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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16화

4 [DEVIL]
  • 조회수182
  • 작성일2023.01.20

블랙은 다음 날 집에서 깨고 나서야 데빌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제 정말 일주일간은 혼자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다칠 만한 곳에 가보고, 밤에 산책도 가봤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데빌의 말대로 일주이란 무탈할 듯 했다.

블랙은 평소처럼 불행한 일 없이 아무 곳이나 걸어 다녔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은 데빌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3일은 좋았다.

친구들과 밥 먹고 수업듣고 카페에 갈 때도 이제는 온전히 혼자였으니까.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잔소리 하거나 태클 거는 용도 이젠 없고.

그래서 며칠간은 자유가 된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너도 좋잖아, 일주일간 귀찮은 감시인 하나 없으면'



본인도 그런 말을 하면서 떠나기는 했지.

블랙은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 말을 했던 데빌을 떠올렸다.

그 때, 데빌이 빠르게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을까.

블랙은 관자놀이에 서늘하게 달라붙었던 데빌의 손을 떠올렸다.

별로 귀찮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감시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블랙 : "뭐, 혼자 있는 거 조금 좋기는 하네...."



블랙은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버스킹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이 없을 때면 집에서 노래나 기타 연습을 하고, 밀린 과제를 하거나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생각보다 잘 갔다.

데빌 없이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문제는 5일부터였다.


강의가 없는 날이었다.

친구들도 밀린 과제가 있다거나 데이트를 한다거나 해서 블랙과 만나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날이었다.

오늘은 계속 혼자 보내야겠네.

블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산책까지 다녀왔다.

가는 김에 조깅까지 해봤다.


예전에는 늘 혼자였으니까 24시간을 혼자 보내는 일이 마냥 어렵지는 않았다.

시간 때울 일이라면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게임을 해도 되고 영화를 봐도 되고 혼자 요리를 해도 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잰걸음으로 걸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블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도 어이없어 하면서.



이제 혼자는 싫어.



사실 이런 생각을 처음 해본 것은 아니었다.

블랙은 살아가는 내내 혼자이고 싶지 않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왔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

사실 놀라운 생각도 아니었고 말이 안되는 생각도 아니었다.

블랙은 다만 5일도 안 되는 시간만에 밀려온 이 외로움에 놀랐다.


그리고 혼자가 싫다는 생각 뒤로 데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블랙은 황급히 집으로 뛰어갔다.

집으로 돌아가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또 한 번 정신 차리자며 뺨을 가볍게 두드렸는데 정신이 들지 않았다.

정신 차려, 블랙. 정신 차리자. 평생 혼자였잖아. 용은 원래 혼자사는 동물이야. 너는 앞으로도 평생 혼자일거야. 매번 각오하면서 살았잖아.


가벼운 세수를 했다.

블랙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턱에 맺힌 물이 뚝뚝 떨어졌다.

세면대 위로 물이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안은 공기가 더웠다.


블랙은 멍하니 거울에 비친 얼굴을 바라봤다.

용은 거울 앞에서 가장 정직하다.

그리고 집에서 거울을 쳐다볼 때면 블랙은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 거울에는 정말 나 혼자만 비치는구나.


각오했잖아.

한 번 더 다짐해보지만 거울 속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

블랙은 결국 거울을 쳐다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숙인다.

정말 그럴까.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블랙은 수건으로 물기를 꼼꼼히 닦았다.

그러고는 얌전히 잠들었다.


잠들고 일어나니 다음 날이었다.

아침이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또 잠들었다.

배가 고파 눈이 떠졌다.


일어나니 오후 2시를 넘기는 중이었다.

저녁에 같이 영화 보자는 동기들의 카톡이 와있었다.

약속이 있다는 말을 짧게 보낸 뒤,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휴대폰으로 SNS를 하거나 영상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블랙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하루 종일 의아해했다.


의아해하는 자신마저 의아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겨들었다.

밖으로 나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담았다.

고민하다 맥주 몇 캔과 소주 몇 병도 집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밖에서 먹으면 위험하니 집에서 혼자 얌전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가서 전자레인지로 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그 위에 삼각김밥을 올렸다.

