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 "마카라 대위님 오셨습니까"
낯선 공간을 단단히 채우는 각 잡힌 인사에, 마카라는 별다른 인사 없이 눈썹을 까딱였다.
총 한번 안 잡아봤는데 대위는 무슨.
대위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우습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마땅히 다른 호칭도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마카라 박사, 마카라 연구원님.
무엇을 달아놓든 귀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니까.
웬만해서는 쉘터 연구실에만 박혀 있는 탓에 이런저런 호칭을 들어볼 일이 드문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마카라 : "장관님께서 부르셨는데"
마카라가 성의없이 건네는 말에 진녹색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재깍 목례를 하고, 깍듯하게 몸을 굽혀 마카라를 건물의 가장 높은 곳으로 안내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진녹색 제복을 갖춰 입은 용들이 열맞춰 서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중에는 파란색 명찰을 달고 흰색 제복을 갖춰 입은 용들도 드물게 보였다.
기껏 이능을 가진 용들을 이렇게 보초 세워두는데 낭비하다니.
마카라는 작게 혀를 찼다.
마카라 : "장관님"
마카라가 굵은 목소리를 한 번 내자,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장관 : "아, 우리 마카라 대위 왔는가"
중년 이상의 지긋한 남자가 친근한 체 구는 목소리에 속이 조금 역해지는 느낌이 들었으나, 마카라는 내색하지 않았다.
일개 연구원에 불과했던 마카라에게 이능력자들을 제어할 수단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쏟아주고, 결국 그 일을 성공해낸 마카라에게 '대위'라는 거창한 계급을 하사해 준 용이 바로 이 남자였다.
국방의 총 책임자.
장관.
몇년 전부터 드물게 발견된 이능력자-abnormal들은 그들만이 가진 초인적인 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국방력과 군사력에 대한 징표로서 존재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연구하던 제가 그들을 통제할 수단을 만들어내고 실적을 쌓아올림에 따라 국군의 계급을 하사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물론 마카라는 조금도 기꺼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름 뿐인 계급이었다.
마카라의 어깨에는 단단한 제복과 견고한 완장 대신 얄팍한 가운이 새하얗게 걸쳐져 있을 뿐이었으니.
마카라는 장관의 코앞까지 와서야 가운 주머니에 꽂아두었던 손을 빼내 어색하게 모았다.
장관 : "저번에 발견된 파워 소위 말인데"
장관은 마카라의 반응을 기다리듯 말을 흐렸다.
마카라 또한 장관이 하려던 말을 곧바로 알아챘다.
파워 소위 또한 이능을 가지고 국가에 귀속된 앱노말이었다.
얼마 전 온 몸이 망가져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마카라 : "파워 소위는 셀터에서 최선을 다해 케어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소실된 이능과 자가치유능력의 부재에 대한 대처와 연구가 이어지고는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지나치게 괴로워하고 있어, 다음 대안으로 안락사까지도 생각 중에 있습니다"
장관이 으음. 하는 낮은 울림을 내었다.
파워 소위는 실종되었다가 기적처럼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귀환을 기뻐할 수는 없는 몰골이었다.
젊음으로도 이능으로도 힘이 넘치던 몸은 피골이 상접해 시체와도 같은 모양새였고, 대체 어떤 고초를 당한 것인지 정신적인 충격이 심해 제대로 도니 문장조차 구사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능.
평범한 용과는 가장 다른, 그 용을 진녹색이 아닌 새하얀 제복에 파란 명찰을 달게끔 만든 그 이능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소위는 곧바로 마카라가 있는 쉘터로 보내져 최대한의 케어를 받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는 아직 살아있었지만, 명백히 말하자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아무것도 회복하지 못했고 손톱만한 상처도 재생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그는 현재 생명의 원천이 완전히 꺼져버린 상태였다.
장관 : "사실은 그 일에 대한 가닥이 잡혀서 자네를 부르게 되었네"
장관의 말에,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마카라의 눈에 돌연 형형한 빛이 담겼다.
장관 : "사실, 우리 군 소속의 이능력자들이 실종되는 일이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있었어.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등록되지 않은 이능력자들의 임펄스가 인지되는 일이 생겼거든"
마카라 : "아, 설마"
마카라는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들었을 리가 없을 텐데도, 장관은 마카라의 생각을 파악하고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관 : "그래. 누군가 이능력자로부터 능력을 뽑아내는 듯 싶네"
말도 안 돼.
노말과 앱노말.
일반인과 이능력자의 차이란 명백했다.
