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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9화

12 익천비
  • 조회수77
  • 작성일2024.08.16


"하운드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요?"


"네, 선생님."

"저번에 수업 시간에 들었는데 흥미가 생겨서요."


에란 루니아와의 독대. 

세냐는 일부러 데리고 오지 않았다.

아카데미 정문의 문양을 보고서는 확인을 해야만 했다.


'물론, 안전하다곤 할 수 없지.'

에란 루니아가 어떤 인물인지 전혀 모르니까.

만약 위험한 인물이라면 주머니 속의 호신용품으로는 상대가 안될 것이 분명하다.


"흐음. 뭘 더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실 하운드 덴은 제가 옛날에 책에서 읽어서 기억난 거지,"

"최근 몇십 년간 활동을 안 해서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거든요."


'최근 몇십 간 활동을 안 했다?'

그래서 시장바닥을 돌아다니고 퀸즈 스네이크에게 주술을 걸면서 다니는 건가, 에란 루니아?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최근 발견된 퀸즈 스네이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정보를 더 캐내야 한다.

"십몇 만에 나타난 희망의 숲 보스 몬스터가 똬리를 틀고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 그 범인으로 하운드를 자신있게 지목하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한 순간에 바뀐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수많은 생각들이 눈동자를 오가는 느낌이다.


"그..렇죠."

그러고는 겨우 들리는 작은 혼잣말로, 

"똬리를 틀고 죽었다.."


아차.

'조사단에서 퀸즈 스네이크가 어떻게 죽었는지 공개하지 않고 처분한 걸로 아는데.'

'떠보려다 오히려 난감해졌군.'

이러면 에란 루니아는 내가 퀸즈 스네이크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고 믿을 수밖에..


"퀸즈 스네이크를 죽였군요, 이카루스?"


침착하게 대응하자.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스 몬스터는 성체인 드래곤도 잡기 어려운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나중에 보스 몬스터를 지브롤터와 함께 사냥해 보는 게 꿈이긴 하지만요."


"세냐도 함께였겠고."


".."

젠장.

"세냐요? 하하.. 세냐는 비행도 제대로 못하는걸요."

"그 녀석이 만약 퀸즈 스네이크를 잡았다면 보스 몬스터는 별 게 아닌가 보네요."


"혹시, 퀸즈 스네이크에게 특이한 점이 있지는 않았나요?"

"영역을 벗어나는 것 말고도, 예를 들어, 보호색을 띈다거나, 독을 뿌린다거나.."


'내 말을 전혀 듣고있지 않아.'

이미 확신하고 있다.

'가만,'

보호색..?


주머니 안에 있는 바람의 정기 총이 무거워진다.

'직접 본 것도 아닌데 보호색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건..'


"에란 루니아. 하운드였군."

총을 서둘러 꺼내서 머리에 겨눈다. 

'분명 총을 든 건 나일텐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지.'


"어머, 이게 무슨..?"

"이카루스, 지금 뭐 하는 짓이죠?"

"게다가 하운드라뇨!"

"아까부터 정말 이상한 말만 하는데, 우선 그것부터 내려놓고 진정해요."


방심할 순 없다.

"또 그 마법을 써보시지? 그 전에 머리를 날려버릴 테니까."

"아니면 가면 없이는 사용하지 못하나?"


"마법? 가면? 이카루스, 진정하세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하운드도 아니고 더더욱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은 아닙니다."


"하운드가 아니라고?"

이제와서 무슨 변명을.

"그러면 퀸즈 스네이크에게 주술을 쓴 걸 알고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퀸즈 스네이크가 보호색을 띄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지?"


"게다가 라르파 아카데미가 이미 하운드에게 잠식당한 걸 모를 줄 알아?"


오래 고민한다.

".. 뭔가 오해가 있는 듯 하군요."

"우선 그 총부터 내려놓으면 차근차근 설명할게요."


"아니, 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 전까진 내려놓지 못하겠군."


"그나저나 이카루스, 아까부터 말투가.. 푸흣!"


'이 상황이 그저 웃기기만 한가?'

역시 이런 총 따위로는 제압할 수 없는 실력자일수도.


"우선 해명하자면, 음, 어린 학생한테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되는지 모르겠네."

"뭐, 총도 들고 있으니까."

총을 무서워하는 건가? 

"아, 그러고 보니까 도대체 상점에서는 이런 위험한 물건을 왜 아무에게나 파는지 모르겠어요!"

"연령 제한이라도 생겨야지 원.."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라니.


