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5 잊을 수 없는 추억 (12)
날개가 잔해에 관통당하고서 추락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무언가에 맞았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래도 그 후에는 기절한 것 같았다.
아직 생각이란걸 할 수 있는 걸 보면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능력도…. 써지지 않았다.
‘평범한 잔해가 아니라, 감옥의 재료로 쓰였던 돌들에 의해 깔린 건가.’
팔과 다리에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출혈도 조금 심한 것 같다 이대로는 점점 제대로 된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러면 죽은 거랑 뭐가 다른 건지….’
그녀는 어둡고 점점 추워지는 그 공간에서 천천히 생각했다. 알 수 없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기절한 뒤 빙하고룡과 파워는 어떻게 됐을까, 살아있긴 한 걸까. 고대신룡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생각이 지나쳤다. 그리고 어쩌면 G스컬에게 전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두를….
“---”
밖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작은 희망이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고대신룡이…. 살아있나? 그렇다면 애들도…!’
번개고룡의 머리 위에 있던 잔해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고대신룡! 나 여깄어!”
그녀는 목이 쉬었지만 어떻게라도 들리길 바라며 최대한 큰 소리로 고대신룡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 잔해는 움직임을 멈췄다.
“어? 고대신룡! 나 여기 있다고!”
“아무래도…. ---야겠군.”
“?”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 그 잔해의 절반이 짧은 빛줄기와 함께 순식간 잘려 나가 쪼개졌다.
“고대신룡! 성공한 거야!?”
그는 고대신룡이 아니었다. G스컬도 아니었다. 온몸에 회색의 갑주를 낀 나이트 드래곤이 그녀의 위에서 나타났다.
“뭐라는지 모르겠군…. 네가 번개고룡인가.”
“,,,?”
“당장 던전으로 날 안내해라.”
번개고룡은 황당하기만 했다. 대뜸 처음 보는 드래곤이…. 그것도 하늘의 신전의 나이트 드래곤이 던전으로 안내하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게 아니죠! 꺼내 줘야죠.”
“아.”
엔젤이 뒤에서 그의 등을 치니 나이트 드래곤은 아차 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재빠르게 검을 뽑아 몇 번 휘두르고선 번개고룡을 잔해와 분리했다.
“아…. 아! 부러진 것 같아!”
“엄살이 심하군.”
“아니 진짜로~!”
나이트 드래곤은 한숨을 쉬더니 몸에서 미세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약간은 고통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고 그제야 번개고룡은 얌전히 그에게 업힐 수 있었다.
“운 좋게 살아남았군. 너도 고대신룡의 동료인가?”
번개고룡은 나이트 드래곤의 부축을 받고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사이에 나이트 드래곤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근데 내가 갑이야.”
“재밌는 농담이군.”
“진짠데.”
밖으로 나온 번개고룡은 우선 주변 환경을 살펴보았다.
“처참하네.”
보자마자 나온 말은 그거였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개판 하늘의 신전은 무너지고 여러 드래곤이 잔해를 피하지 못하고 깔려 죽었다. 그중 살아남은 일부마저 이제는 터전을 잃었으니 노쇠하게 되고 운 나쁘면 야생 몬스터에게 죽게 될 것이다.
나이트 드래곤은 번개고룡을 들고서 엔젤을 따라갔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 곳에서는 20을 넘기지 못하는 드래곤들이 누워있었다.
“하...”
그곳에는 심각하게 다친 것으로 보이는 빙하고룡과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었지만 약간의 고통을 호소하는 파워도 있었다.
“하하…. 살긴 살았구나.”
“너도 저기 누워.”
“나도?”
“치료받아야지. 다리 부러졌잖아? 시간 없어, 빨리.”
자꾸 재촉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반은 그녀의 말에 따랐다. 전에 보았던 나이트 드래곤과 제트드래곤이 전부 모였다고 말한 뒤에 그녀는 끄덕거리고선 양손에 마주 잡고서 조심스레 펼치기 시작했다.
“좋아요. 아직 괜찮아요..”
그녀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는 손바닥 사이에서 조그마한 빛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야…. 너?!”
엔젤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엔젤은 정신을 붙잡으며 그 빛의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 빛이 겨우 주먹만 해졌을 때 손바닥을 누워있는 드래곤들에게 향하자 빛의 크기가 확장되며 그들에게 내려졌다.
‘상처가….’
번개고룡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드래곤들의 상처가 점점 아물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었는지 파워는 깨어났지만, 여전히 빙하고룡의 상처는 치유되고 있지 않았다.
“엔젤님!”
제트 드래곤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대량의 코피를 쏟으며 쓰러진 엔젤을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늘의 신전이었던 그녀가 거의 사라져가는 힘으로 이 정도를 끌어내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었다.
‘고대신룡이 있었다면………?’
“고대신룡?!”
아까부터 왜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내가 깨어났을 때부터 찾았지만 하늘의 신전의 처참한 환경과 급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깜박하고 말았다.
고대신룡이 보이지 않는다.