절대로 노말에게 무언가를 더한다고 해서 이능력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둘은 외형적으로는 같은 용으로 보일지언정, 그 생명을 이루는 모든 체계가 완전히 다른 이종임을, 이능력자가 생겨난 그 순간부터 연구에 매진해왔던 마카라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마카라 : "그래서... 그래서 파워 소위가 그런 꼴이 되었다는 말씀이시죠"
장관 : "..."
마카라 : "그런 사람이 더 생길 거란 말씀이시고요"
장관이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였구나. 이능을 하나의 소스로서 빼앗는다니.
마카라 스스로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을 뿐더러 가능할 거라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그걸 왜, 왜 나에게.
장관은 마카라의 비틀리는 표정을 보고서 생각을 읽어낸 듯이 말을 이었다.
장관 : "마카라 대위도 짐작하겠지만, 당연히 개인이 벌이는 일은 아니야. 대원들 몸에 심어둔 GPS덕분에 이능력자로부터 능력을 정제화 하려는 집단이 있다고 파악되었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그 집단을 무너뜨린다면 될 일이야. 다만, 문제는..."
마카라가 대답 없이 눈을 맞추었다.
장관 : "현재 그 일에 자원하려는 이능력자들이 없네. 축출하여 보내기에는 파워 소위의 일이 너무나도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이후 자원하는 소수의 이능력자들을 보내보았지만 이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서 말이지"
마카라의 눈매가 사납게 꿈틀거렸다.
앱노말들로부터 이능을 빼앗아내는 집단이 있고, 심지어 그 집단에게 이미 몇 명의 이능력자들을 추가적으로 빼앗겼다고.
그걸 여태껏 극비로 함구하다 일이 커지니 이제서야 저를 불러내 말을 꺼낸다는 사실이 마카라의 심기를 긁었다.
문득 이 방으로 들어서면서 마주한, 정승처럼 서있던 흰 제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마카라 : "그래서 저를 부르신 건가요"
장관이 버석거리는 손을 책상 위로 마주 잡으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장관 : "마카라 대위라면 어떠한 차선책이 있지 않을까, 해서 부르게 되었네"
차선책이라.
마카라의 입매가 뒤틀렸다.
이능력자들로부터 소스를 빼내는 짓을 하는 집단을 잡겠다고 되는대로 이능력자들을 보낸 일을 최선이라 생각하는 건가.
속이 비렸다.
사오간의 명령에 불복한 군인들이 현명하게 느껴졌다.
가치를 몰라주는 사람에게 충성할 필요는 없으니까.
국가에 대한 불충이 스스로의 목숨을 살린 꼴이 되었구나 싶었다.
마카라 : "...차선책이요"
마카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충성심도 의리도 없는 반반한 얼굴이.
생각을 마친 마카라는 옅은 긴장감이 서린 장관의 얼굴을 흔들림 없이 응시했다.
마카라 : "차선책이라면 있긴 하죠. 그런데 장관님께서 지원을 좀, 확실하게 해주셔야 할 것 같아서요"
장관이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를 맞닥뜨린 듯이 미간을 살짝 좁혔으나, 마카라는 상관하지 않았다.
마카라 : "가능하시죠?"
국가의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용 앞에서도 물러섬 없이 오만한 마카라의 목소리에, 장관은 졌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관 : "내 실책으로 일이 커졌으니 어쩔 수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지. 마카라 대위만 믿겠네"
마카라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번졌으나 눈은 웃지 않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장관실을 채웠다.
마카라 : "첫번째로, 제게 앱노말 최고 보안시설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주세요. 어차피 그쪽 일은 제가 다 알고 있었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 달라질 것도 없을 거예요. 제게 형식적으로나마 권한을 넘겨주세요"
최고 보안시설이라는 말에 장관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카라는 건조한 태도로 싱긋 웃어보였다.
마카라 : "감사해요. 그럼 나머지는 추후 보고해드리도록 할게요"
마카라는 장관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쉘터로 향하며 바쁜 걸음으로 곁을 따라온 보조연구원에게 지시했다.
마카라 : "데빌. 위치 추적해"
보조연구원 : "데빌이면, 저번에 영입 제의 거절했던 앱노말 말씀이시죠?"
마카라 : "그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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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왁!!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습니다...ㅎㅎ
이건 [DEVIL] 처럼 일상...?물은 아닙니다.
[DEVIL] 과 같이 동반으로 연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스토리를 따로 안 정해놓고 쓰는 거라 나중에 연중 때릴 수도 있어요.
일단은 [DEVIL] 먼저 완결 시켜놓고 여기에 다시 집중하던 뭘 하던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업로드 좀 뜸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