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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8화

4 [DEVIL]
  • 조회수79
  • 작성일2023.01.11



1시간이 되어갔다.

블랙은 역시 좀 늦나 싶어 다른 일이라도 할까 하던 참이었다.

어쩔까 생각하며 눈 한 번 깜빡였는데, 바로 앞에 데빌이 나타났다.


블랙 : "악!!"


데빌 : "너 성량이 아주 좋다"


블랙 : "놀랬잖아요"


블랙이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겨우 진정이 되어 데빌을 올려다봤다.

데빌은 그 새 조금 변해 있었다.

옷은 평소와 똑같은 검은 풀정장 차림이었지만 머리에 뿔이 없었다.


블랙 : "뿔..."


데빌 : "가자"


블랙 : "어딜요?"


데빌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안에서 열쇠가 나왔다.

차키처럼 보였다.

블랙이 뭐 어쩌라고요... 라며 중얼거리자 데빌이 일어나라며 재촉했다.


데빌은 일단 블랙의 뒤를 따랐다.

원룸을 나와 조금 걸어가자 주차된 중형차 한 대가 보였다.

데빌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차의 문을 열었다.

블랙이 멍하니 서 있자 데빌이 조수석과 뒷자리 중에 고르라며 차 안을 가리켰다.


블랙 : "차 훔쳤어요?"


데빌 : "너 그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인 거 알지"


블랙은 일단 조수석을 골랐다.

작은 데빌이 큰 차를 몰려 하는 모습이 제법 웃겼다.

심지어 이 용은 평범한 용도 아니잖아.

블랙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인상 피라는 데빌의 말에 애써 구겨진 인상을 폈다.

놀라운 일이 한 두 개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잊어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데빌은 능숙한 솜씨로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는 중이냐는 블랙의 말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라는 답이 돌아왔고, 블랙은 거기에 변덕스럽게 평범한 용을 부려먹는다며 응수했다.


데빌 : "아니, 운전하는 건 나고 편하게 앉아서 가는 건 넌데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너 부려먹었냐"


블랙 : "또, 또 말을.... 한 마디를..."


블랙은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도착해보면 알겠지.

뭐, 어디 불구덩이 데려가는 것도 아닐테고.


블랙은 데빌이 휴게소에서 사준 고구마 스틱을 먹으며 창 밖으로 떨어지는 도로를 쳐다봤다.

그래도 먼 곳까지 떠나는 게 오랜만이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데빌은 창밖을 쳐다보는 블랙을 힐끔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잠들 것 처럼 안정적인 표정이었다.





-






블랙은 고구마 스틱을 먹다 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 블랙을 보며 데빌은 50년 정도 전에 만났던 노부부를 떠올렸다.

데빌이 계약한 대상은 그 중 할머니였다.

두 달에 딱 한 번만 만나는 기이한 형태의 노부부였다.

그마저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주기가 점차 길어지는 중이었다.


할아버지는 평소 말 없던 할머니가 죽으려는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데빌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내 아내에게 그런 일도 있나보군, 정도의 반응 이었다.


계약기간 내내 별다른 일은 없었다.

할머니는 왠지 모르게 데빌을 까망이 라고 불렀다.

할머니는 까망이 데빌 이렇게 부르며 자꾸 밥을 해줬다.

데빌은 거절했다.

대신 밥 먹는 거라도 쳐다봐 달라는 말에 데빌은 매일 할머니의 맞은편에 앉았다.


할머니는 지옥이나 천국에 가서도 함께 하는 부부가 있는지, 지옥은 어떻게 생겼는지, 같은 것들을 묻고는 했다.

할머니와의 일상은 그런 식으로 반복 되었다.

지루한 시골 할머니의 삶, 가끔 할머니를 보러 오는 할아버지, 몇 달에 한 번씩 불리는 까망이라는 이름.


계약 기간이 이틀 남았을 때, 할머니는 데빌에게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바다에 가고 싶다, 가 부탁이었다.

