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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7화

4 [DEVIL]
  • 조회수162
  • 작성일2023.01.24




"다음은 누구부터 해야 하나" 데빌은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데빌 : "거기 하람씨. 애 그만 괴롭히랬지"



고신 옆에 파틴은 그대로긴 한데, 건너편에 앉아있던 하람이 그새 붙어앉아서 무슨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도 되는 듯한 얼굴로 파틴을 보고있었다.



데빌 : "옆에서 이러고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좀 말리던지"



데빌은 이곳을 나서기 전과 다름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고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대번에 핀잔을 주었으나, 고신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대꾸할 뿐이었다.



고신 : "둘이 잘 지내던데, 뭘"



그러고보니 정말 하람이 귀찮게 굴어준 덕분인지 아까보다는 조금 긴장이 누그러든 파틴의 얼굴에 데빌은 체념의 한숨을, 마카라는 안도의 한숨을 동시에 내쉬었다.

파틴을 쉘터까지 오게 한 '그 일' 이후로 만나온 용이라고는 마카라를 포함한 쉘터의 연구진들이 전부인 파틴이 평범하지도 않은 용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때마침 하람이 이렇게 끈질기게 옆을 지키고 말을 붙여주니 아무래도 안심이 되었다.


마카라가 지금껏 하람의 이능인 치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지켜봐온 바, 하람은 까다로운 기준이 있긴 해도 성격 자체는 모나거나 꼬인 곳 없이 완만한 용이었으니.


데빌은 "흐음" 하는 소릴 내며 잠시 고민하는 소리를 내었다.



데빌 : "그래, 뭐. 그럼 일단 둘은 내버려 두고"



그렇게 말한 데빌은 마카라의 귓가에 뺨을 가까이 하며 작게 속삭였다.



데빌 : "고신의 이능 발현 조건이 뭐지?"



마카라는 손에 들린 파일철의 한 귀퉁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비접촉을 포함한 인지]



마카라 : "집접적으로 닿거나, 눈이 마주치거나.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이능력자 본인이 직접적으로 인지되는 것. 그게 발현 조건이야"



마카라의 귓속말을 알아들은 데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데빌은 마카라의 조언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고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렇게 고신의 서늘한 눈동자를 그대로 직시하며 내뱉은 말은,



데빌 : "감각 제어라는 게, 증폭만 가능하고 소거나 감소는 안되는거지? 불안도, 고통도"



마카라로서는 꽤나 뜻밖의 말이었다.

정신제어 타입 앱노말들 특성상 능력 발현이 언제든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데다가, 현재는 이능의 한계점을 가늠하겠다고 파틴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임펄스 제어마저 느슨하게 풀어둔 상황이었으니 마카라가 아는 데빌이라면 혹시 모를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신과 같은 타입들은 시험할 때엔 비대면이라든지, 다닉처럼 아예 어딘가에 가둬두고 원격으로 실험을 시작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고신의 이능 발현 조건을 그대로 감내하면서 하는 말이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냐는 말이라니.



고신 : "싸움을 벌이러 가는 줄 알았는데. 어디 봉사라도 시킬 생각이야? 아니면 다 죽어가는 이능력자들을 편히 보내주기 위해 감각을 죽여주던지 하라는 건가?"



데빌의 서두없는 물음을 들은 고신조차도 의외긴 한 모양이었다.

되돌아오는 말투엔 빈정거리는 기색이 있었지만, 데빌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데빌 : "감각에 대한 선택정 증폭이 가능한 거라면, 어떤 식으로든 감각을 감소시키는 것도 방법이 있지 않겠어?"


고신 : "너는 이게 무슨 사칙연산이라도 되는 줄 아나본데.."



두 용의 대화가 끊긴 건, 손이며 얼굴이며 물기를 뚝뚝 흘리며 들어온 다닉 때문이었다.



다닉 : "뭐야.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길래 그래"



데빌은 얼빠진 얼굴로 회의실 안의 어색한 공기를 못 견뎌하는 다닉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데빌 : "저 무식한 게 어지간히도 날뛰어 대서 통증같은 건 못 느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데빌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고신은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데빌은 고신의 귓가로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데빌 : "네 옆에 있는 어린애도 그렇고, 네가 감각을 감소시키는 방향까지 가능하다면 저 둘에게 꽤나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게 한 뼘 물러나 고신과 눈이 마주한 데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씩 웃었다.



데빌 : "그럼 일단은, 네 이능의 발동 조건부터 넓혀 볼까. 직접적인 접촉이나 시선 교류라고 하는 걸 보면 일대 다수는 좀 어려운 것 같아 보이는데. 맞아?"


고신 : "나를 인지시키기만 하면 되니까 가능은 할 거야. 다만 상대가 여럿이면 발동 조건이 한번에 맞아떨어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지금까지 지낸 걸 생각하면 여럿을 상대로 두는 일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데빌 : "음... 그래. 정신 계열이라 모호한 구석이 다분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대충 감은 잡히겠어"



고신. 네가 이 둘을 서포트해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지.

