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서술에 시간대 조정이 들어갔습니다. 읽으시는데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Ep.4 잊히지 않는 추억 (1)
섬광은 유타칸 대륙 전체를 감쌌다. 얼마나 강렬했는지 유타칸의 모든 생명체들 중 그 섬광을 놓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일이 터져버렸나.”
특히 그 빛을 바라보며 위기를 뒤늦게 알아차린 나이트 대령과 빛의 신전 드래곤들.
“찾았다. 첫 번째 열쇠”
불꽃의 번개를 가진 호기심 많은 모험가도.
“...눈부시다.”
그 누구보다 강한 무력을 가진 수호룡도.
“고대...신룡…. 시간이…. 많지...않….”
매우 높은 바람의 산맥에서 고통에 떨고 있는 차가운 드래곤도.
그리고.
‘....이 느낌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는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여서일까 그의 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난 흉터들이 가시 박힌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뜨겁고 끔찍한 지하에도 그의 가장 깊숙한 몸 한가운데서는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 때가 다가온 것인가….”
그 빛을 잊어서도 그리고 절대로 잊지 못할 드래곤도, 그 빛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
(“형님.”)
여긴 어딘 걸까. 나는 지금 과거의 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왜? 할 말 있어?”)
형님은 항상 바빴다. 다크닉스의 봉인이 점점 약화 되면서 멀리 파견을 하는 일이 많아졌었다.
(“나…. 나 에메랄드 형이랑 같이 잘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과거의 내가 떨면서 대답을 망설였다.
(“평화의 마을에서 파는 거대 멜론 사 와 줘”)
그걸 바라보는 형과 나는 동시에 얼이 빠졌다.
‘..그랬었지’
꿈은 계속 되었다. 어느 순간을 잠깐 보여주는 게 끝이었다. 이게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현실의 나는 지금 어떤 상태에 빠져있는 걸까. 솔직히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추억 속에 빠져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공간에서는 형님도 에메랄드 군대도 그리고 빛의 신전도 멀쩡할 테니까.
-
“위치상 여기가 맞을 텐데? 빛의 신전.”
지도와 무너져버린 어떤 폐허를 번갈아 보면서도 의문을 잠재울 수 없었다. 빛의 신전은 원래 공중에 있어야 할 테지만
“...이젠 빛의 신전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네.”
그녀가 바라본 빛의 신전은 추락해 건물이 모두 무너졌고 빛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어진 상태였다.
그녀 황폐화가 된 빛의 신전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한참을 걷다 그녀가 걸음을 멈췄을 떼
“....뭐야? 이 난리 통에 자고 있다고?”
한 울고 있는 고대신룡이 있었다.
“뭐야? 왜 울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일어나지?”
그는 눈물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조금은 고통스러워했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일까. 깨어나라고 몇 번은 걷어차봤다.
“일어나봐. 야, 일어나봐.”
걷어찰수록 괜히 자신의 발만 아픈 것 같아서 그만뒀고 머리를 흔들어봤지만 그런데도 끄떡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뭔가를 결심했는지 눈에 힘을 준 상태로 뭔가 양손을 살짝 멀리 떨어져 마주 보게 했다.
“난 처음에는 친절한 방법으로 깨우려고 했어. 이해해 줄 거지?”
스파크와 함께 번개가 그녀의 손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줄기의 번개였지만 점점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은 아프겠지만, 고대신룡인데 버티겠지.’
그녀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번개를 떨어뜨렸다.
-
꿈을 계속 지켜보다가 가끔은 고통스러웠다. 배가 아프고 누군가 여기저기를 둔기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 났다. 그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 지?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고 있나?’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몸에서 벼락을 맞은 듯한.??!
“으아아악 뭐야!”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눈앞에는 한 드래곤이 숨을 몰아 내쉬며 나를 보고 있었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고대신룡인가…. 그래도 내 공격을 그렇게 맞고도 버텨?.”
공격을 맞은 건 나지만 오히려 그녀가 화를 냈다. 그 기세에 눌려 잠시 나도 모르게 압도당했다.
“넌 뭐야? 우리 신전에는 어떻게 온 거고?”
난 주위를 둘러보며 아픈 머리를 진정시켰다. 몸에는 탄 자국이 있었지만,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형의 힘이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뭔가 이상하다.
“우리 신전? 뭔 소리야, 여기 너밖에 없어.”
“뭐?”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에메랄드 군대와 형님의 시체도. 그리고 망투를 쓴 누군가도 전부 사라졌다. 그 녀석은 피했다 쳐도 시체는 왜 사라진 거지?
