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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21화

7 익천비
  • 조회수48
  • 작성일2024.08.27



"게임?"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되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아?"


맞다. 

새로운 걸 너무 많이 알게 되다 보니 현재 상황을 계속 잊게 된다.


"초월한 용들을 막으려면 마찬가지로 초월한 용이 있어야 돼."

"써니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지금 유타칸에 있는 세 마리 모두 완전한 초월 상태가 아니야."

"그러니까 너한테도 승산이 있다는 거지."


다행이다.

"써니 말로는 네게 허락을 받으면 초월을 시켜준다는데, 허락하는거지?"


"당연하지."


레브가 써니를 부르자 소녀는 신난 발걸음으로 뛰어왔다.

"드디어 써보는구나, 내 발명품을..!"


'전엔 아까워하던 것 같았는데, 사실은 사용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군.'


레브는 차원의 문을 열어 지브롤터를 꿈의 세계로 초대했다.

신비한 존재 드래곤도 이 풍경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아 그리고 추가적으로, 초월은 20레벨 때 해야 부작용을 피할 수 있어."

"45레벨이 된 용들은 강제로 시켜봤자 효과도 떨어지고 몸에 과부하가 걸리거든."


지브롤터가 마침 20레벨인 것이 운이 좋다.

보통은 루키대회 참가 때 21레벨로 맞춘다.

'레벨 업 아이템을 쓰고 싶지 않아서 20레벨로 참가한 게 다행이야.'


"자, 그럼 시작할게!"

레브는 초월의 보석을 들고 지브롤터 쪽으로 날아간다.

손도 없는데 어떻게 보석을 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레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운다.

초월의 보석에서는 점점 밝아지는 빛의 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지브롤터도 불편한 것인지 소리를 내고 있다.


번쩍 — 


샤아아..


강렬한 기운이 사그라들고..

지브롤터는 완전히 다른 용이 되어있다.


거대해진 덩치.

옅은 회색이었던 몸의 암석들은 짙은 묵색이 되어있다.

피부는 여전히 어두운 회색. 


"조, 조금 무섭게 생겼네.. ㅎㅎ.."

불안하게 세냐가 옆에서 이상한 말을 한다.


"그럼 실패한 거야? 어디 잘못된 건가?"

당황해서 묻는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감히 내 발명품이 실패하기는!"

"그냥 드래곤이 좀 특이하게 생겼다고, 그게 다야."


"그럼 이제 바로 출발하면 되는건가?"

시간이 별로 없을텐데..


"아직이야. 초월을 하면 등급이 심각하게 낮아진다고."

레브가 가로막는다.


"등급?"


"그런 게 있어. 지금 다 설명하긴 좀 복잡하지만, 이 초월의 정수가 있어야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


레브는 허공에서 수상해 보이는 물약을 꺼낸다.


"날 믿어, 이카루스."

더욱 수상한 유령은 지브롤터에게 수많은 물약을 쏟아붓는다.

빨강, 파랑, 노랑 액체가 순식간에 몸에 흡수된다.


"참고로 이것들, 정말 구하기 어려운 거야."

"전에 온 녀석들한테는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뭔지는 몰라도 준비만 되면 됐다. 

"이젠 정말로 가도 되는거지?"


"그래. 가서 랜스도 막고 그 잘난 유저 녀석한테도 한 방 먹여주라고."

레브가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아까 보니까 상황이 좋지는 않던데.. 이 써니 님의 역작을 줬으니 꼭 이기라고!"

"나중에 시간 나면 놀러오고.."


차원의 문에 빨려들어가면서 이후의 말은 더 들리지 않는다.


후욱 — 



윽. 

허공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땅.

흙.

드디어 유타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 초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가자, 지브롤터! 서둘러!"



---



"크흐, 크흐흐... 인정해 주지, 릴리아. 발상은 좋았어."


모두의 충격으로 랜스 엘드리안이 서서히 일어선다.


"이, 이게 무슨-"

릴리아 이솔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마지막 기회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쪽에 기술자가 있는데, 아주 멋진 발명품들을 많이 만들어 줬거든."

