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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 DEVIL 외전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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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318
  • 작성일2023.05.02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날이었다.

아침 10시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람은 몇 백년간 그래왔듯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대리자도 백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그 뒤에 선 채, 서류를 정리하거나 문제점의 세부사항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출근해 서류를 정리하는 일상.

앞에서도 말했듯이 평소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오전 9시 59분이 되자 집무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을 호기롭게 밀며 들어온 두 사람의 얼굴을 본 하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람 : "쟤네 또 뭐야"


데빌 : "아니, 그러니까, 좀 놓고 말..."


블랙 : "지금 내가 이 멱살을 놔주고 싶은 얼굴로 보여? 데빌씨야말로 팔 놓지?"


데빌 :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가 먼... 저......."



블랙이 데빌을 매섭게 노려봤다.

데빌이 눈치를 보다 팔을 놓아주었다.

블랙이 데빌의 멱살을 끌고 방의 정중앙까지 걸어왔다.

보나 마나 귀찮은 일이 멀어질 것 같았다.

하람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하람 : "너희는 대체 몇 년이 더 지나야 나를 안 괴롭힐래"


블랙 : "아니, 괴롭히러 온 게 아니라 질문만 하러 온 건데요"



블랙이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질문 하러 오는 용의 태도가 왜 그러냐는 말에도 하람을 가만히 올려다볼 뿐이었다.



하람 : "그래, 좋아. 질문이 뭔데"



하람이 평소 습관대로 턱에 손을 괴었다.

대리자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 하람의 바로 뒤에 섰다.



블랙 : "저 딱 하루! 아니, 한 여섯 시간만 아래 내려갔다 오면 안 될까요? 아니면 얘를 밑에 하루만 보내 버리던지. 되나요? 아니, 안 되면 얘 고양이로라도 내려가라고 해요! 그건 되죠?"



하람이 크고 동그란 눈을 깜박였다.

당황한 표정을 짓던 하람이 이내 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람 : "너희 싸웠어?"



그렇게 물으며 하람이 웃음을 참았다.

사실 딱히 참은 것 같지도 않았다.

곧장 책상까지 내려치며 웃는 모습에 대리자도 뒤에서 웃음을 참아야 했다.


데빌이 이렇게까지 쪽팔림 당해야 하냐고 묻자, 블랙이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데빌 : "아닙니다, 쪽팔림 당하죠 뭐, 100년도 더 전부터 당했고, 맘대로 해라 그냥"



데빌이 아무 말이나 중얼거렸다.

하람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데빌과 블랙을 내려다봤다.

용 놀릴 생각에 한껏 신이 난 모습이라니, 아무리 봐도 공정하고 위대한 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적성은 악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람 : "너희 아주 대.차.게 싸웠나봐?"



아니, 그냥 신 자격을 박탈시키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절대로 맞는데.



하람 : "그래서 뭣 때문에 싸웠는데. 나도 좀 들어나 보자"



하람이 웃음을 거두었다.

좀 전부터 이 상황에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그저 짜증만 내던 블랙이 입을 열었다.



블랙 : "자기가 그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줬는데, 이것도 못 해주냐고 그러더라고요?"


데빌 : "아니, 그걸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오해의 소지가 있잖아"


하람 : "와"



하람이 박수를 쳤다.

넓은 방 안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람 : "역시 입에 모터만 달린 인성 쓰레기였구나, 너"


데빌 : "사돈 남 말하시네요, 진짜"



데빌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람이 그 사실을 가볍게 받아내며 웃었다.

누가 봐도 지금 제일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데빌이었다.



하람 : "그래, 좋아. 객관적으로 접근해보면 되겠네. 데빌?"


데빌 : "네, 왜요"


하람 : "그 말 한건 사실이야 아니야?"


데빌 : "아니... 그러니까... 하긴 했어요. 하긴 했는데!"


대리자 : "와"



이번에는 대리자의 입에서 탄성 소리가 나왔다.

탄성을 내느라 벌렸던 입이 느리게 다물어졌다.

데빌은 차마 대리자는 못 노려보고 애꿎은 벽만 쳐다봤다.



데빌 : "모든 말에는 상황 설명이 먼저 나와야 하는 거 아닐까요"



블랙이 데빌을 쳐다보더니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아주었다.

반동으로 인해 데빌의 몸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데빌이 헝클어진 옷깃과 넥타이를 정리하는 동안 블랙이 코웃음을 쳤다.