“아무도 없다니?”
“말 그대로, 빛의 신전은 추락했고. 다른 드래곤들 전부 날아간 것 같아. 내가 여기 막 왔을 때부터 너를 제외한 그 어떤 드래곤도 보지 못했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난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 난 왜 이렇게 침착한 거지?’
몸도 이상했다. 성체가 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 것일까. 내가 잠을 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분명 잠깐 잤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빛의 신전이 추락한 지 얼마나 지난 거지? 나…. 난 왜 성체가 된 거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네가 뭘 걱정하는 건지 알겠는데. 진정해, 시간이 오래 지난 건 아니야.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 아주 잠깐 사이에 이렇게 됐어…. 혹시 이유를 알아?”
-
상황설명을 들은 후 그녀는 충격에 빠졌다.
‘계승식,몬스터의 습격 그러면 얘가 말한 신전을 습격한 건 높은 확률로 G스컬일거다. 그럼 내가 봤던 그 큰 빛은….’
“네가 성체가 된 건 아마 계승식으로 받은 네 형의 힘일 거야. 네 몸이 힘을 버티기 위해 스스로 성장한 거지. 성체란 건 그렇게 되는 거야. 그럼 네가 2대 고대신룡인거구나.”
“근데 너 누구야…. 왜 반말해?”
“?”
“나 고대신룡이잖아. 내게 충성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는 순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잠깐…. 난 번개고룡이고 네가 충성을 받는 곳은 무너져버린 빛의 신전이지 모든 드래곤이 그렇진 않아.”
번개고룡은 당황하며 횡설수설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한 곳을 지배하거나 다스리는 곳은 하늘의 신전과 빛의 신전을 제외하고는 아무곳도 없어 그리고 그곳의 드래곤들은 그저 스스로 충성을 다한 거야. 모든 드래곤이 그렇진 않다고.”
번개고룡은 그의 머리를 내려치며 말했다. 하지만 아픈 건 그녀의 손이었다.
‘아...씁 더럽게 아프네’
“그리고 나보다 어리면서 뭔 존대야.”
고대신룡은 아 하며 알겠다는 눈치였다.
“근데 왜 날 찾아왔어?”
‘아차…. 화나서 까먹고 갈뻔했네.’
“네 형한테 들었겠지만 다크닉스의 봉인이 머지않아 풀릴 것 같아. 무조건 봉인에서 그놈이 깨어날 거야.”
고대신룡이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맞아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지. 할 수 있다면 봉인을 막는 게 최고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너밖에 싸울 사람이 없거든. 우선 널 찾았으니 다음 열쇠를 찾으러 가야 해.”
“다음 열쇠?
고대신룡이 자신은 뭐냐고 했지만 번개고령은 첫 번째 열쇠라 말하며 웃었다.
“다크닉스를 제외한 그 누구보다 강한 드래곤. 그 녀석이 두 번째 열쇠야.”
Ep.5 잊히지 않는 추억 (2)
“근데 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알아?”
고대신룡이 생각하는 의문을 번개고룡은 바로 해결해주었다.
“그 큰일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다들 진실을 외면 하는 거지.”
번개고룡은 슬픈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고대신룡도 많은 것을 잃었으니까…. 누구 탓을 했으면 안 됐는데….”
“뭐?”
번개고룡은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며 말했다.
“그보다. 날개, 꺼낼 줄 알아? 여기서 희망의 마을은 너무 멀거든.”
“한번 해볼 게 근데 어떻게 하는 거야?”
“등에다 힘을 주면 알아서 나올 거야.”
고대신룡은 있는 힘껏 등에 힘을 주었다. 등에 간지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뭔가 나오려는 느낌이 들었다.
폭 하고 터지며 자그마한 날개가 그의 등에서 돋아났다.
그와 번개고룡은 그 작은 날개를 보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리지?”
“턱없이. 할 수 없지…. 그 거리를 걸어가기는.. 무슨 더 힘줘!! 넌 할 수 있어!”
번개고룡은 화를 내며 고대신룡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고대신룡도 혼나기 싫은 맘에 다시 등에 힘을 주었다.
날개는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했던 그 크기가 순식간에 커지며 잠시 뒤 그의 몸집만 한 크기로 자라났다.
“거봐! 되잖아!”
사실 번개고룡도 놀랐다. 원래 어린 드래곤들이 날개 꺼내는 법을 막 읽혔을 때는 처음 고대신룡과 같이 작은 게 맞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오직 그가 아모르의 힘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날 따라와. 날면 금방이라고.”
