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59 잊지 않을 추억 (21)
(“아모르님 부디 유타칸에 관여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겠느냐. ]
(“그의 잘못을 책임지는 게 저여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형은 어떤 빛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빛은 따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아픈 드래곤이라도 모든 것이 치유될 것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그의 잘못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 나의 아이야, 그 아이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
(“제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 형제이니까요.”)
굳게 다짐한 듯한 고대신룡의 형의 눈을 끝으로 아련한 아모르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고대신룡은 깨어났다.
[ 가여운 나의 아이야, 그 아이를 바로 잡지 못한 나의 잘못을 내게 넘긴 것을 용서해다오. ]
다크닉스에게 공격하는 것이 실패하고 봉인은 풀려났다. 지하던전은 무너졌으며 힘을 내지 못한 채로 잔해에 깔려 죽게 될 운명 같았다.
(“이건 내 마지막 말이다, 동생아.”)
하지만 형님은 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한 듯했다.
(“사실, 네가 여기까지 온 건 다 정해진 순서였단다. 내가 끝내 내 형제를 베지 못했기 때문에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그거 재밌는 얘기네. 나도 알아, 형님 기억 이제 다 볼 수 있거든.”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전하는 형님의 목소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 목소리를 전처럼 대화를 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형님은 내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는 말을 남기고서 사라졌다. 그러니 이건 일방적인 메시지다.
(“아마, 내가 사라지고 나면…. 아니 이미 전부 봤으려나? 아무튼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왜 내가 네 옆에 남지 못했는지.”)
형님은 날 만들기 전에 운명을 하나 결정해 두었었다. ‘고대신룡이 다크닉스와 홀로 마주할 것’ 그리고 이 운명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가능성이 생기지 못 할 일들은 전부 일어날 수 없도록 했다.
(“고대신룡은 바로 널 가리키고 있어서, 내 죽음을 피할 수도 없었지. 내가 정한 그 운명이 날 죽도록 했으니까.”)
형님이 정한 그 운명 때문에 내가 만일이라도 다크닉스와 마주하지 못할 상황이었던 번개고룡이 헬 청장 때문에 불의 산에 갇힐 뻔한 것을 우연히 피닉스와 파워가 도와주었던 것, 하늘의 신전에서 제우스에게 전부 죽을지도 몰랐던 그 상황에서 우연히 G스컬이 제우스를 대신 죽인 것도 전부 운명이 전부 교묘하게 바꿔놓은 거였다.
어쩌면 G스컬을 죽이지 못한 것도 운명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G스컬이 봉인을 풀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형님이 정한 ‘운명의 길’이란 건 그런 거였다.
(“그런데, 내가 네 정신에 깃들어버린 거야. 아무리 힘만 남아버린 사념일지라도 나는 스스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
형님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
(“한편으로는 나도 기뻤어,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 힘든 상태였으니까, 내 형태는 없지만, 창조의 힘만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 괜찮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일부로 네가 다크닉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난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떠난 거고?”
(“똑똑한 내 동생이라면 다 이해했을 거라 믿는다. 네 말이 맞아, 운명은 내 생각보다 더 가혹했어. 아무래도 네게 남은 내 정신은 ‘둘’로 인지하는 것 같더라고.”)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와 ‘홀’로 마주할 것. 형님의 사념이 내 정신에 깃들어 있어서, 내가 죽지 않는 한 형님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운명 때문에 난 스스로 죽을 수도 없다. 그러니 형님이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거였다.
(“항상 갑작스럽게 떠나기만 해서 미안해. 내 책임을 네게 떠민 것도 그렇고, 그래도…. 내가 없더라도 잘할 수 있지?”)
“어,”
(“이제는 성체로 다 컸으니까. 나는 믿고 있어,”)
“맞지, 나도 이제 다 컸다고.”
나는 허공을 향해 답한다.
(“이제 독립할 때야. 나중에 얘기 들려줘야 해?”)
형의 말은 거기서 뚝 끊겨 버렸다. 이젠 정말로 혼자다. 형과 빛의 신전, 그리고 원래 알던 형의 군사들도 없다.
“...”
나는 내 위를 덮고 있는 용암 바위를 초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해야 하는 일….”
