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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5화

12 익천비
  • 조회수51
  • 작성일2024.08.16



"지브롤터."


마치 수십 해는 된 듯하다.

'물론 체감 상으로는 지브롤터를 마지막으로 본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겠지만.'

그러나 눈 앞의 지브롤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알의 모습.

지난 15간 점술집에서 봐왔던 서서히 쓰러져가는 용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 

정말로,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전생에 모든 걸, 목숨마저 걸어서라도 얻고 싶었던 두 번째 기회.

'이제는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조심스럽게 바위 틈새에서 알을 꺼낸 후 껴안았다.

울퉁불퉁하고 거친 알이 무엇보다 반가운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다시 어린 아이가 된 것 같다.


감정이 잦아든 후,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기억 상으로 지브롤터의 부화 시기는 약 세 달 이후.'

'그 때까지는 원래 자리에 두어야 돼.'


'물론..'

부화 기간을 며칠로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드래곤 부화기. 


하지만 나는 자연스러운 부화를 고집했다. 

인위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생명은.. 어딘가가 부자연스럽다고 할까?


'아, 맞다. 이것도 있었지.'

안티아고가 작별 전에 전해준 아공간 반지.

"인벤토리"라 불리는, 기존의 배낭을 혁신적으로 가공한 아이템.

금빛 테두리에 박힌 붉은 보석이 반짝이고 있다. 


아공간 속에는 처음 보는 부화기와 레벨 업, 레벨 다운 아이템, 식량, 그리고 귀족답게- 돈이 들어있다. 

'이것 참 고급스러운 부화기군.'

몽환적인 분홍빛을 띄며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신 녀석이 있었으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떠들고 있겠지.'

'우승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걸로 부화시켜야 한다며 말이야.'


거기다, 이 레벨 업 아이템.

레벨 업과 레벨 다운은 자본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테이머들에게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육성법이다. 

수십 간 탐험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 레벨을 고작 며칠만에 올릴 수 있는 말도 안되게 효율적인 방법이었기에. 


테이머의 나이와 드래곤의 레벨이 비례하던 시절에서, 45레벨 용을 파트너로 맺은 젊은 테이머들이 등장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5년 전 메이저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지.' 

주변의 모두가 45레벨을 맞춰 출전했을 때, 지브롤터는 홀로 25레벨. 


'만약 지브롤터가 45레벨이었다면 뭔가 달랐을까.'

와일드 드래곤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갈 수 있었을까.


...아니.

그건 신이 한 짓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날 막았겠지.


'역시 레벨 업과 레벨 다운은 사용하지 말아야겠어.'

모험을 통해 얻는 것은 능력치의 성장보다 더 중요한 테이머와 드래곤의 유대감.

그것 없이는 절대로 테이머 대회를 우승하지 못한다.


'식량이랑 돈 말고는 내게 별로 쓸모가 없군.'


해가 떨어지며 붉은 노을이 희망의 숲을 물들였다. 

어두워진 후에는 희망의 숲과 같은 초보자 탐험지에도 위험한 몬스터가 출몰하기에 방심할 수 없다.


"후.. 이정도면 안 보이겠지."

서둘러 지브롤터의 알을 제자리에 돌려 놓고 주변의 바위들로 잘 숨긴 후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였지.'

희망의 숲이나 난파선과 같이 몬스터가 상시 출몰하는 지역에도 '안전 구역'이 존재한다. 

정확히 어떤 원리로 생기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몬스터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구역. 


현재 가장 가까운 안전 구역은 '수호의 나무'인데..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희망의 숲에서 조금이라도 굴러본 모험가라면 모두가 아는 규칙.


'수호의 나무는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가서는 안된다.'


'수호의 나무'는 나무괴물 서식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데다, 보호막이 발동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나무괴물의 비활동 시간인 오전이 아니라면 들어가기란 자살 행위에 가깝다.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기억을 더듬어 다른 안전 구역을 찾아내려 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들은 죄다 한 시간 거리는 떨어진 곳들. 

'드래곤이라도 있었으면 빨리 갈 수 있었을텐데.'

모험 지대는 워낙 위험한 터라 주변에 마을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완전히 고립되었군.'

'어두워진 희망의 숲에 있을 바에는 차라리 나무괴물의 폭탄을 맞아 죽는 것이 더 낫겠는데.' 



하늘 위의 태양은 나를 조롱하듯이 점점 기울어가며 눈에 빛을 쏘아댔다. 

고민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점점 흐르고..

