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카님 (MMY YMQ님) 께서 주신 표지? 입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드갤에 온 게 아니라 2018년 부터 2022년 까지 쭉 눈팅만 하다가 이제서야 글 쓰기 시작한 눈팅러라서 저 분이 누군지는 잘 알고 있죠 ㅎㅎ
나름대로 기억력도 꽤... 좋죠? 네, 암튼 그래서 2021년 까지 활동하셨던 분들도 앵간해선 다 기억합니다.
뭐... 언젠진 기억 안 나지만 저 분도 소설게에 소설도 몇 편 쓰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리고 웹뽐도 많이 봐서 저분 웹툰 즐겨찾기도 다름 해놨었다구요 ㅎㅎ
그런 분이 댓글도 달아주시고 저런 표지도 그려다 주시니 저야 감사할따름...
앞으로 시작 전 먼저 올려놓고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MMY YMQ님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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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은 자다 말고 깨어났다.
악몽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블랙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힌 일 때문인지 오늘의 악몽은 짧았다.
물론 차사고 당하는 꿈을 꾼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쾌했지만.
데빌은 두 번째로 잠들었다 깨어난 참이었다.
그것도 순전히 몇 시간 전의 블랙이 생각나서.
7시가 되기 전, 블랙을 무사히 집에 넣고 떠나려던 때에 블랙은 데빌에게 허리를 숙이면서까지 인사했다.
바다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데빌은 오바하지 말라며 짐짓 짜증을 냈다.
그 말에 반박할 줄 알았던 블랙은 어쩐지 웃는 얼굴이었다.
데빌의 머리위로 손을 뻗다 말고 자신의 목에 손을 얹었다.
머리에 손을 얹으면 정말 화낼 거라 생각했던 모양인지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블랙 : "피곤하겠다, 빨리 가요"
데빌은 퇴근하고 나서도 블랙의 말이 계속 생각났다.
사실 별 내용은 없는 말이었다.
피곤하니 빨리 가라는 말.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데빌은 대체로 들을 리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신경이 쓰이나보다 하고 잠들었는데, 자다 깨고 나니 이번에는 멋쩍게 웃던 블랙의 얼굴이 생각났다.
데빌은 악몽 없이 잠을 설쳤다.
그래도 자야 다음 날 멀쩡히 출근하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금세 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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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지.
애초에 이거 문제인건가.
데빌은 전날 잠을 설쳤던 일을 떠올리며 출근했다.
블랙은 변함없이 그 시간까지도 자고 있었다.
흔들어 깨우니 이제 아주 모닝콜 같고 정겹다며 한숨을 쉬어댔다.
오늘은 수업이 없다며 다시 눈을 감는 블랙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문제만 안 일으킨다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데빌은 침대 맞은 편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블랙이 숨 쉴 때마다 몸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쳐다봤다.
데빌은 잠든 블랙을 몇 시간 내내 쳐다봤다.
12시가 넘어갈 즈음 블랙이 깨어났다.
블랙은 미동도 없는 데빌을 발견했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블랙 : "12시?"
데빌 : "놀라운 일인가?"
블랙 : "아니, 가만히 쳐다보고 있어서 한 10분 잔 줄 알았어요"
블랙이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숨에 데빌을 내려다보는 위치가 되었다.
이제 평소처럼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 하며 부엌으로 가겠거니 싶었는데, 블랙이 다시 침대에 걸터 앉았다.
눈높이가 대충 비슷해졌다.
블랙 : "데빌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데빌 : "뭐?"
블랙 : "먹고 싶은 거요. 맛은 다 느낀다면서. 오늘은 데빌씨 먹고 싶은 거 먹어요"
데빌 : "고르기 싫은데. 별로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아니, 애초에 너 밥 먹는 걸 내가 왜 골라"
블랙 : "늘 같이 먹었잖아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매일 같이 먹었잖아.
데빌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완전히 말려들었네, 같이 밥 먹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됐잖아.
이제 와서 밥 너 혼자 많이 먹으라 해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몇 번 같이 먹어준답시고 먹어준 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데빌 : "몰라, 고르기 귀찮아"
블랙 : "오늘은 집에서 안 나갈 거니까 시켜 먹어요"
데빌 : "안 나가? 오늘 원래 기타 손질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아닌가"
블랙이 고민하며 으음 소리를 내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절대 안 나갈 거라고 외치는 블랙을 데빌은 가만히 쳐다봤다.
데빌 : "이거 좀 개소리인 거 아는데 블랙아"
블랙 : "뭔데요?"
데빌 : "혹시 내가 어제 한 말 때문에 안 나가는 건 아니지? 네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잠만 자도 난 악몽 꿀 수 있어"
블랙 : "그건 놀랍네요. 그런데 뭐 그것 때문은 아니고. 그냥 저도 피곤해서. 발도 아프고"
데빌은 블랙의 퉁퉁 부은 발을 쳐다봤다.
한숨 한 번 쉬고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블랙이 놀라서 눈 몇 번 깜박이는 동안 발바닥에 약이 발라지고 붕대도 깨끗한 걸로 바뀌었다.
데빌 : "붕대 값으로 오므라이스"
블랙 : "오므라이스요?"
데빌이 부엌으로 걸어 나가더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데빌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던 블랙이 놀라 우와 소리를 내었다.
냉장고 안에 오므라이스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블랙 : "이런 거에 능력 낭비해도 돼요?"
데빌 : "안돼"
블랙 : "네?"
데빌 : "오므라이스 먹고 싶어"
블랙 : "알았어요, 금방 기다려요! 5분 뚝딱이다"
데빌 : "전에 30분 걸렸... 아니다"
데빌은 블랙을 부엌에 내버려둔 다음, 안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대체 무슨 일이지.
