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과 마카라가 함께 복도를 거닐었다.
데빌의 생에 있어 지금껏 일반적인 교도소에 들어가 본 적도 없긴 하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인위적인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 그림자라고는 한 뼘도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눈이 아릴 정도로 눈부신 형광등 조명.
그리고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는 철문.
마카라가 어딘가의 철문 앞에서 멈추자, 데빌은 서류철의 가장 첫 번째 인물을 훑었다.
다닉 (다크닉스 / 여)
나이 및 키 : 23세 / 165
이능 : pshsical type, (S - ) rank. 신체강화, *2차 발현- 신체회복
마카라가 건넨 인물 파일의 첫 장, 첫 단락은 저 세줄이 전부였다.
척 보기에도 두터워 보이는 철문은 쇳소리 하나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그 다음부터는 투명한 유리창이 한 겹 더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고, 그 안에는 체구도 크지 않은 여자애 하나가, 혁대로 단단히 얽매인 듯 한 모양의 구속복을 입고 있었다.
목게는 데빌의 목에 달린 것과 같은 모양새의 쇳조각이 달려있었다.
제어기.
이능력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하여 고안된 물건.
신체 강화면 어떤 능력인지는 가늠이 갔는데, 대체 왜 이런 조치까지 해 두었는지 의아해진 데빌이 물었다.
데빌 : "제어기까지 달아놓고 웬 구속복이야?"
마카라 : "힘이 세서"
데빌 : "...뭐?"
마카라 : "힘이 세, 그냥"
하. 그냥 힘이 세서 저딴 옷까지 입혀뒀다고?
두터운 철문에, 구속복까지 입혀놓은 것을 보면 어지간한 위험인물인 게 분명한데, 고작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도 저와 마카라를 조금도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꼭 철없는 어린애로만 느껴졌다.
도저히 몸에 얽매인 장치들이나, 인간적인 느낌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
동글동글하게 생긴 얼굴은 심심한 듯이 작은 방 안을 거닐고 있었다.
데빌 : "대체 뭘 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야, 얘는?"
마카라 : "발리투도. 알아?"
데빌 : "뭔데, 그게"
인상을 찌푸리는 데빌을 옆에 두고, 마카라는 걸음을 바삐 하며 설명을 이었다.
마카라 : "음지의 오락거리 중 하나인데, 발리투도는 무규칙 격투기야. 말 그대로, 옥타곤 안에 용 둘 넣어놓고 누구 하나 죽어나갈 때까지 붙이는 거지. 철장 안 용들은 목숨을 걸고, 옥타곤 밖의 용들은 돈을 걸고. 다닉은 거기서 가장 큰 임펄스가 감지됐어. 엄청 드물게 2차 발현까지 일어난 앱노말인데, 아마 그 2차 발현 때의 파장이 감지된 것 같아"
데빌 : "2차 발현?"
마카라 : "다닉의 2차 발현은 신체회복. 원래의 이능은 신체 강화. 남들보다 훨씬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이깟 벽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아마 그런 힘이 있었으니 옥타곤에서 말도 안 되는 용들을 상대해왔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은, 상대한테 완벽하게 암바를 잡혔었나 봐. 그런데 저게 그걸 이기겠다고 팔이 으스러지는 걸 그대로 두고 남은 손으로 상대방을 가격한 거지. 그 때 부러진 팔에서 전에 없던 이능인 신체회복이 2차 발현으로 생겨난 것 같아"
데빌 : "2차 발현이 일어날 걸 모르고도 그랬다는 거잖아?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그러면, 그 상대는 어떻게 됐어? 노말일 거 아냐"
마카라 : "맞아. 상대는 안면부 함몰이 심해서 아직도 못 깨어나고 있어"
데빌 : "그게 언제인데?"
마카라 : "2주 전"
데빌 : "어휴"
마카라 : "그 다음. 여기야"
둘은 다닉을 가두었던 곳과 비슷한 문 앞에 나란히 섰다.
고신 (고대신룡)
나이 및 키 : 28 / 187
이능 : pshcho type, (A+ ) rank. 감각제어
마카라는 다닉의 문 앞에서 했던 것처럼, 문 옆에 달린 장치에 손바닥 전체를 인식했다.
육중한 철문이 소리없이 열리고, 그 안에는 마찬가지로 유리창 한 장이 공간을 분리해내고 있었다.
특수한 재질이라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듯 보였다.
분명 다닉이 있던 공간이나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방이었는데, 그 주인이 달라서 그런지 다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도 위험인물을 '결박' 해둔 것처럼 보이는 다닉과는 달리, 남자는 목에 달린 손톱만 한 은색의 제어기를 제외하고 본다면 갇혀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이 공간이 편해 보였다.
길게 늘어진 눈, 유독 짙은 선을 가진 이목구비.
'감각제어' 라는 이능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몰라도, 그 주인가 퍽 닮아있는 이능일 거란 직감이 들었다.
