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on\'t cry, my world
01
\'죽으려고 했다. 죽고싶었다. 죽어야겠다.\'
햇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방에서 첸시(Chensy)는 눈을 떴다. 정리해고로부터 일주일.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경찰에서조차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마흔이나 먹었는데도 괜한 프라이드때문에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건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어디든지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시대에 부응할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법. 실적이 없어 은화는 커녕 돈이 될만한것도 받지 못했기때문에 현재의 첸시는 말그대로 빈털털이였다. 사는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남은 시간동안이라도 열심히 밧줄을 꼬아 자살을 시도했다. 첸시는 자신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곧바로 천장에 줄을 매달고, 구멍으로 머리를 비집어 넣었다.
\"이녀석! 당장 가진거 다 내놔! 안그러면 죽여버릴...\"
갑자기 쳐들어온 수상한 남자가 첸시와 마주쳤다. 남자는 당황한듯 한동안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서둘러 문을 걸어잠궜다. 강도주제에 할말은 아닌것 같았지만 남자는 막 발을 떼려던 첸시를 크게 꾸짖었다. 숨을 고르고, 첸시를 들어올려 내려주었다. 첸시는 불만인듯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집을 잘못들어온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두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한쪽 구석에 박혀있는 좌식책상에는 다 타들어가 거의 남지않은 양초와 유서로 보이는 편지만이 놓여있었다. 이 사람, 죽을 작정이었구나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가리고있어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힘이 들어간 눈을 보면 적어도 20대 후반이었다. 어린녀석이 이런짓이나 하고다닌다니, 하며 첸시는 한숨을 쉬었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강도짓하려고 들어왔는데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과 마주치거나 자살하려고 했는데 강도가 침입했다는 상황은 정말 수천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황당한 사건이다. 남자는 다시 첸시를 흘겨보았다. 마치 \'죽고싶은데 세상이 날 도와주지 않는구나\'라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아저씨, 아저씨는 왜 죽으려고 한거야?\"
\"...글쎄다.\"
\"시시하네. 사연이라거나, 좀 구구절절 말할 수 있는걸 대봐.\"
\"그럼 넌 왜 강도가 됐는데?\"
정곡을 찌른 한마디였다. 남자는 말문이 막혀 입을 뻥긋거리다가 말하는걸 그만두었다. 첸시는 다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첸시는 남자를 경찰에 넘기면 돈을 받는다는것 정도는 알고있었다. 하지만 무언가의 동질감 때문인건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것은 \'포기\'와는 다른의미였다. 첸시는 무의식적으로 서랍에서 자신의 옷을 꺼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영혼없는 눈으로 자신을 계속 쳐다보자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듯 웃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으니 확실히 어린 체형이 드러났다. 생활력조차 없는 첸시였지만 우선적으로 자신이 연상이니 어떻게든 조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심각해보이는 첸시 앞에선 영락없는 새끼강아지였다. 아무리 백수여도 중년 나름의 포스가 있으므로 감히 덤빌수가 없는것이었다. 뭔가를 한참 고민하던 첸시는 말을 꺼냈다.
\"전과범은 아니지? 처음이 아니라면 데리고다니기 불편해지는데.\"
\"...네. 전과는 없습니다.\"
한층 내리깔은 목소리는 남자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다소곳하게 꿇고앉은 다리가 저려오는듯 찌릿찌릿했지만 자세를 바꾸기엔 이미 늦은것같았다.
\"좋아, 너도나도 이런상황이니 잡일꾼이라도 시작해보자. 불만은 없겠지?\"
남자는 상당히 당황한듯 보였다. 이럴때는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어린 여동생」 하나쯤은 가지고싶었다ㅡ아쉽게도 그는 외동이었다ㅡ. 수락하자니 막노동은 썩 좋아하지 않았고 거절하자니 형편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가 막 거절하려는 순간 첸시가 한 말은 더이상 남자의 입장을 빼도박도 못하게 박아버렸다.
\"아니, 그..저기.\"
\"왜그래? 나, 거절하면 다시 매달릴지도 모른다고. 그럼 용의자로 찍히는건 너밖에 없잖아?\"
정말 막무가내인 사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자신은 첸시가 죽던말던 신경따위 쓰지 않았지만 \'관련자\'가 되는 시점에서 인생의 상승세는 제로퍼센트가 될것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그때 첸시가 지은 미소는 남자를 더욱 도발시켰다. 남자는 자포자기한듯 뒤를 돌아섰다.
\"테일러 웨인입니다. 전 매니저니 일은 시키지 마세요.\"
\"아무렴. 그럼 나가볼까,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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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