블랙 : "되게 자신있나보다. 그럼 데빌씨가 설명해 봐"



자신 있게 입을 열려던 데빌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너 자신 있는 게 말솜씨 밖에 없지 않냐는 하람의 말에 데빌이 어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객관적으로 들어주겠다며 하람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넥타이핀이 데빌의 품으로 돌아왔다.

검은색 넥타이 위로 노란 빛이 반짝였다.



데빌 : "그러니까 아침에 같이 밥을 먹고 있었는데요"


하람 : "아, 시작하게 전에 말해둘 게 있는데. 객관적으로 말하면 객관적으로 들어주겠다는 건 객관적인 정보만 말해달라는 거야"



평소 사연을 들어주다 별로 안 듣고 싶은 얘기까지 다 들어야 했던 전적이 있는지라 하람이 데빌의 말을 한 번 가로막았다.

하람 바로 뒤에 서있던 대리자가 사실만 말하라며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데빌 : "아무튼.... 그랬는데 아침부터 몇 십 년이 더 지나야 야채를 먹어줄 거냐며 얘가 애교를..."


하람 : "데빌아, 사실"


데빌 : "이건 사실인데요"


하람 : "그래"



하람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계속 하라는 뜻이었다.



데빌 : "암튼 애교를 피웠는데. 솔직히 아시잖아요, 제가 먹으라면 먹을 수 있는 거? 저 사실 평범한 용은 아니잖아요. 미각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으니까. 물론 먹어줄 순 있죠. 그런데 먹고 싶지는 않거든요. 저걸? 왜? 굳이? 대체?"


블랙 : "......."



블랙이 데빌을 노려봤다.



데빌 : "그래서 생일 선물로 준다고 했거든요"


하람 : "그런데?"


데빌 : "그게 고작 생일 선물이냐고 해서요"


하람 : "그래서?"


데빌 : "이게 고작인 일은 아니잖아요. 이건 엄청 중대한 일이거든요 저한테는. 그렇게 말했더니 그것도 지금 못 해주냐고 해서"


하람 : "해서 설마 네가 그렇게 말했다는 건 아니지?"


데빌 : "해서 섦마 제가 그렇게 말했다는 말씀을 지금 드리고 있는데요"


하람 : "뭐?"


데빌 : "그것도 못 해주냐고 그러기에 그럼 저도 다른 거 해달라고 했죠"



데빌이 입을 열기도 전에 블랙이 데빌의 말을 가로챘다.



블랙 : "자기 뿔에 간섭하지 말래요. 그게 말인가요?"


하람 : "와, 대박 심했다"



하람이 블랙의 맞장구를 쳐주었다.



데빌 : "아니,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그만 좀 걱정해도 되는 거 아냐? 내 뿔 지금 365일 내내 아주 잘 있어. 지그도 여기 달려 있잖아. 안 보여?"


블랙 : "내가 지금 안 보여서 걱정을 하는 거 같아? 누군 눈이 없는 줄 아나"


데빌 : "아니, 뿔에 신경 좀 그만 쓰라고 걱정한 거야. 간섭이라는 단어를 내가 언제 썼는데"


블랙 : "그럼 그걸 좋게 말하면 되잖아... 잔소리 그만 하라고 그런 말 했으면서....."


하람 : "데빌이 울렸다. 내가 울린 거 아니야"



블랙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울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인 모습에 방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람 : "그래서 얘들아. 얘기 다 끝났어?"



하람이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하람 : "얘기 다 끝났으면 너희끼리 나가서 좀 풀어. 난 일 해야 한다고. 너희도 일 달라고 시위하는 거 아니면 좀 나가줄래"


대리자 : "그래요, 일단 나가서 화해하시죠. 매번 똑같은 말 들어서 좀 지겨웠을 수도 있고 다 공감하지만..."



대리자의 말에 하람이 고개를 휙 돌렸다.

제법 매섭게 노려보는 눈매에 대리자가 한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하람 : "매번 똑같은 말?"


대리자 : "네?"


하람 : "매번 똑같은 잔소리 들어서 좀 지겨웠나 봐?"


대리자 : "아니,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하람 : "그럼 방금 한 말의 저의가 뭔지 명쾌하게 답해줄 수 있을까?"


대리자 : "물론 당신이 항상 저한테...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일처리가 왜 그따구냐는 말을 하시긴 했지만 저는 그 말을 진심 어린 충고로 새겨들었는데..."



