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52 잊지 않을 추억 (14)
고대신룡이 이곳으로 올 G스컬을 찾으러 간 사이 고대신룡을 기다리는 동안 번개고룡은 말없이 그저 그 고요함과 순간의 평화로움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평화로운 건 아닌가.’
조금의 충격만으로도 금방 터질 것만 같은 분화구와 계속해서 미세한 흔들림을 보이는 대지를 느끼며 생각했다.
‘뭐가 됐든 말릴 수는 없겠지….’
그녀의 생각보다 고대신룡의 다짐은 확고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던 것이 느껴졌고 그 고민에 대한 결론이 이곳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절실한 고대신룡의 눈을 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그 방법만이 네가 만족 할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감정만을 느낀 채 나아갈 뿐이다.
“왔어!? G스컬은?”
번개고룡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대신룡을 보며 G스컬을 어쨌는지 물어보았지만 고대신룡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G스컬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봉인이 곧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돌아왔어.”
“....그래 시작하자.”
-
“금오... 혹시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나이트를 뒤쫓아가며 피닉스가 그녀 머리 위에 있는 금오에게 물었다.
“저는 독심 술사가 아닙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잖아.”
금오는 말이 없었다. 말을 고르기라도 하는 걸까.
“야,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정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금오는 지금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이미 흐름을 보는 그 능력으로 무슨 말을 할지 다 보았을 거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오로지 단 한 개였으니.
“조금은”
“결국 반작용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모르지…. 그 창조의 힘이란 걸로 도와주면….”
“아뇨, 그 누구도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1대 고대신룡이 아닌 이상, 계승된 힘만으론 1대 고대신룡이 정한 미래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금오는 단호했다.
“겁 먹은 거야?”
“...당신은 아직도 장난을 치고 싶습니까?”
피닉스는 금오를 도발해봤지만 금오는 살짝 화가 난 듯했다.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화를 내본 적 없는 그가 이 정도라면….
‘정말로 불가능 한 거야?’
“피닉스,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그 망할 운명이란 게 두려워서 벌벌 떨기 싫어서 그렇지….”
피닉스의 목소리가 약간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아주 작게 금오의 한숨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긴 했다.
“...고대신룡이 제게 찾아왔을 때, 남은 창조의 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모든 흐름을 본다 한들 그 모든 가닥을 모아 자연스럽게 이을 정도의 힘은 남지 않았었죠. 그래서 그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뭔데?”
“2대 고대신룡에게…. 위험한 흐름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죽지 않도록 하며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마지막의 미래를 가장 맨 첫 번째로 만들었습니다.”
“고대신룡이 홀로 다크닉스를 마주한다…. 그 흐름이 완성될 때까지 그 누구도 반작용의 간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
“번거롭게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을 좋아하나 보군,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지.”
그리 오래 도망가지 못한 채 붙잡힌 G스컬은 킬킬대며 자신을 깔고 앉은 나이트에게 말했지만, 나이트는 그의 머리 앞에 검을 꽂으며 위협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트는 G스컬을 죽이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묶어 놓는 데 집중했다.
“운명의 졸개야…. 난 지금 너를 걱정하고 있는 거다. 네가 후회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
“시끄럽군.”
“하… 결국 네가 날 죽이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인 것을…. 고대 신용이 어째서 너희가 아닌 나의 일을 더 도와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고마운 일일 수가 없구나,”
나이트가 그를 경멸하며 바라보았지만 G스컬은 새빨간을 눈으로 그를 마주 보며 소름이 끼치게 웃어댔다.
“하하하! 운명의 졸개여, 봉인은 반드시 풀린다. 어차피 내가 가지 않아도 봉인은 반드시 풀리게 돼 있었다!”
“나이트!”
피닉스도 뒤에 따라오며 나이트를 불렀고 깔린 G스컬을 바라보았다.
‘이딴 게... 다크닉스의 수하?’
“그 머저리 같은 놈들의 발버둥도…. 네 분노도! 결국 의미 없어지게 될 거다! 네놈들이 믿던 그 고대신룡이! 그렇게 정했고 만들었으니까! 네놈들은 전부 그 녀석이 짠 연극에 꼭두각시일 뿐이야!”
G스컬은 눈에서 검은 액체를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 참으로 슬프구나! 죽기 직전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산 녀석들도 있을 테니…”
“하….”
“나약한 것들아…! 너희들은 결국…”
나이트가 한숨을 내쉴 때 피닉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G스컬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부숴버렸고 손을 털며 말했다.
“이걸 왜 다 듣고 있어? 어차피 쓸모도 없는 말인데.”
그녀가 고개를 올려 나이트를 바라보았을 때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부술 정도로 핏줄이 솟은 나이트의 주먹이 허공에 떠 있다는 것과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같이 보였다.
“더 들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부술 기회를 네가 가져갔군.”
“아…ㅎ”
민망한 듯한 피닉스 위에서 금오가 내려오며 정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피닉스님 잠시 거리를 둬주시겠습니까?”
“…반작용?”
“비슷합니다.”
“대신 빨리 불러라~”
정중한 그의 목소리에 피닉스가 눈치 빠르게 빠져주었고 금오는 그녀가 빠지는 것을 바라본 후 나이트에게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빛이 사납게 바뀌며 그에게 물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죠? 그를 놓아준 것은 결국 그것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까? 왜 여기서 그를 막고 있습니까? 피닉스처럼 답답하게 굴 셈입니까?”
“어리석군, 고작 그것만 가지고 판단하는 건가?”
“대령…!”
그의 행동이 답답하다는 듯 금오가 성질을 냈다.
“내분인가?”
“조용히 하세요.”
“닥쳐라.”
G스컬의 머리가 재생되면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금오와 나이트가 동시에 살벌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눈을 내리깔며 조용해졌다.
‘나쁜 녀석들.’
나이트는 말에 힘을 빼고서 다시 금오에게 말했다.
“네 생각이 무엇인지는 안다. 봉인이 풀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결국 고대신룡이 원한 결과가 되겠지. 하지만 난 그게 꼭 봉인의 실패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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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능지 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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