번개고룡은 날면서 본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네 형과는 구면이야. 그래서 더 잘 알고 있었던 거고.”
“바알님이 내 스승님이었는데 그 싸움 이후로 돌아가셔서 약간 화나 있었거든. 뭐, 뒤늦게 그 누구의 잘못도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바알이 누군데?”
“...너 정말 어떻게 산 거니? 4대신룡을 모르는 거야?”
“아니 그건 알아. 형님과 함께 묶어서 4대잖아. 빛의 신전에는 동상도 있었다고. 형님,스파이시 형,라파엘 누나, 나이트 대령.”
고대신룡은 손가락을 펴가며 부정했다.
“..뭐? 누구? 나이트 대령? 누구라고?”
번개고룡은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나이트 대령.”
번개고룡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비열한 신전 녀석들.’
“하…. 그건 가짜야. 원래는 바알님이었다고 아무래도 암흑의 드래곤이니까 이미지상으로 바꾸었나 본데. 바알님은 유일하게 그 어떤 공격도 안 통하는 다크닉스의 본질을 꿰뚫어 보신 분이었어. 도대체 어쩌다….”
번개고룡은 그 말을 끝으로 뭐라 더 하는 것 같았지만 말끝에 계속 욕이 있는 것 같아 고대신룡은 더 듣지 않기로 했다.
대화 덕분에 가는 길이 지루하진 않았다. 그 대화 끝에 바로 희망의 마을이 보였으니까. 문제는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침입자인가?”
하늘에서 날아오는 두 미확인 드래곤을 보며 올백 머리를 한 건장한 남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추락시킨다.”
그는 다리에 힘을 주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뛰었다. 순식간에 날아올라 고대신룡과 번개고룡이 나는 위치로 뛰어올랐다.
“X발, 이게 뭐야?”
깜짝 놀란 번개고룡이 욕을 하며 피했다. 파워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마을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둘 추락시킨다.”
‘아. 아모르시여.’
파워는 그들의 몸을 잡고 그대로 추락시켰다. 번개고룡은 두 손을 잡으며 기도했다. 추락과 동시에 둘은 기절했다. 파워는 그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힘 조절 잘못했다.”
번개고룡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으아악! 이 멍청아!”
머리를 부여잡으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했다. 고대신룡과 파워는 멀뚱히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 얼마나 누워있었어.”
“몰라.”
“모른다.”
번개고룡은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자신을 왜 안 깨웠냐고 하니 너무 잘 자길래 내버려 뒀고 자는데 자꾸 스파크가 튀어서 다가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요즘 못 자긴 했지.’
“그나저나 너! 내 얼굴 기억 안 나? 저번에도 그랬으면서 다짜고짜 추락시키면 어떡하냐고!!”
번개고룡은 파워를 향해 번갯불을 쏘며 화를 냈다. 하지만 파워는 그저 긁적였다.
“까먹었다. 네가 온 거 2년 전이다. 아무리 기억력 좋은 사람이어도 2년 힘들다. 그래도 주의했다. 2년 만에 왔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거 너무 야속하다. 좋은 친구, 너무 늦게 왔다.”
파워가 말하면서 점점 눈물을 보였다. 그러자 번개고룡은 왠지 가슴이 찔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전에 맡겼던 건. 기억해?”
“...있다. 그거 까먹지 않고 보관했다. 언제나, 분명 다시 돌아온다고 했었다. 따라와라 보금자리에 두었다.”
그들은 다 같이 파워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무수한 돌무더기가 있는 곳, 파워는 거기서 바위를 부쉈는지 거대한 돌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
“여기 있다. 네가 전에 맡겨놨던 폭발 용액, 그리고 암흑 용액이다. 빨리 갖고 가라 냄새 안 좋다.”
그녀는 전에 여기에 봉인에 필요한 난파선에서 구했던 암흑 용액과 폭발 용액을 두고 갔었다. 이유는 항상 들고 다니기 불편했다. 암흑 용액에서는 끔찍한 냄새가 났고 폭발 용액은 번갯불과 잘못 맞닿으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폭발 용액은 지금도 위험한 거 아니야?”
“이번엔 너희들이 있잖아.”
그녀는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파워는 번개에 면역이고 번개고룡은 이상하리 번개가 잘 닿지 않았다.
“용액을 담은 그 그릇은 절대로 안 깨져, 나보단 안전하겠지.”
번개고룡은 윙크하며 고대신룡을 바라봤고 그는 믿기 힘들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지만 번개고룡한테서 폭발 용액을 받아 허리춤에 맺다.
‘...나중에 가방 하나 사야겠다.’