우웅 — 

심장 주변에 푸른 빛이 감돌며, 감쪽같이 상처가 사라진다.

"안타깝게도 이정도로는 죽지 않아."


'지금이라도 다시-'


"두 번은 없어, 너도 알잖아?"

랜스가 일순간에 자신에게 박혀있던 검을 뽑아 릴리아 이솔데에게 돌려준다.

푸욱 — 

"기회는 언제나 한 번이야."


털썩.

자신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전사가 쓰러진다.

마지막으로 뭐라고 말을 하지만 별 관심은 없다.


"안 돼! 길드장님!"

"이 악마!"

"죽여버리겠다!"


밑에서 수많은 자들이 울부짖는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힘에 반항할 자가 누가 있는가?'



드드드드


'음?'


콰앙!!


푸욱 — 


"뭐, 뭐야! 다들 전열을 갖추어라!"

옆에서 브리트라가 쓰러진다.

생명력이 가득했던 눈이 희미하게 꺼진다.

'저건 무엇이지..?'

몸의 정 중앙을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 가시가 관통하고 있다.


랜스 엘드리안은 공격의 주도자를 찾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둘러본다.


'초월룡을 한 번에 죽였다고?'


드드드드


"피해! 모두 비행하라!"


콰앙!!


퍼억 — 


뒤의 수많은 부하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서둘러 빙하고룡에 올라타 내려다본 광경은 믿기지 않는다.

벌써 브리트라와 용 수십 마리가 당했다.


"프란델! 녀석을 찾아내라!"


"땅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주님!"


"당장 폭격을 퍼부어! 누군지는 몰라도 녀석을 끄집어 내라!"


수십 년간 본 적 없는 규모의 힘이다.

빙하고룡과는 비교과 안되는 피해 규모, 그보다 더 놀라운 속도.

소름끼칠 정도로 짙은 검은색의 가시는 도대체 어떤 드래곤의 것이란 말인가?


쾅! 콰광! 



슈웁 — 


퍼어엉 — 


루드오어의 공격이 땅을 초토화시킨다.

마을의 한 가운데에 불길한 구덩이가 자리잡고, 지상은 모조리 흙먼지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슈우욱 —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다.


드래곤이다.



---



"지브롤터! 지금이야!"


초월한 바위 드래곤은 폭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암석 방벽을 소환한다.

이후 거친 먼지를 뚫고 랜스 엘드리안을 찾아 돌진한다.


"랜스 엘드리안! 죽어라!"


콰 — 앙!!


얼음과 바위가 충돌한다.


빙하고룡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다.


"돌진해, 지브롤터!"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기세.

초월한 자신의 파트너는 말그대로 무적이다.


"네 녀석은 누구냐!"

랜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랑곳하지 않고 지브롤터는 빙하고룡의 목을 물어뜯는다.


잡은 상태 그대로 날개를 크게 휘둘러 방향을 바꾼다.

방향은 수직 아래.

땅이다.


빙하고룡은 목이 물린 상태에서 땅에 곤두박질친다.


쾅!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 사대신룡이 사망한다.

'드래곤을 죽여본 것은 처음인데,'

죄책감을 느끼기에는 주어진 임무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위에 타고 있던 랜스는?'


아래에 없다.


위를 보니 프란델과 루드오어가 보인다.

랜스도 드래곤의 등에 타고 있다.


"잘도 빠져나갔군."


"프란델, 저 녀석을 죽여라!"

랜스의 명령 소리가 들려온다.


'할 수 있다면.'


"지브롤터, 가자!"


두 괴수들이 공중에서 격돌한다.

콰앙!!

부딪힘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이 일어난다.


"휴, 거의 떨어질 뻔 했잖아!"


다행히 지브롤터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다만 상대 쪽도 멀쩡해 보인다.


루드오어.

레브에 따르면..

'셋 중 가장 최근에 초월했다고 했지.'

부작용도 가장 적고 초월 후 '등급'이라는 것도 높다고 한다.


"프란시스!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랜스가 소리친다. 저런 것도 아버지라고.

