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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4화

4 [DEVIL]
  • 조회수155
  • 작성일2023.01.22




평일 낮의 미술관은 한산했다.

높은 천장, 건조한 공기.

가장 적당한 명도로 모든 공간을 균일하게 비추는 조명.

차분한 음악들까지.

그 안에 하람이 있었다.


꼭 명화 속의 주인공이 현실로 걸어나온 것처럼, 그렇게 다시 자신이 있었던 액자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람은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그림 앞에서 사진처럼 멈춰있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미술관을 거니는 용들만이 눈 앞의 풍경이 사진이 아닌 사실이라 말해주는 듯 했다.

마카라는 조용히 그 옆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럼에도 하람은 미동조차 않았다.

깊은 눈이 커다란 그림을 집어삼킬 듯이 응시하고 있엇다.


하람의 시야는 그 액자 안이 전부인 것처럼.

한참을 그러고 있었을까.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하람이 마카라를 바라보았다.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마카라도 천천히 시선을 맞추었다.



마카라 : "한참동안 빠져 계시네요"


하람 : "네. 제가 그림을 좋아하거든요"



단정한 입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꼭, 여자가 홀린 듯 집중하던 그림의 붓질과도 닮아 마카라의 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마카라 : "저거, 어차피 모작 아닌가?"



담담하게 내뱉는 말에,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띄우고있던 하람의 얼굴이 일순 굳었다.

그러고서는 이내 미소를 띄우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깊은 눈매가 보기좋게 접혔다.



하람 :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미술관 안은 어느새 통제되어 있었다.

입구를 빈틈없이 막아낸 수색반을 흘끗 본 하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싱긋 웃어보이기만 했다.

마카라가 하람을 처음 마주한 날의 기억이었다.


















하람 (아르테미스 드래곤 / 여)


나이 및 키 : 28 / 167


이능 : physics type, (B- ) rank. 물성치환







데빌 : "물성치환이라는 건 뭐야. 염력이랑은 좀 다른 모양인가 본데"


마카라 : "맞아. 물체의 위치를 바꾸는 염력과는 조금 달라. 말 그대로 치환이지. 정확한 무게와 부피가 있는 것의 등가교환"


데빌 : "굳이 물성이라고 하는 거 보면, 사람에게는 적용이 또 어려운가봐?"


마카라 : "그렇다더라고. 유동적인 것들에겐 불가능하고, 정확히 분리가능한 것들만 가능. 치환이기 때문에 이능력자 본인에게, 혹인 그 주변에 치환 가능한 대상이 있어야 하고"


데빌 : "그런데 아까 만난 애들도 그렇고 이번에 만날 애도 그렇고, 다들 사회에 잘 섞여있던 것 같은데 용케 노출이 잘 안 됐네? 다들 우리같은 이능력자들을 도시괴담 정도로만 알고 있잖아"


마카라 : "그야 당연히 국가적인 혼란을 막기 위해서지. 그래서 임펄스가 감지되자마자 찾아가서 제어기를 달아두는 거고"



마카라는 그렇게 말하며 문 앞에 멈춰섰다.

마카라의 생체정보를 인식한 경비체계가 해제되는 기계음이 들렸다.



하람 : "금방 왔네요?"


마카라 : "맥스에서 만날 건 두명밖에 없으니까"


하람 : "이 사람이 대위님이 말한 그 사람인가요?"



하람의 시선이 마카라의 뒤에서 쉘터의 광경을 살피던 데빌을 향했다.

데빌도 그런 하람을 마주했으나, 누구도 먼저 인사하지는 않았다.



마카라 : "이쪽은 하람. 치환 능력을 가지고 있어. 맥스에 있다가 연구원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쉘터로 옮겨졌고"


데빌 : "그런데에 있을 것 같지는 않게 생겼는데. 뭘 하다 이렇게 된 거야?"


마카라 : "밀수"


데빌 : "뭘?"



마카라에게 물은 질문이지만, 대답은 하람이 가로챘다.