“나도 포함이냐?”
파워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번개고룡은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며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왜? 어째서? 네가 두 번째 열쇠인데?”
번개고룡은 머리를 붙잡은 채로 소리쳤다.
“네가 없으면 그 많은 몬스터들을 어떻게 막으라고? 던전의 몬스터들은 고대신룡을 제외한 원소 공격이 안 통하는 거 몰라?”
“물론 안다…. 하지만 내가 가면 여기 지킬 드래곤 없다. 내가 가면 몬스터들 우리 마을 공격한다. 우리 마을 지킬 드래곤 없으면 나 여기서 못 움직인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희망의 마을은 빛의 신전의 5배는 넓고 마을의 가짓수도 수십 개가 넘는다. 파워만이 그 많은 곳을 혼자 수호하는데 만약 사라진다면 다른 몬스터들의 습격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시하는 건 아닌데…. 여기 위험한 몬스터는 퀸즈스네이크뿐 아니야? 그 정도도 못 잡는 마을이라고?”
“말 잘했다. 요즘 습격 빈도수가 많아졌다. 뭔가 이상하다.”
파워도 원래 희망의 마을에서는 몬스터가 온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G스컬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몬스터들이 좀 더 포악해지고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그 습격을 막을래면 G스컬을 잡아야 하는데 G스컬을 잡으려면 얘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잠깐 생각해도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 아프네….”
“마을에는 내가 필요하다. 나를 대신할 드래곤 찾아줘라. 그다음에 동행하겠다. 미안하다 나도 오랜 친구 도와주어야 하는데 마을이 더 중요하다.”
파워가 계속 미안해하며 사과하니까 괜히 번개고룡은 자신이 나쁜 것 같아, 되려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나도 2년 만에 와서 할 말은 없어. 미안해하지 마. 대신할 드래곤 데려와 볼게. 그때까지는 기다리고 있어. 고대신룡 가자. 다음 목적지는 바람의 산맥이야. 세 번째 열쇠부터 먼저 찾아야겠네.”
고대신룡은 날려고 준비했지만, 번개고룡이 다시 그의 옷을 잡으며 말렸다.
“마을은 구경하고 가자, 평화의 마을만큼 큰 마을은 유타칸 제일이라고. 그리고 그녀석에게 필요한 것도 좀 사가야하니까.”
그들은 한가하게 마을을 구경했다. 마을은 유난히 평화롭게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범하게 거리를 걷다 번개고룡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뭔가 이상하지?”
고대신룡도 뭔가를 느낀 듯 끄덕였다. 먹거리나 필수품을 파는 드래곤들은 잠에 들진 않았지만 이상한 말을 반복하고 음식들은 전부 상해있었다.
아까부터 나던 이상한 향, 퀸즈스네이크에게 독은 있지만 수면제의 효과는 없다. 심지어 이 마을의 드래곤들은 전부 면역인지라 소용도 없었다.
‘그러면 누구려나’
이상함을 눈치채고 번개고룡은 어딘가에 벼락을 날려 맞췄다.
“나와. 다 느껴지니까.”
서펜트 드래곤이 그곳에서 그들을 훔쳐보다 달아났다.
“야! 쫓아!”
고대신룡이 서펜트를 쫓아가고 번개고룡은 그 곳에 남았다. 아직 한명 더 있었다. 그녀의 감에도 느껴지진 않지만 이곳에는 한 명 더 있었다.
“나오는게 좋을텐데? 여기, 다 불태울 수 있거든. 마을 사람들은 어차피 내 번갯불에 면역이라.. 근데 넌 아니지?”
G네드래곤이 투명한 자신의 모습을 들어내고 자신의 볏을 과시하며 웃었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어떻게 알아낸거죠 레이디~?”
“내가 감이 좋아. 근데 은신이라 그건 생각 못 했는데 알려줘서 고마워.”
번개고룡이 손에 스파크를 감으며 말했다.
“이런게 매너입니다 레이디. 혹시 이따 시간 되는지~?”
“말투 최악, 그리고 이런 뒤구린놈이랑은 안 만나, 난 좀 차가운 남자 좋아해.”
번개고룡이 엄지를 아래로 내리며 번갯불을 날렸다. 그러나 G네드래곤에게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했다.
“이런.. 이쪽에는 매너가 없으시네? 그럼 안타깝지만 레이디... 이곳에서 잠들어주셔야겠습니다.”
G네드래곤은 썬글라스를 끼며 주머니에서 방울을 꺼내 흔들기 시작했다.