"그래서, 다시 얘기해보자면.."

"전 하운드가 아니라 오히려 하운드 덴을 조사하려고 파견된 특별 요원이에요."


"그걸 지금 믿으라고?"

그런 요원들은 들어본 적도 없다.


"사실이에요. 전 펠드라 길드 소속 단체, 루퍼스의 요원이에요."

"물론 전투 인력은 아니고 정보랑 조사 쪽을 담당하고 있죠."


"펠드라 길드라고?"

"루퍼스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휴.. 당연히 기밀 사항이니까 그렇죠!"

"하운드, 즉 개를 사냥하는 늑대(Canis Lupus)라는 뜻의 이름인데, 몇 년 전부터 하운드의 움직임이 보고된 후 결성된 단체에요."

"아마 라피엘 쪽에도 비슷한 단체가 있다고 들었는데.."

라피엘에도. 

그럼 라피엘은 하운드가 아닌 건가?

"서로 사이가 안 좋으니, 정확한 정보는 저도 모르죠."


'확실히 이런 설명이라면 이해가 된다.'

'릴리아 이솔데가 평민이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그리고 하운드를 알고 있는 것도.'

게다가 하운드였으면 정보를 누설하고 있을리가 없다.

'지금 내가 무사하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운드가 아니라는 건데..'


"..혹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루퍼스인지 그 소속이라는 걸?"


"그럼요. 여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상 서랍에 손을 넣어 은색 뱃지를 꺼낸다.

순간 뭔가를 시도하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길 뻔 했다.

손이 덜덜 떨린다.

'누가 누굴 심문하고 있는거야.'


"루퍼스 요원임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표식이에요."

"물론 이카루스가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이거라도 보여줘야죠."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운드의 가면에 새겨져있던 개의 문양과는 확실히 다르긴 한데..'

오히려 하운드의 상위 관리들을 구별하는 표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에란 루니아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보인다.


후우.. 실수한 건가.

나는 겨누고 있던 총을 내린다.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정말 하운드인줄 알고.."


"괜찮아요, 이카루스. 그럴 수도 있죠... 뭐 사실, 그럴 수 없긴 하지만."

"이렇게 기밀 사항을 누설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근데 전 정보 요원이라 무력 앞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걸요."


"비밀 조직의 요원치고는 너무 티를 내시는 것 아닌가요?"


"전 어린 학생들이라 괜찮을 줄 알았죠!"

"세냐도 그렇고,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듣는 게 기특해서 그만.."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도 있군.

"그나저나 이카루스."

아.

"이카루스 군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한 것 같은데?"


이런.

'완전히 헛짚었더니 내게 되돌아오는군.'


"이카루스는 어떻게 저보다도 하운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죠?"


"그게.."


"게다가 평소에 지켜본 바로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던데,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만약 위험 대상이라고 판단되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지금 이 뱃지로 전송되고 있는 음성을 듣고 있는 제 동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니까요."


듣고 있었던 건가.


'완전히 말려들었다.'

적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근데 이러면 여기서 내 정체를 밝혀야 하잖아.'

'환생했다고 하면 믿어줄까? 이미 미래를 살아봤고, 어린 몸으로 돌아와서 하운드를 조사하고 있는 거라고?'

루퍼스.. 믿을만한 자들인 것 같다.

이들이라면 괜찮을지도.


"사실.."



--- 



"이봐,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

레반트의 목소리가 음침한 작업실에 울려퍼졌다.


깡!


어디선가 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월의 보석 제작 건 담당자는 놀랍게도 어린 소녀였다. 

마공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니 하는 소문이 하운드 덴 내에서 퍼진지 오래였다.


"저기, 아저씨! 안 그래도 꼬여서 기분나쁜데 왜 자꾸 찾아오는거야?"

"좀 걸릴거라고 했잖아."


"계획이 변경되어서 이를 전달하러 왔다."

"초월의 보석은 잠시 중단해 두고, 이 드래곤을 위한 부화기를 하나 먼저 만들어 줘야겠어."

레반트는 아공간에서 거대한 드래곤 알을 꺼냈다. 

어두운 작업실을 푸른 불빛으로 가득 채우는 생명력.

"길드장님께서 이번 달 내로 가지고 오라고 하신다."


소녀는 드래곤 알을 넘겨받아 유심히 관찰했다.

"흠... 물 속성. 심해 쪽인가.. 이쪽 마력은 다루기가 좀 까다로운데."


"이번 달은 무슨 이번 달이야, 풋."

