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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13화

12 익천비
  • 조회수89
  • 작성일2024.08.19



"-그만, 당장 그만!!"



"경비팀, 어서 출동하세요!"


비명소리로 가득한 콜로세움.

스스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경기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관중들로 인해 혼란은 한층 가중된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경비 드래곤들이 출동하지만 콜로세움 중앙에 자리잡은 괴물은 경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저건 드래곤이 아니야. 완전히 기계가 돼버렸어."

한 때 '드라고노이드'라 불리던 반-생명체는 닥치는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


처참히 도륙난 므네이아의 시체.

같은 신세를 맞이한 테이머는 이미 구제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뭐하는 거야! 다들 가서 싸우자고!"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잘나신 루키들이..!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니.


"저걸 막겠다고? 너 지금 제정신이야?"

"므네이아가 어떻게 됐는지 너도 봤잖아!"

흑룡의 테이머.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런 것도 테이머라고.


"마, 맞아! 게다가 만약 내 드래곤이 다치면..!"

"콜로세움 전투에서 불리하잖아!"


두려움에 벌벌 떠는 꼴이, 아, 한때 대륙의 영웅들로 불리던 드래곤 테이머들이 이제는 이런 것으로 전락했구나.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그럼 남아 있던가."

"난 더이상 사람들이 죽게 놔두진 않을거야."


"지브롤터!"

서둘러 올라타 드라고노이드 쪽으로 접근한다.

그제서야 세냐와 마룬이 뒤따르고, 망설이던 딜런까지 파트너에 탑승한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이 끔찍한 광경이다.

'윽.. 저게 뭐야.'

기존에 있던 초록색 드래곤의 살점이 모두 떨어져 이제는 뱀 모양의 코일들이 서로 엉켜 흉측한 기계를 구성하고 있다.

전투장을 휩쓸고 있는 철제 촉수.

'칼날처럼 날카롭군. 가까이 가면 위험하겠어.'


우선 공격을 시도라도 해봐야지.

"지브롤터! 저 쪽으로!"

원거리에서 암석 덩어리를 생성해 드라고노이드에게 투척한다.

'역시 소용이 없나,'

암석은 회전하는 칼날들에게 힘없이 분해된다. 


시타엘의 공격이나 윈드 드래곤의 초강풍이나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다.

'그나마 루미네스의 빙결이 효과 있나.'

몇몇 촉수들을 얼려서 제지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카루스! 어떻게 할 거야!"

세냐가 멀리에서 소리친다.

"저 녀석 공격이 아예 안 먹혀!"


무너진 출구 쪽을 훑어본다.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최후의 수단을 고민하던 그때,



하늘이 갈라진다.


우우우웅 — 우우우웅 — 


검푸른 소용돌이가 하늘의 절반을 덮는다.

마치 다른 세상과 연결된 거대한 통로같다.


옛날에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전대륙적 위기 상황시 열리는 총력 동원 포탈.

라피엘, 펠드라, 그리고 각종 길드 단체들의 정예 병력이 출동하는,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이다.


짜릿-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친다.


번쩍 — 


콰과과과광!


윽!

시각과 청각이 모두 마비되고 엄청난 강풍에 뒤로 휩쓸린다.

눈과 귀에 미칠 듯한 고통이 아린다.

피부는 다가오는 열기에 달아오른다.


우웅 — 


우우웅 — 


'으.. 도대체 또 무슨..'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는 시점에 귓가의 울림이 잦아들고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의식이 선명해진다.

'지원군이 온 건가?'

천천히 눈을 떠보니 콜로세움 중앙에 있던 '드래곤'은 붉은 금속 덩이가 되어 있다. 

주변의 다른 것들은 모두 검게 그을려 불에 타고있다.


드디어 정신이 차려진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화려한 드래곤들, 그리고 길드 마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펠드라 길드의 압도적인 인원, 그리고 - 


사대신룡, 번개고룡.

'좀 전의 현상이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허나 그게 정녕 한 마리의 드래곤이 낼 수 있는 전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번개고룡.. 이솔데..'

대륙 최고 테이머의 길은 한 발, 아니 가늠할 수 없이 멀어지는 것만 같다.

'이런 상황에도 대륙 최고 테이머 생각을 하다니, 나도 좀 이상하군.'


지브롤터를 타고 현장으로 내려가 본다.


"이카루스?"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다. 

"자네도 여기 있었군요!"


지금 마주쳐서 좋을 건 없는데.. 에란 루니아.

"아, 네."

그 때를 기억할까?

"이번에 루키대회에 참가해서 말이죠."


혹시 과거의 그 사건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낼까봐 말을 서둘러 돌린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인가요?"

"도대체 저 드라고노이드는.."


아, 그런가.

'에란 루니아가 여기 왔다는 건...'


"하운드에요."