Ep.6 잊히지 않는 추억 (3)
다크닉스와 고대신룡의 싸움 이후 유타칸의 암흑의 드래곤들 모두 몸의 변화를 겪었다. 쉽게 말하자면 돌연변이가 된 것이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물리적인 공격으론 죽일 수 없는 것처럼. 암흑의 드래곤들은 각각 다르게 변이를 일으켰다.
서펜트 방울도 그 변이에 해당 된다.
‘갑자기 졸린데..’
아마 방울의 능력은 수면을 몰려오게 하는 능력인 것 같았다.
“괜찮겠어요? 레이디, 난 레이디의 정신력이 기대돼요. 어서! 날 더 재밌게 만들어줘요.”
서펜트의 방울에 면역인 G네드래곤은 흥분하며 번개고룡을 시험했다. 그에 반응하여 번개고룡은 그의 위에서 벼락을 떨어뜨렸다.
“짜증 나게 하고 있어. 안 그래도 피곤한데.”
벼락이 한 번, 두 번, 벼락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벼락을 떨어뜨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G네드래곤은 고통스러운 포효 했지만 뭔가 이상함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벼락을 맞는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요?”
“안타깝지만 레이디, 레이디의 번개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겠네요.”
어둠의 드래곤들은 전부 변이를 거쳤다, G네드래곤 같은 경우에는 한 번 맞은 공격을 버틴다면 버틴만큼 그 공격에 내성이 생기는 능력이다.
“나에게 더 보여주세요!”
G네드래곤은 한껏 기대에 가득 차 소리쳤다.
번개고룡은 다시 한번 벼락을 떨어뜨렸지만 G네드래곤은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쳐 냈다.
“고작 이겁니까?”
“시끄러워, 나도 생각 중이거든.”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꽤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맞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 번에 너무 큰 힘을 사용했나….’
“그럼 이젠 저도 보여드리겠습니다!!”
G네드래곤이 손을 뻗으며 갑자기 번개고룡에게 달려드렸다. 그녀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광경은 끔찍했다. G네드래곤의 손에 닿은 땅이 거품을 뿜어내며 녹고 있었다.
“흠…. 아쉽군요. 그 아름다운 얼굴이 녹아내리는 것이 궁금했는데….”
G네드래곤은 정말로 아쉬워하며 히죽거렸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마시죠! 레이디 제가 멋있게 바꿔드리겠습니다!”
“헛소리 말라지.”
번개고룡은 손에 번개를 두르고 G네드래곤에게 계속 번개를 쏘아대며 도망쳤다. G네드래곤은번개를 맞고 살짝 당황했으나 바로 그녀를 쫓았다.
“소용없습니다!!”
그의 반응을 보며 번개고룡은 뭔가를 확신하며 안심했다.
‘역시나….’
“레이디 뭘 웃으시는 거죠? 설마 저와 이 술래잡기를 하는 게 즐겁고 설레는 겁니까?”
“...웩”
G네드래곤이 낯간지러운 말을 계속했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받아치며 번개를 쏴댔다.
“하하! 역시나 재밌습니다 레이디!”
‘빨리 오라고 멍청아, 아무래도 힘들 것 같으니까.’
-
희망의 마을의 숲은 굉장히 넓고 복잡했다.
‘이 드래곤 도대체 어디로 도망가는 거지?’
고대신룡은 서펜트를 쫓으며 생각했다. 그를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고대신룡은 날고 있었고 서펜트는 그저 뛰며 그에게서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며 달아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쫓아가는 것이 길어질 때, 고대신룡은 그가 자신을 어디론가 유인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점점 마을과 멀어지며 근처에는 생물의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고대신룡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예전에 느낀 그 고약한 느낌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 느낌은... 설마’
그리고 그때 서펜트는 매우 거대한 동굴 입구 앞에서 달리는 것을 멈췄다. 고대신룡도 그를 따라 멈췄다.
“어딘지도 모른 것으로 보이는데 무작정 따라오다니, 아무리 그 고대신룡이라 한들 너무 무모하군.”
서펜트는 고대신룡을 힐끔 처다보며 말했다.
“무모한 거라면 내가 잘 하는 거지, 형님이 그걸로 칭찬해줬었거든.”
고대신룡은 당당하게 말했지만 서펜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날 굳이 잡지 않고 쫓기만 한 이유가 뭐지? 고대신룡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고대신룡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힘이 있었다면 잡았겠지, 하지만 내 모습과 다르게 내가 성체가 된 건 하루밖에 안 된 일이라서 말이야. 이 힘이 익숙하지 않아.”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뭐?”
