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네놈이 테이머?! 테이머어어?!?! 유타칸의 모든 사람들은 갓난아기때부터 나 고대신룡에 대해서 듣고 자랐다고! 어떻게 테이머를 하겠다는작자가 그런 기초적인 상식도 모를수가 있어!!!
알에서 갓 부화한 새끼 드래곤이 길길히 날뛰며 소리쳤다.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내 형제였던 다크닉스! 그리고 그 녀석을 쓰러뜨린 최강의 사대신룡중 하나인 나 고대신룡!! 모르겠어?!!
솔직히 말해서 아까부터 무슨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크닉스니 사대신룡이니... 게다가 유타칸은 또 어딘데. 그런 나라는 들어본적도 없다.
“그래서 그놈의 유타칸이 어딘데?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이야.”
그 한마디에 빽빽거리던 고대신룡이 갑자기 차갑게 굳어버렸다.
-뭐어어어어..!!!
고대신룡은 거실을 가로질러 달려가더니 쳐져있던 커튼을 홱 하고 걷었다.
-여기는... 유타칸이 아니잖아!!!
대체 무슨 광경을 상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타칸이라는곳은 이런 고층 건물들로 빼곡한 대도시는 아닌가보다.
-분명 나를 부화시킨사람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그 녀석‘이 곧 부화한다는 뜻일텐데... 이런 이름도 모르는 곳이서 어떻게 나머지 사대신룡들을 모아서 힘을 기르냐고!! 나는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단말이야!!!
새끼 드래곤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면서 절규했다.
나는 그런 어이없는 광경을 멍 하니 지켜볼 뿐이었따.
“보아하니 무슨 다크닉슨지 뭔지 그 녀석이 곧 나타난다는거고 너는 다른 동료들을 모아서 그 녀석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거지?”
땅바닥에서 바둥거리며 울며불며 난리치다 지쳐 쓰러진 고대신룡에게 물었다.
-정확히 이해했네. 이 세상에는 분명 나 말고도 세 마리의 드래곤들이 더 떨어져 있을거야. 용기의 번개고룡, 지혜의 빙하고룡, 힘의 파워 드래곤.
고대신룡이 훌쩍거리며 말했다.
“어이, 자칭 고대신룡씨, 그만 울음 뚝 그치고. 그 사대신룡 찾는거. 내가 도와줄게. 나도 마침 파트너가될 드래곤이 필요했거든.”
내 마음속 구석 어딘가에 쳐박혀있었던 테이머의 꿈이 다시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고대신룡에게 손을 내밀었다.
-흥, 누구마음대로!
고대신룡은 매정하게도 내 손을 팍 하고 걷어차버렸다.
“거 참 너무하네 진짜... 내가 너 부화시켜줬잖아.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도 이래봐도 나 필기시험은 전국 수석이었어!”
-고대신룡도 모르는놈이 전국 수석은 무슨... 너같이 힘도 없어보이는놈한테 붙어있을 이유는 없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고. 거래소에나 데려다줘. 내 테이머는 내가 알아서 찾을테니깐.
벌컥!
고대신룡은 아무렇지도 않게 창문을 활짝 열더니 그 아래로 뛰어내렸다.
“저.. 저... 저... 드래곤ㅅㄲ!!”
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1층으로 뛰어내려갔다.
“거기서어어어!!!”
나는 젖먹던힘까지 짜내서 녀석을 따라잡으려 했다. 다행히 아직 날개가 없는 해치라 녀석도 달리기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너같은놈은 내 테이머 실격이라니까아아아!!
고대신룡은 어떻게든 나를 거부하려는 듯 그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잘만 피해다녔다.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어쩌면 내 지긋지긋한 삶을 송두리째로 바꿔놓을수도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이거 놓지 못해!!
겨우 내게 붙잡힌 고대신룡이 소리치며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려 했다.
“진정좀 해 이 녀석아.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나는 악을 쓰며 벗어나려 하는 고대신룡을 겨우 외투로 감싸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테이머 자격증도 소지하지 않고계신분이 드래곤을...”
경찰관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테이머도 아닌 민간인이 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드래곤을 구했는지 대낮부터 자기 드래곤 잡겠다고 동네방네 소리지르며 뛰어다닌단말인가.
나는 경찰차 뒷자석에 탄채로 연행되고 있었다. 고대신룡은 해치 전용 특수 케이지에 가둬져서 내 옆자리에 올려져있었다.
-인간 이 망할놈 때문에 내가...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흘러가지...
***
“그래서... 대체 그 드래곤은 어디서 구하신건가요? 솔직하게 답하십시오.”
