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VILLAGE

  • 스토어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DEVIL] 5화

4 [DEVIL]
  • 조회수114
  • 작성일2023.01.10



​데빌은 평소처럼 악마같은 모습을 한 채, 블랙의 뒤를 따라왔다.

대학교 정문을 지나 건물 구석에 도달했을 즈음, 블랙의 걸음이 멈췄다.

데빌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블랙 : "그래서 알아서 한다는 게 뭔데요"


데빌 : "이제 하려고 했어. 팔 좀 내밀어 봐"


블랙이 팔을 내밀었다.

데빌은 뱀의 형태가 되어 블랙의 손목을 돌돌 말았다.

블랙은 저도 모르게 놀라 팔을 휘저었다.

손목에 돌돌 말린 뱀은 점점 차가워지더니 은색으로 변했다.


웬 은색, 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보니 뱀 모양의 은팔찌가 되어있었다.

블랙이 잘 된 거 맞아요? 라고 물었지만 조용했다.

팔찌가 되도 말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아닌 것 같았다.

잘 됐겠지 뭐, 블랙은 늦지 않게 준비하기 위해 강의실까지 뛰어갔다.


그래 조금 친해졌다고 학생들 몇이 블랙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팔찌가 된 데빌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대는 블랙을 보자니 한숨만 나왔다.

이 것들은 정말 반성도 없고 몇 백년이 지나도 변하는 게 없구나, 싶었다.

물론 근 20년 만에 맘 편히 용 사귀는 기분이야 당연히 좋겠지만.


데빌은 과거에 계약했던 수많은 용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계약이 끝나고 3일만 지나도 표정부터 달라지고는 했다.

세상의 모든 절망을 끌어안은 용의 표정이었다.

처음 그 표정을 봤을 때, 데빌은 무엇을 위해 내가 이 짓거리를 하는 걸까 싶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처음 뿐이었다.

나중에는 모든 게 지겹게 느껴졌다.

괴로워하는 자들의 얼굴은 한결 같았다.

1년 뒤, 절망에 빠질 블랙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데빌은 지금 잠들 것처럼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가 의식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학생 몇 명의 노래가 끝나고 블랙의 차례가 왔다.

블랙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선곡한 건 팝송.

적당히 유명한, 몇 명은 들어봤을 수도 있는 노래.

블랙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


데빌이 듣기에도 블랙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거기에 유니크한 보이스까지 지니고 있으니 그건 엄청난 장점이었다.

물론 여태까지는 드러날 일이 없었지.

데빌은 여태 실습수업을 엉망진창으로 보내야만 했던 블랙을 떠올렸다.

가져온 기타의 줄이 우연찮게 끊어져 있거나 전날 조금 춥게 잤다고 목소리가 완전 나가버리거나 한 적도 있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긴장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삑사리가 나온 적도 있었고.

그렇지만 지금의 블랙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강의실 안에 있는 모두가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듣기 좋았다.

데빌은 블랙의 손목을 타이트하게 감았다.


이 정도면 떨어질 일 없겠지.


긴장 되어 있던 몸이 천천히 풀렸다.

블랙은 수업이 끝나면 늘 집으로 갔으니 몇 분 정도는 자도 되겠다는 계산 속에, 데빌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





깨어나 보니 술집이었다.

지금 이거 농담하는 건가?

데빌은 재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술집 벽에 걸린 시계의 큰바늘이 7에 머물러 있었다.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야.. 이거 완전 근무태만이네.


눈 앞이 아득했다.

그보다 더 아득한 건 블랙이 대체 왜 술집에 있냐는 사실이었다.

일단 데빌 본인은 여전히 블랙의 손목에 팔찌 형태로 붙어 있었다.

그 점 만큼은 안심이었다.


블랙은 이미 술에 반쯤 취해 있었고, 주변에는 블랙과 수업을 같이 들었던 용들이 보였다.

그새 아주 친해져서 술까지 마시러 왔나보다.

데빌은 블랙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상황이 아주 잘 그려졌다.


뭐, 본인이 퇴근해도 블랙에게는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크게 불행한 일은 생기지 않을 거고, 블랙은 술 마셨다고 계약을 위반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용도 아니니까.

그냥 퇴근할까 생각하던 데빌의 눈에 몇몇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남학생들이 슬슬 나가자며 블랙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간만에 술에 취한 블랙은 실실 웃고 있었다.


개수작질이 참 뻔했다.

블랙이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블랙이라면 바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까워져가는 퇴근 시간에 고민하던 도중, 한 남학생이 블랙의 팔에 팔짱을 끼며 집이 근처냐고 묻기 시작했다.

