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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4화

12 익천비
  • 조회수52
  • 작성일2024.08.16



돌아가는 마차에서 안티아고는 나에 대한 걱정을 끊임없이 표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혹시라도 — "


"프로스티 알은 왜 사신 거에요?"

"길드장님이 오해라도 하시면..."


아직은 안티아고에게 설명하기 이르다.


'우선은 당장 엘드리안가를 탈출해야 할텐데.'

프로스티의 처리도 까다롭다.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나에겐 지브롤터 뿐이니까.'

그렇다고 버리고 가면 도시의 귀족 테이머들과 같아지는 꼴이니...



"앗, 도련님! 도착했어요!"


끼익—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마차는 엘드리안가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전에는 푸르고 위상 높게 보였었는데..'

저택이 랜스 엘드리안의 폭정을 나타내는 요새 같은 건 기분탓일까. 


마차에서 내려 방으로 뛰어가려는 순간, 


쿵 —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나, 프란시스 엘드리안?"


빌어먹을.


"외출로 인해 피로한 몸을 쉬기 위해 방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프란델... 형님."

하필이면 지금..


"이번에 용을 사러 간다고 들었는데, 좋은 용을 구했나?"

목소리에서 동생이 잘되면 좋겠다는 친절함이 묻어날 뻔 했다. 


하지만 그 밑에는 자신과의 경쟁 여부를 파악하려는, 견제의 의도가 훤히 보인다.


눈동자가 내 품안의 드래곤 알로 향한다.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보이는 것 같기도.

"설마 그 프로스티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 실망할 것 같은데.. 훗,"


'아차, 프로스티!'

'젠장, 이러다 랜스 엘드리안이 알게 되면 곤란한—'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

"훈련이 예정되어있어서 말이야."

"언젠가는 그 '프로스티'의 활약을 보고 싶군."

프란델은 차가운 뒷모습만을 보이며 사라졌다.


"놀랄 정도로 무관심하군.."

별 말 없이 자리를 떠난 것이 다행이긴 한데.


분위기상 랜스 엘드리안에게 보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나는 최대한 빨리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시 보는 저택의 규모는 실로 놀라웠다. 

'엘피스와는 다른 고급스러움이군.'

아침에 서둘러 나오느라 눈치채지 못한 수많은 조형물들, 값비싼 예술 작품들, 그리고...


감시하는 하인들의 시선.

'다행히 길을 막지는 않는군.'

하지만 시선의 의도가 분명하다. 

수상한 일이 있다면 가주에게 보고할 것.

'정말 감옥이 따로 없군.'


안티아고는 뒤따라오며 수많은 질문들을 던졌다. 


띠딩-

문의 방음 마법 장치.

발동된 것을 두 차례 확인한 후에야 계획을 설명했다.


"잘 들어, 안티아고."

"난 지금 당장 엘드리안가를 떠날거야."


"ㅇ-예?? 도련님, 그게 무슨 — "


"우선 들어. 시간이 많지 않아."

몇 분이나 여유가 있을까?

"너도 알겠지만, 엘드리안가는 완전히 지옥이야. 랜스 엘드리안은 악마라고."

"그래서 우리가 돌아왔단 사실을 알고 호출하기 전에 떠나야 돼. 지금 당장."


"그럼— 그럼 저도 함께 떠나겠어요!"

"제가 그동안 남아있던 이유는- 이유는- 도련님이 걱정돼서-"


"그래, 같이 떠나자고 할 생각이었어."

나만 혼자 사라진 걸 알면 널 가만둘 리가 없으니까.

"당장 방으로 가서 필요한 짐을 다 챙겨."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5분 있다가-"

프란시스의 기억을 뒤져서 가장 안전한 출구를 생각해냈다.

"전에 자주 다니던 개구멍 앞에서 보는 거야."


안티아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어서 가!"



'챙길 짐이 있나?'

가방 속의 프로스티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창백한 프란시스의 방을 마지막으로 휙 훑어본 후 서둘러 방문을 나섰다.


...!!


'이런 미친.'

프란시스의 방 앞에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액자가 걸려 있었다.

피가 묻은 손망치.

프란시스의 반성문.


꽈악.

분노에 주먹을 질끈 쥐었다.


'언젠간 되갚아준다. 랜스 엘드리안.'



성급히 나가는 와중에도 하인들은 여전히 쳐다보기만 했다.

'다행이군. 아직은 발각되지 않은 모양이야.'


