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 잊을 수 없는 추억 (9)
번개고룡의 붉은 번개가 제우스를 향했다. 제우스는 번개를 삼지창으로 막아내고 창을 고쳐잡은 후에 달려오는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번개고룡은 방향을 다시 잡고 창의 리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우스의 속도는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방향을 바꾼다 한들 제우스는 그녀를 따라왔다. 그의 삼지창이 그녀에게 닿으려는 순간에 얼음기둥이 솟아나며 창을 막아냈다.
“얼음….”
“여전히 무모해….”
제우스는 중얼거리며 빙하고룡이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서 냉기를 내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깜박인 순간 파워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다치게 두지 않겠다!”
“좋은 동료를 두었군.”
파워는 제우스가 창을 휘두르려 하자 더 깊숙이 파고들어, 중간에서 그의 창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하게 틀어막았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서 빙하고룡은 삼지창에 얼음기둥을 꽂아 넣어 움직임을 봉했다.
제우스는 힘으로 얼음을 으깨 부수고 삼지창으로 파워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파워는 틈을 파고들며 삼지창을 팔에 끼워 잡아냈다.
창이 거세게 흔들렸지만 파워는 제우스의 힘마저 버텨냈다. 그리고 그 등 뒤로 번개고룡이 넘어오며 번개로 활의 모양을 만들면서 제우스에게 번개의 화살을 조준했다.
제우스는 창을 포기하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빙하고룡이 그의 발을 묶으며 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잡았…!”
번개의 화살은 제우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너무나 허무하게도 그의 손에 의해 전부 흩어져버렸다.
“전략은 좋았으나, 위력이 부족하군.”
제우스의 발을 묶은 얼음들이 부서지면서 제우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워 또한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착각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번개고룡이 씨익 웃었다.
“뭐 잊은 거 없어?”
그녀의 웃음에 제우스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고대신룡은..?“
번개고룡을 쫓기 위해 원래 자신이 지켜야 할 것과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그와의 전투가 아닌….
‘결정체…?!’
제우스가 빛의 결정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빛의 결정체는 멀쩡했고 아무도 그것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당해줘서 고맙다. 너라면 그럴 줄 알았거든.”
번개고룡의 말과 함께 다시 돌아보았고 제우스는 본인의 앞에서 빛의 검을 잡은 고대신룡과 눈이 마주쳤다.
“훌륭하….”
말이 끝나지 못한 채 빛의 검이 제우스를 베어냈다. 제우스는 그저 베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검격과 함께 벽으로 처박혔다. 벽이 무너지면서 제우스가 잔해에 깔렸다.
“잡은 건가..?”
번개고룡의 작은 중얼거림 후에도 무너진 잔해 속에서는 어떤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항상 무모하단 말이지.”
“하지만 결국 해냈죠?”
번개고룡에 말에 빙하고룡이 피식 웃었고 그들은 빛의 결정체를 향해 다가갔다.
“이제 다시 재료들을….”
“...나는 너희들의 전력을 보고 싶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해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잔해에서 큰 구멍이 생긴 상태였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아직 너희들은 목숨을 내걸 각오조차 보여주지 않는군."
그들의 머리 위에서 제우스가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제우스를 감싸는 빛나는 노란 기운이 눈에 띄게 거세지고, 압도적인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번개고룡은 이마에 맺힌 땀을 느끼면서도, 여유롭게 웃으며 받아쳤다.
”전력? 아까 네가 당황한 건 뭐였지?"
제우스의 시선이 번개고룡에게 날카롭게 꽂혔다.
"내가 착각했군. 너희들에게 전력을 다하라 말했지만… 나부터 전력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너희들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우스가 손을 뻗더니 바닥에 있던 삼지창이 그의 손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무겁고 깊어졌다.
"이번엔… 단 한 순간도 생각할 틈을 없이 내 전부를 몰아쳐 주겠다."
“..이런”
제우스가 삼지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며 휘둘렀다. 그리고 그들은 저것에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그것을…. 가져갈 수 없다!!”
공간째로 갈라버리는 참격이 그들을 향했다. 동작이 큰 만큼 빈틈이 생길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공격은 한 번에 하나의 참격이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참격들이 날아왔다.
빙하고룡의 얼음은 생성하자마자 부서졌고 번개고룡의 빠른 속도로도 피할 수 없었다. 파워는 버텨보려고 했지만 결국 몸에 치명상을 입고서 쓰러졌다. 그 고대신룡도 빛의 검으로는 모든 참격을 막아내기엔 부족했다.
“부족하다…. 아직 그런 힘으론 아무것도 막을 수 없다.”
아까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그들을 제압하고서 어느샌가 모든 상처를 회복한 제우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너…. 말조심해.”
번개고룡이 입과 몸 구석구석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지만, 아직 무릎을 완전히 굽히지 않는 상태로 제우스를 노려보았다.
“곧 죽을 이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제우스는 다시 창을 들어 올렸다. 번개고룡은 피해야 했지만, 그 참격 한 번으로 전투의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녀를 도와줄 것 같은 동료는 남지 않았다. 전부 참격에 베여 그 고통에 몸부림칠 뿐이었다.
“안타깝게 되었다, 너희들의 목적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직 때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 뜻은 너희가 아닌 다른 이가….”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제우스의 입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고 무언가 폐와 심장까지 관통한 건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큰 돌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건지 궁금했지만….”
“그저 저 단순한 돌 조각이 원인이었다니. 생각보다 시시하지 않나.”
G스컬은 제우스를 집어 던지고서 번개고룡을 바라보았다. 번개고룡은 쓰러진 채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한 지역의 왕이라는 자가 저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것도. 참 볼품 없기마련이지. 안 그런가?”
G스컬은 소름이 돋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말로만 들었던 G스컬은 생각 이상의 끔찍한 기운으로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보통 누군가 말을 하면 대답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G스컬은 잠깐 생각한 후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이건 예의가 없군.”
제우스에 참격에 당한 파워가 그의 뒤에서 나타났지만 G스컬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의 주먹을 받아내었다.
“번개고룡 건들지 마라!”
“드래곤들의 문화는 참 이해할 수 없어. 그 녀석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아무리 아까의 싸움으로 지쳐있어야 할지라도 G스컬은 그 파워의 팔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받아내고서 알 수 없는 힘으로 그를 억눌러가며 다가갔다.
“이 작은 힘으로 감히 나를 잡으려고 한 건가? 아니 턱없이 모자라다!!”
G스컬이 파워의 팔을 꺾었다. 그 무엇에도 밀리지 않을 것 같던 파워가 고통에 소리쳤고 G스컬은 그대로 파워를 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