대답할 가치도 없다.


콰앙!


또다시 충돌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다.

벌써 라피엘 쪽은 다른 인원들이 제법 몰려들었다.


"전원 공격!"


랜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수많은 공격들이 쏟아진다.

이전이라면 하나하나가 치명상을 입힐 만한 공격이지만, 초월한 바위 드래곤의 피부를 뚫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머지는 방해하지 마.'

땅에서 수많은 검은 창들이 솟아난다.

곧 수백 개가 넘어가는 숫자.


모두 유도탄처럼 날아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한다.


푹-


푹-


푹-푹-



지브롤터를 향하던 수많은 공격들이 모두 멈추었다.


수십의 생명들이, 드래곤과 사람이 이렇게도 쉽게 죽는다.

'...'

초월의 보석이 절대로 사용되어서 안되는 이유가 보인다.


"결국 너도 나와 다른 게 없다, 프란시스!"

"이것 봐라, 지금 이게 사람의 모습이냐?"

랜스 엘드리안.


'닥쳐.'


"우린 같은 괴물이야!"


"닥치라고!"


루드오어를 향해 돌진한다.

이번에는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충돌 직전에 피해서 방향을 튼다.

상대의 뒤가 노출되었을 때를 노려 땅으로 끌고가야 한다.


"루드오어의 피부는 두 세계를 통틀어 가장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네가 무슨 수를 써도 이기는 건 불가능해!"


'자신이 조종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 많군.'


시간 내에 대응하지 못한 루드오어가 지브롤터에게 측면을 내준다.

지브롤터는 이를 놓치지 않고 루드오어의 어깨를 물어버린다.


공중에서 엉킨 상태로 두 드래곤이 회전하며 빠르게 하강한다.


'젠장, 이래서는 나도 위험하겠어!'


땅에 누가 먼저 떨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지면은 점점 가까워진다.


"안되겠어, 지브롤터! 빠져나오자!"


루드오어의 끈질긴 육탄전을 뿌리치고 충돌 직전에 하강 비행에서 빠져나온다.

다만 루드오어도 빠르게 대응해서 아슬아슬하게 충격을 면한다.


'이정도면 충분해.'

땅에 가까이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지금이야, 거석 지옥!"


쩌저적.


콰앙! 쾅! 쾅! 


주변을 모두 가둬버리는 검은 기둥이 8개나 솟아오른다.

'초월을 하니 기술도 차원이 다른데.'


루드오어는 스킬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미 늦었어.'

위험을 감지한 드래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러기엔 감옥의 규모가 너무 크다.


검은 기둥들이 신속하게 솟아나며 간격을 메우고 있다.

더이상의 추격전을 막을 거대한 케이지가 완성된다.


"이 안에서는 승산이 있을 것 같나, 프란시스?"

프란델이 입을 연다.

"보란듯이 네 바위 드래곤을 초월시켜 데려왔다만, 그뿐이다."

"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흥, 그것까진 안 알려줬나 보군."

"설명해 주고 싶지만 우리가 대화나 하고 있을 사이는 아닌 것 같아서."

이건 대회가 아니다.

'프란델은 더이상 경쟁자가 아니야.'

그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


'거석 지옥에 들어온 것부터 너의 패배는 확정되어 있어.'


펑!


루드오어 뒤의 기둥에서 가시가 튀어나온다.


챙!


루드오어의 피부에 부딪혀 날카로운 충돌음만 내고 타격은 주지 못한다.


"말했다시피 루드오어에겐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너무 자신있어 하진 마."

"아직 시작도 안했거든."


팅-


공중에 써니가 특제 제작한 연막탄을 던진다.


푸쉬익 — 


"지브롤터, 그때처럼 한 번 해보자고."

"이번엔 훨씬 강렬하게."


거석 지옥 내부 전체가 연막에 둘러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과거에 했던 훈련, 그로 다져진 감각을 믿고 가면 된다.


'그에 반해 처음부터 한계를 만나보지 못했던 프란델과 루드오어는 이런 것에 대비되어 있을리가 없지.'


