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53 잊지 않을 추억 (15)
나이트의 질문에 금오의 몸이 움찔했다. 정해진 미래는 단 하나뿐 그사이에 구체적인 일은 언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 지를 그조차 알 수 없어서 쉴 새 없이 흐름을 관측해가며 따라갈 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너는 확신하나?”
금오가 대답하지 않자 나이트는 혼자 끄덕였고 본인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봉인의 실패가 이놈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G스컬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이트가 그걸 신경 쓸 생각은 없었고 오로지 금오에게만 집중했다.
“근거가 뭐죠?”
“....가능성은 여러 개니까, 그리고…. 이 녀석 같은 머저리가, 그 고대신룡을 이길리도 없고.”
나이트가 G스컬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G스컬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를…. 감히 능멸하려는 거냐?! 이런 몬스터보다 못한 놈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미 네 역할은 끝났다. 네놈은 이미 내게 꼭 네가 아니더라도 봉인은 풀린다고 말했었으니. 네 말대로 널 이곳에서 묶어두다가 봉인이 풀린 후에 더 이상 반작용마저도 널 지켜주지 못할 때 바로 네 목을 내 손으로 직접 베어버릴 테니까.”
나이트의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G스컬의 뼈마디 사이로 검이 들어갈 뿐 완전히 베어내진 않았고 그 위협이 통했는지 G스컬도 벌벌 떨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거였습니까…?”
금오도 이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고서 갑자기 막무가내로 태도를 바꾼 나이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금오가 직접 G스컬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당신… 애초에 봉인을 해제하는 법을 알긴 했습니까?”
“네 능력으로도 알지 못하는 게 있나?”
“흐름 중에서 ‘봉인을 해제한다.’라는 흐름이 없을뿐더러, 봉인을 풀려고 시도했던 존재가 한 번도 없었으니. 제가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금오와 나이트가 잠깐 티격태격하며 말다툼하면서도 G스컬은 말하지 않았다.
“….”
“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아니…! 몰라! 몰랐다! 애초에 그런 방법은 알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아까는 말하려고 할 때 죽이려고 위협했으면서 너무하는군!”
나이트가 한숨을 내쉬며 검을 잡자마자 G스컬은 겁에 질린 듯 모두 말해주었다.
“그래…! 전부 연기고 가짜였다. 애초에 내가 노린 것은 너희들이 아니었다고! 빛의 결정체가 사라지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하성체에 그 기운이 퍼진 것만으로도 내 계획은 성공한 것이었다.”
“고대신룡을 데려간 이유는 뭐냐.”
“빛의 결정체의 그릇으로 쓸 생각이었다. 하늘의 신전에서 네 녀석 때문에 훼손된 본체를 회복하느라 시간을 지체해 모든 것이 실패했지만…. 근데 거기서 어떻게 번개고룡 따위에 빛의 힘을 쓸 거라 생각했겠나?”
“…빛의 결정체의 그릇?”
“하…! 너희들은 정말 모르는 거냐? 그분이 정말로 고대신룡의 힘으로 만든 봉인 따위로 묶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둘 다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자 G스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답답하군, 너희들도 봉인이 계속해서 약해지는 것은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너희들이 느끼기에는 그분이 고작 그 약해진 봉인 따위를 부수지 못해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말로?”
“…해결 방법.”
나이트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금오는 G스컬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 처음부터 봉인을 해제할 생각이 없었군요.”
-
“…시작할게.”
고대신룡이 손을 모아 빛을 모으려는 순간 지하던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에 균열이 가며 들끓는 용암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크닉스의 부활이 코 앞이라는 신호였다.
“난 걱정하지 마!”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고대신룡을 저지하고 그녀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번개고룡은 재료를 모두 꺼내어 혼합시키기 시작했고 고대신룡도 그녀의 의지에 가담하며 두 손에 빛의 결정체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암흑용액에 안정용액을 먼저 붓고 가볍게 흔들어 만든 정화 용액을 폭발용액에 다시 붓는다. 모든 용액이 혼합시키고 난 후에는 천천히 완전무결한 물방울에 전부 담는다.
“고대신룡… 끝났어!”
봉인의 재료가 완성될수록 지하던전은 더 심하게 울부짖으며 요동을 쳤고 아까와는 비교되지 못할 만큼의 악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기다려줘.”
준비를 마친 번개고룡이 고대신룡을 보았을 때 그는 대지의 요동에도 구애받지 않는 듯 허공에 부유하며 그의 손에서 엔젤과 비슷하게 손에서 정말로 눈부신 빛을 모으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대신룡의 빛이 조금 더 강렬해 보였다는 점. 역시 힘을 계승한 드래곤은 다르다는 것일까.
고대신룡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번개고룡은 모든 용액이 담긴 물방울을 들고 서 튀어나온 바위들과 용암들을 피하며 고대신룡에게 다가갔다.
‘이 봉인이 진행되는 순간, 고대신룡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정확히는 이 봉인의 일부가 되는 거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그…”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었다.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아니면 사과…? 고작 이런 일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희생하는 고대신룡에게는 단순히 말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그게….”
“…됐다.”
번개고룡이 말을 꺼내려 함과 동시에 고대신룡도 준비를 끝마쳤음을 알렸다.
“무슨 말 하려고 했어?”
‘그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는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입만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생각을 마치고서 그에게 말했다.
결국 그에게 제대로 된 진심은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아니… 언제 다하냐고.”
“아, 미안.”
서로 마지막 봉인 재료를 손에 든 상태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번개고룡은 딱딱한 몸짓으로 고대신룡에게 물방울을 건네주고 계획을 설명했다.
결계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 번개고룡이 이 사실을 알 리는 없지만 고대신룡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다크닉스의 힘을 봉인하는 창과 사슬들을 만들어냈다면 번개고룡은 그녀의 특성을 이용한 봉인을 진행할 것이다.
“네가 지하던전의 공중으로 이걸 들고 날아오르면 나는 위에 있는 너를 내 번개로 맞출 거야. 정확하게는 네가 아닌 그 물방울이지만, 암튼 물방울은 내 번개에 닿으며 터지는 순간 그 안에 있던 용액들이 지하던전을 다면체의 봉인 진을 만들며 덮을 것이고 그 용액에 네 힘을 넣으면 봉인은 끝. 알았어?”
마지막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간단한 명령이었다.
“이해했어.”
고대신룡은 그대로 물방울을 들고 요동치는 지하던전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번개고룡, 고마웠어. 그때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한 나를 이곳까지 데려와 줘서.’
번개고룡은 검지와 중지를 펴서 고대신룡을 가리켰다. 그가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고대신룡…. 쓸데없이 착한 녀석. 네 희생은 내가 평생….”
번개고룡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눈 밑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그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을 평생 듣지 못할 테지만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다시 눈을 떴다.
“잊지 않을게.”
번개고룡은 붉은 눈을 반짝이며 두 손가락에 모인 작은 번갯불을 고대신룡을 향해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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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대신룡.
모든 소설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소설이 완결 난 후에는 전체적인 부분을 다듬은 뒤에 분기 별로 나누어 다시 업로드 할 예정이며 에피소드 별 통합본으로 7개 그리고 완전체 통합본으로 1개 총 8개가 다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개정판이 나온다고 한 들 전에 있던 에피소드들을 삭제하진 않겠지만 전에 있던 에피소드와는 약간 다를 수 있으니 이 점만 유의 깊게 인지하시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떡밥은 전부 회수할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70화는 안 넘기고 싶습니다. 분명 30화정도로 생각했는 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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