데빌은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생각으로만 두었으나, 눈이 마주친 고신은 어쩐지 데빌의 생각을 다 읽어내기라고 한 듯이 눈썹을 한 번 까딱였다.



데빌 : "다음은 하람. 물성치환이긴 하지만 다닉처럼 멀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근처 빈 공간 있으면 그쪽에서 하는 걸로 할까. 아니면 여기서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고"


하람 : "그럼 나는 여기서 할래요"



하람이 여태 만지작거리던 파틴의 작은 손을 놓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데빌은 잠시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체념한듯이 "그래,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라며 그대로 놔두었다.

어차피 파틴도 더 이상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이기는 했지만.



데빌 : "그래, 뭐. 이쪽은 처음 만났을 때 본 게 있으니 길게 할 것도 없지. 그런데 물성치환이라는 거 말이야, 궁금한 게 세 가지 있어"


하람 : "어떤?"


데빌 : "첫번째. 물건의 부피나 질량에 대한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두번째. 생물에 대한 치환은 불가능한지. 세번째.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치환은 가능한지"


하람 : "음... 공간치환?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는데"



하람의 반듯한 눈썹이 살짝 기울었다.

생물에 대한 치환 가능 여부는 쉘터에서도 연구가 계속되었던 부분이긴 하지만, 데빌이 말한 공간에 대한 치환은 마카라조차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자연스레 하람의 말에 신경이 쏠렸다.



하람 : "물건의 크기에 대한 건 쉘터에서도 실험해봤던 문제야. 물체의 부피가 크더라도 내가 분명히 질량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면 꽤나 큰 물체까지도 가능하긴 했어. 그런데 그건 내 몸집 이상의 물건들은 어렵더라고. 능력의 한계라기보단, 단순히 내가 그 물체들의 물성을 가늠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생물치환도 같은 문제야. 어떤 용의 몸무게를 눈대중으로 정확히 맞출 수 없듯이, 유기체는 아무래도 내가 크기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데빌 : "그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가늠할 수 없는게 문제라 이거지?"


하람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귀담아 듣는 데빌에게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지폐 한 장을 가지고 기뻐하던 지난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데빌 : "그럼, 공간에 대한 건 어때?"


하람 : "그건 정말 감이 잘 안 오는데"


데빌 : "좋아. 그럼 작은 테스트를 먼저 해보자고"



데빌은 걸터앉아있던 테이블에서 일어나 손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데빌 : "이거, 이 테이블 있잖아. 치환 가능하겠어?"


하람 : "이 정도는 가능하지. 하지만 무엇과?"



테이블과 테이블을 맞바꿔봐.

그렇게 말한 데빌은 호기로운 얼굴로 테이블 한 중간을 가볍게 내리치며, 손끝으로 선을 그었다.



데빌 : "같은 질량을 지켜야 한다면 아예 같은 물체인 경우가 더 쉽겠지. 정확히 반을 나눠보자고. 이쪽은 왼쪽, 이쪽은 오른쪽. 지금은 하나로 붙어 있지만, 네 머릿속으로 정확히 반을 갈라낸 뒤 양쪽의 위치를 치환시켜 봐"



하람의 눈빛이 일순 깊게 반짝였다.



하람 : "재미있는 걸 시키네, 우리 리더는"



반듯한 입매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나서 몇 초나 지났을까, 하람의 미간이 옅게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덜커덩, 하는 소리가 회의실에 울렸다.

방금까지도 데빌이 몸을 기대고 있던 널따란 테이블이 두 개의 조각으로 나눠져 중심을 잃고 나뒹구는 탓이다.

위치가 뒤바뀐 탓에 이리저리 엎어지는 두 개의 테이블 중 하나는 데빌이 예상이라도 한 듯이 잡아내 천천히 바닥에 기대두었고, 나머지 한 쪽은 고신과 파틴이 앉아있던 쪽으로 엎어지는 탓에 고신이 발길질로 가볍게 걷어찼다.



데빌 : "좋아. 부분적인 치환이 가능하다니 일이 쉽게 풀리네. 잘만 하면 공간치환도 가능하겠는데? 공간을 분리해 낸다는 건 필수적으로 연결된 무언가를 유리시키는 일이 될 테니까. 연결된 물체를 치환으로 위치를 뒤바꾸며 분리시키는 데에 성공했으니 네가 공간지각에 대한 감각이 더 좋아진다면 물이나 흙 같은, 유동적이고 부피가늠이 어려운 물질들도 얼마든지 가능 테고. 잘만 하면 후방지원으로 써먹을 수 있겠어"



데빌의 얼굴이 학신으로 빛났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마카라의 차트를 빼앗아 뒤적이던 데빌은, 능력에 대한 확인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나머지 하나를 바라보며 입매를 굳혔다.



파틴.






데빌 : "...가장 어려운 게 남았네. 우리 막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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