데빌은 마카라가 건넸던 서류철을 들추며 물었다.
데빌 : "여기엔 감각제어라고 써 있는데. 감각제어라는 건 뭐야?"
마카라 : "말 그대로. 용이 느끼는 걸 제어할 수 있어. 감각과 감정의 경계가 불명확하긴 한데, 뭐.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데빌 : "뭐, '떨' 같은 거야?"
마카라의 말을 들은 데빌이 비웃으며 말했으나, 마카라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마카라 : "그런 능력이 있으면 다들 자연스레 그 쪽으로 생각이 빠지는 모양이지? 반 정도는 맞는 말이야. 고신은 이 나라에서 가장 화려하고, 썩어빠진 곳에 있었거든"
데빌 : "돈 많은 약쟁이들 상대했단 얘기를 잘도 포장해주네. 나도 좀 재미보게 해 주면 안 되나?"
차가운 얼굴로 정보를 읊던 마카라는 미간을 좁히며 데빌의 팔뚝을 툭 밀쳤다.
데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큭큭 거렸다.
데빌 : "정신제어 타입은 드물다고 들었어. 그래서 정확히는 어떤 능력인건데?"
마카라 : "감각의 선택적 증폭. 공포감을 끌어올린다거나, 통각을 증폭시킨다거나. 감소나 차단은 안 되고. 증폭만 가능. 그러니까 아예 없던 감각을 생기게 하는것도 안 되고"
데빌 :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제약이 많네. 상대는 여럿이여도 가능한 거야?"
마카라 : "그리고 범위 제한은, 눈을 마주치거나, 신체적 접촉이 있는 상대에게만 국한돼. 이런 제약까지 없었다면 고신은 곧바로 S랭크를 받은 최악의 괴물이 되어있었겠지"
"흐음" 데빌이 내는 소리를 뒤로한 채, 마카라는 방들이 나열되어있던 복도를 벗어나며 제복 입은 군인들이 열맞춰 경비를 지키던 로비로 향했다.
마카라 : "이제 쉘터로 가야 해. 너랑 내가 처음 만났던 곳으로"
마카라의 말에, 데빌이 손에 들린 종이뭉치를 펄럭이며 말했다.
데빌 : "뭐야, 저 둘이 끝이야? 여긴 몇 명 더 있는 것 같은데?"
마카라 : "맥스에서는 저 둘이 끝이고, 나머지 둘은 쉘터에 있어"
데빌 : "쉘터에 있는 거면, 범죄자는 아닌가 보네?"
마카라 : "한 명은 범죄자 맞고, 한 명은..."
데빌 : "뭔데 그래"
마카라 : "가서 보면 알아. 일단 출발하자"
"아 왜 말을 안 해줘. 용 불안하게" 투덜거리는 데빌의 목소리를 그대로 실어낸 차체는 매끄럽게 최고 보안 시설을 벗어나 마카라의 쉘터로 향했다.
마카라를 처음 만났던 쉘터는, 데빌의 기억과 별 다름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맥스' 라고 불리우는 앱노말 최고 보안시설과는 다른 분위기.
맥스는 진녹색의, 그리고 흰색의 제복을 갖춰 입은 군인들이 열을 맞추어 삼엄한 경비를 지켜내는 동시에 코발트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수감자들의 관리와 감독을 밭고 있었고 건물 전체의 분위기조차 차갑게 가라앉아 조용한 기운을 내뿜었다면, 이곳 '쉘터'는 훨씬 용적인 소음이 가득한 곳으로, 군인들보다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태반이었다.
마카라는 들어오자마자 보조연구원에게 코트를 건네고 하얀 가운을 받아 들었다.
가슴께의 포캣 앞에, [대위 마카라] 라는 자수와 그 옆을 채운 다이아몬드 세 개의 계급장이 이제야 데빌의 눈에 보였으나, 마카라는 가슴의 계급장이 무색하게 이 곳의 용들과 이질감 없이 섞였다.
그럼에도 이 곳의 권위자로 있는 것은 분명한 모양인지, 옆에 딸려온 데빌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몇 명의 연구원들이 마카라의 말만을 기다렸다.
마카라 : "하람을 좀 만나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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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에서는 다크닉스의 이름이 '블랙' 으로 나왔었는데, 그냥 다닉 이라고 쓰는 게 편할 것 같아서 여기선 그냥 다닉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마카라의 팀에는
마카라[노말], 데빌 [앱노말, 투시안], 다닉 [앱노말, 신체강화 및 신체회복], 고신 [앱노말, 감각제어]
이렇게 있죠....!!
그리고 위에 나왔듯... DEVIL 에서도 나왔던 하람이 등장하는데요, 하람 외에도 DEVIL 에서 나왔던 인물이 다시 한 번 등장하니 한 번 유추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그럼 다음에는 DEVIL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