블랙은 더운데 들러붙지 말라며 팔짱을 빼기는 했지만 취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늘은 야근 각이었다.


데빌은 블랙 모르게 뱀 형태가 되어 술집을 빠져나갔다.

술집 뒤쪽으로 돌아가 용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무슨 옷을 입고 나타나야 좋을지 고민하다 사무원들이 입을 법한 캐쥬얼 슈트(네이비 색)로 외형을 바꾸었다.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블랙이 앉아있을 테이블을 쳐다봤다.

블랙은 조 전보다 더 취해있었다.

남자들은 이제 블랙에게 재수도 없고 재미도 없는 플러팅을 대놓고 걸어대는 중이었다.

여학생들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블랙을 정신 차리게 하려 애썼다.

옆에 있던 남학생이 물마시고 정신 차리라며 잔을 내밀었다.

물이랍시고 바꿔치기한 술일 게 뻔했다.


데빌은 테이블로 다가가 잔을 뺏어들었다.

블랙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잔에 든 걸 냅다 마신 뒤, 블랙을 내려다봤다.

데빌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커졌다.


데빌 : "블랙아, 집에 가자"


주변 학생들은 데빌을 의심하며 블랙에게 이 용은 누구냐 물었다.

아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블랙은 말을 더듬었다.

블랙은 데빌을 평소에 '저기요', '그 있잖아요', '악마 분' 같은 호칭 따위로 불러댔으니 데빌을 뭐라고 소개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데빌은 그런 블랙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데빌은 친한 사이로 보이기 위해 밝게 미소 지으며 블랙을 쳐다봤다.


데빌 : "나야, 데빌. 술 취했다고 데리러 와달라며. 우리 오늘 단골 카페 가서 네가 좋아하는 레몬에이드 먹기로 했잖아. 그거 먹고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가자"


블랙 : "아아, 데빌! 미안미안, 술 취해서 순간 얼굴을 못 알아봤다. 얘들아, 미안해. 나 먼저 가야겠다"


남학생들이 데빌에게 그냥 같이 술 마시지 않겠냐며 자리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했고, 데빌은 애써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난처해하는 블랙의 팔을 스윽 잡아당겼다.

블랙에게 팔짱을 낀 뒤, 손에 기타 케이스와 휴대폰 등을 제대로 들려주었다.


데빌 : "미안해서 어떡하죠. 오늘 블랙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블랙은 제가 집까지 잘 데려다줄 테니, 학생들끼리 잘 마시고 들어가요"


남학생들이 블랙을 몇 번 더 붙잡으려 시도 했다.

이젠 하다하다 여학생들조차 데빌에게 술자리에 같이 끼라는 말을 했다.

이 방법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데빌이 지갑을 꺼내 술값과 안주값을 몽땅 계산해주었다.


그제야 그들은 데빌과 블랙을 놔주었다.

서류에 무슨 사유로 돈을 만들어 썼다고 올려야 하나 싶어 데빌의 근심이 커졌다.

블랙에게 일어날 불행에 가까운 끔찍하고 거지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돈을 썼습니다?

아니면 저 악마보다 더 할 것 같은 남자들을 내 손으로 죽여 버리기 전에 돈과 이성으로 잘 마강냈습니다? 뭐, 대충 그렇게 쓰면 되겠다.


술집 밖으로 나온 뒤에도 블랙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데빌이 블랙의 팔을 잡아끌었다.

술집 뒤쪽으로 빙 돌아가 용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골목까지 블랙을 데려갔다.


데빌 : "계약자 분? 왜 절 깨우지 않았는지 한 번 설명 좀 해보시죠"


환하게 웃으며 존댓말 하는 데빌을 보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블랙 : "팔찌로 되어있으니까 어떻게 깨워야 할지 몰라서... 팔찌 때려도 되나 싶어서...."


데빌 : "그래, 그건 인정할게. 다음에는 내 이름 부르던지 팔찌 툭툭 쳐. 그리고?"


블랙 : "어차피 같이 붙어있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았고, 다들 나한테 노래 너무 잘한다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서..."


데빌 : "그래, 거기까지는 좋고"


블랙 : "그래서 마시다 보니 이렇게 신났던 적이 없어서 좀... 음.. 과하게 취해서...?"


데빌 : "그래서? 내가 어제 너한테 용 적당히 사귀라고 하지 않았나?"