고대신룡은 그 말에 잠깐 흔들렸다.
“어린 고대신룡이여 돌아가라. 친히 내가 자비를 베풀어주마. 아직 넌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서펜트는 멍청한 고대신룡이 맘에 들었다. 그를 이곳까지 인도한 건 자신이였지만 아무래도 풋내기를 상대하자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에 고대신룡은 눈빛이 돌변하며 더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번개고룡이 널 잡으랬어, 도망가지 않아.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싫거든.”
“오만하군, 하지만 그런 태도도 마음에 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재능이 없는 것들보다 못한 것이다.”
그때 숲의 몬스터 무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신룡도 검을 꺼내 빛을 감았다. 수십은 되어 보이는 숫자가 서펜트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현재 그를 돕고 있긴 하나, 그대를 응원한다. 부디 다음에 다시 한번 만났으면 좋겠구나. 살아남아라.”
세펜트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고대신룡은 당황했지만 동시에 나무 괴물이 사과 폭탄을 던지고 퀸즈스네이크들이 그에게 독을 뿌렸다. 고대신룡은 빛의 장막을 몸에 둘러 날아오는 독과 사과 폭탄을 막아냈고 다가오는 숲 고릴라들을 베어 방패 삼았다.
‘이게 끝일 리가 없어. 분명 저 동굴 안에….’
고대신룡은 계속 뒤에 있는 동굴이 신경 쓰였다. 굳이 숲의 가운데가 아닌 동굴 앞으로 그를 유인한 것. 그것이 계속 신경 쓰였다. 하지만 그 걱정은 둘째치고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뭔가 이상했다.
숲 고릴라들은 베인 상처가 계속 회복됐고. 나무 괴물의 사과 폭탄과 퀸즈스네이크의 독이 생각 했던 것보다 강력해서 빛의 장막에 들어가는 힘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되면 분명 오래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거야.’
그리고 그때 어떤 무언가가 고대신룡을 덮쳤다. 그것을 느낀 고대신룡은 칼을 휘둘렀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분명….’
당황하고 설명할 수 없었다. 분명 어떤 것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그건 자신이 상대하고 있던 숲의 고릴라,나무괴물,퀸즈스네이크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저 동굴에 있다. 그는 확신했다.
그의 모든 집중이 동굴에 집중되었다. 그의 본능이 동굴로부터 멀어지라고 요동치고 있었다.
‘착각이 아니야…. 저 동굴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어!!’
그의 예측이 맞았듯 동굴에서는 끔찍한 포효가 밖을 덮쳤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하며 그 울음으로 동굴 안에 있는 무언가는 그곳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 자신을 표출했다. 고대신룡과 싸우고 있던 몬스터들은 몸에 공포가 새겨졌는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고대신룡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그곳에서 가만히 있었다. 공포를 잠재우며 익숙하고 고약한 느낌이 드는 그 동굴을 벗어날 수 없었다.
포효소리를 들은 서펜트는 잠시 멈추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아쉽군. 부디 도망쳐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뭐 처리해주면 더 좋겠지만.”
동굴에서 거대하고 세모난 머리를 빼며 그 녀석은 나타났다. 그 키는 산과 비교해도 작지 않았고 몸길이는 50M를 넘어 보였다.
‘저만한 크기가 어떻게 동굴에서 나온 거지? 그리고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녀석은 조금씩 조금씩 더 커지고 있었다. 그 녀석은 햇빛을 보자마자 탈피를 시작했다. 고대신룡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탈피 할 때가 분명 약할시기일거야. 언제 또 탈피할지 몰라, 지금이 기회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판단이 언제나 그의 공격이 먹힌다는 전제 하였던 것이 문제였다.
그의 검은 그 킹스네이크의 피부를 베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검은 부러지고 말았다. 화가 난 킹스네이크는 그의 양옆의 볏을 세우며 포효했다.
‘아…. 아 끝인가…. 그때 도망칠걸.’
킹스네이크는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빛의 장막에 막혀 그저 거대한 머리를 쿵쿵 부딪힐 뿐이었다.
빛의 장막은 고대신룡의 의지를 따라간다.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사라진 고대신룡의 빛의 장막은 더더욱 희미해져 갔고 고대신룡은 눈물을 흘리며 더더욱 죽음의 공포에 빠졌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망토를 쓴 누군가가 그의 형과 자신을 노렸을 때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졌다. 그 잊히지 않는 기억은 다시 그를 옭아맸다. 그때의 피 냄새가, 그때의 상황이 그리고 그때 했던 형님의 말이 떠올랐다.