슬슬 대책 없이 희망의 숲에 뛰어든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지금 무슨 소리야.

'오늘 오지 않았더라면 지브롤터를 만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지브롤터를 생각해.'

여기까지 와서 개죽음을 당할 순 없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정신 나간 계획을 세워나간다. 

수호의 나무까지 무사히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아니,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무사히는 도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죽지 않을 다른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후.. 해가 완전히 졌군.'

눈 앞이 깜깜하다.

희미한 불빛만이 방향을 잡아준다.

'그래도, 드디어 도착인가.'

나무괴물의 서식지.

수풀에서 숨을 죽이며 본 눈 앞의 광경은 실로 믿기 어렵다.

'전생에도 밤에는 와본 적이 없었는데.'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이는 것은 공터의 한복판에 수호의 나무가 내는 조용한 푸른 빛뿐.


그리고 그에 비춰진, 수십 마리의 몬스터.


낮에는 평번한 나무와 다름없던 것들이, 가지를 팔다리마냥 뻗치고 숲을 어슬렁거린다.

나뭇잎으로 뒤덮인 머리에는 사과 폭탄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시작하자. 여기 계속 숨어 있으면 언젠가는 들킬거야.'


미리 계획한대로 주변의 나뭇가지와 잎을 모은다.

나무 막대기와 주변에 떨어져 있던 판자끼리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어쩌면 사과 폭탄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좋은 계획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만에 하나 성공한다고 해도 죽을 가능성이 즐비한, 정말로 미친 계획이다.


'아, 슬슬 손이 아픈데..'


그어어...


멈칫-


주륵

식은 땀이 흐르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젠장, 젠장, 젠장.'

손에는 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들부들 떨린다.


'연기를 본 건가?'

바로 앞의 나무괴물이 수풀에 가까이 다가왔다.

'이대로면 꼼짝없이-'


탁 타닥— 


'무슨 소리지?'

돌멩이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같다.

앞에서 10m정도 떨어진 곳에서 났는데.


그워어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모두 소리의 근원으로 달려가며 울부짖는다.

'읏, 장난없군.'

마치 나무가 갈려나가는 듯한 끔찍한 비명소리. 

귀를 아무리 막아도 비집고 들어와 소름끼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어우, 시끄럽네."

?

"넌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뒤다.


'으악!'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아 소리는 막았지만 

발작하듯이 뒤를 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쿵— 


10초 간의 침묵.

나무괴물들도 방금 전의 소란에서 수습했다.

'여기서 들통나면 바로 사망이야.'

암흑 속에서 숨을 죽인다.


'휴..'

다행히 나무괴물의 울음소리 도중에 묻혀 들리지 않은 듯하다.


가파라진 숨을 가다듬은 후 눈을 찡그려 눈 앞의 대상을 주시한다.


또다시 속삭임.

"너,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냐니까?"


'여자 아이의 목소리인데.'

놀랍게도,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인다.


"...넌 누구지?"

그리고 너야말로 이 시간에 희망의 숲엔 무슨 일로..

소리가 수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속삭임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근데 지금 서로 자기소개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여길 나가야 해."


"지금 나가는 건 죽는 거나 다름없어."

밖에 있는 수십 마리의 나무괴물을 생각하니 섬뜩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나는 푸른 빛을 내는 나무를 가리킨다-

"저 수호의 나무뿐이지."


"저기까지 간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방금 목소리가 좀 컸던 것 같은데. 어쨌든.'

침착하게 계획을 설명한다. 

계획이라기보단 도박에 가깝다.

불을 사과 폭탄에 어떻게든 옮겨붙인 다음 연쇄 폭발 속에서 살아남기를 기도하기. 


"너 미쳤니? 지금 그럴 생각이었단 거야?"


...조금 미쳤었나.

하지만 다른 방법이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 그런 거라면 내게 방법이 있어."

"엎드릴 준비나 해." 


...?

나는 조심히 일어서 눈 앞의 소녀가 움직이는 것을 그저 바라본다.


바스락 바스락.

적당한 크기의 나무 막대기를 줍더니 주머니에서 어떤 기계를 꺼내 불을 붙인다. 


'불? 드래곤도 없이?'


"이얏-"

생각할 틈도 없이 소녀는 수풀에서 뛰쳐나가 불을 나무괴물이 모여있는 쪽으로 날려버린다.


너무 섣불리 던진 건 아닌가?

'제발..! 성공해라..!'


기대에 충족하듯 불은 삽시간에 옮겨붙는다.