블랙 : "아니, 솔직히 계약 조건이 근무시간동안 같이 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뭐 댁한테 보호자나 엄마처럼 감시 받고 아무 것도 못해야 되고 그런 계약은 아니지 않나요? 붙어 있기만 하면 됐지, 뭐 싸돌아다니고 이러면 다 잘못한 사람인 것처럼!"


데빌 : "그래서"


블랙 : "그 쪽이 먼저 설명해 봐요. 붙어있기만 하면 되는 건데, 왜 당신한테 일거수일투족 감시에 간섭에 참견까지 당해야 하는지"


데빌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싸늘한 얼굴이 무서워 잠깐 쫄았던 블랙은 눈을 다시 크게 뜨고 데빌을 노려봤다.


데빌 : "일단 네가 계약을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내가 계약서 조항 다시 읽어준다 똑똑히 들어라. '을'이 계약을 불이행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본인의 의지로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 '갑'은 그것을 제지할 수 있다. 오케이?"


블랙 : "남들이랑 잘 노는 거면 불행이랑 거리가 먼 거 아닌가요?"


데빌 : "그럼 네가 적당히 마셨어야지. 남자들이 너한테 개수작 부리는 거 못 봤어? 너 내가 7시 정시 퇴근하고 그 놈들이 무슨 짓거리 하기라도 했으면 이거 변호해주는 일이 쉬운 것처럼 보여도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아, 됐다. 진짜. 나도 너 감시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몇 백년간 일해 보니 말이야. 계약하고 나서 한 달이 가장 위험해. 평소보다 텐션이 높아져 있다고. 그러다 별의별 사고 다 나는 거 내 눈으로 몇 번을 본 줄 알아? 난 너랑 지옥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아. 알겠어?"


블랙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잘 알아들었겠지 싶어 한참을 쳐다보는데 어디서 코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데빌 : "야, 너 설마 울어?"


데빌이 손가락으로 블랙의 턱을 치켜 올렸다.

눈물에 콧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본 데빌은 당황했다.

블랙은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닦아내도 계속 흘렀다.

블랙은 포기하지 않고 얼굴을 닦으며 울었다.

블랙이 작은 소리로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으나 우는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데빌은 그 말을 듣기 위해 블랙의 눈 앞까지 얼굴을 가까히 했다.


블랙 : "난 그냥... 싶었.. 다고요..."


데빌 : "뭐라고?"


블랙 : "나도 나중에 끔찍할 거 알아요. 저 바보 아니에요. 쟤네 다 떠날 수도 있다는 거 아는데, 난 그냥 지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다고요. 나중에 더 많이 비참해지지 않게"


데빌 : "그래서?"


블랙 : "전 그냥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인데. 그 때 잘 놀아둘걸, 그 때 노래 더 열심히 해볼 걸, 그 때 친구 더 많이 사귀어볼 걸, 그런 걸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왜 자꾸 그러지 말라고 해요.."


데빌은 가만히 블랙을 쳐다봤다.

한참을 우는 얼굴이 조금 불쌍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몇백년간 많이 봐왔으니까.


데빌에게 화를 내거나 우는 용이 블랙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해가 가기는 했다.

용들이 왜 데빌에게 화내고, 신에게 화내고, 절망에 빠지며 억울해 하는지 같은 것들.

이해는 갔다.

어느 정도 공감도 갔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 같은 생각은 데빌에게도 있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이 봐온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건 비지니스였다.

상대방이 아무리 울어도 업무의 일환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데빌은 블랙이 울도록 내버려두었다.

한참을 울던 블랙이 겨우 입을 열었다.


블랙 : "죄송해요"


데빌 : "뭐?"


데빌이 놀라 되물었다.


블랙 : "퇴근 시간 한참 넘겼잖아요. 퇴근도 못하게 하고 어린아이처럼 울기나 하고, 죄송해요"


데빌은 대답하지 않았다.


블랙 : "그리고 도와준 것도 감사해요. 집까지는 혼자 갈 수 있어요, 저 이제 괜찮아요"


데빌 : "블랙"


블랙 : "네?"


데빌 : "내가 요새 네 일 말고도 업무가 한참 늘어난 데다가 널 위해 고양이로 변해, 뱀으로 변해 에너지 다 쓰느라 아주 졸리고 말이야... 그래서 아까도 근무태만처럼 한참 자버렸거든"


블랙 : "죄송.."


데빌 : "우리 회사는 야근 수당도 없는데 말이야"


블랙이 한 번 더 사과하려 고개를 드는데, 무표정의 데빌이 바로 앞까지 불쑥 다가왔다.