(“기억해, 언제나 난 네 옆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 고대신룡의 부러진 칼에 다시 빛이 나기 시작했다.
Ep.7 잊히지 않는 추억 (4)
형님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 죽음의 고비 앞에서야 다시 기억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형님은 날 우선으로 신경 써주었다.
그의 형이 팔짱을 끼며 그를 노려봤다.
(“다쳤다며?”)
어린 고대신룡이 살짝 까진 팔의 상처를 호호 불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형은 순찰 중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수색을 나이트 대령에게 맡기고 날아온 참이었다.
(“다쳤지. 으아아악”)
그의 동생은 딴청을 피우며 필사적으로 아픈 척을 했다.
(“...왜 다친 거야?”)
그는 자기의 동생이 못마땅했지만, 까닭을 물었다. 그는 정말로 그가 왜 다쳤는지를 묻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일부로 무언가로 긁은 상처 그는 그의 형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소 무모한 행동을 했다.
(“....심심해서”)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형은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아야 라는 소리와 함께 그는 다친 팔보다 머리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동생아, 이유는 알겠지만, 다음부턴 이런 방법 말고 그냥 말해, 그땐 항상 곁에 있어 줄 테니까. 진짜 놀랐다고.”)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였다. 그런 장난을 치지 말랬던 그 형님이 그때는 몸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로도 농담이나 하면서 날 안심시키려 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네가 고작 내 관심이 고파서 일부로 팔 긁었던 때 기억나? 정말 깜짝 놀랐는데. 이번엔 내가 네 관심 좀 끌어보려고 다쳐봤다. 어때? 이제 무슨 맘인지 알겠어?”)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이를 줄은 몰랐네…. 걱정 마 형은 죽지 않으…. 니까. 기억…. 해 언제나 네 곁에 있을 테니까….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그의 마음은 잊을 수가 없는 잊히지 않는 추억과 함께 불타올랐다. 그의 마음에 반응하듯 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킹스네이크는 그 빛에 눈이 멀어 몸부림쳤다.
‘부서져 버렸지만, 알 수 있다….’
그의 형은 검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항상 무형(형태가 정해지지 않은)의 빛의 검을 들며 적을 상대했으니까. 항상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았다.
그가 부서진 검을 잡자 검의 부서진 부분에서 빛의 검기가 자라났다.
‘이젠…. 나아가는 거야.’
그는 더 이상 추억에 매몰되지 않기로 했다. 잊히지 않는 추억은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겠지만 잊히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추억의 고통은 쓰라리겠지만 고통을 발판 삼아 나아가는 것이다.
“아까부터 거슬렸어! 네게서 나는 끔찍한 그 녀석의 기운, 너를 그놈이라 생각하겠어. 덤벼라 뱀 대가리.”
그가 다시 검을 잡으며 킹스네이크에게 겨누었다. 킹스네이크도 눈을 회복하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고대신룡은 날개를 펴고 순식간에 날아올라 킹스네이크의 목을 베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킹스네크의 목은 아주 간단하게 몸과 분리됐고 베어낸 목 부분부터 킹스네이크가 빠르게 불타기 시작했다. 신경은 아직 끊기지 않았는지 목이 없는 상태로 킹스네이크는 몸부림쳤다. 고대신룡은 그 몸에 칼을 쑤셔 넣으며 몸부림치는 걸 빠르게 멈춰주었다.
‘....번개고룡은 어떠려나. ’
-
“안 좋아!! 이 망할 놈아!!”
번개고룡이 갑자기 허공에 짜증을 냈다. 깜짝 놀란 G네드래곤이 멈춰 서며 말했다.
“갑자기 뭐 하시는 거죠. 레이디?”
번개고룡도 멈추며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아 몰라 귀찮아 졸려, 이거 안되면 그냥 운에 맡겨야겠다.”
그녀는 손에서 번개를 모으고 먹구름을 불러 모았다.
“레이디? 아까도 말했지만, 이 공격은 안 통한다니까요?”
“정말?”
그녀가 미소를 짓자 G네드래곤은 갑자기 섬뜩해졌다.
‘아냐…. 그럴 리가’
“좀 아플 거야^^”
미소와 함께 강렬한 불꽃의 번개가 G네드래곤에게 내려쳤다. 아까보다 큰 굉음과 아까보다 더 강렬한 불꽃과 번개로 G네드래곤을 불태웠다. 번개가 여러 번 내려치고 번개고룡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피부는 새카맣게 탔을 뿐 여전히 건재했다.
“....후후 이번 건 좀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의 피부는 다시 재생되며 옷을 정리했다.
