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선생.
나는 헛된 망상을 향해 닿지 않는 손을 뻗는 망나니요.
날이 밝을 때는 자고,
태양이라는 붓이 하늘을 노랗게 칠한 후, 황혼이 찾아오면 거리를 다시 맴도는.. 그런 사람이오
자, 계속 들어보시오. 당신은 내 이야길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잖소?
가로등이 꺼진 밤의 길을 걸을 때, 왠지 모를 낭만을 느끼며
삶의 만족성에 대해 합리화하던 내 삶이, 궁금하지 않소?
내 하루는 구름이 별과 달을 숨길 때쯤, 그때 시작하오.
가끔 보이는 달은 가슴을 찌르는 위화감을 일으킬 뿐, 구름이 없는 날을 썩 좋아하진 않소.
내가 왜 그랬냐고 물어봤던가?
잠깐 기다려 보시오. 담배 한 대만 피우면서 말 하겠소..
확실히 이 흰 연기가 마음을 참 편하게 하는군.
물론 나도 이게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소.
그런데, 누구나 근사한 삶에 대한 상상은 한 번씩 해보지 않소?
사실 누구나 꿈꾸던 그런 삶을 살 방법은 세상에 널려있소.
문제가 뭔지 아시오? 사람들이 그 방법을 ‘상상’만 하지,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거요.
나는 성공이라는 주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길 잃은 개가 되고 싶지 않았소.
나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소.
하지만 현실에서 이루기엔
초록색 그림은 불가능했고,
노란색 그림은 어려웠고,
검은색 그림은 지우기가 어려워 보였소.
그런데, 빨간색과 검은색을 같이 칠하니,
이 계획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확신에 가득 찼지.
그게 이유였소.
그게 전부였소.
찔렀소.
물론, 비명은 울리지 않았소.
협박 같은 깜찍한 짓 따윈 하지 않소.
그 사람, 썩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더군. 현금과 보석 몇 개를 챙겨 그 집을 나오고,
다시 길거리를 맴도는 평범한 나 자신으로 돌아왔소.
그런데, 누가 내가 안 보는 사이 내 그림을 망친 것 아니오?
뭐 그래서 여기에 오게 되었소. 걸려버리다니, 상상도 못 했소.
그런데 선생, 내가 이번에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소.
어떤 색의 그림을 그리던, 아무도 모르게만 그리면
그 누구도 망칠 수 없는 것 아니오?
나도 참 외로웠나 보군.
이미 죽은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니.
걱정하지 마시오, 이번엔 아무도 모를 테니.
안녕하세요, 이번엔 단편으로 짧게 한 번 써봤어용.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