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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6화

4 [DEVIL]
  • 조회수113
  • 작성일2023.01.23

*유혈 주의*







그렇게 총 여섯이 모인 공간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온통 저마다의 생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탓에, 오로지 다닉 하나만이 두터운 정적에 숨막혀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옮겨댔다.

고신의 나른한 말투가 회의실의 정적을 깨칠 때까지.



고신 : "이능력자가 이능을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거지? 대체 어떻기에 국군 소속까지 몸을 사리고 있다는거야"



"아아" 마카라는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듯한 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채 바닥을 응시하며 알 수 없는 생각에 담겨있던 데빌의 턱이 살짝 들렸다.



마카라 : "음.. 이능력자들이 워낙 가시화가 안 되어 있어서 이능력자들 본인조차 모르고 있는 부분들이 아주 많아. 첫번째로, 노말과 앱노말은 완전히 다른 종이야. 그리고 이능은 앱노말이 가진 생명력의 원천이지. 그들에게 있어 이능이란 건 불가분한 존재야. 용에게서 영혼을 빼내 짐승에게 심어낼 수 없듯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지, 원래는"



원래는.

마카라의 마지막 말이 무겁게 내리앉혔다.

이 다음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당신들은 성공해야만 한다고. 실패하게 된다면 죽음보다 더 나쁜 선택지로 내몰리게 될거란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마카라는 한숨처럼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마카라 : "앱노말들로부터 이능을 추출해서 앱노말이 평범한 노말로 돌아간다면 이정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앱노말이란 존재는 일반적인 용에게 어떤 능력이 부여된 플러스 알파의 존재가 아니라 근본부터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이능을 빼앗기게 된다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망가져. 방사선에 피폭된 용처럼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거든. 피 한 방울마저도 말이야. 그렇게 죽어가는 거야. 그 용을 지탱하던 이능의 힘이 강하고 클수록 더 빨리 허물어지는 거고"



마카라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파워 소위의 모습을 떨쳐내려 애쓰며 회의실에 모인 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적대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아, 이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나.

차라리 누군가 덜컥 화라도 내주었으면 좀 더 마음이 편할 것만 같은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잠시간의 정적 끝에,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키던 데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데빌 : "그럼 스택들은? 노말인데 이능력을 가지게 된 용들 말이야. 걔네들은 어떤데? 네 말대로라면 걔네들도 뭔가 리스크가 있을 거 아냐. 노말과 앱노말이 A와 A+의 관계가 아니라 A와 B의 관계라면, B에게서 조각을 빼내는 것 만큼 그 조각을 더한 A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처럼 들리는데"


마카라 : "...맞아. 추정이긴 하지만, 그런 것으로 보여. 일단 기본적인 한계가 뚜렷한 신체가 전에 없던 이능을 감당하는 데에는 분명한 리스크가 있을 게 분명하고, 판데믹에서는 스택의 신체나 정신이 붕괴되지 않게 어떠한 조치를 취해주는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충성을 다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데빌 : "그럼, 그렇게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판데믹이 하고 싶은 건 뭘까"



데빌의 물음이 잠시간의 정적을 불러왔다.

모인 모두의 시선이 마카라에게 와닿았다.

한참이나 대답을 망설인 마카라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카라 : "지금 당장으로서는 알 수 없어. 다만... 판데믹의 조직력으로 미루어 보아, 반국가적인 일이라고 짐작할 뿐이야. 너희는 아직 모르겠지만... 앱노말의 출현 이후 모든 나라에서 앱노말들은 한명 한명이 국가적인 병기로 다뤄지고 있어. 물론 앱노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천부적인 권리가 있으니 모든 앱노말을 국군으로 강제 영입할 수는 없지만, 모든 앱노말의 신체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국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 것도 잠재적인 병력이 유실되는걸 막기 위함이니까"


고신 : "아아, 그래서 이런 딜을 걸어온 거구나? 가둬져 있던 이능력자들을 되는대로 모아서 팀을 만들고, 그럴듯한 보상을 준다고 하면서 목숨을 걸라고 하고"



마카라는 입매를 굳혔다.

고신의 말투는 비난의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건조했으나, 마카라에게는 날서린 힐난으로만 들렸다.

설령 비난이 맞다고 해도 달리 반박할 말은 없었다.


이것만이 마지막 방법인 것은 맞으니까.

그들에게 좁다란 선택지만을 남겨둔 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짓 또한, 제아무리 국가적 혼란을 불러 일으킬 대재앙을 막기 위함이라고 합리화해본들 마카라 본인부터가 떳떳한 일로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



데빌 : "뭐,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그러니까 우리가 와일드 카드인거지?"