참치마요 맛은 늘 옳다고 생각하며 삼각 김밥을 한 번 뒤집어줬다.

밥을 다 먹고 치운 뒤, 블랙은 술을 들고 노트북이 있는 책상으로 갔다.

얼음이 든 컵도 같이 챙겼다.

컵에 맥주와 소주를 부은 뒤, 천천히 마셨다.


마시는 동안 휴대폰을 하거나 노래를 흥얼 거리거나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블랙은 술이 든 컵을 잠깐 쳐다보다 이내 마시는 속도를 높였다.

잠들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으니까 술을 마시기로 생각했던 게 기억났다.

그럼 왜 잠들고 싶지.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했다.


블랙은 고개를 까닥였다.

시간이 좀 더 빠르게 흘렀으면 했다.

흐르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휴대폰의 화면을 두 번 두드리자, 하얀색 글씨로 시간이 떠올랐다.

12시가 넘었다.


그래도 아직 하루가 남았다.

예정대로 와준다면 데빌은 다음 날 아침에 나타날 것이다.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안 흐르는 건가.

아무리 마셔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짜증이 났다.


블랙은 더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신 뒤, 일전에 사놨던 술까지 꺼내 계속해서 마셔댔다.


블랙은 모든 술을 마시고, 힘없이 흔들리는 몸을 가만히 앉히려 애썼다.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놀랍게도 잠은 오지 않았다.

하루라는 건 정말 기네.

블랙은 오늘 자신이 한 일들을 떠올렸다.

사실 한 일이랄 게 없기는 했다.



블랙 : "데빌씨랑 있을 때는 하루가 이렇게 길지 않았는데"



블랙은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몸에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확실히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정신이 눈에 띄게 또렷해지는 중이었다.

겨울 아침, 집 문을 열어젖히고 외출할 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얼굴이 화했다.

숨을 쉬면 콧속까지 차가웠고, 입 안과 폐가 차가웠다.

블랙의 마음속에 데빌의 이름이 차올랐다.

블랙은 애써 이름을 가라앉히며 누우려 애썼다.

그렇지만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난 블랙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름을 느꼈다.

그렇지만 입 밖으로 뱉으면 안돼.

블랙은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침대에 걸터앉으려다 힘없이 넘어졌다.

얼굴에 폭신한 침대 시트가 와 닿았다.


포근하고 아늑했다.

빨리 잠들어야 만날 수 있는데.

그 생각까지 하고 나니 잠들기가 더 힘들었다.

내일도 이런 하루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한 편으로는 하루가 빨리 지나기를 바랐다.


겨우 몸을 일으켜 방 안의 불을 끄려 했다.

순간 스위치를 누르지도 않는 불이 저절로 꺼졌다.

블랙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데빌 : "꼬라지 볼만 하다, 너"


블랙 : "일주일 안 됐잖아요. 가서 일이나 해요"



블랙은 울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목소리도 일부러 작게 냈다.



데빌 : "네가 불러서 왔는데 무슨 소리야"


블랙 : "부른 적 없는데요?"



블랙이 놀라 저도 모르게 얼굴을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눈물에 젖은 얼굴이 번들거렸다.

데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빌 : "너 혼자서 뭐해"



데빌이 방 안을 슥 둘러봤다.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술병과 컵라면의 잔해가 보였다.

블랙에게서 술 냄새가 확 끼쳤다.

데빌이 블랙에게 다가갔다.

얼굴을 닦아주려는데 블랙이 팔을 저었다.



데빌 : "아무튼 난 네가 불러서 온 거 맞아. 나 일 하는 내내 시끄럽게 불러댔잖아. 이름 너무 많이 불러서 귀 터지는 줄 알았다고. 무슨 일 난 줄 알고 급하게 내려왔더니, 집안이라고 해서... 뭐 강도라도 든 줄 알았더니.. 술 먹고 넘어져서 부른 건 아니지?"



데빌이 농담조로 말하며 피식 웃었다.