펑! 퍼펑! 


기둥들이 솟아나고, 그 기둥들에서 또다시 가시들이 튀어나온다.


팅! 팅, 팅!


단단한 피부 조직으로 튕겨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과연 프란델과 랜스도 무사할까?


그사이 지브롤터는 적의 위치를 찾아낸다.

'피부에 타격을 줄 수 없다면 근접전으로.'


"빌어먹을! 프란델, 여기서 당장 빠져나가!"

"이 가시들을 다 막을 순 없잖아!"

랜스의 다급한 목소리.

'스스로의 위치를 더 광고하는 꼴이군.'


슈욱 — 


퍼억! 


일방적으로 루드오어를 들이받는다.

대비되어 있지 않으니 일전에 대등하던 몸싸움도 힘없이 밀려난다.


슈웅 — 


'바람소리?'


위로 탈출했구나.


천장이 뚫려있는 거석 지옥의 특성을 이용해 보려는 건가.

'반절까지만이라도 무사히 올라갈 수 있으면 기적이지.'


퍼엉! 퍼엉!


루드오어의 비행 경로마다 검은 기둥들이 솟아난다.

좌우로 두들겨 맞는 괴수는 끝까지 위로 향하려고 시도한다.


"이젠 끝낼 때가 됐다, 랜스 엘드리안."


슈욱 — 


정신이 팔린 루드오어는 연막에서 빠르게 뚫고 올라온 돌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다.

지브롤터가 상대의 목을 확실하게 물고 땅으로 격돌한다.


콰아앙!


"크아아악! 프란시스 네놈!"

랜스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비명을 지른다.

'땅에 떨어지면서 어떻게 잘 살아남았나보군.'

연막 때문에 자세한 위치는 보이지 않는다.

'프란델은?'

인기척이 없다.

어쩌면 밑에 깔려 죽었을지도.


"쿠워어어!"

루드오어의 천둥같은 울음소리.


며칠 전만 해도 온몸을 얼어붙게했던 괴성도 이제는 살기 위해 발악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피부를 뚫을 수 없다면.'


주변 땅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한다.

지브롤터는 지형을 조종하며 루드오어를 점점 더 깊이 땅속으로 파묻는다.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드래곤은 온갖 소리를 내뱉으며 발버둥치지만,

곧 지면에 삼켜져 움직임이 봉쇄당한다.


점점 조여오는 땅.

호흡을 저지하는 거대한 압력.


 

한때 대륙 최강의 드래곤이라 불리던 용은

그대로 눈을 감는다.


"크으아..악. 프란시스 네놈, 왜 배신을 한 거냐."

"도대체 왜!"

연막이 사그라들자 처절하게 기어다니는 랜스 엘드리안이 보인다.

이 역시도 한 때는 최강자, 심지어 영웅 소리를 들었던 자이다.


"당신에게 할 대답은 없어."


"너도 아까 수십 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지 않았느냐!"

"너도 결국은 힘을 원해, 프란시스 엘드리안!"

"나와 함께하자, 아들아! 아직 늦지 않았어!"

더럽군.

"꿈의 세계를 지배하면 내가 수십 배는 더 강력한 힘을 주마!"

"그 드래곤만 내게 넘기면-"


"초라하군, 랜스 엘드리안."

"나와 당신을 같은 부류 취급하지 마."

"내가 힘을 원하는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고."


"넌 몰라! 그 녀석들이 거짓말을 한 거다!"

'그 녀석들?'

"꿈의 세계에서 곧 습격이 올 거야! 우리가 힘을 기르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거라고!"


"남들의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았으면서 스스로의 목숨은 정말 추하게 지키려 하는군."


"내가 없으면- 내, 내가 아니면-"


푹.


검을 가슴 중앙에 꽂아넣는다.


"쿠, 쿨럭.. 이게.. 거짓말 같지, 프란시스.."

"넌... 후회할 거다.."


"후회는 지옥에서 당신이 반성하면서 하겠지."


...


...


...


드디어 고요한 정적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끝났다.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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