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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 Epilogue(1)

7 익천비
  • 조회수47
  • 작성일2024.08.28



상황은 빠르게 수습되기 어려웠다.

대부분 지원 병력들도 부상을 입었거나..

전사한 경우가 많았다.


엘피스에서 출동한 하운드 덴과 다른 길드들의 지원이 뒤늦게나마 도착했다.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백 명의 사람들은 구할 수 없었다.


"이카루스! 너- 너-"

세냐는 다행히 무사했다.

시타엘이 목숨을 걸고 파트너를 지킨 탓이었다.

물론, 시타엘도 치료를 잘 받았지만.


"설명할 게 좀 많은 것 같은데, 이카루스."

마룬도 같은 이유로 큰 부상 없이 전투를 견뎠다.

다만 파트너인 제피로스는 시타엘과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설명할 게 정말 많지."

어디부터 해야 하는 걸까.

"다 말해줄 테니까, 우선은 좀 쉬는 거 어때?"


"하하, 그래."

"그나저나 이카루스라고 부르는 게 맞나? 프란시스라고 불러드릴까요?"



결론적으로, 다 말해주지는 않았다.

신과 관련된 부분, 그리고 환생...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말할 지 모르겠다.


꿈의 세계에 찾아간 이야기를 들려주니 세냐와 마룬 모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세냐는 아직..'

자신의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써니를 증오하고 있었다. 


어쩌면 써니도 처벌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인데..'


"내일 한 번 같이 가볼래?"

"레브도 다시 만나고 싶고 해서 어차피 다시 가봐야 하거든."


"우왓! 정말로?"

'마룬, 특히 신나 보이네.'

짧은 기간이었지만 파트너 제피로스에 대한 상심이 큰 것으로 보였는데.

기분 전환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의 세계라.. 정말 궁금하긴 하네."

"그곳엔 뭐가 있을지.."

세냐와도 오해를 풀고 화해할 수 있었다.

대재앙으로부터 나온 거의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



"저기요."

거대한 연구실 속에 목소리가 울린다.


이번에는 다행히 불이 켜져 있다.


"어? 뭐야. 이카루스?"

써니는 소파에 누워있다.

"벌써 다시 왔네? 신기한... 사람들을 데리고."


"인사해, 써니야. 라피엘에서 마공학자로 일하던 녀석이야."

"써니, 여긴 세냐와 마룬. 내 친구들이야."


"음.. 쟤들도 저번에 본 것 같긴 한데..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나저나 이카루스, 혹시 내 악몽의 정기 안마의자를 체험하러 온 거야?"


뭔진 몰라도 절대로 체험하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아.. 아니, 레브랑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

"친구들은 꿈의 세계를 좀 둘러보고 싶다고 하고."


"칫, 아깝다."

"이번에야말로 시험해 볼 수 있었는데."


"이카루스, 저 녀석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마룬이 속삭인다.

"정말 괜찮은 것 맞아?"


"아마..도?"


써니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통로로 향한다.

철로 된 문이 열리자...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저번에 왔을 때와 섬들의 위치가 조금 바뀌어 있다.


"우와..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고?"

마룬이 감탄한다.


"그래, 친구. 정확히는 꿈의 세계지."


"꺄악!"


"풉... 푸하핫! 지금까지 온 녀석들 중 가장 반응이 웃겼어!"

레브, 이 짖궃은 녀석.

"들었어, 이카루스? '꺄악'이래!"


마룬은 아직도 벙찐 표정으로 몸을 움츠리고 있다.

세냐는 그저 경계하는 표정이다.


"하하, 그러게. 마룬, 너 완전 겁쟁이구나?"


"뭐.. 뭐야 이게! 어딨어!"


써니는 능숙하게 흰색 천을 꺼내 허공에 던진다.


"안녕 친구들! 난 꿈의 세계 최고 인기스타, 레브라고 해!"

형체가 어느정도 생긴 유령이 자기소개를 한다.


"이카루스! 귀신이라고는 설명 안했잖아!"


"이봐, 귀신이라니! 엄밀하게 말하면 유령이라고!"


세냐도 웃고 있다.

써니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보였는데.

'다행이야.'


"저기, 레브. 저번에 하던 얘기 말이야.."

"조금 더 듣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아, 물론이지. 근데..."

레브는 마룬과 세냐를 휙휙 둘러본다.