어렵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같이 가겠냐는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 무렵 3달에 한 번 씩 만나는데도 할아버지의 건강은 많이 안 좋아진 상태였다.

할머니가 1년치 계약을 해 주변에 불행이 넘칠 일이 없음에도 그랬다.


데빌은 계약이 끝나는 마지막 날, 할머니를 데리고 바다에 갔다.

바다를 빤히 구경하는 건 처음이라며 들떠했다.

슬리퍼를 벗은 채, 맨발로 모래사장도 걸었다.

발이 찔릴 일은 없었다.

옆에 데빌이 있었으므로.


할머니 : "까망아"


데빌 : "데빌인데요"


할머니 : "처음에 네가 왔을 때, 내 팔자가 신에게 선택받아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알아서 마음이 너무 편했단다"


데빌 : "그런 팔자를 듣고도 마음이 편했다고요?"


할머니 : "이유가 있었다는 거니까. 신을 위해 일하고 있었던 거구나, 나는, 뭐 그런 생각이..."


오후가 되어 해가 지고, 데빌은 할머니에게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알렸다.

집까지 모셔다 드려야 계약을 안심하고 끝낼 수 있다고.

할머니는 데빌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멀어지는 바다를 돌아보더니 할아버지와 같이 못 온게 아쉽다며 웃었다.


할머니 : "까망이, 아니, 우리 데빌이는 나랑 보는 일이 끝나면 이제 뭐하고 사누?"


데빌 : "뭐 하고 살긴요. 또 할머니 같은 용들을 만나야죠. 차고 넘치는 게 일이니까"


할머니 : "나 보러 와줄 수 있는가?"


데빌 : "일이 있는 게 아니면 올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할머니 : "내 팔자처럼?"


데빌 : "뭐, 비슷해요"


할머니 : "안 보러 와도 돼. 난 할아범이 있으니 괜찮거든"


데빌 : "그렇군요"


할머니 : "데빌한테는 누구 있어?"


데빌 : "아무도. 전 이 일 하려고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할머니 : "우리 데빌이는 그럼 돌아가서도 괜찮은겨?"


데빌이 할머니를 쳐다봤다.

이내 하늘로 시선을 돌린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데빌은 말없이 할머니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집까지 가는 길 내내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당에 도착해 시계를 확인한 데빌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를 마루에 앉혀드리고 저녁 드실 거냐 물었다.

할머니는 밥에 물을 말아 반찬 몇 가지와 함께 가져왔다.

같이 먹자는 말을 데빌은 한 번 더 거절했다.

몇 백년간 지켜온 자신만의 규칙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어쩐 일로 한 번 더 권했다.

한 번만 같이 먹자고, 마지막인데.

데빌은 그런 정에 휘둘리지 않는 악마로 자란 지 오래였다.

또 거절했다.

할머니가 별 수 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할머니 : "나 같은 용 또 만나러 간다고 했지?"


데빌 : "네, 그게 제 일이니까요"


할머니 : "잘해줘. 그 용들한테"


데빌 : "항상 잘 해주고 있는데요"


할머니 : "나이 먹으면서 느는 건 후회뿐이거든"


데빌 : "제가 할머니보다 나이가 많기는 하죠"


데빌은 밥 다 먹고 설거지 하는 할머니를 쳐다봤다.

그러자 시간이 되었다.

데빌이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할머니가 뒤에서 손을 흔들어줬다.

그러고선 사진 한 장을 들고는 데빌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할머니 : "이거, 우리 아들 사진인데, 우리 아들 별명이 까망이었거든. 근데 참 너랑 닮은 거 있지"


데빌 : "네, 그래서 저보고 까망이라고 부르신 거예요?"


할머니 : "그려, 너만 보면 우리 아들 생각이 나서. 우리 아들 사진, 가져 갈텨?"


데빌은 제가 뭐하러 그걸 가져요, 라며 까망이 사진을 주겠다는 것을 거절했다.