티슈를 몇 장 꺼내어 블랙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블랙도 이제 체념했는지 데빌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데빌 : "일주일간 사고치지 말라고 했잖아. 5일도 못 참고 고주망태 되서는..."



데빌은 순간 시선을 느꼈다.

블랙이 자신을 너무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별로 술 취한 용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블랙의 상태가 이상해서 데빌도 블랙을 가만히 쳐다봤다.



블랙 : "왜 왔어요"


데빌 : "아까도 말했듯이 네가 불러서"


블랙 : "안 와도 됐잖아요. 바쁘잖아요, 지금. 집에 있는 거 알았으면... 별 일 없다는 것도 알았을 거고.."


데빌 : "바쁘기는 하지"


블랙 : "이렇게 내려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데빌 :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뭐 딱히 되는 것..도.... 너 아까부터 왜 그래?"



데빌이 미간을 찌푸렸다.



블랙 :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데빌 : "잘해주도록 계약서를 썼고 이게 내 일인데 넌 지금 호의에 대고 말을 그렇게 하냐. 사실 별로 잘해준 것도 없어"


블랙 : "데빌씨"



블랙이 데빌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소매가 힘에 의해 블랙 쪽으로 딸려갔다.

블랙이 입을 열 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

데빌이 콧잔등을 찌푸렸다.



블랙 : "데빌씨, 나한테 과도하게 잘해주지 마요"


데빌 : "갑자기 뭔 소리야 아까부터. 과도하게는 무슨, 웃기네. 내가 언제 너한테..."


블랙 : "저한테 뭐요"


데빌 : "난 너한테 그런 적 없..."


블랙 : "정말 없어요? 지금 본인도 웃기는 말 하는 거 알죠?"



방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블랙이 붙잡은 데빌의 옷소매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블랙 : "본인도 잘 알잖아요. 몰라?"


데빌 : "..."


블랙 : "왜 잘 해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지 말아요. 나 이제 슬퍼지려 해"


데빌 : "왜?"


블랙 :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잘해주는 게 슬퍼요.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와주는 것도, 사실 안 그래도 되는 거 다 알아요. 곧 끝나잖아요. 1년 금방이에요.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요, 몇 백년간 이 짓 해와서"


데빌 : "블랙아"



블랙은 한 번 더 얼굴이 화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큰일 났네.

블랙은 불행을 한 번 더 예감했다.

그렇지만 무섭지 않았다.

그저 웃겨서, 웃겨서 웃음소리만 흘렸다.


갑자기 웃는 블랙 앞에서 데빌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블랙이 손을 놓자 구겨져있던 데빌의 옷소매가 펴졌다.



블랙 : "하하, 됐어요. 미안, 미안. 사고 안 치고 내일 하루 평소처럼 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다시 돌아가서 일해요. 괜히 오게 해서 미안해요. 그냥 좀 주절댔을 뿐이에요. 데빌씨, 이제 됐어요. 이제 가 봐요. 괜찮아요.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네?"



블랙은 웃었다.

그건 데빌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더불어 데빌이 너무나도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좋게좋게 넘어가겠다 이거지.

데빌은 피곤함에 짜증이 겹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데빌 : "너나 그런 표정 짓지마"


블랙 : "데빌씨, 저 얘기 끝났어요. 이제 이 얘기 그만"



데빌의 얼굴이 블랙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허리를 숙인 데빌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놀란 블랙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데빌이 우기를 잡아 자신 쪽으로 돌렸다.

평범한 용인데다가 만취까지 한 블랙은 그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블랙이 데빌의 어깨를 밀어내려 애썼다.


블랙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화가 난 표정의 데빌이 블랙을 놔주었다.



데빌 : "네 멋대로 굴지 마. 나는 얘기 안 끝났어"



-



끝!!!

하이라이트.. 곧 나올 건데 한 4~5화 정도 지났을 쯤 나올 듯 싶네요.

그리고... 분량 조절은 늘 어렵습니다...ㅜㅡㅜ

다들 분량 조절 어떻게들 하시는지.....

그리고 이건 완결을 언제 쯤 낼지....

아직도 스토리가 한참 남았다는 게 참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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