“번개고룡.”
파워와 나이트가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 나이트 드래곤은 잠깐 뒤로 물러나 눈을 감으며 파워에게 먼저 양보하는 듯한 것으로 보였다.
“번개고룡, 빙하고룡은 어디서 태어났는지 아는가?”
파워가 빙하고룡의 상태를 이미 파악한 건지 그러한 낌새로 물어보았다. 심각한 수준의 상처는 본래 살던 곳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 아마 그게 엔젤에게 받는 치유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어차피 엔젤이 더 치료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닌 것 같았지만.
“아니, 그건 나도 몰라.”
“그럼 파워, 빙하고룡 평화의 마을로 데려가야겠다. 그곳에서 빙하고룡 안전하게 데리고 있겠다. 번개고룡은…. 안심하고 다녀와라.”
“뭐? 어딜?”
“파워하곤 이미 이야기가 되었다.”
파워의 알 수 없는 말끝으로 나이트 드래곤이 대신 말을 이었다.
“언제 다크닉스가 깨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날 던전으로 안내해라. 고대신룡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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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또 온다. 준비해라!”
헬 청장의 부상 이후로 불의 산은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흘러간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던전의 드래곤들이 어떻게든 헬 청장을 노려보겠다면서 불의 산에 침입한다.
주로 오는 것은 심벌즈 몽키 무리나 드워프들인데. 심벌즈 몽키는 문제가 없으나 드워프들은 화염에 내성이 있어서 화염 내성을 뚫고 전부 불태워 버리는 헬의 불꽃이 없는 그들의 입장에선 조금 까다롭다.
심벌즈 몽키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갈색 원숭이가 후발대에서 군대를 몰며 지휘를 맡고 있었다.
“하하! 너희 대가리만 없으면 그분의 계획이 더 차질 없이 진행되겠지!”
“하하하하하!”
승리를 확신했다고 느껴지며 웃는 순간, 그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나며 같이 웃고 있었다.
“아…. 근데 뭐가 그렇게 웃겨?”
피닉스가 우두머리 심벌즈 몽키를 미소 지으며 보았다.
“어?”
그게 그 심벌즈 몽키의 유언이었다.
불의 산에는 헬 청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피닉스는 전신에 붉은 불꽃을 두르며 불의 산에 침입한 심벌즈 몽키와 드워프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피닉스의 불꽃에 심벌즈 몽키와 드워프들은 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빠른 속도로 제거되었다.
악바리를 물고 한 드워프가 겨우 뒤에서 피닉스를 기습했다. 도끼는 피닉스의 몸을 두 동강 냈다.
“으악!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피닉스의 형태가 갑자기 이상해지며 고통을 호소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이…. 이럴 리가.”
하지만 그건 정말로 아파서가 아닌 드워프를 놀리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었다. 두 동강 난 그녀의 몸이 일렁이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너, 불 본 적 없어?”
“예?”
“칼로 불을 베면 꺼지겠냐고.”
그리고 그녀는 드워프의 머리를 발로 차버렸고, 머리가 사라지고 몸통만이 남은 그 육체는 천천히 쓰러졌다.
헬 청장이 없는 불의 산은 피닉스를 주축으로 돌아갔다. 피닉스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가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 매일 찾아와 귀찮게 했다.
(“어쩔 수 없는 행동이긴 했지만 한 지역의 수장을 그렇게 한 것에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어쩌라고!”)
(“불의 산 식구들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피닉스님.”)
“.....재수 없는 새x”
“저 말입니까?”
“어.”
“....깔끔하게 정리하셨군요.”
“내가 누군데, 이제 일 끝났지? 헬 그 새x도 이제 깨어났을 거 아니야. 설마 일하기 싫다고 떙깡부리는건 아닐 테고.”
금오는 말이 없었다.
“맞지? ”
두 번째의 물음에도 그저 웃으며 대답을 회피하는 금오 경감을 보며 피닉스는 조금 언짢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 더 신경 쓰지 않으려 마음을 먹었다.
“나 이제 찾지 마라. 한 번만 더 찾아오면 그땐 식구고 뭐고 없어.”
차갑게 돌아서는 피닉스를 바라보며 금오 경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막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할 얘기가 있습니다.”
“관심 없다~”
“번개고룡이 죽습니다. 당신이 제 얘기를 듣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의 말에 멈칫하더니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새빨간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얘기해봐, 죽기 싫으면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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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대부분의 떡밥을 회수할 때가 됐네요. 완결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들쑥날쑥합니다.
그나저나 점점 분량이 늘어나는 느낌이 드셨다면 정답입니다! 원래는 한글파일 기준 4페이지, 3000자를 기준으로 잡았는데요
ep.33화 입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전개를 하면 절대로 50화 안에 못 끝낼 것 같아서 ep.34는 무려
5페이지를 쓰면서 마감을 진행했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6장으로 더 늘렸는데... 이 말은 무엇이냐 ep.36은 아마 오늘 올라가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다들 부족한 제 소설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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