화륵— 


"엎드려!" 

아까 전부터 멀찍이 달려와서 땅에 붙어 있었다고. 


"끼이이- 이익! 끼에엑!"

나무괴물들이 발작한다. 

뒤에서는 숲이 불길과 연기로 뒤덥혀 엄청난 열기를 발산한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앙—

콰과앙- 쾅- 콰앙—


수십, 수백차례 굉음이 터지며 손바닥으로 가려진 고막을 두드린다. 

불타는 나무 파편과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며 생명을 위협한다.


'역시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군.'

그렇게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동안 죽지 않기를 기도하며 엎드려 있었다.



모든 것이 잦아들고, 불이-

'잠깐, 불이 진화됐다고?'

수호의 나무.. 영향인가.


고개를 들자 소녀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 계획을 말만 듣고 바로 실행한 것도 정상은 아니군.' 

그래도 성공했으니 다행인가.


끼에엑—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울음소리. 

그리고 땅을 미세하게 울리는 발걸음.


"빨리!"

소녀에게 손짓을 하고, 수호의 나무로 달려간다. 


우웅 - 우웅 - 

안전 구역을 발동시키는 방법은 익숙하다.

나무에 새겨진 수많은 문양들을 알맞은 순서대로 발동시키고, 땅의 정기가 모일 때까지


단 10초.


쿵— 쿵— 


"야, 좀 서둘러봐!" 


말 좀 걸지 마..!


쿵—


땅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가깝다. 

손이 미끄러져 발동이 취소된다. 

처음부터 다시.



'..됐다! 배열은 끝났어.'

'이제 보호막이 활성화 될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데—'


"숲고릴라다."

소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희망의 숲 기본 몬스터 중 하나이지만, 7살 소ㄴㅕ의 몸 앞에서는 그 어떤 드래곤보다 거대하게 느껴진다. 

'몸이 안 움직여.'

갈색 털의 유인원이 달빛을 등진 채로 노려본다.


"우어어어어!!" 


'..넷... 다ㅅ-'


숲고릴라는 수를 셀 여유를 주지 않고 거대한 주먹을 휘두른다.

소녀를 향해.


"꺄악!"



퍼억— 


커허억— 


앞이 보이지 않고,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


커헉-

으허억...


죽었던 때보다 더욱 죽음같은 고통.


'왜 그랬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대신 맞았다.

'오늘 처음 본 저 아이보다, 내 꿈이 더 중요한데.'

'지브롤터와 함께할 기회보다 더 중요했던 게 무엇이었길래.'


'...아홉... 열.'

무사하겠지.


시간이 흐르자 시선이 천천히 돌아오고, 숨도 쉬어지기 시작한다.

'몸이 돌처럼 굳어있어. 어서 나무까지 가야 하는데.'

충격 직전에 팔로 막았다고 해도 피해는 치명적이다. 


쿵! 쿵! 쿵!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니 숲고릴라가 나무 주위에 펼쳐진 보호막을 부수려 하고 있다.


"저기! 괜찮아?"


'괜찮겠냐.'


"빨리 들어와! 곧 눈치 챌거라고!"


숲고릴라는 슬슬 깨달은 듯, 보호막을 자세히 살핀다. 


'나한테 관심이 끌리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 해.'


온몸의 힘을 다해 몸을 뒤집는다. 

'으윽.'

그러고서는 조금씩, 조금씩 나무를 향해 기어간다.


'젠장, 팔이 너무 아프잖아!'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쿵!

고릴라는 보호막을 마지막으로 한 대 치고 울부짖고서는,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보호막은 눈 앞에 있다.

그러나 닿을 수 없는 몇 미터. 

움직여주지 않는 몸.


숲고릴라가 날 발견했다.


'안되겠는걸. 크크.. 이거 뭐, 살아난 지 하루도 안 돼서 다시 죽다니.'

신 녀석이 기회를 한 번 더 주려나.

'준다고 해도 이번엔 절대로 벗어나게 두지는 않겠지. 그럼 또...'


"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단호한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진다. 


소녀는 보호막에서 나와서 내 팔을 붙잡고서는—

숲고릴라가 오기 전에—

또다시 무쇠같은 팔을 내려친다—


콰앙


숲고릴라의 주먹이 보호막에 튕겨나간다. 


허억, 허억—


살았다. 

수호의 나무에 들어온 이상은 안전하다. 


소녀가 뭐라뭐라 말한다...

몸에 힘이 빠지며 눈이 감긴다— 


스르륵—



---



"아악..! 으윽..!" 

