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7 잊지 않을 추억 (9)
“비슷한 놈을 알고 있다고?”
칼리시의 당혹감은 표정으로 전부 드러났다.
“내가 전부 본 그 녀석은 진짜였나?”
“그럴…그럴리가.”
이미 칼리시는 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듯 해보였다, 어느 지점부터 충격을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정한 말만을 반복할 뿐 대화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 끌기 용이었나.”
누군가 지하성체에 진입한 지 시간이 꽤 된 이상 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칼을 비틀어 그대로 칼리시의 숨을 끊어내고선 곧장 지하성체로 날아갔다.
‘그들은 절대로 G스컬을 잡지 못할 것이다. 서둘러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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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걷어진 후 번개고룡은 놀란 얼굴을 하며 뒤로 자빠져있었다.
“다행…”
번개고룡은 멀쩡했다.
“경감…?”
금오 경감의 희생 덕분에
“전에 이런 상황이 한 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G스컬은 머리를 긁적이며 몸 중간에 커다랗게 구멍이 난 채로 쓰러진 금오를 바라보았다.
“뭐…. 어쩔 수 없나, 이미 죽은 드래곤을 생각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지.”
G스컬이 마저 공격하려고 하자 고대신룡이 나섰다.
“아차, 네가 있었지.”
검에 맞닿기 전 G스컬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소멸되었다. 마치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고대신룡의 공격을 전부 맞아주었다. 그리고 소멸한 지 얼마 지나지 않고서 다시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너희들의 위치가 드러난 이상, 너희는 날 이길 수 없다.”
G스컬을 죽이면 어느새 되살아나 다시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고대신룡의 입장에서 번개고룡을 지키며 그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것을 계속 소멸시켜도 자꾸만 불안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네 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구나…”
G스컬은 끔찍한 웃음소리로 그들을 점점 옥죄어 갔다. 모든 것은 시간 싸움이었다. 아무리 고대신룡이라 한들 이 상황이 무한정으로 지속되면 힘의 균형은 G스컬 쪽으로 기울고 만다.
‘해결책을….’
고대신룡의 정신은 거의 한계에 다가갔다. 번개고룡의 잠식을 같이 막기 위해 빛의 힘을 나누어 쓰다 보니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벌써 지쳐버린 건가? 아쉽게… 으악!?”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G스컬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이 기괴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자…잠깐 으악! 감히… 엑! 누가…!”
“…?”
고대신룡과 번개고룡이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하는 G스컬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들의 눈빛이 당황스럽고 황당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쟤… 뭐하냐?”
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에 고대신룡은 천천히 다가가 G스컬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다시 그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어째서인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그제야 고대신룡은 안심하며 번개고룡에게 물었다.
“번개고룡 괜찮아?”
고대신룡은 쓰러진 금오 경감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번개고룡의 마음을 느꼈다. 금오 경감과 번개고룡의 관계가 어땠을 진 몰라도 아마 자신이 형님을 잃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괜찮아. 더 슬퍼할 수도 없어. 다 내가.. 아니야. 어떻게 저 녀석을 막을지만 생각하자.”
“…알았어”
번개고룡은 차분했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의 희생에서 계속 묶여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지금은 어째서인지 나타나지 않지만 언제 또다시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나타나는 G스컬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창조의 힘으로도 어떻게 죽여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금 이 방법으로는 어떠한 가능성도 생각나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 문제를 단숨에 뚫고 나갈 방법을 그 혼자서 생각하기엔 무리였다.
(“애초에 방법이 잘못된 거겠지.”)
‘형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놈은 애초부터 너희들을 제대로 상대할 생각이 없었어.”)
‘봐주고 있다는 거야?’
(“네 앞에서 봐주고 말고가 어디 있겠니, 우리가 어떤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끔 방해하고 있다는 거야.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가장 강력한 변수를 잡아주기 위해서.”)
형님의 말에서 고대신룡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최대한 많은 가능성의 가닥을 뽑아내면서 이 상황을 해결해나갈 방법을 창조해낸다.
(“네가 생각한 방법은 뭐지?”)
방법이 처음부터 잘못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가짜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여기 있는 모두가 감쪽같이 속아버렸다는 거다.
“본채가 아니었어…”
“뭐…?”
고대신룡은 작게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시간을 끌고 있던 거였어. 너와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없도록…”
“너는 그렇다처도 나는 왜…?”
유일하게 다크닉스의 부활을 막을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고대 신용은 긴장한 눈빛으로 번개고룡을 바라보았고 번개고룡도 뒤늦게 이해했는지 똑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대처는 단 하나였다.
“번개고룡, 내 몸을 잡아.”
“뭐…? 갑자기?”
번개고룡이 당황하며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지만 고대신룡은 더 이상 시간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팔을 잡아 몸에 대충 두르고 그들이 있는 실험실의 천장을 향해 빛의 검을 들어 올렸다.
“야… 너 뭐하…”
깜짝 놀란 번개고룡을 뒤로하고 고대신룡은 곧바로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를 가로막는 천장들을 부숴가며 순식간에 지하성체의 꼭대기 층을 뚫으며 던전의 하늘 위로 비상했다.
“빠…빠르네.”
번개고룡이 착잡한 마음으로 땅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네가 강해진 게 아직도 새롭게 느껴져.”
“난 원래 강했어.”
“…그냥 재수 없어진 거였네.”
고대신룡은 그녀의 말에 잠깐 피식 웃고는 다시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그가 하늘로 올라온 이유는 단 하나다. 번개고룡을 돕는 것
‘우선, 다크닉스의 봉인장소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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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결정체는 어디에 있지.”
나이트 드래곤이 벽 끝으로 몰려 두 팔을 들고 있는 G스컬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고 G스컬은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감히…. 한낱 운명의 졸개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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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죽으라고 G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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