그러고는 내가 말을 안했다는 사실을 눈치껏 파악한다.

"그럼 거기 친구들은 잠깐 어디 가서 놀고 있을래? 이카루스랑 얘기를 좀 해야 돼서."

"써니, 꿈의 세계를 소개시켜주는 거 어때?"


"그래! 여길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저기 혹시, 악몽의 정기 안마의자..."



조금 멀리 떨어진 곳.

레브가 먼저 말을 꺼낸다.

"써니랑 같이 널 지켜봤는데, 잘 싸웠더라."


"고마워. 초월을 하니까 확실히.. 많이 강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뭐야?"


"먼저 지브롤터에 관한 건데,"

오랫동안 고민했다.

"혹시 초월한 드래곤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어?"


"..뭐?"

"그치만 넌 테이머 대회 우승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맞긴 하지. 한 때는 그랬어."

"아니 사실, 지금도 충분히 우승하고 싶기는 하지만.."


"우승보다 더 좋은 것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거든."

꿈의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는 마룬이 보인다.

어느새 세냐도 웃으면서 같이 장난을 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직 15살이었나.'

"게다가 초월의 힘.. 너무 위험해."

"이 힘을 가지고 테이머 대회를 우승한다고 해도 완전히 나랑 지브롤터끼리 해낸 기분이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음.. 그렇구나. 써니에게 정확히 물어봐야 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알기론 초월한 드래곤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을거야."


"아.."


"그래도 조심하기만 하면 이번처럼 되는 일은 없을거야."

"써니도 초월의 보석을 더이상 만들지 않기로 약속했고, 써니 외에 다른 사람들이 완성시킬 수는 없을 것 같거든."


"그래. 그럼 나만 조심하면 될 것 같네."

"그리고 또 궁금했던 건데, 신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유저? 흠.. 글쎄."

"사실 나도 조금 불안하긴 해."

"가장 좋은 구경거리가 사라졌으니, 어디선가 또 뭔가를 꾸미고 있겠지."

이번엔 또 무엇을..

"언제든지 경계하고 있어야 하는 건 사실이야. 너도 그렇고, 나도 항상 지켜볼 테니까."


"그렇구나. 고마워, 레브."

"그리고 혹시-"

"..."


"음?"


이러면 안되는데.

랜스 엘드리안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거슬린다.

거짓말을 한 '그 녀석들'은 레브와 써니를 가리킨 걸까?

꿈의 세계에 정말 유타칸을 공격하려는 세력이 있을까?


아니면 악당의 마지막 발악에 내가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건가...


"무슨 일인데 이카루스?"


"아, 그냥. 혹시.. 혹시.. 너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서."

우선은 시간이 좀 있으니.

껄끄러운 건 나중에 물어보자.

"그렇잖아? 보이지도 않는데 떠다니고.."

"뭐 원래부터 꿈의 세계에 있었는지, 그런 거."


"흠. 사실 나도 여기서 너무 오래 지내다 보니까 과거에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

"그래도 역시 지금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거 아닐까?"

"너도 돕고, 써니와도 같이 지내면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라...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어쩌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쉽게 과거의 잘못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같은 맥락에서 써니를 바라보니 마음이 복잡하다.


"저기, 써니..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써니? 아..."

"사실 이렇게 된 게 내 잘못도 조금 있는 것 같아. 여기 온 후로부터 잘 돌봐줬어야 했는데 실수를 조금 했거든."

"난 할 수만 있다면 같이 지내면서 더 도와주고 싶어."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고, 아직 잘 모르는 것 뿐이니까."


"그래.. 나도 같은 마음이야."

"유타칸 쪽 사람들이 이쪽 세계에 있는 써니를 찾아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룬과 세냐..

세냐? 세냐가 신고를 할까?


권선징악. 

지금까지 내게 너무 당연한 철학이었다.

랜스, 프란델, 그리고 라피엘 길드원들을 죽일때도 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써니와 같은 경우는?'

명확하게 선인지 악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랜스의 요청 하에 세상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나를 도와주면서 그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술'과 '사용자'의 맥락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조종한 사람이 잘못을 한 것 아닐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진 마."

"아직 다른 것들로도 충분히 바쁘잖아. 그때까진 내가 써니를 잘 돌봐주고 있을게."


"아.. 그렇긴 하지. 그래. 맞는 것 같아."

사실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판단을 조금 미루는 정도는 괜찮을 테니까.'