데빌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혹시 날 걱정해주는 거냐고 묻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 개소리인 것 같은데.
데빌은 본인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평소라면 상상도 안했을 언행이 술술 나오는 게 이상했다.
너무 자연스러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정말로 블랙이 해준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었다.
한 순간이나마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있었다.
데빌은 케첩 무슨 모양으로 짜줬음 하냐고 큰 소리로 묻는 블랙에게 '네 맘대로 하라'고 소리쳤다.
주방으로 걸어가 작은 식탁에 딸린 의자에 앉았다.
블랙이 프라이팬 개와 앞 접시 두 개를 내려놓았다.
프라이팬을 꽉 채울 만큼 큰 오믈렛 위에 하트 모양 케첩이 그려져 있었다.
데빌 : "평범하네"
블랙 : "평범하다뇨. 블랙씨를 향한 내 감사와 사랑하는 마음이 여기..."
데빌 : "지라...아...ㄹ... 그래"
블랙 : "감동했어요?"
데빌 : "너는 정말, 정~말 자아가 크구나. 아니면 개소리하는 게 취미거나. 앉아서 먹기나 해"
두 용은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포크와 숟가락을 들었다.
데빌은 말 없이 오므라이스를 우물거렸다.
일평생 집에 불날까 봐 요리에 손 안 댄 것 치고는 맛있었다.
왜 이렇게 맛있지.
데빌은 오므라이스를 좀 더 빠른 속도로 먹었다.
오므라이스에 햄은 있었지만 야채는 없었다.
데빌은 그 사실에 새삼 블랙을 쳐다봤다.
분명 냉장고 안에 야채들도 만들어줬는데.
데빌은 설마설마 하며 블랙을 힐끗 쳐다봤다.
전에 블랙이 악마도 배가 고픈지 식탐이 있는지 묻더니, 가리는 음식도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평범한 용이었을 시절부터 야채를 가렸던 것 같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고, 악마가 된 뒤로는 상관이 없어졌다.
식탐 같은 것도 비위 상하는 음식 같은 것도 없어졌다고 하자, 블랙은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데빌 : "밥에 왜 야채가 없어, 냉장고 안에 일부러 한가득 넣어줬는데"
블랙 : "죽어서까지 야채 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 후 데빌은 말 없이 먹었다.
맛있네.
데빌은 그 말을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속으로만 계속 말했다.
맛있네, 정말 맛있다.
식탐이 생길 지경이다.
데빌은 그 말을 했다가는 신이 난 블랙을 감당해야 할 것 같았고 일단 본인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지만 말해주고 싶었다.
슬픈 용보다는 신이 난 용을 보는 게 더 좋으니까.
뭘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데빌은 양 볼이 터져라 밥을 오물거리는 블랙을 가만히 쳐다봤다.
블랙은 어린아이 같았고 치기 어린 대학생처럼 보였다.
실제로 떼도 자주 썼다.
외로운 시절이 길어서 그런지 용이 주는 정에 자주 휩쓸리고는 했다.
그래서 저번에 동기들이랑 좋다고 술 마셨겠지.
그렇지만 데빌이 보기에 블랙은 가끔씩 너무나도 어른스러웠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데빌은 그런 블랙이 안쓰러웠다.
바다 가는 것 따위가 뭐라고.
이 정도 행운이면 허락 하에 간단한 도박도 해보고, 용이랑 돈 내기도 해보고, 잘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볼 것도 같은데, 블랙은 온전히 본인의 소소한 행복을 채우는 데만 집중했다.
이 기회에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서 상이나 타보지, 싶다가도 나중에 몰락할 걸 생각하면 말리고 싶기도 했다.
바다 정도는 오백 번도 더 데려다줄 수 있는데, 멍청이.
데빌은 코웃음을 쳤다.
블랙 : "왜 웃어요? 아아, 역시! 너무 맛있죠? 완전 맛있죠? 저 데빌, 이 행운의 기회를 틈타 유타칸 최고의 쉐프 자리를 노리고 있..."
데빌 : "먹기나 해"
블랙 : "네"
잠시 침묵하며 먹는데, 블랙이 데빌의 눈치를 슬슬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블랙 : "맛없어요? 먹고 싶다고 해놓고 왜 이렇게 깨작깨작 먹어요"
이 정도면 복스럽게 먹고 있다 생각했는데, 블랙이 그런 말을 하자 데빌은 당황스러웠다.
맛있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무리해서 먹는 중이었는데.
이게 깨작깨작 먹는 걸로 보이나.
데빌 : "어..."
블랙 : "맛.. 없어요...?"
강아지처럼 축 처진 얼굴을 한 블랙을 보니, 마음 한 구석에 그나마 있던 평범한 용으로서의 양심이 쿡쿡 찔리는 기분이었다.
데빌 : "맛있다, 맛있어. 내가 원래 좀 깨작깨작 먹는 것 처럼 보여"
블랙 : "정말요?"
데빌 : "정말이야.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어. 그렇지 않아?"
블랙 : "어, 진짜네"
헤헤 거리는 블랙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루기 쉬어서 진짜 다행이다, 뭐 그런 못된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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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마지막으로 표지 제작해주신 MMY YMQ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진짜 진짜 앞으로 잘 쓸게요..
갑자기 인스타 뎸달라고 하셔서 오잉...? 하긴 했으나 찾아갔더니 저런 선물을 주시다니...
진짜로 감사합니다!
저거 보자마자 바로 열정 활활 돼서 글 썼지 뭐예요 히히
하이라이트 부분이 두 개 정도 있는데,
하나는 바로 다음 편에 나올 것 같고 하나는 한 3편? 그 정도 뒤에 나올 것 같네요 :)
이번 화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