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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 H ] 12화

4 [DEVIL]
  • 조회수96
  • 작성일2023.01.12

날붙이를 들고 위협하는 남자가 잠깐 나옵니다.

읽기 전, 미리 주의와 양해 바랍니다.







​저녁 11시 반이 되었다.

30분만 더 있으면 12시였다.

데빌은 그 시간까지 깨어있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다 대체 이게 뭔 짓거리인가 싶었다.

데빌은 퇴근이 조금만 늦춰져도 격렬하게 짜증내는 타입이었다.

하람도 그걸 알아서 야근은 고사하고 1분도 추가 근무 하지 않을 인성을 가진 놈이라며 한숨을 내쉬고는 했다.

나보다 더 한 놈도 많다는 서두가 시작되면 하람은 그 자리에서 데빌을 내쫓아버렸다.


그랬는데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데빌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자려고 눈도 감아봤다.

그러다 몇 초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날개를 폈다.

급하게 펴진 날개에서 쩌적하는 소리가 났다.


데빌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잠옷이 출근 복장으로 바뀌었다.

데빌은 한껏 짜증난 얼굴로 방을 나섰다.





-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데빌은 블랙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했다.

한참 혈기왕성한 대학생이 12시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니.

부모 정도나 감탄하며 칭찬해줄 일이었다.

데빌은 신경을 집중해 블랙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그 쪽을 향해 날아가다 중간에 멈추었다.

아니, 거기 가서 뭐하게.


진짜야. 진짜로 거기 가서 뭐하게. 걔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냐.

데빌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애초에 왜 잠도 안 자고 여기까지 왔는지, 본인도 잘 몰랐다.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움직였는지 스스로도 모른다는 사실이 짜증났다.

그래, 돌아가자.

데빌은 공중에 멈춰선 채, 한 번의 큰 날갯짓을 했다.





자정이 되었다.

블랙은 데빌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마음 한 구석이 묘하게 불안했다.

12시가 넘어서 그런가.

다음 날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금방 불행해질 것 같았다.

몇 십 년간 쌓인 불안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은 묘하게 운이 좋은 날이었다.

자신에게 약속을 제안한 친구만 해도 그랬다.

딱 블랙도 함께 하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는데 블랙이 나타났다고 했다.

술집에서 사장님이 무슨 기념일이라며 안주를 서비스로 주기까지 했다.

재미있는 대화가 끊이지를 않았다.


용들은 약속을 제안한 친구를 가리키며 얘가 원래부터 기가 막히게 운이 좋다고 했다.

친구들이 블랙도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블랙은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웃었다.


12시 반이 되자, 이젠 정말 가야되겠다는 생가기 들었다.

잘 놀고 오라는 데빌의 목소리에는 안정감이 있었지만 데빌이 옆에 없으니 오히려 안심이 되질 않았다.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길들여지고 있는 건가, 이거.

블랙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이 자정 넘었다고 가는 대학생이 어디 있냐며 붙잡았다.

신데렐라냐며 깔깔 웃었는데, 블랙은 속으로 '신데렐라 맞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다들 블랙을 너무 붙잡았고, 블랙은 어쩔 수 없이 그게 너무 좋았다.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을 원하는 용을 대차게 거절할 만큼 좋은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데빌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블랙은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다시 앉았다.


몇 분 더 마시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지금 도망가는 거냐는 친구들의 말에 휴대폰 여기 두고 간다! 라고 외치며 자신의 휴대폰을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블랙 : "저기요, 여기 화장실 어디 있나요?"


술집 주인 : "나가셔서 저희 술집 왼쪽으로 돌면 문이 하나 있거든요. 거기 가시면 돼요. 열쇠 드릴게요"


블랙이 열쇠를 받아들고 나가려는데, 사장이 블랙에게 너무 재밌게 놀아 보기 좋다며 테이블에 소주 한 병을 서비스로 줘도 되겠냐 물었다.

여기 무슨 노래방급으로 서비스를 주네.

블랙은 감사하다고 유난 떠는 어조로 말하고는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늘 운이 좋긴 정말 좋네.

데빌씨가 열일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슬펐다.

지금 자는 내내 힘들겠구나 싶어서.


블랙은 건물을 나와 술집 왼쪽으로 빙 돌았다.

좁은 골목이 나왔다.

골목 끝에 문이 있었다.

00술집 화장실 입니다, 라는 팻말이 보였다.

문 앞에 남자가 한 명 서있었다.


저 사람도 화장실 쓰려고 기다리나 싶었는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블랙은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화장실과 남자가 서있는 곳을 기웃거렸다.

담배 냄새가 싫었지만 화장실은 쓰고 싶었다.

블랙은 남자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블랙 : "혹시 안에 사람 있나요?"


남자가 고개를 들어 블랙을 쳐다봤다.

술집 쪽 골목인데 남자에게서는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여전히 말이 없는 남자를 향해 블랙은 한 번 더 물었다.


블랙 : "화장실 안에요. 사람 있어서 기다리시는 거예요?"


대답이 없었다.

술 냄새도 없고, 대답도 없고, 블랙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순간 블랙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블랙은 남자를 지나쳐 화장실 문에 대고 노크를 했다.

조용했다.


화장실 문을 열려는데 누군가 블랙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까 그 남자였다.

한손으로는 담배를 피우고 한손으로는 블랙의 손목을 잡은 채 말이 없었다.


블랙 : "무슨 일이세요?"


그 때까지도 블랙은 친절하게 웃었다.

안에 사람이 있나보다 싶었다.

일행이 있겠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블랙이 겁에 질려 옷 주머니를 만졌다.