타닥- 타다다

수ㄴㅕ간 저택을 떠돌아다닌 지름길로 최대한 비밀스럽게 개구멍에 도착했다. 


허억.. 헉..

어린 아이의 몸으로 뛰니 숨이 찬다.

시간은?

어느정도 지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안티아고가 오면 바로 출발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어딜 그렇게 서두르니, 프란시스?"


!


"여기서 널 보는 건 오랜만인데?"


'그나마 다행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프란시스의 누나, 프린세스 엘드리안의 것이다.

프란시스의 기억에 따르면 가족 중 이 아이에게 우호적인 유일한 인물이었다.


"아.. 잠시,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푸훗! 그런 것치고는 너무 긴장되어 보이는데?"

과연 속일 수 있을까.

"웬일로 네가 가방도 메고 있고 말이야."


"사실 아까 오면서 마을 시장에서 사고 싶은 게 보여서.."

"잠시 나갔다 오려고요."

'안티아고는 언제 오는 거지?'

"..안티아고도 함께요. 그러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도련님! 저 왔- ..!!"

안티아고가 급하게 달려온다. 

그러고는 눈 앞의 여성을 보고 급하게 격식을 차린다.

"프린세스 아가씨."


"그래, 안티아고."

"프란시스와 함께 콜로세움 주말 경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고?"


'아차, 말을 맞춰두지 않았는데-'


아직 어린 안티아고가 나의 눈짓을 알아챌 리 없었다. 

그렇다고 그 찰나에 안티아고의 대답을 막을 수도... 

'이런.'


"ㄴ-넵! 이번에.. 주말 경기를 도련님께서 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녀의 상냥했던 두 눈이 일순간에 얼음처럼 차갑게 변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경직되어버린 나를 향한다.


"그래, 프란시스..."


숨조차 쉬기 힘든 압박감. 

엘드리안가의 두 번째 괴물 초신성으로 불리는 프린세스 엘드리안. 

'어떻게 해야 하지? 시간도 점점...'


"잘 다녀오렴! 저녁 먹기 전에는 들어오고!"


'...?'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띈 후에 길을 비켜섰다. 

분명 어떤 의도가 담겨있었는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련님, 시간이 많지 않아요!"

"아까 경비원들이 움직이는 걸 봤어요!"


맞는 말이다.

지금은 프린세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탈출이 우선이다.


'젠장, 이 나이에 개구멍에 들어가야 한다니.'

그나마 작은 체구인 프란시스인 걸 감사히 여겨야 하나.



타닥 - 타닥 -


다급한 발걸음이 저택 주변 공허한 거리가에 울려퍼진다. 

'대낮인데도 외진 곳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군.'


전력을 다해 뛴 지 5분 째.

'지금쯤 알아챘을까?'

'쫓아오기 전까지 몇 분정도 있지?'

'프린세스..'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도주한 걸 잡기 위해 일부러 보내준 것이라면— 


허억, 헉, 헉..

"잠까만 쉬었다 가자 안티아고!"

'도저히 더는 못 뛰겠군.'

마을의 한 길거리에 멈춰서 잠깐 숨을 돌린다.


어딘가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주변 사람들이 속삭임.

몇몇 아이들의 손가락질. 


'뭐지? 경비가 벌써 풀렸나?'


"도련님, 그, 머리카락—"

 

푸른 머리카락. 엘드리안가의 상징.

"이런! 안티아고, 모자 좀 빌려줘."

모자가 큰 탓에 머리카락이 조금도 튀어나오지 않는다.

'시야를 조금 가리긴 하는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삐익—!  

멀리서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어디론가 숨던가, 이 도시를 벗어나던가 해야 해.'


앗.

사람들이 붐비는 한 장소가 눈에 띈다.


드래곤 정류장. 


"안티아고, 저기!"


주변 마을들이 전부 엘드리안가의 장악 아래에 놓여있을 정도로 가문의 영향력은 컸다.

따라서 정류장은 도시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추적이 어려운 수단이었다.


라피엘 정류장.

'엘드리안가의 전용 정류장답군.'

대규모, 첨단 시설이 가득한 교통 시설.


파란 돔 지붕.

흰 대리석 기둥들.

여기저기 보이는 라피엘 길드의 깃발.

정류장마다 있는 바람의 정기 제어기. 

'저건 회귀 전에도 보기 어려웠었는데.'

드래곤이 이륙할 때마다 회오리바람이 불어 하늘 수백 미터 위까지 쏘아올린다. 


"우와아.."

잠시 여유를 찾은 안티아고가 감탄한다. 