에란 루니아는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역시.


"드라고노이드의 테이머, 그 소녀가 하운드 덴의 마공학자입니다."

마공학자? 그건 또 뭐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테이머 대회까지 침입했다는 건.."

"무언가 저희가 모르고 있는 목적이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그러는데, 혹시 드라고노이드의 테이머가 어디로 갔는지 보셨나요?"


"아뇨.. 사실 므네이아랑 전투할 때부터 드라고노이드 혼자이긴 했어요."

하긴, 언제 사라졌는ㅈ-


!


저건..

시야 끝에 들어오는 익숙한 문양.

자랑스럽게 휘날리는 푸른 깃발. 

라피엘 길드다.

'마주치면 안돼.'


"아, 루니아 선생님!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대회 중이기도 하고, 지금 좀 힘들어서.."

다행히 라피엘의 요원들은 드라고노이드에 집중해 있다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연기가 뿜어나오는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이미 마룬과 세냐가 있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너희.. 여긴 무슨 일이야?"


"이카루스, 너 어제부터 뭔가 수상해."

세냐가 먼저 말을 꺼낸다.


"우리가 뭔가 모르는 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어."

마룬도 가담한다.

"보다시피, 이젠 우리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거든."



휴우.

복잡하다.


어디부터 말하라는 건가?

환생? 신? 하운드? 

내겐 이미 비밀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를 속 편하게 털어놓고도 싶지만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환생과 신 이야기를 믿는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달라지는 게 없어.'

그렇다고 하운드나 에란 루니아에 대해서 성급히 언급했다가 더 위험해질 수 있기도 하고.


"..지금으로서는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우린 그저 내일부터 재개되는 대회에 잘 참가하면 되는 거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의외로 마룬이 화를 낸다.

"참가자 한 명이 죽었어, 이카루스."

...

"대회가 계속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넌 아직도 루키 타이틀을 신경쓰고 있는거야?"


뭐라고?

내가 루키 타이틀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하지만 모두 봤잖은가. 내가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을.

'나에겐 항상 우승에 앞서 스스로에게 떳떳한 테이머가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야.'


적어도... 어릴 때는 분명 그랬는데.

'이카루스'를 한 인생인 '이카루스'로 인식하지 않고,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나 자신으로 살아갈 때는.


그러나 뒤돌아보니 한 번 더 살게 된 '프란시스'의 관점에 심취되어 그것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이카루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이제 나는 그저 이카루스를 흉내내는 프란시스인가?


"..말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다 말해줬으면 해."

세냐가 진지하게 말을 전한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넌 모르겠지만... 샐리. 내 친구였어. 그리고... 그리고..."

"난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샐리. 

므네이아의 테이머였나보다.

'이름도 몰랐었는데.'

'분명.. 좋은 테이머였겠지.'

그러고 보니 난 항상 주변 테이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구나.

모두를 '귀족', '쓰레기'로 일반화하며 똑같이 취급했었다.


스스로 옳다고 가장 굳건하게 믿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 자신이 그 무엇보다 옳지 않다는 것을 발견해 버렸다.


"후.."


심호흡을 한다.


마음이 온통 답답하여 안개로 가득한 기분이다.

"이번에 드라고노이드와 참가한 테이머 퍼니."

"하운드였어."


"하운드??"

둘이 동시에 놀란다.


"그래. 그리고 전에도 하운드의 테러가 있었지만, 대륙 전체가 보고 있는 테이머 대회에서 했다는 건 분명 다른 의미를 지닐거야."

"이를테면, 총력 동원 포탈이 열려도 그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든가."

"아니면 이제 자잘한 사건만 일으키는 유예 기간은 끝났다는 거지."

스스로 말하고도 아니길 원하고 있다.


"그건 말이 안돼."

마룬은 바로 부정한다.

"라피엘이랑 펠드라가 손을 잡아도 그 세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온 대륙에 그런 세력은 없어!"


"아니, 충분히 가능해."

세냐에게 예전 정보 길드 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지하에서 떠돌아다니는 바로는, 하운드 덴이 라피엘 길드랑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

"즉, 연합이 아니라.. 배신일 수 있다는 소리지."

"몇 년 전에 라피엘에서 제의가 왔을 때 거절한 것도 그 때문이야. 다른 쎄한 부분도 있었고."


마룬이 말 없이 날 쳐다본다.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지. 라피엘이라 하면 엘드리안이니까.'

그리고...

'마룬에겐 나도 엘드리안으로 보이겠지.'

눈빛으로 나는 아니라고 확실히 전달한다.

마룬은 믿는 듯 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은 유타칸에 있지 않아."

나랑 세냐는 마룬에게 예전의 기억을 들려준다.

마치 세계가 깨진 듯한 느낌. 