가벼운 말투로 손쉽게 상황을 정리하는 건 데빌의 몫이었다.

"나는 그래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맞아" "나도" 파틴을 제외한 용들은 나쁘지 않은 반응으로 한 마디씩 거들었다.

휴, 하고 안도와 걱정이 반반씩 뒤섞인 한숨이 마카라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와중에 눈이 마주친 파틴은 꽤나 차분한 눈을 하고있었다.

마카라는 티 하나 없이 말간 얼굴을 보며 속으로 다시한번 기도했다.


부디, 이번의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











데빌 : "거기 하람씨. 애 좀 그만 괴롭히지"


하람 : "내가 뭘 괴롭힌다고 그래요"


데빌 : "애가 부담스러워 하잖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네"


하람 : "아니에요. 이것 봐, 아니라고 하네"


데빌 : "그거야 당신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거고"



"파틴, 정말 내가 부담스러워?" 하람의 섬섬옥수에 살포시 붙잡힌 파틴은 난처한 눈빛으로 고개를 한번 저었다.



하람 : "거봐, 아니라니까"


데빌 : "아니, 그렇게 애를 코앞에 두고 부담스럽냐고 하면 누가 그렇다고 해"


하람 : "못할 건 또 뭐예요?"


데빌 : "그러는 건 당신같이 이상한 용들이나 하는거고, 보통의 용들은 예의라는 게 있어서 잘 안 그래"


하람 : "어디가요, ,애 대리고"


데빌 : "어디 가긴. 얘 구해주는거지"



결국 이도저도 못하던 파틴의 손목을 붙잡아 끌고나간 건 데빌이었다.

음, 다닉은 좀 시끄럽고. 이쪽은 좀 어두컴컴하니 여기가 딱 적당하네. 



데빌 : "또 저 여자가 성가시게 굴면 나한테 말해. 알겠지?"



데빌이 파틴을 앉힌곳은 고신과 다닉의 사이의 중간 자리였다.

그것도 어정찌게 떨어져 있던 둘 사이에 난데없이 앉혀져 버려서, 기묘한 조합의 셋이 나란히 앉아있는 꼴이 됐다.

한 걸음 물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데빌도 조금 웃기긴 한 모양인지 실소를 흘렸다.

파틴은 주인 찾는 강아지처럼 마카라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정작 마카라는 그런줄도 모르고 가져온 서류철을 뒤적거리기에 바빴다.


결국 어색한 공기를 견디다 못한 다닉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닉 :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해? 걔네들이랑 싸우러 가야 해?"


데빌 : "어휴, 큰일 날 소릴"



데빌이 대번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데빌 : "우리 이대로 나가면 5분컷으로 개죽음이야. 아니 뭣보다 걔네가 어디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뭘. 그러니까 우리는 일단..'



데빌은 저도 모르게 긴장이 들어가있던 어깨를 한 번 털어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쉬며 남은 이들을 둘러보고는, 



데빌 : "백전백승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일단 지피지기의 시간을 갖자. 나 지금 다닉 말고는 너희를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거든"



데빌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닉을 불렀다.

"나와, 다닉. 마카라 대위님. 여기 훈련장이 어디라고 했지?"



다닉 : "나는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알겠다면서"


데빌 : "음, '어떻게'는 알았는데. '얼마나' 써먹을지도 알아봐야 할 거 아냐"



"일어나, 다닉" 데빌은 아직도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다닉을 붙들고 쉘터의 훈련실로 향했다.

마카라 대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일어나 둘의 뒤를 따랐다.

복도를 거닐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채로 한참이나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감각이 잇따르고 나니, 지금까지 보아온 쉘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쉘터라기보다는, 다닉이 지금껏 용들을 상대해왔던 경기장과 더욱 비슷한 느낌의 공간.


눈으로 보기에는 먼지하나 없이 깨끗해도 사라지지 않는 탁한 공기, 옅은 핏내.

이상할 만큼 높은 천장, 바닥에 새겨진 수없이 많은 전투의 흔적들, 그리고 그을림.



다닉 : "여기가 어디야?"


마카라 : "지하 4층. 훈련실"


데빌 : "4층이라고? 한참이나 내려온 느낌이던데"


마카라 : "천장이 높아서 그래. 천장이 높아야만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이능력자들도 있으니까"



마카라가 나머지 둘을 앞서며 빈틈없이 가로막힌 두터운 철문의 경비를 해제했다.

그 안으로는 널따란 공간이 셋을, 아니 다닉을 맞이했다.