하람에게 돌아가 평소처럼 무사히 계약이 완료됐음을 알렸다.

하람은 실적이 또 늘었다며 웃었다.

데빌은 앞으로 2~3일에서 일주일 정도는 별 일 없이 쉬겠구나 싶었다.

계약이 없는 기간 동안에는 잠을 충분히 자둬야 했다.

맘 편히 잠들었다.

완전한 숙면이었다.


데빌은 일주일 뒤, 지옥 불구덩이에 시찰을 가라는 말을 들었다.

새로 온 용들의 명단만 체크해주면 된다고 했다.

데빌은 저 멀리 빼곡히 줄 서 있는 용들을 한 번 쳐다본 다음, 명단을 훑었다.

낯익은 이름들이 제법 있었다.

명단을 빠르게 훑던 데빌의 눈이 멈췄다.


두 명의 이름이 있었다.

데빌은 멀리 서 있는 용들을 쳐다봤다.

두 용의 얼굴이 보였다.

데빌은 동료에게 명단이 있는 파일을 던져준 뒤, 그대로 뛰쳐나갔다.


하람의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람이 의아해하며 데빌을 쳐다봤다.


데빌 : "뭔가 잘못됐습니다"


하람 : "응? 무슨... 아, 아아, 그 노부부"


데빌 : "왜 거기에 있죠? 제 관리대상자들은 자연사하면 축복을 받아 천국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적어도 할머니만은... 팔자가 있고 운명이 있으니 천국에 가야 하는데요"


하람 : "아니야. 둘 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어제 말이야. 스스로를 져버린 용들은 일단 지옥에 당도해야해. 규칙에 예외는 없어. 너도 알잖아"


데빌 :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하람 : "어떤 점이? 뭐가? 데빌아, 일단 너의 실적을 무효로 돌리지는 않을 거야. 그건 안심해"


데빌 : "제가 지금 그거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으세요?"


하람이 데빌을 쳐다봤다.

사색이 된 데빌의 얼굴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

살다보니 별 걸 다 보겠네.


하람 : "아니, 전혀. 물론 둘 다 여태 겪은 운명과 선행을 통해 지옥에서 금방 벗어날 수도 있겠지. 그건 추후에 볼 일이야. 할아버지의 경우는 아쉽네. 몇 달만 있었으면 병사해서 천국에 갈 운명이었거든. 그래서였을지도. 아무튼 데빌아, 볼 일 끝났어. 나가봐. 설명은 충분 했던 것 같은데"


데빌 : "저는..."


하람 : "데빌"


데빌이 하람을 쳐다봤다.

하람은 이럴 때 늘 웃었다.

똑바로 쳐다보기 무서울 정도로 밝게.


하람 : "정말 미안하지만 예외는 없어. 돌아가"


데빌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늘 하던 대로 일을 시작했다.

몇 주 뒤 다른 관리 대상자와의 계약을 준비 하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잘 알겠다고 준비해 놓겠다고 했다.

데빌은 여전히 실적 1위였다.

그리고 여전히 끝내주는 수면을 했다.


데빌은 며칠 정도 일하며 할머니의 말을 지속적으로 떠올렸다.

'우리 데빌이는 그럼 돌아가서도 괜찮은겨?' 잠들기 전 그 말을 떠올릴 때면 웃음이 났다.

잠들기 전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일을 하다가도, 걷다가도, 쉬다가도, 날다가도 그냥 웃음이 났다.

너무 괜찮았다.

너무 괜찮은 자신이 싫었다.

그 후로 데빌은 지옥에 단 한 번도 시찰을 가지 않았다.





-


끈.

7시에 잠 들어서 12시에 일어나 그냥 간단하게 세수하고 폰 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글 쓰는...

이 새벽에...ㅋㅋㅋ

이제 다시 자야겠어요.

글 쓰다보니까 지루해서 또 졸림....

엄청나게 늦었지만 다들 굿나잇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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