눈매가 무섭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데빌이 블랙을 감싸 안았다.

순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블랙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려 했다.


블랙은 어느새 데빌의 품에 안겨 있었다.

공주님 안기처럼 다리까지 들어 올려진 건 덤이었다.

고개를 내밀려 하자, 데빌이 블랙의 얼굴을 끌어안아 품 안에 가두었다.


데빌 : "너 또 높아서 무섭다고 난리칠 것 같은데. 아니면 공중멀미로 인해 토하던지"


아, 지금 날고 있구나.

블랙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데빌의 품 안에 얼굴을 묻었다.

술을 잔뜩 마신 상태에서 개미만한 도시를 쳐다보면 진짜로 토할지도 모른다.

그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데빌 : "악마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는 용은 처음 본 것 같다"


블랙 : "정말요?"


데빌 : "내 야근 걱정해주는 것도 네가 처음이고"


데빌이 작은 목소리로 '이 놈의 빌어먹을 직장'이라고 중얼 거렸다.

죽어서 악마나 천사가 되도 다들 직장 다니면서 회사랑 상사 욕하는 건 똑같구나.

블랙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뒤로는 말이 없었다.


두 용은 침묵 속에서 함께 하늘을 날았고 집까지 도착했다.

블랙은 거의 침대 위에 쓰러지다시피 했다.

데빌은 어깨에 함께 짊어지고 온 기타 케이스를 조심스레 방구석에 내려놓은 뒤, 침대 위로 쓰러진 블랙을 쳐다봤다.

오늘의 문제도 끝났구나 싶어 참고 있던 피로가 몰려왔다.

간다고 인사하려는데 블랙이 팔을 뻗어 데빌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데빌 : "왜, 토할 것 같으면 화장실은 저쪽이야"


블랙 : "..."


데빌 : "뭔데, 너 설마 진짜 토하냐?"


블랙 : "숙직도 추가수당 없죠?"


데빌은 대답이 없었다.

작은 원룸에 침묵이 가득했다.

블랙은 누운 채 고개만 돌려 데빌을 쳐다봤다.

늘 짓던 무표정에 늘 기다란 뿔이 보였다.

당연히 숙직도 수당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힐난하는 것 처럼 느껴져 블랙은 옷소매를 놓아주었다.


블랙 : "미안해요. 자정 되기 전에 얼른 가요. 내일도 출근 해야 되잖아요"


데빌은 블랙이 웃겼다.

어린아이처럼 어리광 피우고 싶어 하고, 강아지처럼 사랑 받고 싶어 하면서, 평소에 어른스럽게 구는 게 웃겼다.

남들 앞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있으려 하는 것도, 불행한 삶 따위 살아갈만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도.

평소에 말도 안 걸던 애들이 다가오는데 그걸 한 순간조차 내치지 못하는 것도.


지금도 내 옷소매를 잡고 늘어지잖아, 사실 데빌은 그게 제일 웃겼다.

악마 옷소매 잡고 숙직 안 되냐며 어리광을 부리다니.

간땡이가 부었나.

웃기지만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한 구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데빌 : "자장가 불러봐"


블랙 : "네?"


블랙이 고개를 빼꼼 들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데빌은 침대 옆에 놓인 책상에서 의자를 빼내 거기에 앉았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침대에 누운 블랙을 가만히 쳐다봤다.


데빌 : "불러줘"


블랙 : "갑자기요? 제, 제가 왜요"


데빌 : "나중에 인생 최고의 노래 실력으로 최고의 자장가를 불러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하지 말고"


데빌은 잠들려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자장가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블랙은 망설였다.


데빌 : "서비스 안해줄거야?"


블랙은 그나마 알고 있는 자장가를 겨우 떠올렸다.

기억 속에 있는 멜로디와 가사를 끄집어내 조심스레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치 보며 불렀지만 별 말 없는 데빌을 보니 자신감이 붙어 계속 불러나갔다.


방 안이 블랙의 노랫소리로 들어찼다.

데빌은 눈을 감은 채 미동이 없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블랙은 끝없이 이어지는 자장가를 불렀다.

부르다보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데빌이 깨워줄 테니까, 그 사살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안심이 되었다.

블랙은 웃으며 잠들었다.




-


여기서 끝인데...

이제 며칠간 글 좀 올라올 때까지 연재를 멈춰야 할까요..

이대로 계속 연제 했다간 한 페이지가 모두 제 글로 도배가 될 듯 싶은데..ㅋㅋㅋㅋㅋㅋ

댓글7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