상처받기 전에 적당히 해"
블랙 : "1년 동안 저의 진면목을 보여주면 그 뒤에도 친구 해주지 않을까요?"
데빌 : "너는 애가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블랙 : "착한 거겠죠. 오므라이스 맛 어때요?"
데빌 : "오므라이스 맛이네"
블랙 : "아, 진짜..."
블랙이 볼에 바람을 넣은 채 데빌을 노려봤다.
데빌은 오므라이스를 몇 숟가락 더 먹으며 1년 뒤의 블랙을 떠올렸다.
정말로 운이 좋다 해도 블랙 곁에 남아줄 용은 한 두 마리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일반용도 대학교 시절 만난 용들과 평생 연락하지 않는데 하물며 불행이 넘치는 용은 어떨까.
데빌은 몇 백년간 너무 많이 봐왔다.
데빌과 5년을 함께 하기로 계약한 용들은 그나마 경우가 나았다.
5년을 넘게 사귄 친구들은 그 뒤에 찾아오는 불행을 보고도 떠나지 않았다.
만나는 횟수만 줄이면 되니까.
음.. 아닌가.
데빌은 오므라이스에 그려진 스마일케첩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 5년 안에 애인을 만들고 결혼한 용들은 어땠더라.
데빌은 계약이 끝난 뒤 절망에 휩싸여있는 용들을 내려다보며 매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람은 가능한 선이라면 자비를 베풀어도 된다며 허락을 원하면 서류를 올리라고 했다.
하지만 데빌은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모두 본인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데빌은 정말 많이 경고했다, 지금 블랙에게 하는 것처럼.
그리고 매번 이랬다.
다들 들어 처먹지를 않았다.
블랙 : "다 먹은 거 보니까 역시 맛있나보네. 그쵸? 그쵸?"
데빌 :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데빌이 다 먹은 접시를 개수대에 집어넣었다.
덜그럭 소리가 났다.
블랙 : "악마나 천사도 배고픈 걸 느껴요?"
데빌 : "아니, 딱히... 음... 안 느끼는 건 아니지만. 맛은 느끼니까 걱정하지 마"
블랙은 데빌에게 설거지가 자동으로 되는 마법은 없느냐 물었다.
데빌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가 아니라 악마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블랙을 노려봤다.
블랙이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렇게 설거지 하는 걸 쳐다보다 보면 퇴근시간이 되고는 했다.
블랙은 눈에 띌 정도로 밝게 행동하기는 했지만 사고 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맞추다 보면 1년 금방이겠구나 싶었다.
데빌에게 1년은 정말이지, 스쳐 지나가는 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시간이니까.
블랙 : "저기, 내일 말인데요. 저 평소랑 달리 실습수업이거든요"
데빌 : "무슨 실습?"
블랙 : "저 실용음악과잖아요, 모르셨어요?"
데빌 : "아니, 알지. 뭐.. 노래하고 연주하는 학과지?"
블랙 : "음.. 비슷해요. 내일은 중요한 중간 평가가 있는 수업이라 기타 가져가기로 해어요. 이제 불행할 일도 없고 해서. 그래서 말인데, 기타 케이스에는 고양이가 못 들어가니까..."
데빌 : "그래서?"
블랙 : "실습수업이라 친구라고 들여보내주지도 않을 거고... 또.."
데빌 : "또?"
블랙 : "그런 뿔 달린 모습으로 눈 앞에 있으면 연주랑 노래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데빌 : "그래서 뭐, 이 참에 나 떼어놓고 가시겠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시겠다?"
블랙 : "아니거든요! 용이 말을 왜 그렇게 꼬아서 들어요?"
데빌 : "그럼 이 말을 하는 의도가 뭐야. 내가 없어지면 너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블랙 : "아니, 그냥 제 말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블랙이 설거지를 하다 말고 우물거렸다.
울 것처럼 풀 죽은 얼굴을 보자니 너무 몰아세웠나 싶어 조금은 미안해졌다.
데빌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블랙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블랙이 만지지 말라며 성깔을 부렸다.
데빌 : "내일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 쓰지 마."
블랙 : "어떻게 알아서.."
블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빌이 사라졌다.
블랙은 물 묻은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켰다.
아무리 퇴근이 하고 싶어도 그렇지, 1분 차이도 없이 칼퇴근을 하다니.
블랙은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별 수 없지.
내일이 되면 데빌이 알아서 해 올 것이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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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서 끝.
어째 소설 게시판 너무 저 혼자 다 쓰는 기분이네요... ㅜㅜ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계속 공유하고 싶은데 또 그러면 한 페이지 제가 다 쓰고... 도배로 간주 될 까봐 눈치도 보이는...
어떡하면 좋죠ㅠㅠ
계속 써도 되는 게 맞으려나요... 힝...
(+ 제 글은 웹툰으로 리메이크 하던 소설로 다시 재구성을 하시던 신경 안 써요!! 맘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