데빌과 블랙이 작게 웃음을 터트림과 동시에 하람이 책상을 내리쳤다.

집무실 문이 열리며 거센 풍압이 방 안으로 들이쳤다.



하람 : "야, 고신!"



본명이 불린 고신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디에서도 알아낼 수 없는 본명을 제 3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것도 저렇게 큰 소리로 불렀다는 사실에 놀라 손을 내저었다.


데빌은 다른 의미로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블랙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 손을 뻗었다.

블랙은 그 와중에도 데빌의 손을 쳐냈다.

탁 소리가 남과 동시에 하람이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한 손으로 고신의 멱살을 잡았다.


고신이 잠시만, 이라는 세 글자를 다 말하기도 전에 하람이 고신을 데빌이 서있는 방 중앙으로 내던졌다.

고신의 등이 바닥에 부딪히며 큰 소리가 났다.

타일에 금까지 간 걸 본 데빌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람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손바닥을 폈다.

고신이 진짜 잠시만, 이라고 말하는 걸 본 데빌이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에 날개를 펼쳤다.


하람이 손바닥을 뒤집어 책상에 내리꽂자 바닥이 꺼졌다.

아, 하는 두 명의 소리와 함께 집무실이 조용해졌다.

블랙과 본인만 남은 집무실에서 하람은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하람 : "두 용 다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

















-





데빌과 고신이 눈을 떴다.

머리에 당연히 돋아나 있어야 할 뿔이 없는 걸 확인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려다 본 자신의 옷은 평범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데빌 : "맥주 색깔 티셔츠에 연청 반바지라니 옷 센스 구려"



데빌은 작게 중얼거린 뒤,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는 고신을 내려다봤다.



데빌 : "저기요, 대리자님. 괜찮으세요?"


고신 : "아니"



고신이 몸을 일으켰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더니 데빌의 옷을 보고 비웃었다.



데빌 : "아니, 저기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고신 : "그렇지만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 옷 입은 거"



이런 구린 옷은 단 한 번도 입은 적 없는데, 데빌은 고개를 내저었다.



데빌 : "저는 일단 대리자님이 다른 옷 입은 걸 처음 보는데요"


고신 : "아"



고신이 자신의 옷을 내려다봣다.

데빌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연보라색 후드 티에 검은 바지를 입은 고신은 나름 편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옷이 참 잘 어울렸다.

데빌은 그 점까지 더해져 두 배로 늘어난 짜증을 감당해야 했다.



데빌 : "뭔가 할 수 있는 거 있으세요?"



고신이 손바닥을 이리 저리 펴보거나 팔을 휘둘러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고신 : "아무 것도 안 되는데, 너 혹시 고양이 될 수 있어?"



라는 말에 데빌이 고개를 똑같이 내저었다.

애초에 아무 것도 못 하는 이 상황에 고양이가 돼서 좋을 게 뭐 있나 싶었다.



데빌 : "며칠 갈 것 같으세요"


고신 : "하루?"


데빌 : "긍정적인 답변인거죠?"


고신 : "부정적인 답변도 들려줄까?"


데빌 : "아니요"


고신 : "그럼 대신 긍정적인 환경 요건을 보여줄게"



고신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가죽지갑이었다.

안에 지폐가 들어있었는데 세어 보니 20만원 정도였다.

그 외에 다른 건 들어있지 않아보여 지갑을 닫으려는데, 데빌이 카드가 한 장 들어있다며 지갑 안쪽을 가리켰다.


고신이 카드를 꺼냈다.

신용카드는 아니고 종이로 된 카드였다.

이게 뭐야, 하고 뒤집어 보니 글자가 적혀 있었다.



데빌 : "뭐예요?"



고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신 : "꼴도 보기 싫대"


데빌 : "아... 제가 괜히 찾아드렸네요?"


고신 : "뭐, 그래도 자비롭게 돈까지 주셨잖아. 우릴 죽게 할 생각은 없는 걸로 봐야지"


데빌 : "글쎄요? 오늘 안에 저희가 못 돌아가면 그게 자비가 아니라 부질없는 희망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그 왜,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남은 희망처럼"


고신 : "하람이 말이 맞아. 넌 그 입이 문제야"



와, 이름도 부르는 사이였네.