소녀는 빠르게 부화기의 견적을 내어 보았다. 

고유종을 제어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부화기.

소녀는 자신의 그러한 발명품을 '꿈의 부화기'라고 불렀다.

그동안 만들어온 수많은 마도구들 중에서도 까다롭고 재료가 많이 드는 물건.


"길드장이고 뭐고 모르겠고, 이번 달은 커녕 이번 해 안에는 안 끝난다고 전해줘."

"마공학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아저씨들끼리 세계를 정복하겠다니 뭐니 설레발을 치고 계셔~"


"이봐, 길드장님께 무슨 예의냐. 말 조심해."


"그래서, 나 없으면 만들 수 있어?"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만 날 필요로 하지, 난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다른 곳에 가면 이런 기술과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이렇게 지원해 주는데도 아직까지 초월의 보석을 완성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하... 이래서 참, 사람들은 상대하기가 불편하다니까."

하운드 덴에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들만 가득했다.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는 이 회로만 해도 수십 개의 주술문이 들어가."

"그리고 이런 회로 수십 개가 서로 얽혀서 정기를 끌어들이는데, 그 모~든 걸 두 세계를 통틀어 가장 반응성이 높은 물질인 꿈의 보석에 이식해야 한다고."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줄 알고서는 말하는 거야?"


'..듣고 보니 복잡해 보이는군.' 레반트는 생각했다. 

"부화기부터 제작해라.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 거면 각오해야 할거다."

"우선 길드장님께는 조금 걸릴 거라고 전달해 두지."


"그러시든가~ 정말 다 큰 사람들끼리 길드장이니 뭐니 이름 붙이고 대장놀이 하는 것도 웃겨~"


"한 번만 더 그 소리를 하면..!"

"조직에서는 질서 유지가 생명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이.."


"아~ 진짜. 빨랑 가라니까요, 레.반.트. 님!"

"이거 저번에 주문한 거는 다 만들었으니까 가져가시고!"


소녀는 철로 뒤덮인 보라색 공같이 보이는 물건을 사내에게 건넸다. 

갖가지 속성의 정기들이 조합된 폭탄은 황혼의 적색으로 빛이 났다.


"조심해.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터지니까."


표면에는 난잡한 글씨로 "써니 서프라이즈"라는 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따 발명품에 닉네임을 지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마공학이 정말 대단하긴 하군.' 레반트는 매번 생각했다.

'내 손바닥에 들어가는 물체가 건물 몇 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재앙이라니.'

마공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레반트에게는 써니가 만드는 모든 물건이 그저 말도 안되는 기적으로 보였다.


소녀는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갔다. 

유타칸 대륙의 역사를 바꿀, 그 모든 일의 시초가 될 역사적인 '초월의 보석'을 제작하러.


그리고 레반트는 차원의 틈새로 사라졌다.

평화의 대륙 유타칸을 향해.



---



"사실.."

"얼마 전에 하운드에 대해 알아보려고 정보 길드에 다녀왔거든요."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하운드를 발견해서 조금 엿들은 게 다에요."


"하운드를 직접 만났다고요?"

적잖게 놀란 모양이군. 

하긴, 나도 믿기지 않긴 했지.

"어떻게 됐나요? 혼자서?"


요원은 요원인 듯, 하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자마자 관심을 그쪽으로 돌린다.

'아무리 그래도 환생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지.'

'펠드라 길드도 아직 믿을 수는 없으니까.'

정보의 우위를 잘만 이용하면 상황을 잘 빠져나갈 수 있을 듯하다.


"세냐랑 같이 갔었는데, 어떤 뒷골목에서 ... "

있었던 일을 과장하여, 엄청난 추격전을 벌이다 죽을 위기를 넘긴 것마냥 사건을 묘사한다.

에란 루니아는 보란듯이 이야기에 푹 빠져 나에 대한 의심을 떨친 것 같다. 

"그런데 계획을 말하는 건 제대로 못 들었어요. 벽 뒤에 있고 워낙 멀리 있어서.."

이쪽에서도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지.


에란 루니아가 잠시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틈을 주지 않는다.

"그나저나 그러면 아카데미 정문에 있는 하운드 표식은 뭐죠?"

"그것 때문에 선생님을 의심하게 됐거든요."


"하운드 표식이라뇨?"

"아카데미 정문에 그런 게 왜 있어요?"


어?

'잠깐, 정말로 왜 있지?'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없었는데.


