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틴 : "아악, 데빌씨! 반가워 죽겠네!"
파틴이 저만치서 데빌을 껴안으려 달려왔다.
데빌이 손가락을 휙 틀자, 파틴이 그대로 자빠졌다.
파틴 : "이렇게 주문 쓰는 거, 자기보다 급 낮은 악마 멸시하고 차별하는 거야. 어? 알아요?"
파틴이 자빠진 채로 데빌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데빌 : "파틴아, 너도 이 주문 할 수 있잖아... 그래서 됐고, 신입들 어디 있어"
파틴 : "지금 명단 작성 하고 있는데, 그 전에 신입 말고 신 좀 만나고 와요"
데빌 : "왜?"
파틴 : "비상사태가 터졌으면 적어도 만나서 얘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왕고참간부한테 가서..."
데빌 : "왕고참간부는 무슨, 대주주 사장님이겠지"
파틴 : "그런데 데빌씨 왜 하루 만에 말라 비틀어졌어요? 얼굴이 아주 앞뒤가 붙었네?"
데빌 : "일주일치 먹고 왔어"
파틴 : "데빌씨, 작정하고 왔구나. 알았어요. 빨리 준비해둘게. 알현실이나 가봐요"
데빌은 빨리 돌아와서 죽어라 일해보자는 파틴을 뒤로하고 알현실로 갔다.
거대한 문이 열리고 새하얀 방이 드러나...야 하는데 오늘은 새까만 방이 드러났다.
인테리어도 바꾸시고 많이 노하셨나보다.
데빌은 고개를 저은 뒤, 문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문이 스르르 닫히고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하람이 고개를 들었다.
하람 : "어, 왔니. 데빌아"
데빌 : "그렇게 서류 받기 싫은 표정 지으실 거면서 단체로 실직은 왜 시키셨어요. 본보기로 한 명만 시키지"
하람 : "아니, 그놈들이! 여기 단체로 싹 다 불렀더니, 뭘 잘 했다고 허허 웃으면서 한 번만 봐주세요 이 난리를 치잖아! 웃으면서!"
데빌 : "그건 걔네가 잘못했네요"
하람 : "한 명 그 자리에서 바로 던져버렸지"
데빌 : "그래서요?"
하람 : "나머지 놈들 그거 보고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웃어대길래 바로 지옥에 보내버렸어. 너 같으면 안 그럴 자신 있니?"
데빌 : "에.. 뭐.... 그래서 이번엔 또 뭔데요"
하람 : "그냥 몇 년에 한 번씩 있는 일이야. 겁 대가리 없이 용들 불행이랑 행복 무단으로 모기처럼 빨아먹고... 뿔이 아주 네 팔 길이만 해져서는.. 허허 웃으며 들어와서는... 허허 웃으며.. 이놈들 진짜!!"
데빌은 하람이 그라데이션 분노를 더 심하게 터트리기 전에 박수를 한 번 쳤다.
일 열심히 할게요, 라고 하자 하람이 누그러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람 : "지친다 정말. 그보다 일주일간 여기 짱 박여서 인수인계만 시키겠다 했다며?"
데빌 : "네"
하람 : "파틴이 전달 안 했니?"
데빌 : "뭘요"
하람 : "두세 달간 지상에 내려가사 그 담당자... 이름이.."
데빌 : "블랙이요"
하람 : "그래, 블랙 불행 아침에만 받고 여기서 계속 일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럼 두세 달간 여기서 너도 편하게 교육 시키고, 지상도 아침에만 갖다오면 되잖아. 허락 해줬는데 못 들었니?"
데빌 : "들었어요"
하람 : "그런데 불행 과다섭취해서 핼쑥해진 그 소화불량 표정은 뭔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데빌 : "그냥 귀찮은 일 빨리 끝내고 원래 하던 일이나 하고 싶어서요"
하람이 큰 소리로 웃었다.
데빌은 조금 전까지 화내던 용이 뭐가 저렇게 웃겨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좀 전에 자신이 한 말들을 되짚어봤다.
되짚고 떠올려봐도 어떤 점에서 웃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소화불량 운운하는 하람의 말이 좀 더 웃긴 것 같은데.
아니, 하람 본인이 던진 말에 웃었다고 생가하면 어쩐지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관대한 만큼 자신감과 자기사랑이 넘치는 신이니까.
하람 : "데빌아, 원래 하던 일이 뭔데"
데빌 : "네?"
하람 : "네가 원래 하던 일이 뭐냐고"
데빌 : "계약기간인 1년간 블랙 헛짓거리 못하게 관리하고 불행 먹어주기요. 늘 하던 일이요"
하람 : "하하, 너무 웃겨. 데빌아 나는 네가 너무 기대된다"
하람이 손가락으로 데빌의 너머를 가리키자 알현실 문이 거세게 열렸다.
풍압이 몰아치더니 알현실의 인테리어가 다시 흰색으로 바뀌었다
심경변화가 참 빠르시네.
데빌이 핼쑥해진 얼굴로 하람과 방 안을 번갈아 쳐다봤다.
하람 : "데빌 너는 일 하나는 잘하니까, 일주일간 잘 믿고 다른 잡일들은 절대 안 줄게. 그거면 됐지?"
데빌 : "그 정도면 과분한 처사네요"
하람 : "네가 일 잘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이제 가봐"
하람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생글생글 웃더니 데빌에게 나가보라며 손짓했다.
손을 흔들어주는 하람을 뒤로하고 데빌은 파틴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신입의 명단을 작성해온 파틴이 인수인계 목록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힌 서류를 산더미처럼 들고 왔다.
파틴 : "데빌씨랑 나랑 이제 일주일간 죽음뿐이야"
데빌 : "우리 이미 죽은 용들이라 죽지도 못 해"
파틴 : "그럼 죽음에 가까운 일이야... 데빌씨.."
데빌 : "두세 달간 길게 고통 받는 것보다는 우리 파틴, 나랑 일주일간 짧고 굵게 고통받아보자"
파틴 : "데빌씨, 가끔 이럴 때 진짜 악마 같아"
파틴과 다른 부하 악마들의 한숨 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사이에서 열정이 넘치는 건 오로지 실적 1위에 빛나는 워커홀릭, 부서 총 담당자인 데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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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