하람 : "예쁜 것들을"



데빌은 알만 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빌 : "혼자서 오션스8 찍다가 이렇게 됐구나?"



데빌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람은 마카라를 쳐다보았고, 그 시선을 느낀 마카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카라 : "금품을 빼돌린 건 아니고, 주로 그림. 가끔은 예술품"


데빌 : "엑, 그림?  성가시게 왜 그런 걸?"


마카라 : "예쁜 게 아니면 관심없대"



둘은 동시에 하람을 쳐다봤다.

조각같은 얼굴은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데빌은 곧바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물었다.



데빌 : "혹시,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치환할 수 있어?"


하람 : "내가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지. 예를 들면 어떤?"


데빌 : "내 오른쪽 주머니에 지갑이 있거든. 그 안의 지폐 한 장?"


하람 : "내가 이미 아는 물성이니 가능하지, 그런 건"



하람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 녹색 지폐 한 장이 팔랑였다.

데빌의 눈이 반짝였다.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는 데빌을 지켜본 마카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데빌 : "대단한데. 마음에 들어"


마카라 : "방금 뭐랑 치환한거야?"



마카라가 묻자, 하람은 해사하게 웃었다.



하람 : "비밀이에요"



하람이 저런 식으로 웃으면 이겨낼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카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기다리라는 눈짓을 보내고는 아직도 정신이 팔려 있는 데빌을 이끌었다.

둘은 다시 복도로 나와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도, 드물게 보이던 제복 입은 군인들도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데빌 : "치환이라니. 이번에는 정말 마음에 드네. 다음은 누구야? 마지막이지?"



데빌이 손에 들린 서류철의 가장 마지막 파트를 넘겨 짚었다.

유일하게 머그샷이 아닌 일반적인 사진이 찍힌 인물이었다.

흐릿한 사진 속의 얼굴은 믿기지 않을만큼 앳되어 보여서, 현재가 아닌 옛날 사진이라 짐작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파틴 (블랙퀸 / 여)


나이 및 키 : 21 / 165


이능 : psycho type. rank 미정, +성향. 전이






데빌 : "얘는 왜 랭크 미정이야? 전이는 또 뭐고. 어린애가 대체 왜 여기 갇혀있는 건데"


마카라 : "파틴은 2년 전부터 이곳에 있게 됐어. 우리가 임펄스를 감지한 순간 데려오게 됐는데, 파틴은 아직 능력을 다루는 법도 모르는 데다..."


데빌 : "왜 말을 하다 말아"


마카라 : "많이 불안정해. 안좋은 일을 당했거든"



"흐음" 서류 속 사진을 흔들림 없이 응시하던 데빌이 눈썹을 까딱였다.



마카라 : "그리고 파틴의 이능은.... 말 그대로야. 전이. 본인부터가 능력을 제어하질 못하니 우리도 더 이상 알아내기 어려워서 더 설명해줄 게 없네. 일단 만나보면 알거야"











마카라 : "여기"



마카라가 걸음을 멈춘 곳은 이 건물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연구원들의 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

심지어 이 방의 근처로는 아무도 없는듯 보였다.

완전한 독실 안에,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텅 빈 눈에 마른 몸.


아이가 자아내는 분위기가 작은 공간을 병실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데빌은 문 앞으로 바짝 다가가 자그마한 유리창 사이로 방 안을 살폈다.

그 안에 있는 용도.



데빌 : "...야"


마카라 : "..."


데빌 : "뭐냐. 이거?"



곧바로 마카라를 향한 데빌의 얼굴에, 방금까지의 여유롭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카라 : "어떻게 보여?"


데빌 : "난장판인데. 저거 지금 제정신이긴 한 거야?"



마카라는 묘한 제스처를 취했다.

고개를 젓는 듯, 끄덕이는 듯.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데빌 : "좀 더 자세히 봐야겠어"



데빌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낯선 용의 침입에, 침대 위를 가만히 지켜내던 아이의 눈빛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데빌은 충동적으로 손을 뻗었다.

