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협상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나오면 나도 곤란해~?"
붉은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을 한 여성이 보고서를 넘겨보며 불만을 표했다.
“그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은 나도 알아, 이해하는데….”
그 여성은 보고서를 다시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우선 거주 건물 파괴하고 인명 피해, 그리고 경찰에게 저항까지 하면서 공무 집행 방해까지 그리고 기타 등등의 폭력행위…. 미친 거냐?”
그는 그 수 많은 사항을 듣고 다리를 떨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 대신 그놈을 제압해줘서 고맙긴 한데. 이건 좀 그냥 넘어갈 수가 없걸랑.”
“....뭘 원하지?”
그녀는 미끼를 물었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보고서를 치우고 얼굴을 들이밀며 본론을 얘기했다.
“일 처리 하나만 더 해. 우리가 너랑 ‘그놈’ 때문에 처리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거든.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순 없으니….”
“이곳에 정착할 생각은 없어.”
그는 무심하게 딱 잘라 말했다. 그녀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에서 약간의 검붉은 색을 띤 불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이 검은빛이 돌던 눈이 한 번 눈을 감았다 뜨자 보라색의 빛을 띠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그녀는 다시 불을 꺼트리며 아쉬운 듯 말했다.
“뭐! 조금 서운하지만~ 너랑 네 조수?”
“에스텔”
“...에스텔 그래. 아무튼…! 왜 자꾸 말 돌리는 거야 짜증 나게”
그녀는 자꾸 논점을 흐리는 그의 말에 답답한 듯 머리를 긁적였지만 꾹 참고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
“이번엔 좀 조용히 처리해봐. 소란 피우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지?”
“..! 한 놈이 더 있어?”
그녀가 피식하며 말했다.
“맞아, 한 마리 더 있어,”
“우리가 얼마 전에 발견했는데~ 자꾸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운단 말이지. 내가 자리에 없을 때만…. 상성도 안 맞아서 내가 아니면 제압하지 못하는 녀석이거든.”
“그렇다는 것은….”
“맞아 불의 산은 아니고 조금 멀리 있어”
“위치는?”
“거기 알아? 그 뭐야 옛날에 큰 소란 있었잖아 뭐였더라?”
그녀는 잠시 고민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생각했지만 역시 떠오르지 않는 눈치였다.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붉은 강. 그곳을 계속 배회하더라. 잘 처리할 수 있겠지?”
“물론이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문으로 향했다.
“네가 불의 산에서 지은 모든 죄는 그 녀석을 잡은 후에 깔끔하게 처리하는 걸로. 그전까지는 나도 이거 못 없애준다? 나보다 까탈스러운 녀석이 있어서 말이야.”
그녀는 보고서를 흔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알았어. 약속 지키기나 해.”
“^^”
문밖을 나서자 에스텔이 우물거리며 양손에 고기 꼬치를 들고 서 있었다.
“돈…. 없었을 텐데.”
에스텔은 빠르게 입에 있던 걸 씹어 삼키고서 말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친절했습니다. No.1….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돕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저 그들의 나눔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뭐…. 연구소와는 다르게 여긴 총괄인이 굉장히 현명한 느낌이거든.”
“무슨 일 있습니까? 거긴 경찰청장의 집무실이라고 쓰여 있군요. 이름은…. 헬…?”
“별일 없어~ 그냥 하던 일을 하면 되는 거지 뭐, 위치는 붉은 강이래. 어딘지 알아?”
“붉은 강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자세하게 기술되어있진 않았으나 예전 드래곤빌리지가 생겨나기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하더군요. 불의 산에서 멀지 않아서 아마 이곳 주민들에게 물어본다면 그 이유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알아볼까요?”
“됐어, 거기까진 궁금하지 않아.”
그는 자신의 대답을 듣고 다시 고기 꼬치를 먹기 시작하는 에스텔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나도 하나 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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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가지는 같지만 세계가 다른 곳의 이야기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기존 [드래곤 빌리지]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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