"레브, 이번에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넌 정말 대단한 귀신이야."


"유령이라니까!"


하하.

그래도 일상이 어느정도 돌아온 것 같아서 좋다.



앞으로 일들이 어떻게 될까?

하는 물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



"텐파 대재앙, 혼란 끝에 마무리. 피해 규모..."

"라피엘 - 펠드라, 텐파 사건 이후 대규모 변혁"


1지에 실려있는 기사들.


라피엘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프린세스가 이끄는 하운드 덴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프린세스라면 잘 이끌어 나가겠지.'


펠드라는 충격적으로 세냐가 길드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신입 길드원, 그것도 15살이 길드장이 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는데, 전사하기 전 릴리아 이솔데의 유언을 따라 진행되었다고 한다. 

세냐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역대 최연소 길드장으로서 펠드라를 재건하는데 힘썼다.


마룬은 부길드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제피로스 이후의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테이머를 그만두었다.

다시 고향 마을인 시골로 내려가 오랜 친구인 럭키와 함께 지내겠다고 한다. 


"그래, 이카루스. 이젠 정말 작별이네."


"무슨 영원히 헤어지는 것처럼 말을 해, 최고의 비행사님껜 한두 시간이면 되는 거리를."


"하하, 그렇긴 하지. 그래도 뭔가.. 아쉽다."

"너랑 경쟁하는 건 정말 재밌었는데."


"동감이야. 처음 너를 봤을 때는 정말..."

참 오래 전이었구나.

"종종 찾아갈 테니까 맛있는 거라도 쏘라고!"


"그래! 비행 실력도 더 갈고닦을 거니까 각오하도록, 이카루스."


"아, 그리고... 네가 옳았던 것 같아."

"럭키 관련해서 말이야. 괜히 욕심을 내다가 제피로스까지.."


"욕심이라니, 자책하지 마. 네 잘못이 아닌걸."

위로를 하고 싶지만 떠나간 드래곤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딘가 씁쓸하군.'


그렇게 마룬도 떠났다.


난 텐파 지역에 남아서 마을 재건을 도울 생각이다.

생각보다 지브롤터의 힘이 공사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몇 달간은 텐파 지역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비행 연습을 하며 살아야지.'


물론, 아지트 속의 세계도 가끔식 들리고.



---



"펠드라 길드장이 되신 세냐 님께,


안녕하십니까, 길드장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장난이고, 정말 오랜만이야.

간편하게 통신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좀 더 느낌있고 도전장 같아서 쓰게 됐어. 맞아, 도전장.


테이머 대회가 내년부터 재개되는 건 아시겠지? 이젠 펠드라 길드장이니까.

루키대회 때는 찝찝하게 끝났으니 제대로 승부를 보자.

길드장과 테이머를 겸업하려면 쉽지 않을텐데 열심히 해야 할걸?

빛의 창이 아직도 지브롤터에게 통할 지 한 번 두고 보자고. 


무사히 잘 지내고 있길 바래. 받으면 꼭 답장도 보내고.


유타칸 최고의 테이머, 이카루스가."



---



"앗, 왔다, 편지!"


빨간 편지함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검은색 편지.

펠드라 길드의 시그니처.


"자칭 최고의 테이머 이카루스에게,


도전장은 잘 받았어.

무사히 지내고 있고, 길드장 일은 조금 힘들긴 해도 그럭저럭 할만 한 것 같아.

테이머일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도 경험해 보고 있고.


그나저나 너무 비겁한 것 아니신가? 그쪽은 드래곤이 초월했는데, 불공평한 건 아닌가 해서.

불공평한 어드밴티지를 얻고 시작하는 게 습관인 것 같네. 8년 전부터 그랬는데 말이야. 


그래도 테이머가 너라서 다행이네. 충분히 승산은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이만,


펠드라 길드장 세냐 이솔데가."


으윽.


당장이라도 통신을 켜고 싶지만, 

'그럼 왠지 내가 진 것 같잖아.'

어떻게 하면 더 약오르는 편지를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유타칸의 석양을 바라본다.


지붕 위에서 보니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해가 아름답다.

뜬금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이 생각난다.


이카루스로서의 삶, 그리고 프란시스로서의 삶.


정말 힘들고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가치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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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Epilogue(2), 그리고 후기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두 번째 생은 유타칸 최고 가문의 아들로'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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