맞다, 휴대폰이 없었다.

남자가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담배 피웠던 손을 본인의 재킷 안으로 집어넣는데, 블랙은 이게 100% 위험신호라 느꼈다.

사는 내내 함께했던 불행으로 인해 블랙은 예감 하나 만큼은 잘했다.

불행에 아주 민감했고, 그 센서가 남들보다 배는 발달해 있었다.


이 용은 명백히 이상했다.

손목을 뿌리치려 힘을 줬다.

남자가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번뜩였다.

날붙이.


블랙이 손을 뿌리치려 애씀과 동시에 남자가 다른 쪽 팔을 뻗었다.
순간 블랙의 눈앞에 뭔가 번뜩였다.

이번에는 날붙이가 아니었다.


담뱃불.

남자가 꺼낸 게 라이턴가 싶어 정신을 차리는데, 눈앞에 웬 남자가 한 명 더 서있었다.

정장을 입은 데빌이었다.

뿔은 없었다.

데빌은 바닥에 떨어져있던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남은 손으로는 남자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남자가 날붙이를 데빌 쪽으로 가까이 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대신 남자의 입에서 윽 하는 소리가 났다.

블랙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데빌을 가만히 쳐다봤다.

전에 데빌이 술집 안에 나타났을 때 처럼 그저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데빌 : "일단 이 손 좀 떼세요. 그럼 저도 손 놔드릴게요"


데빌이 입을 열고 말했다.

별로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존댓말도 하고 있었고 부탁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블랙의 손목을 놔주지 않았다.

아파하면서도 기를 쓰며 칼부림을 하려 애썼다.


데빌은 힘줄 하나 서지 않은 팔로 남자를 제압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손이었다.

남자는 손을 놓아주고 그 손으로 데빌을 때릴지 아니면 이렇게 계속 한 명이라도 제압해놓을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남자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블래은 아프기만 했다.


블랙이 작게 아, 하고 소리 내자 데빌이 쥐고 있던 담배를 으스러트렸다.

불꽃이 크게 일어나더니 손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당황하는 남자의 양 손목을 데빌이 꽉 움켜쥐었다.


데빌 : "손"


데빌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블랙의 몸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남자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블랙의 손목을 놔주었다.

블랙이 빨갛게 자국이 나은 손목을 쓰다듬는 동안 데빌은 여전히 남자의 양 손목을 잡고 있었다.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남자는 이제 거의 무릎을 꿇고 빌 것처럼 굴었다.

겁에 질린 눈동자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데빌 : "길가에 담배꽁초 버리지 말고, 무고한 용도 건드리지 마. 내가 언제 어디서든 지켜보고 있을 거야. 언제 어디서든. 너 언제 어디서든이 무슨 말인지 알지? 네가 길 걷다 남들 안 보이게 입 가리고 하품할 때도, 차도 없고 용도 없는 새벽에 혼자 있을 때도, 용이 어누 많아 네가 다른 용과 분간이 안 될 때에도, 심지어 네가 집에 혼자 드러누워 있을 때에도. 바로 그거야. 알겠지? 개수작 부리면 지옥으로 보내버릴 줄 알아. 내 말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덕여"


지옥에 보내버린다는 건 빈말이 아닐 것이다.

블랙만이 그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남자는 정말 지옥에 떨어지는 순간을 앞에 둔 것 마냥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빌 : "내 말 정말 잘 알아들어야 할 거야. 허튼 수작 부리면 내가 진짜..."


데빌의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았다.

블랙에게는 데빌의 등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정말 악마 같을 거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으로도 압도될 지경이었다.

블랙은 또 한 번 불행의 예감을 느꼈다.

나 대신 이 남자가 조져질 수도 있겠다는 그런 불행의 예감.


무엇이 데빌을 이토록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블랙은 데빌을 쳐다봤다.

데빌의 머리에서 뿔이 자라나오려 하는 게 보였다.

이걸 들켜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블랙 : "데빌, 나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자!"


데빌의 머리에서 조금씩 기어 나오던 뿔이 쑥 사라졌다.

데빌이 남자의 양 손목을 놓아주고, 그 손에서 날붙이를 뺏어 들었다.

날붙이를 꽉 쥐었다 피자, 데빌의 손안에 있던 날붙이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협이 되었는지 남자는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블랙이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데빌이 뒤돌아섰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무표정이었다.

다만 조금 지쳐 보이기는 했다.


데빌 : "예의상 30분은 있다 나와야지"


블랙 : "네?"


데빌 : "딱 봐도 잠깐 화장실 나온 폼이구만. 화장실 갔다 돌아와서 집에 간다 하면 친구들이 퍽이나 좋아하겠어. 밖에서 기다릴게. 안심하고 적당히 둘러대다 나와. 건배도 몇 번 해주고"


블랙 : "..."


데빌 : "친구들 무안하게 만들기 싫잖아"


친구라고 인정해 주네.

블랙은 데빌의 배려에 응해주기로 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금방 나오겠다고 말하며 데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와중에도 화장실에 들렀다 가게로 뛰어가는 블랙이 웃겨 데빌은 피식 웃었다.





-



이번화에선 날붙이 든 남자를 통해 블랙을 향한 자신도 알 수 없는 데빌의 마음이 확 겉으로 드러나는 화 여서 하이라이트 화로 지정했습니다.

이번 편이 재밌으셨을 지는 모르지만.. 전 제 나름대로 인상 깊은 편으로 남을 수 있겠다 싶어서요.

스토리는 이제 반 온 것 같네요.

이거 하면서 외전 편도 동반해서 작성해 놓고 있으니 완결이 나면 있을 외전편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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