하지만 나는 여기까지 늘 혼자이지 않았다.
“번개고룡,”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또다시 잃게 될 뿐이었다.
고대신룡은 움직였다. 비틀거리는 몸에 다시 힘을 주며 다시 손에 빛의 검을 소환했다. 빛의 검을 소환하자 아까와는 단계가 한참은 다른 힘이 온몸에 느껴졌다. 그의 형이 남긴 모든 힘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자.”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
“안타깝게 됐다. 하늘의 신전의 드래곤이여.”
온몸이 바스러진 채로 쓰러진 나이트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나이트의 검은 희미하게 빛날 뿐이었고 고통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고대신룡의 빛을 이어받았다 해도, 그 본류가 아니라면 역시 내게 대적할 수는 없는 건가.”
나이트는 그의 표정을 보았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웃기는군.”
“무엇이,”
“그렇다면 왜 날 곧바로 죽이지 않은 거지….”
나이트의 입에서 피가 한 번 터져 나왔다.
“이 정도의 격차라면…. 단숨에 목숨을 끊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오랜만에 나와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보니, 흥이 올랐을 뿐.”
“허울 같은 말을 뱉는군”
“거기까지 해라.”
나이트의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흥으로 가득 차 있던 다크닉스의 눈이 돌변하며 그의 기운으로 나이트를 짓눌렀고 더 이상 혼돈의 기운에 저항할 빛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이트는 그대로 잠식의 고통까지 겪게 되었다.
“그냥 있었다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던 것을…. 넌 좀 더 살아서 나를 도와라.”
다크닉스의 기운이 그를 잠식시키기 시작한다. 머릿속에 환청이 들리고 흔들리는 동공 속에서는 환각이 보이며 그를 옥죄어온다.
“나이트…. 살려줘.”
운명으로 죽게 되었던 대장이.
“대령님…. 살려주십쇼!”
빛과 어둠의 전쟁에서 죽어 나갔던 동료들이….
“전부 네 탓이야.”
그리고 나이트 드래곤 자신의 모습을 한 어떤 것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탓하는 게 보였다.
“하…. 전부 내 탓이지….”
자신의 잘못을 순응 하는 나이트의 말에 다크닉스는 만족스러운 듯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의 한숨은 단 한줌의 후회를 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짊어지어야 할 것이고.”
환각과 환청에도 나이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감내 해야 했던 그에게는 잠식 따윈 평생에 시달린 것보다 덜 했다.
“이 정도로 날 꺾진 못해.”
나이트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잠식을 버텨냈다. 그리고 그 일을 축하한다는 듯 다크닉스의 뒤편에 있는 지하던전의 입구 쪽에서 한줄기의 섬광이 터져 나오며 던전을 밝혔다.
“역시…. 살아 있었나.”
다크닉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나이트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약속된 결말인가.”
그 빛은 마치 태양과 비슷해서 함부로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였다. 다크닉스는 한편으로 감탄하며 그것을 향해 소리쳤다.
“넌 도대체 누구냐!”
작게 빛나던 그 빛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크닉스를 향해 돌진했다. 다크닉스도 대응할 준비를 하며 양손에 검은빛을 띠는 불꽃을 두르며 달려갔다. 속도는 고대신룡이 훨씬 더 빨랐다.
“...!”
고대신룡은 빠른 속도로 그의 뒤를 잡았다. 다크닉스는 잽싸게 돌아보았을 때 그의 모습은 전과는 달랐다.
“넌…. 고대신룡인가?”
고대신룡의 백발이 약간의 노란 빛을 머금은 상태로 찰랑거리고 있었고 등에는 단순한 드래곤의 날개가 아닌 빛의 힘으로 반짝거리는 거대한 날개가 돋아있었으며 전신은 범접할 수 없는 빛의 힘으로 감싸고 있었다. 다크닉스가 고대신룡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뒤를 잡은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나이트 대령, 수고 많았어.”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나이트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상태를 본 후에 자신의 기운을 나누어 주며 나이트의 몸이 반짝거렸고 순식간에 다크닉스에게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며 잘려 나간 팔마저 새로 재생되었다.
“이젠, 내게 맡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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