"분명 어제 보니까 하운드가 쓰고 있던 문신이 정문에 새겨져 있었는-"


"발각당한 거에요. 루퍼스로 여기 와 있는 걸 발각-"

"이카루스, 그 표식을 본 게 언제였죠?"

에란 루니아는 눈에 띄게 불안해 보인다. 

'발각당했다니?'


"어제 오후.. 쯤이었을 거에요."


"우선 - 우선 여기를 나가죠.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해요."

뱃지에 대고 말을 한다. 

"들었지? 지금 당장 출동해줘. 1급 상황이야."

"이미 와 있을 확률이 높아."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에란 루니아는 최소한의 짐만을 챙겨 급히 건물을 나간다. 

"선생님, 설명 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어딜 가는 거죠?"



"하운드는 활동을 하기 전에 타겟에 표식을 남기는 활동 패턴이 있어요."

분주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과시하는 건지, 동료들에게 알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표식이 발견된 곳에서는 모두 24시간 내에 안 좋은 사건이 발생했었어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제가 정보 요원으로 여기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발각당한 것 같아요."

에란 루니아는 마지막으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힐끔 바라본다. 

"전 교사동 쪽으로 가서 다른 분들께 대피하라고 알릴테니, 이카루스 군은-"


"넵, 기숙사 쪽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다. 


"지브롤터! 어서 기숙사로!"

건물을 나와 근처에 대기하던 지브롤터를 타고 기숙사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고도를 높여 주변을 살피지만, 수상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에란 루니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떤 낌새가 있을텐데.' 


그러던 중, 시야에 특이한 색의 물체가 들어온다.

방금 나온 교육 건물 쪽.

보라색 빛을 내는 작은 공만한 물체가 반짝이고 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우선은 기숙사를 빨리 갔다가 조사하러 와보자.'


등을 돌린 순간,


치직, 치지직-


또 그 느낌. 

세상이 어긋난 듯하다.



콰과광 —  



살면서 처음 들아보는 규모의 굉음이 아카데미, 아니 마을 전체를 휩쓴다.


커..헉.

폭발로 인한 파동만으로도 지브롤터가 휘청인다.


후욱 — 

살이 탈 것 같은 열기. 

'이 거리에서도 이 정도까지..!'


끼이익 — 

쿠웅...


교육 건물은 연기와 불길 속에 잠식당해, 철근이 기울고 벽이 무너지는 소음를 내며 혼란에 가중한다. 


벌써 주변에서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개연성이 없는 수준의 규모.

'유타칸의 기술력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이야.'

제아무리 신비한 존재 드래곤이라도 단시간에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개체는 없다.

'아까 그 보라색 물체..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길래.'


위이잉 — 위이잉 — 


'젠장,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네.' 

이미 기숙사 쪽에서는 사이렌이 울려퍼지고 있고, 학생들은 허겁지겁 건물에서 뛰쳐나오고 있다.


'폭탄이 더 설치되어 있나?'

보라색.. 보라색..

우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없다.


"꺄아악! 도와주세요!"

학생들의 목소리. 

쏟아져나오는 행렬 속에서 세냐도 보인다.


벌써 불길 속으로 사라져버린 건물을 뒤로한 채, 나는 기숙사로 향해 당황한 아이들을 질서있게 운동장 쪽으로 안내했다. 



운동장에는 모두가 혼란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랭젤 선생님! 랭젤 선생님이 안에 있어요!"

누군가가 교육 건물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재앙의 결과는 눈 앞에 너무나도 선명하고, 이미 사라진 건물 속의 생존자를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모두가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사이렌을 몇 분이나 가만히 듣고 난 후에야 지원이 도착했다.

'지원이랄 것도 없지.'

이런 규모의 재앙에서 지원이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마을 경비대와 구경을 하러 온 시민들. 

몇몇 물 속성 드래곤들이 열심히 남아있는 불길을 진화한다.


에란 루니아는 루퍼스 소속으로 보이는 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저들이 알아서 잘 수습하겠지.'


나에게 관심이 돌아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

게다가, 이제는 아카데미에 남는다고 더 얻을 것도 없다.

'세냐와는... 작별인가.'


그리고 머릿속의 한 켠에서, 불안하게 다가오던 의심이 이제는 현실이 된다.

이번 생의 세상은 저번 생과는 현저히 다르게 흘러간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신. 도대체 무슨 장난을 쳐놓은 거냐.'


그렇게 모두가 사태를 수습하고 정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와중, 나는 유유히 정문을 빠져나왔다.


하운드 덴은 온 대륙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들과 맞서게 될 것이라고 직감이 강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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