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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7화

4 [DEVIL]
  • 조회수86
  • 작성일2023.01.10



​데빌은 천계에 올라가자마자, 각종 서류들을 엄청난 속도로 써내려갔다.

왜 유타칸에서 돈을 썼는지, 하루만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다른 관리대상자들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부하 직원들은 일 잘하고 있는지, 데빌이 며칠간 사용할 법한 능력들이 있는데 허가 받을 수 있는지.

그러한 것들을 작성했다.

부하 직원들은 고개를 내저으며 괴물 같은 속도라 평했다.


서류를 한 아름 든 데빌은 부하 직원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렸다.

높은 의자에 앉아있던 하람이 고개를 돌려 데빌을 쳐다봤다.


하람 : "서류를 보고로 올리지. 많이 급했나보네. 아무튼 찾아와줘서 고마워"


하람은 미소 지은 뒤 허공을 잠깐 쳐다봤다.


하람 : "아, 지금 근무 시간 도중이었구나. 빨리 확인하고 내려 보내줄게"


데빌 : "아니요, 천천히 하세요. 어제 먹을 만큼 먹었거든요. 잠시 자리 비워도 괜찮습니다"


하람 : "그래"


하람은 데빌이 품 안에 들고 온 서류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어제 어쩌다 유타칸에서 돈을 썼는지에 대해 한 번 물어본 것 이외에 별다른 질문은 없었다.

하람은 서류에 지적할 부분이 없어 볼 때마다 재미없다며 짜증을 냈다.


데빌 : "다른 놈들이 서류를 저보다 못 쓰니까요"


하람 : "너의 그 실적에 반비례하는 인성... 그래, 뭐 됐다"


하람은 모든 서류에 도장을 찍어 데빌에게 건네주었다.

데빌은 빠르게 도장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하람 : "데빌"


데빌 : "네?"


하람 : "두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데빌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블랙에게 1시간 기다리라고 말한 게 생각났다.

서류를 최대한 일찍 섰는데도 벌써 40분이나 지나 있었다.

약속 시간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데빌은 그런 것에 조금 까탈스러운 편이었으므로.


그리고 시킨 대로 얌전히 샌들 준비하고 있을 블랙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뭣도 모르는 용처럼 보이도록 웃는 얼굴.

실제로 뭣도 모르는 용은 절대 아니지만.


데빌 : "제가 좀 바쁜데요"


하람 : "아까 한 말이랑 다르다는 거 너도 알지?"


데빌 : "아, 진짜... 조금 바빠서요?"


데빌이 은근슬쩍 뒷걸음질 치며 나가려 하자, 하람이 한 번 더 이름을 불렀다.


하람 : "데빌"


목소리를 깔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 같았다.

데빌은 고개를 들어 하람을 올려다봤다.

그것까지 거스를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하람 : "첫 번째"


청아한 목소리가 넓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하람 : "어제 야근하다 못해 숙직한 이유는? 이 서류에 너무 간략하게 기술 되어있어서 말이야. 초과 근무가 고마운 일이긴 한데 그냥 궁금해서"


데빌 : "아까 말한 돈 쓴 이유랑 비슷한데요"


데빌은 서류에 적은 부분 중 하람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디테일하게, 하지만 빠르게 설명했다.

몇 가지 필요 없는 말은 걸러서 얘기했다.

하람은 설명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하람 : "두 번째는 궁금한 건 아니고 내가 친히, 아주, 친절하게, 충고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데빌은 잠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거두었다.


데빌 : "뭔지 여쭤봐 드려야 하나요? 제가?"


하람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 신과 같은 미소였다.

세상 모든 여유를 가진 용이나 지을 법한 미소였다.


하람 : "평소 하던 대로 일하렴. 이건 신으로서 하는 말이야"


데빌 : "그러고 있어요"


하람 : "그래. 게으르다고 혼내는 게 아냐. 그냥, 음... 데빌아. 조금 덜 열정적으로 해"


데빌 : "저 정말 평소랑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요. 혹시 문제 있는 부분 있나요?"


하람 : "아니, 없어. 실제로 넌 평소랑 아주 똑같이 일하고 있어. 일 잘하고 있어"


의문스러운 말에 데빌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람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람 : "이번 일 아주 중요하잖아. 너한테 말이야. 알지?"


데빌 : "대폭 삭감이요"


하람 : "그래"


하람이 의자 팔걸이에 팔을 기댄 채, 턱을 괴었다.


하람 : "넘어가지 마"


데빌은 하람이 하는 말이 점쟁이 같다고 생각했다.

아주 먼 앞을 내다본 뒤, 10수~20수 앞의 일을 말해주는 용 같다고.

그렇지만 정작 디테일하게 뭘 하면 좋은지 던지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는 말해주지 않는 점 또한 그렇다고 생각했다.


데빌 : "뭐에 넘어가지 말라는 건데요?"


하람 : "그냥 넘어가지만 않으면 돼. 평소처럼 일하고. 기대하고 있어, 항상"


데빌 : "실적을요?"


하람 : "아니, 재미를"


데빌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이미 강제로 방에서 나가진 상태였다.

풍압이 일더니 눈앞에 있던 거대한 문이 닫혔다.

이제는 강제로 내쫓겨나도 놀라지 않을 만큼 신을 오랬동안 만났다.


그렇지만 무슨 뜻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뭔가 주의를 주려고 했거나 힌트를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냥 던져본 말인 것 같기도 하고.

더 생각하자니 머리만 답답해졌다.

데빌은 잊으려 했다.

평소처럼 일하라고 했으니 그냥 남은 기간만 꾸준히 채우면 되겠지.

데빌은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내려갈 준비를 했다.



-


이번은 좀 짧게 여기까지!!


분량이 이래저래 왔다갔다 하는 건.. 참으로 죄송하지만...

왔다갔다 하더라도 최대한 길게 쓰고 있으니 봐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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