이는 유타칸 상의 공간 이동보다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이동을 암시한다.


"다른 세계가 존재.. 한다고?"

마룬은 이제야 조금 설득당한 눈치이다.

"정말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있나."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단 말이지?"


똑똑.


!

셋 다 경계 태세를 취한다.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듣는 남성의 목소리.


"펠드라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펠드라?

"혹시 이카루스 님 계시면 잠시 이야기 좀 하죠."


"펠드라 길드에서요? 무슨 용건인가요?"

젠장, 혹시 에란 루니아가 다시 불렀나?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여쭐 것도 있고, 그 외 다른 이야기할 것들이 있으니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거절해도 되지만..

'무슨 일인지 궁금한걸.'

나 역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에 응하기로 결정한다.

"너희들은 어서 들어가서 쉬어."

"아마 대회는 그대로 진행될거야."


테이머 대회는 전쟁 중에도 중단된 적이 없다. 



---



'이런 곳도 있군.'

앞의 남자를 따라 한 건물의 기나긴 복도를 지난다.

걸음걸이는 어딘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성급하다. 

마치 평소에는 품위를 지키지만 지금은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어느새 복도의 끝에 다다라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끼익-

무거운 문이 열리고, 

쿵-

들어가자마자 남자는 문을 닫고 나간다.


아.. 이런.

'잘못 들어왔군.'

눈 앞의 인물을 보니 어쩌면 숙소에 있는 편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카루스."

섬뜩할 정도로 세련된 목소리.


릴리아 이솔데.


"이카루스라고 했나?"


"네, 네."

긴장하지 말자.

아직은 적일 이유가 없어.

"이번에 선수로 루키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카루스라고 합니다."


"대회는 잘 봤어. 특히 레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은 꽤 신선했어."

'에란 루니아의 말대로 확실히 고위 귀족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군.'

평민 출신이라는 것이 사실인가 보다.


"감사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루니아랑 아는 사이라며?"


"네,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잠깐.."


"아, 혹시 정체가 들통날까봐 걱정하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

"이미 알고 있거든, 프란시스 엘드리안."


...


주변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진 것 같다.

'엘드리안과 이솔데 가문은 적대적이기로 유명한데.'

그리고 난 지금 적의 소굴에 들어와 있다.


"전-"


"그것도 알고 있어. 넌 엘드리안가 쪽이 아니라는 걸."

"어렸을 때 가출해서 혼자 다니고 있잖아?"

그걸 어떻게..!

"이름도 바꾸고 말이야."


'나에 대해서 얼마나 조사한 거지?'

'가출한 건 마룬이나 안티아고밖에 모를텐데.'


아니면 엘드리안에게서 직접 알아냈을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혹시 펠드라 길드에 들어올 생각 없어?"


예상치도 못한 제안이다.


"바로 루퍼스 쪽으로 넣어줄게."

"오늘도 봐서 알겠지만 하운드.. 큰 문제거든."

"많이 아는 것 같아서,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펠드라 길드는 엄격한 실력주의로, 채용되기 가장 어려운 길드로 유명하다.

'그런데 아무런 시험도 없이, 게다가 비밀 조직에 바로 넣어준다고?'


"물론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건 당연하고."

조건이 너무 좋은ㄷ-

"게다가, 너, 보호가 필요하거든."


"보호요? 제가 무슨 일로..."


"네 정체를 우리만 알아냈을 거라고 생각해?"

"저쪽도 지금 온갖 궁리를 하고 있을걸. 난 그저 먼저 기회를 잡은 것 뿐이지."


엘드리안. 

엘드리안 쪽에서도 내가 누군지 알아냈다고?


"펠드라에 들어오면 우리가 보호해 줄게."

"넌 그냥 하운드 잡는 것만 도와주면 돼."

"듣자하니 너도 하운드에 개인적인 원한 비슷한 게 있는 것 같던데?"


확실히 무서운 정보력이다. 


"아..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혹시 대회가 끝나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들은 날 어떻게 알고 있으며, 라피엘은-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

"우선은 대회 우승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급한 것도 아닐테니.


"..그렇게 해, 그럼."

"대회 끝나고 다시 만나는 걸로 하지."


나가기 전 릴리아 이솔데가 또다시 말을 건넨다.

"아, 그나저나.."



"너 그 실력으론 대회 우승 못 할걸?"



..!

뭐?


"그래도 기대하면서 지켜볼게."


끼익-

문을 닫고 나온다.


혼란스럽다.

'아니, 스스로 레이스 때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을 인정하면서도 왜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엘드리안이 정체를 알아낸 이상 이 대륙에서 안전한 곳은 없는데.'

'하운드는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 내일 대회는 어떻게 되는 거고?'



많은 생각이 든 채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우니 눈이 저절로 감긴다.



내일은 조금 더 평화로운 날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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