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블랙
나이 24
직업 연예부 기자
좋아하는 음료 레몬에이드
가지고 있는 재능 음악
좋아하는
.
.
.
.
.
.
블랙은 그날 이후 대학교 생활을 착실하게 끝마쳤다.
대학교 4년을 마친 후, 블랙이 하게 된 일은 의외로 연예부 기자였다.
그 날의 사건 이후 블랙이 얻어낸 교훈이자 비법은 이러했다.
행운이 넘치는 곳으로 찾아가면 그나마 덜한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
그렇다고 자신이 평범해지는 것은 아니었고, 불행한 일을 줄여주거나 그게 다가오는 시간을 조금 늦춰주는 정도였다.
블랙은 이것을 적절히 활용하기로 했다.
이 정도 균형에는 간섭해도 되겠지?
가끔 하늘을 향해 기도도 올렸다.
솔직히 제가 이정도 치트키는 써도 되는 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로또 당첨자들을 찾아가 인터뷰 하는 일을 했다.
물론 그 중에 특출난 행운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물을 받듯 나중에 운이 터진 용들도 있었다.
행운이 부족한 날도 많았다.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용들을 만나는 일을 해야 주기적으로 행운을 쫌쫌따리 뺏을 수 있을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직업인 연예인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덕분에 블랙은 불행하지만 어찌 보면 평범하기도 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몹시 덜렁거리고, 수시로 불행한 일이 일어나 주위 용들이 눈치를 주지만, 그럼에도 따듯한 성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잘해주게 되는, 블랙은 그런 용이 되어 있었다.
그 정도면 만족스러웠지만 음악은 계속 하고 싶었다.
블랙은 인터뷰가 뜸할 때마다 너튜브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올렸다.
가끔 별 이유 없이 신고를 먹어 영상이 막히거나, 악플러들이 찾아오거나, 계정이 정지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일어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괜찮았다.
불행을 뛰어넘을 정도의 재능을 지니면 되는 거 아닌가, 블랙은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왜냐고?
그러게.
블랙은 가끔씩 걷다가도 주위를 둘러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했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안심하고 잘 지낼 것 같으니까.
자신 있다 말한 용도 본인이었고, 먼저 믿어 달라 외친 용도 본인이었으니까.
그에 응하는 삶을 살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예의지. 와, 나 진짜로 데빌씨 사랑하는 듯.
블랙은 우쭐해져 코웃음을 쳤다.
그러다 돌부리 못 보고 걸려 넘어졌다.
만약 지금 보고 있다면 한숨 쉬고 있을까 비웃고 있을까.
블랙은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
무당 : "오늘 귀인이 올 것 같은데?"
무당의 말에 블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예인의 관상과 사주팔자를 인터뷰에 넣자는 기획으로 인해 오게 된 아주 용하다는 집이었다.
연예인 먼저 관상과 사주, 올해 운세를 보았다.
연예인 악수하고 보내는데 무당이 사주 볼 생각 있냐고 해서 앉게 된, 뭐 그런 자리였다.
블랙 : "귀인이요? 농담하시는 거죠?"
무당 : "못 믿겠어?"
블랙 : "제 사주팔자 보셨으면 귀인이라는 말이 입에서 안 나오실 것 같은데"
무당 : "잘 아네. 다른 의미로 정말 귀한 사주야. 이렇게 불행 하기도 힘들겠어. 그런데 용케 조금은 틀어막았네"
블랙 : "틀어막는 법을 좀 배웠거든요. 그래봤자 저번 달에 길에서 10만원 소매치기 당했어요"
무당이 웃었다.
그 돈은 안 돌아올 거라고 했다.
블랙도 그 돈에는 미련 없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 : "당신 3년 전에 어마어마한 귀인을 둘이나 만났었네"
블랙이 무당을 가만히 쳐다봤다.
무당 : "이제 내 말 믿나봐?"
블랙 : "아니 안 믿었던 건 아니고 농담하시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무당 : "농담 아니야. 오늘 귀인이 올 거야"
무당이 웃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블랙도 자신의 짐을 정리해 일어섰다.
무당의 방은 액을 막아주기라도 하는지 나가기 싫을 정도로 편안했다.
그래도 오래 있어 좋을 건 없겠지.
블랙은 인터뷰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악수를 청했다.
무당은 악수를 해준 뒤, 블랙을 문 앞까지 배웅해주었다.
블랙은 구겨진 신발 뒤축을 발목까지 끌어올리다 말고 무당을 가만히 쳐다봤다.
블랙 : "그 귀인이 누군지도 알 수 있나요?"
무당 : "음"
무당이 생각하는 건지 뭔가를 보는 건지 블랙의 뒤쪽을 가만히 쳐다봤다.
무당 : "어렵네. 모르겠는걸. 한 명? 두 명? 아니, 전혀 아닌데. 아무튼 오늘 안에 귀인을 꼭 만나게 될 거야"
블랙 : "그런가요"
블랙이 웃었다.
블랙 : "그럼 전 이만 귀인 만나러 가볼게요"
블랙의 농담에 무당이 웃었다.
말도 안 되게 밝은 용이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말도 안 되게, 라는 말에 힘을 주며.
-
집까지 별로 멀지 않은 것 같으니 걸어서 가기로 했다.
버스가 위험할 수도 있고.
천천히 조심해서 걸어가자.
사람이나 차를 피해 담벼락을 따라 걸었다.
위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올려 쳐다보니 고양이가 있었다.
우연히 가는 길이 곂치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명백히 블랙을 따라오고 있었다.
검은색 고양이네. 요새 검은색 고양이 흔하지 않던데.
블랙은 잠시 고양이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오늘 귀인이 올 것 같은데?'
검은색 털을 가진 고양이.
블랙이 입을 열고 뭔가 소리내려는 순간, 고양이가 마구 내달리기 시작했다.
블랙은 뭐에 홀린 용처럼 고양이를 따라 뛰었다.
중간에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와 경적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절대로 넘어지지는 않아다.
넘어지면 고양이를 놓칠 것 같았다.
블랙은 뛰어가는 고양이의 네 발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갈색 양말.
갈색양말을 신은 것 처럼 네 발이 물들어 있는 고양이.
정확했다.
블랙은 고양이를 놓치지 않으려 계속 뛰었다.
고양이는 멈춰주지 않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도망치는 거야 아니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블랙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왜 도망가는 거야. 어디 가는 거야.
슬슬 화가 나려 했다.
순간 고양이가 좁은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
분량 조절 실패! 아마도 다음 화가 마지막화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