뭣모르고 훈련장 안으로 따라들어가려는 데빌을 마카라가 움켜잡아 멈춰세웠다.

데빌은 마카라를 한 번 뒤돌아보고는 얌전히 걸음을 멈춰 다닉의 뒷모습을 보았다.


척 보기에도 두께가 한 뼘은 넘을듯한 철문이 닫히며 다닉이 놀란 얼굴로 뒤돌아보았지만 그 때는 이미 철문의 간격이 10센치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마카라는 익숙하게 몇걸음 옆으로 비켜나 제어센터 앞에 서서 내부 카메라를 연결해 마이크에 입가를 가져다대었다.

마카라의 조작 몇 번으로 아까는 보이지 않던 넓은 모니터가 훈련실 내의 광경을 내비쳤다.



마카라 : "다닉, 놀라지 마. 그냥 네가 어디까지 하나 시험하러 온 거니까. 발리투도에서 우리 수색팀 때려눕혔던 건 네가 카메라까지 부숴먹는 바람에 데빌에게 보여줄 자료가 없어서 말이지"



공간 안에서 케이지에 갇힌 햄스터마냥 당황하던 다닉은 마카라의 음성을 듣고 나서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짓을 멈췄다.

카메라를 찾아낸 멀뚱한 얼굴이 꼭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데빌 : "저런 바보같은 게 그런 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네 정말"


마카라 : "다닉, 이제부터 대인 기체가 나올거니까 정신 똑바로차려"



"대인... 뭐? 뭐가 나온다고?" 제어실 스피커에선 다닉이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빠짐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기계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리고, 얼추 용의 형상을 닮았으나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척 보기에도 육중해 보이는 쇳덩이가 다닉이라는 단 하나의 타겟만을 향해 맹목적인 움직임으로 돌진해 왔다.

바닥과 연결된 부분으로 보아, 이 훈련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회로가 되어 타겟의 위치와 출력을 전송하는 듯 보였다.



다닉 : "으아, 씨. 뭐야. 야, 데빌! 아이씨, 마카라 데위님!!"



아마도 바닥으로부터 출력을 받고, 다닉이 발 딛는곳마다 센서가 가동되어 목표물을 추적하는 모양인데, 달려드는 기세가 가히 살인적이라 그런지 다닉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도망가는 거 보니 확실히 체력은 좋네" 마카라는 남일처럼 중얼거렸으나, 결국은 옆에서 흉한 꼴을 보다못한 데빌이 마이크를 빼앗아들었다.



데빌 : "다닉, 그만 내빼고 맞붙던지 해!"



아니, 마카라 말로는 저거 포획할 때 사상자가 그렇게 많았다던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론 지금의 저 날붙이로 무장한 쇳덩이가 군인들보다 험학해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 상상이 가질 않았다.

다닉은 데빌이 소리치고 나서야 주춤거리며 대응할 자세를 취했다.



데빌 : "저거, 죽지는 않겠지?"


마카라 : "글쎄, 아마도? 상대의 심박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가동이 멈추니까"


데빌 : "...농담이지?"



심박이 떨어질 일이 사망이랑 과다출혈 말고 뭐가 있겠냐고.

이런 미친 소리를 다른 용도 아닌 마카라 대위가 이런 해사한 얼굴로 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되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마카라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카라 : "목표물의 임펄스를 감지하고 있어. 발현이 멎으면 작동도 멈추니까 크게 다칠 일은 없을거야. 걱정하지 마"



마카라가 데빌을 안심시키는 사이에도 다닉은 대인 기체와 대치중이었다.

기체의 뒤편, 그러니까 저것을 용이라고 본다면 아마도 뒷통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을 작은 불빛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분명 아까는 옅은 주홍빛이었는데.



마카라 : "임펄스 감지중이야. 불빛이 달라지는 걸 보니 다닉의 신체 강화는 필요할 때만 발현되는 모양인데?"



쾅, 하는 격돌음이 마카라 대위의 말이 끝나자마자 몰아쳤다.

소리가 너무 굉음이었던 탓에 스피커조차 볼륨이 팍 튀었다.

데빌은 난데없는 노이즈에 눈을 찌푸리다가도, 다닉이 꽤나 멀쩡히 대치중인 걸 보고 나서야 마음을 내려놓고 빈정거렸다.



데빌 : "진짜 무식하게 하네. 비껴내면 되지, 뭐하러 저렇게 힘싸움을 벌이는 거야"


마카라 : "데빌, 저거 봐"



마카라가 손끝으로 가리킨 것은 다닉이 아닌 대인 기체의 바닥 부분이었다.