흰색 연구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나를 향해 매섭게 쏘아붙였다.
“어... 그냥 산에 올라갔다가 바위 틈사이에 있는걸 그냥 주운건데...”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있는곳은 한국 테이머 협회건물 어딘가에 있는 취조실이였다.
“하아... 참.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아무리 인적 드문 산 중턱이라 해도 드래곤 알은 우리 협회에서 24시간 추적하고 있다는걸 모르시나요? 저 아래 지구 중앙에 알이 나타났다 해도 레이더에는 감지될겁니다. 그리고 몸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은분이 산은. 그것도 등산로도 아닌 산 중턱은 대체 왜 간겁니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몇 번이고 말해봐도 소용 없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걸 남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테이머 자격증도 없는 민간인이 드래곤을 소지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됩니다. 아시겠어요..”
여자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와장창!
“저... 저거 잡아!!”
그때 취조실 밖에서 뭔가 소란이 일어난 듯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앙!!
그러더니 누군가가 취조실 문을 세게 박차고 들어왔다.
-으르르르르르르르...
“고대신룡?”
취조실로 뛰어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고대신룡이었다. 그런데 저거... 어딘가 많이 화나보인다. 마치 방금까지 나를 추궁하던 여자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듯 이빨까지 드러내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하으으...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냐...”
여자는 체념한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시 잡아넣겠습니다.”
협회의 연구진들이 겨우 고대신룡을 케이지에 욱여넣으며 말했다.
“잠깐만 잠깐만.”
그때 여자가 취조실을 막 나가려던 연구진들을 붙잡고 말했다.
“그 드래곤. 그냥 다시 저 남자한테 돌려줘.”
“ㄴ.. 네?”
“돌려달라고. 회수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
여자는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밀치듯 케이지를 건내며 말했다.
“일단 오늘은 당신 드래곤 가지고 돌아가세요. 그리고 절대로. 소란 피우지 마시고요.”
그러더니 취조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
“저... 안영선배, 아까 그 드래곤말인데요...”
방금 전부터 취조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부 보고있던 신입 연구원 이유현이 물었다.
“어, 왜 유현아?”
“그 남자. 분명히 자격증도 없는 사람인데 저렇게 드래곤을 돌려주는게 맞는걸까요?”
안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드래곤이라는 생물은말이야, 생각보다 인간과의 유대가 깊은 생물이더라고. 한번 인간과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둘 중 하나가 죽을때까지 붙어다녀. 그건 테이머 자격이 있던 없던 똑같아. 저 남자가 데리고 있던 드래곤, 보아하니 이미 저 남자랑 유대가 꽤나 있던 것 같더라고. 저렇게 자기 테이머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라도 했다는 듯 바로 구하러 왔잖아.”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선배를 경계했던거로군요.”
“드래곤이 저렇게 이빨까지 드러낸다는건 개들처럼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뜻인거라는건 너도 알고 있을거 아냐.”
안영이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저 드래곤을 회수해서 다른 테이머들을 찾아서 전달하던지 했어야 했을텐데 지금처럼 이미 테이머와 이어진 드래곤을 억지로 떼어놓게 된다면 드래곤은 낮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죽게 될 확률이 높아. 괜히 아까운 드래곤만 잃는 셈이지.”
“에휴... 어떻게 보면 저 알을 부화시켰다는거 자체가 이미 합격이라는거 아닌가요?”
유현이 말했다.
“뭐 그렇다고 볼수도 있지. 게다가 내가 방금 저 남자 뭐하는 사람인지 확인해봤는데 말이야, 저 사람도 한때는 테이머를 희망했었더라고. 나름 필기시험도 전국 수석 찍을정도로 엄청난 인재였어.”
“아, 그 4년쯤 전인가 그 사람 말하는거죠? 실기에서 이상하게도 드래곤이랑 잘 맞지가 않아서 빈번히 떨어졌다고 하던데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나보네요.”
그러나 안영과 유현이 크게 오해하고 있던 사실 몇 가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고대신룡은 한 번도 그 남자를 자기 테이머로 인정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방금 전 고대신룡이 화가 났던 이유는 자칭 테이머라는 남자가 누군가에게 위협당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남자를 위협했던 그 누군가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던 ‘어떠한 알’ 하나 때문이었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 드래곤, 무언가 조금 특별해보였어. 일반적인 드래곤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던 마력의 흐름이랄까? 마치 지난주에 발견된 저 알처럼 말이야.”
안영은 연구실 중앙에 놓여있던 알 하나로 눈을 돌렸다.
그 알은 마치 용암이 들끓는듯한 열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휴우... 2화도 끝! 초반에는 약간 가벼운 느낌으로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