데빌은 고신이 다른 곳을 볼 때, 잠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데빌 : "제가 왜요"


고신 : "난 가끔 블랙이 네 말솜씨에서 어떻게 희망을 본 건지 모르겠다"


데빌 : "거 참 말이 심하시네"



데빌이 고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데빌 : "배고픈데 밥이나 먹을까요"



어째서인지 평소 잘 느껴지지 않던 배고픔이 느겨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두 용이 떨궈진 도시는 데빌이 잘 아는 익숙한 곳이었다.

나중에 추억여행 겸 이곳저곳 가볼까 생각하는데, 걸을 때마다 다리에 피로가 축적되는 걸 느끼며 그건 포기하기로 했다.



완전히 평범한 용의 몸이 되었네.



고신도 같은 생각인지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못 먹는 음식이 많은 건 데빌이므로, 고신은 데빌이 고른 메뉴로 배를 채웠다.

밥을 알차게 먹은 뒤, 식당을 나선 두 용은 몇 분 걷다가 놀이터를 발견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 다시 놀이터로 돌아왔다.

할 일도 없는데 쉬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큰 나무 아래 그늘진 벤치를 찾은 두 용은 거기 앉아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데빌 : "저기요, 대리자님"


고신 : "왜"


데빌 :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고신 : "뭔데"


데빌 : "이름이 뭐였죠?"


고신 : "..."



고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데빌을 쳐다봤다.



고신 :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데빌 : "아니,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데빌 : "모르겠어. 뭐였는지. 고...뭐?"


데빌 : "이름이 뭐였죠?"


고신 : "놀리는 거 맞잖아"


데빌 : "아니, 저도 놀라서 잠깐 까먹었거든요. 그래서 물어보는 건데"



고신이 막대 아이스크림을 와그작 소리가 나게 씹었다.



고신 : "그럼 평생 까먹어도 될 것 같아"



데빌은 답이 없었다.

두 용은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에 열중했다.

한 덩어리 정도나 남은 막대를 든 고신이 놀이터를 둘러봤다.



데빌 : "그럼 저 다른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고신 : "뭔데"



고신이 데빌을 힐끗 쳐다봄 다음, 다시 놀이터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이 뛰어놀다 말고 가끔 고신이나 데빌을 쳐다봤다.

다 큰 어른 두 명이 죽상인 얼굴로 앉아있으니 시선이 갈 만도 했다.

거기에다 한 명은 평범한 용처럼 안 생겼고, 다른 한 명은 악마처럼 생겼으니.



데빌 : "하람의 어디가 좋아요?"



고신의 손에서 막대가 떨어졌다.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진 막대 주변으로 개미들이 몰려들었다.

더운 날씨에 금방 액체가 되어가는 걸 보던 데빌이 고개를 들어 고신을 쳐다봤다.



데빌 : "얼굴 색깔이 제법 평범한 용 같으시네요"



고신은 데빌의 말을 못 들은 건지 듣고도 못 들은 체 하는 건지 말이 없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답이 들려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신이 더듬거리며 뱉은 말은 데빌의 뒤통수를 한 대 떄리는 말이었다.



고신 : "내가 좋아한다고? 하람이를?"


데빌 : "예?"



데빌의 손에 들려 있던 막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집무실에서 애정행각을 할 때마다 답답해 죽겠다며 역정을 냈던 하람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사람이 잔소리가 어쩌고 같은 말을 솔직하게 해대니 추방할 만도 했다.



아니 그런데 왜 나까지 함께 떨어진 건데.



어쩐지 다른 용들 일에 휘말린 것 같았다.



데빌 : "그럼 안 좋아하세요?"


고신 : "어....."


데빌 : "사실만 말하세요"


고신 : "잘 모르겠는데"


데빌 : "그래요, 그게 사실인 것 같네요"



데빌은 바닥에 떨어져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두 덩이를 쳐다봤다.

쓰레기는 버리고 갑시다, 데빌이 막대 두 개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쓰레기통을 찾아 버린 뒤, 두 용은 무작정 길을 걸었다.

날씨가 더워 움직이지 않는 게 최선이기는 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두 용은 할 일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이 사태에 가장 최적화된 일은 걷기뿐이었다.

그리고 대화하기.



데빌 : "하람 좋아하잖아요"


고신 : "아니, 좋아하긴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데빌 : "그럼 안 좋아해요?"


고신 :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그리고 답답해서 짜증만 늘어나기.










-








끝~!
다음화가 이제 외전까지 마무리 하는 화인데 드디어 진짜 완결이 나겠네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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