그러나 흐릿하게나마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안티아고, 넌 이제 어디로 갈거야?"


"전 도련님을 따라갈 거에요."


"그건 안돼."

"난 앞으로 혼자서 움직일거야.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할 일이요? 분명 저도 도움이 될 거에요, 제가 밖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이—"

푸훗.

"왜 웃으세요, 도련님?"


15살 소ㄴㅕ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물론 안티아고에겐 나도 7살로 보이겠지만.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으니 걱정 마."

"게다가, 나랑 있으면 위험해질 거야."

삐이익— 

"이렇게 엘드리안가의 추격이 붙을 거니까."


"그, 그럼.. 전 엘피스로 갈게요."

"아는 분들이 계셔서 그곳에서 지내면 될 거에요."


삐익! 삐이익 — 


"빨리! 정류장을 정지시켜!"


"이봐, 거기! 이륙하지 말라고!"


"젠장, 정류장이 막히면 안돼!"

"잘 가, 안티아고!"

혼란에 빠진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하루동안 알게 된 불쌍한 아이와 작별을 하였다.


엘드리안가에서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하지만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따윈 주어지지 않는다.

위이잉 — 

머리 위에는 거대한 파란 돔 지붕이 점점 닫히며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어디지? 저긴가?'

그때, 눈에 들어오는 간판.


'엘드리안가 - 희망의 숲'.

13번 정류장으로 달려가 허겁지겁 표를 샀다.

표에는 비행사가 쓰여 있다.

윈드 드래곤 럭키와 그의 파트너, 마룬.


위잉— 

절반쯤 닫힌 지붕. 

'빨리!'


마룬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게다가 드래곤은 고작 해츨링.

하지만 놀랄 시간은 없다. 드래곤을 가릴 시간도 없다.


"어서! 출발!"


"알겠으니 빨리 타라고!"


점점 드리우는 그림자.

해봐야 고작 드래곤 성체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새.


눈앞의 소ㄴㅕ은 마치 이 상황을 즐기듯 미소를 짓고선,

"흥, 이래봬도 13번 정류장 최고의 비행사라고 불리는 듀오라고!"

"이정도는—" 


바닥에 바람의 정기가 깃들어 청록빛을 띄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아니지!"


"13번, 럭키마룬, 이륙—"

온 건물 내에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퍼엉—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



"이봐!"


"이봐, 괜찮아, 고객님?"


'으윽, 눈부셔.'

이미 수백미터 상공의 아득한 하늘 위에서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

"와.."

낯선 풍경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부드러운 햇살과, 반짝이는 엘피스해. 

마룬은 웃으며 날 깨우고 있다.


"정류장 비행은 처음이신가봐, 도련님?"


'도련님?'

아.

머리 위의 모자는 이미 정류장 바닥 어딘가를 뒹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바람을 맞으며 푸른 머릿결이 "엘드리안입니다"하고 흩날리고 있었다. 


"어린 몸이라 잠시 정신을 잃었나 보네."


"풉, 푸하핫!"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린 몸?"

"흐하핫, 너 정말 웃긴 애구나?"


귀족처럼 행동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평민 소ㄴㅕ이 대륙 최고 가문의 자제를 대하는 태도가 이리 자유분방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지금 희망의 숲으로 가고 있는 건 맞지?"


"그럼, 믿으라구! 여기 지도를 봐봐-"

소ㄴㅕ은 손가락으로 유타칸 대륙의 지도를 가리킨다. 

그레이트 반도를 지나, 많은 탐험가들이 '모험 지대'라고 부르는 곳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하늘의 신전이 저 위에 보일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추억인데.

"아, 저기! 난파선이다! 이제 거의 다 왔어!"


후웅— 

한순간에 구름이 걷히자, 눈 앞에 너무나도 아름답고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생태계가 공존하는 마법의 지대.

매 해 드래곤 레이싱이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했다. 


"오랜만이군."


"오랜만? 여길 전에 와본 적이 있어?"

"드래곤도 없어 보이는데.."


"그런 일이 있어." 



마룬이라 불리는 소ㄴㅕ은 자신의 드래곤을 희망의 숲 바로 앞에 숙련된 자세로 착지시킨 후 나에게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1시간 52분! 이정도면 대륙 최단 기록 아닐까?"


"..그래, 뭐, 꽤 빨랐네."

"근데 돌아가려면 훨씬 오래 걸리지 않나?"


"킥킥."

소ㄴㅕ은 영문 모를 미소를 지으며 키득거렸다.