자꾸만 지직거리는 잡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데빌 : "뭘. 먼지때문에 보이지도 않는구만. 그리고 마카라 대위님, 스피커가 맛탱이가 갔나본데 이거 노이즈 좀 어떻게.."


마카라 : "노이즈가 아니야"



"밀리고 있는거야. 기체가" 그제서야 바라본 마카라의 손끝엔, 작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츰 뒤로 밀리고 있는 대인 기체의 하단부가 있었다.

이를 악물며 사력을 쏟아내는 다닉은 그대로 쇳덩이를 밀고 나가지는 못해도, 분명히 조금씩 각도를 기울이며 기체를 밀어내고 있었다.



마카라 : "다닉의 신체 강화는 단순히 표면의 경도를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뼈의 강도와 근육의 질도를 같이 올리는 것 같아. 저렇게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대인 기체에 맞서는 건 차에 정면으로 들이받히는 거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걸 막아서는 걸 넘어 밀어낼만한 힘을 내는걸 보면 말이야"



점차 가라앉기 시작하는 흙먼지 속에서, 다닉이 드디어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니까, 대인 기체가 완전히 힘겨루기에서 밀리며 지면으로부터 받아오던 모든 출력을 손실하기 시작했다.

다닉은 기체가 둔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를 악물며 기체를 넘어뜨린 다음, 곧바로 그 위로 올라타 미친 사람처럼 주먹을 내다꽂기 시작했다.

아까만큼의 굉음은 아니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흉곽 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진 기체는 모든 빛을 잃었다.

숨죽이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카라 대위는 모든 스위치를 내렸다.

훈련장 안의 모든 불이 환하게 켜지고, 다시금 두터운 철문이 열렸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나서야 다닉의 가쁜 호흡이 들렸다.



마카라 : "잘했어, 다닉"



다닉은 마카라의 말에 이제는 고철덩이가 된 기체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출입구까지의 거리가 20미터나 될까.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를 천천히 좁혀오자, 반쯤 으스러진 대인 기체보다도 먼저 둘의 시선을 앗아가는 것이 있었다.

어느새 먼지가 묻어 탁한 회색이 더러 보이는 특공복 보다도, 이리저리 긁히고 찢긴 옷가지들 보다도 먼저 들어오든, 분명한 출혈.


데빌은 다닉의 오른손부터 낚아채듯 가져왔다.

끈적이는 액체들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색을 알아볼 수 없게 뒤엉킨 손에는, 선명한 핏기가 비쳤다.



데빌 : "이거 뭐야"


마카라 : "뭐긴 뭐야. 피잖아"


데빌 : "피?"



다닉은 데빌의 놀란 목소리로부터 손을 빼내려 했지만 늦었다.

상처 하나없이 말끔해진 손에는 분명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데빌 : "이거 네 피야?"


마카라 : "당연히 다닉의 것이겠지. 로봇에서 그런 게 나올리가 없으니까"



우물쭈물하는 다닉을 대신해 대답한 마카라는 데빌의 놀란 표정을 애써 외면한 채, 다닉의 손이 말끔하단 걸 눈으로 확인하고는 다시 서류철에 뭔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강화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선단에 의한 부상은 불가피하나 회복 속도는 빠른 편]



"어차피 다 나았잖아. 그럼 된거 아닌가" 다닉은 어쩐지 머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데빌은 다닉이 슬쩍 빼내려고 하는 손을 놓치지 않으며 집요하게 물었다.



데빌 : "너, 통증은 느껴?"


다닉 : "뭐야, 당연히 느끼지. 내가 뭐 인조인간도 아니고"



"미치겠네. 아픈 걸 고스란히 느끼면서 여지껏 이 난리를 피워왔다고?" 데빌이 질린 듯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옆에서 특이사항을 적어내던 마카라가 서류철을 덮었다.



데빌 : "마카라 대위님. 다닉은 이만하면 됐어. 다음으로 넘어가자"


마카라 : "다음은 누구?"


데빌 : "나머지 인원들은 이런 훈련장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냥 위로 올라가서 해도 될 것 같아"



짧은 대화를 마친 둘은 그대로 훈련장을 벗어나 나머지 인원이 모인 회의실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까마득한 지하를 벗어나고, 회의실이 있는 층에 다다르자 데빌은 뒤따라오던 다닉을 막아섰다.



데빌 : "너는 핏자국이나 좀 씻고 오던지 해. 애들 놀래키지 말고"










-


끝!!!!

이번에 콜을 연속으로 두 번을 써서.. 

다음 번에는 데빌을 연속으로 두 편 쓸 예정입니다.


다음엔 데빌로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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