비명소리와 함께 깼다. 


차가운 아침 공기. 

얼어붙은 살갗을 녹이는 따스한 햇살.

희망의 숲에 희망이 깃든 아침이 찾아왔다.


'빌어먹을. 팔 상태가 말이 아니군.'

팔이 엄청나게 붓고 멍이 들었다. 

뼈가 온전하지 못한 것 같다.


옆에는 여자 아이가 자고 있다. 

어두운 밤에는 눈치채지 못한 강렬한 빨간 머릿결.

그 외에는 여느 마을에 자주 보이는 아이와 다를 것이 없다.

'흠.. 어디서 본 것 같기도.'


"으음..." 


'일어나는군.'


"앗, 여긴 어디— 아, 맞다."

소녀가 푸른 빛의 눈으로 날 주시한다.

"저기.. 괜찮아? 날 구해주려다.."


팔은 다시 보고 싶은 몰골은 아니다. 

지금 내려다 보았다간 충격에 빠질 것 같다.

"빨리 의원을 찾아가야 할 것 같은데."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

"그리고 너도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같은 셈 치지."


"히히." 

소녀는 생사를 왔다갔다 한 것이 재미있는 모험이라도 되는지 미소를 짓는다.

"내 이름은 세냐야."

"여기 근처 라르파 마을에서 살고 있어."


'세냐..?'

들어본 듯한 이름이지만 방금 깨서 그런지 기억이 도와주지 않는다. 

라르파 마을이라면 전에 가본 적이 있다.

'모험 지대 주변에 있는 유일한 마을이어서 훈련 도중에 여관에서 지내곤 했었는데.'


"난... 음."

이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

눈치를 봐선 푸른 머리를 보고도 엘드리안인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이카루스라고 해."

프란시스보다는 훨씬 더 익숙한 이름.

"주변에 살지는 않지만, 뭘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

"그나저나 넌 어제 뭘 하고 있던 거야?"


"나도 비슷해! 뭘 찾으러 왔어."

"아침에 와볼까도 생각해봤는데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

"그러다 길을 잃어서... 뭐, 빛이 보이는 곳으로 와봤더니 여기였던 거지."


"뭘 찾으러 왔는데?"

희망의 숲에는 조잡한 아이템들이 전부일 텐데.


"모르지! 그래서 와본 거 아니야."

"어젯밤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봤거든. 희망의 숲으로."


별똥별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분명 드래곤 알인데.'

최소 희귀종. 그중에서도 개체 수가 적은, 운석 발견종. 


태초에 모든 드래곤 알은 하늘에서 운석의 형태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개체 수가 증가하여 용들끼리 교배를 해서 알을 얻게 되었지만, 개중 희귀한 부류는 교배를 하지 못해서 운석 출몰로만 목격되었다. 


어쩌면, 이 세대의 세 번째 고유종일 수도.


"그건 별똥별이 아니라 드래곤 알일 거야."

"네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빨리 가보는 게 좋을걸."

"밀렵꾼들이 운석 발견종이라면 환장을 하거든."


"밀렵꾼? 운석 발견종?"

아직 이런 내용을 알기엔 너무 어린가.


"일단 운석이 떨어진 곳까지 가보자."

"아직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을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네 팔부터 치료하는게 맞지 않을까?"

"게다가 정확히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걸."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당장 고통을 견디는 것도 버겁다.

"그럼 네 말대로 마을부터 가보자."

떨어져서 각자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린 소녀가 혼자서 희망의 숲을 돌아다닐 수 있을리가.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줬다면 가는 길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소원으로 나한테 꼭 맞는 드래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거든."



그렇게 우리는 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수호의 나무를 떠났다.

다행히 아는 경로를 따라가다 보니 라르파 마을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자마자 의원부터 찾아야겠군.'


"저, 저기 봐!"

옆의 소녀... 세냐라고 했나? 세냐가 놀라며 날 툭 건드린다.


가리키고 있는 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있었고..

그 중심엔, 


"이런.. 별똥별을 믿게 될지도 모르겠군.."

혼잣말로 속삭인다.


흰푸른 알. 

고귀한 금빛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타엘.


'-잠깐, 시타엘?'

시타엘과 빨간 머리의 소녀. 세냐.


이런. 이걸 몰라보다니.

이번엔 기억이 제대로 작동한다.


프란델과 루드오어를 잇는 대륙 차기 천재로 불렸던 파트너십.


닉네임 센티넬

그 탄생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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