"도련님, 이건 영업 비밀이라 원래 안 알려주는건데 말이야,"

"넌 정류장을 운영할 리는 없어 보이니까 몰래 말해줄게."

어린 애가 알고 있는 비밀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저~기 바람의 신전 보이지?"

"저 신전엔 기둥이 여러 개 있는데, 오른쪽 5번째 기둥 쪽으로 가면 엄청난 상승 기류를 탈 수 있어." 


!!!


'그걸 어떻게..?'


"웬만한 바람의 정기 이륙보다 더 빠르다니까!" 

"이건 또 비밀인데...내가 원래 비밀을 많이 말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 사실, 테이머가 될 거야!"


"테이머?"


"그래, 드래곤 테이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거든!"

"비록 지금은 정류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너도 이륙할 때 봤지?"

"럭키는 대륙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럭키마룬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왠지 어릴 때의 나 자신을 보는 듯하다.

지브롤터가 다치기 전의 이카루스.


"이 바람의 신전 트릭을 이용하면 너네 형, 프란델인가 뭐시긴가, 다 이길 수 있거든!"

"당장 럭키가 21레벨이 되면 루키대회에 참가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우승한 다음..." 

마은 마치 내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 듯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반종인데도?"

물어봐야만 한다.


소ㄴㅕ은 잠시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러곤 조금 재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봐, 순진한 도련님, 뭘 잘 모르나본데."

"귀족, 희귀종, 고유종,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용과 테이머-"


"-의 유대, 그리고 실력이 있다면 우승할 수 있다, 이 말인가.."

얼마 전 신과의 대화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말을 뱉고 입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너같은 재수없는 귀족 도련님은 이 말이 무슨 소린지 평생 모르겠지만~"


'하하. 정말...'

정말 똑같다. 아플 정도로.


"아차, 시간을 너무 낭비했네!"

"이만 가봐야겠어."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즐거웠어, 도련님!"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만나게 되겠지!"


'..그래. 반드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정상의 무대에서.'


그렇게 마룬은 떠났다. 자신의 파트너 럭키와.

그리고 나는, 나의 파트너인 지브롤터와 재회하기 위해 서둘렀다.



---



지브롤터의 알은 전생에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바위 틈새에, 무심코 지나가면 안 보일 곳에.

서둘러 달려가 알을 껴안으려던 찰나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앗! 드래곤 알이다!" 


'아... 하필 오늘이었나.'


뒤에서 나를 맞이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 이카루스였다.

정확히는 이번 생의 이카루스. 


"그쪽은 누구세요?" 

나이마저 동갑인 또 하나의 내가 묻는다. 


"난.. 음, 모험가야."

"그냥 지나가던 길인데, 바위 드래곤 알을 발견해서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지.


"아! 혹시 그쪽도 드래곤 테이머가 되려고?"


"음, 뭐 그렇지."


잠깐, 내가 지브롤터를 가져가도 되는 건가? 

'이카루스'가 가져가는 것이 맞지 않나?


..아니야.

이번 생의 이카루스는 내가 아니다.

'아직 지브롤터와 유대를 맺지 않았어.'

'저 아이는 다른 드래곤과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훌륭한 테이머가 될 거야.'

'하지만 나는 지브롤터여야만 해.'


'풀이 죽어 보이는데.'

내가 바위 드래곤을 데려가려 하는 것을 눈치챈 듯하다.


"그럼, 저 바위 드래곤은.."

"네가 먼저 발견했으니, 어쩔 수 없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만,"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신을 농락하고,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시험할 수 있는 기회.

"불가능"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신의 운명에 맞설 기회.


"이건 어때? 내가 마침 다른 드래곤 알이 있거든."

"이 아이를 너한테 맡길게."

"아직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해 곤란했던 참이거든."


하늘을 향해 미소짓는 것을 참지 못했다.

'이젠 어떻게 할거냐, 신.'


프로스티의 알을 가방에서 꺼내 보였다.


"프- 프로스티?"

"정말 프로스티의 알이야? 그 희귀종 드래곤?"

아직 용의 등급에 관심이 있고 멋진 용에 집착할 나이겠군.


"그래, 너한테는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날.. 알아?"


"뭐, 비슷하지."


7살 소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프로스티의 알을 넘겨 받았다. 

명랑한 아이는 신난 표정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추억이네. 분명 훌륭한 테이머가 되겠지."

언젠가는 같이 정상에서 만날 수도 있을지도.


이카루스가 떠난 이제, 나의 관심사는 오로지 한 가지.


"지브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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