당장 제 눈앞에 어지럽게 뒤섞인 것들의 정체를 알아내야만 할 것 같았다.



마카라 : "데빌!!!"



마카라가 황급히 소리쳤으나, 작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이 순식간의 둘의 거릴 좁히는 탓에 마카라의 목소리는 데빌의 손끝이 파틴에게 닿은 이후에서야 울려퍼졌다.



데빌이 여자아이를 향해 성급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얼굴이 흐릿해질만큼 어지러운 이능의 흐름이 눈에 선명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지.

지금껏 보아온 어떤 이능력자도 이런식으로 난잡한 흐름이 보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데빌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은 것은 순전히 충동이 불러낸 사고에 불과했다.

다급하게 소리치는 마카라의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다음에 찾아온 것은, 이름붙일 수 없는 감각의 늪.

불안. 두려움. 분노.

그 이상의 모든 것들이 한데 뭉쳐져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 번졌다.

투명한 욕조에 핏물이 번지듯.

순식간에 숨이 콱 막혀왔다.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감각.

꿀렁이며 쏟아지는 뜨거운 아스팔트에 온몸이 잠겨가는 듯한, 그런 감각.

순식간인 것을 알지만, 시간의 감각마저 멈춰 버리는 그런 고통.



불에 데인 팔을 저도 모르게 빼내듯, 데빌은 그 찰나의 순간동안 형언할 수 없는 감각들이 빠지는 동시에 곧바로 파틴에게 닿았던 손을 빼냈다.

그러고 나서야 그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두선 살갗이 가라앉지 않았다.

심장이 쪼개어질 듯이 뛰고 있었다.

데빌 스스로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수 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각할 수 있었다.



뒤늦게 둘 사이를 벌려놓고자 달려온 마카라가 뒤늦게 데빌을 밀쳤다.

힘없이 떠밀린 데빌의 확장된 동공이 마카라를 향하는 순간, 성마른 손이 하얀 가운을 거칠게 틀어잡았다.

[대위 마카라] 라는 파란 글씨의 자수가 볼품없이 구겨졌다.



데빌 : "씨*, 이거 뭐야. 니들이 이렇게 만든거야? 니네 이제 애한테 이딴 *같은 짓거리도 해?"



형형한 눈이 마카라를 꿰뚫을 듯 했다.

데빌은 이를 악물며 차오르는 경멸을 쏟아내고 있었고, 마카라는 그 모든 것을 받아내면서도 뿌리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천천히 목소리를 내었다.

이 모든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마카라 : "진정해. 내가 말했잖아. 파틴은 많이 불안하다고"



침대 위에 인형처럼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눈 앞의 상황에 많이 놀란 듯, 어느새 다가와 마카라의 옷자락을 움켜 잡고 있었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 눈빛을 보고 나서야 데빌의 손이 풀렸다.



마카라 : "데빌. 나가서 마저 얘기해"



그렇게 말한 마카라는 곧바로 여자아이를 향했다.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몇 번이나 중얼거린 뒤에나 마카라는 그 방을 나올 수 있었다.

문이 달칵 닫히는 소리 사이로 마카라의 한숨이 섞였다.



마카라 : "네가 지금 겪은 게 파틴의 전이야. 제어기를 달아 둬서 접촉하지만 않았다면 괜찮았을텐데..."



데빌은 아직도 곤두선 목덜미의 살갗을 쓸어내고 있었다.

찰나의 감각을 잊지 못한 눈빛이 사나웠다.

마카라는 착잡하다는 듯, 이마 위를 손으로 짚어내 열을 식혔다.



마카라 : "함부로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어. 원래부터 불안이 높은 아이인데, 네가 자극한 꼴이 되어버렸잖아. 이런 식의 전이는 파틴도 자의로 하는 게 아니라고"



아직 호흡이 채 가라앉지 않는 데빌이 마카라의 말을 끊었다.



데빌 : "마카라. 쟤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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