“여전히 버틸 만하군요. 레이디. 이제 정말 끝을 받아들이시죠.”
“그래. 이제 그만 싸울래.”
번개고룡은 그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뜯기 시작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레이디? 설마 정말로 포기하신겁니까?”
그녀는 불의 드래곤이자 모험가이다. 그녀의 장점은 번개를 능숙히 다루는 것 외에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그럼 나 좀 졸리거든, 말 걸지 마라.”
번개고룡은 육포를 먹으며 G네드래곤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G네드래곤은 도저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번개고룡의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멍청아, 여기가 어딘지 잊어먹은 거야?”
‘...설마’
그 말의 뜻을 이해한 G네드래곤은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그리고 동시에 저 멀리서 쾅, 쾅 지면이 흔들리며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무언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파워는 날개가 있지만 나는 법을 모른다. 대신 그 힘을 가지고 점프한다.
“그깟 파워드래곤 놈이 얼마나 세다고 말씀하는 거죠? 그깟 물리적인 공격 따위 제 피부에 한 번만 닿….”
“그런가?”
“뭣ᄋ.?”
요란한 파괴음에 정신 팔린 사이 아무도 모르게 G네드래곤의 뒤를 잡은 파워가 주먹을 뒤로 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한번 막아봐라.”
“....자..ㅁ”
G네드래곤은 순간 주마등이 보였다. 이보다 더한 고통은 그의 일생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력은 다크닉스보다 위인듯한….
“어…?”
G네드래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늘 위였다. 간신히 버틴 것이었다. 몸은 성치 않았다.
팔은 물론이고 몸의 거의 모든 뼈가 부러진 듯했다. 그런 것도 모자라 허공을 부유 중이었다.
‘하지만….’
파워는 자신이 날려버린 그를 쫓아왔다. 파워는 G네드래곤이 있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그를 지면으로 내던졌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이 G네드래곤은 무력하게 땅에 떨어졌다. G네드래곤의 모습은 한없이 추했다. 그럼에도 피를 토하며 당당히 파워에게 소리쳤다.
“난 이미 너의 공격을 한 번 버텼어! 네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네 무시무시한 무력도 더 이상….”
G네드래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워는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통하지 않는다?”
“...그래! 내 피부는 특별하거든!!”
파워는 잠깐 멈추었다. G네드래곤은 안심하며 긴장을 늦추었으나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파워는 눈을 크게 뜨며 다시 주먹을 쥐었다.
“그럼 더 세게 때리면 된다.”
파워의 단순하고 무식한 발상은 거의 정답이었다. G네드래곤의 피부가 면역되는 것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라. 파워가 때린 딱 ‘그 힘’만큼이다.
“버텨봐라, 할 수 있다면.”
“이런 젠장!!!”
지면이 흔들리고 부서지는 소리를 멀리서 들으며 누워있는 번개고룡은 중얼거렸다.
“...같은 공격에 면역? 웃기고 있네. 다크닉스도 아니고.”
무서운 굉음이 끝난 후에 파워는 G네드래곤을 들고 번개고룡에게 돌아왔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됐냐는 말에 파워는 ‘아마 회복하지 못 할 거다’라는 말을 했다.
“이 녀석을 왜 들고 오라 한 건지 이유, 모르겠다. 이 녀석 위험하다.”
번개고룡은 G네드래곤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서펜트드래곤의 방울을 꺼냈다.
“그야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거니까….”
번개고룡은 방울을 부숴버리고 손을 탈탈 털었다. 방울을 부수자 마을의 드래곤들이 깨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파워. 마을이 이렇게 될 때까지 못 알아차린다는 게 말이 돼!!?”
번개고룡은 마을에 상태에 대해 그를 꾸짖으며 때렸다. 하지만 아픈 건 그녀였다.
“나도 몰랐다. 원래 잠을 많이 자던 드래곤들이였으니까 운이 안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마을을 지킨다는 용이 마을의 상태는 확인도 하지 않고 그저 주변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G네드래곤이 그렇게 건방을 떨었던 것일 거다.
“오…. 맙소사.”
번개고룡은 이마를 짚으며 화를 식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파워는 궁금해하며 말했다.
“근데 고대신룡은 어디로 간 거냐? 같이 있었던 거 아니냐?”
‘아 맞다.’
그런 그녀를 보며 파워가 한마디 했다.
“번개고룡도 어딘가 멍청한 것 같다.”
“조용히 해,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으니까.”
“혹시 번개고룡 화내는 건가?”
“......아니야.”
그녀는 웃으며 얼굴을 들이내미는 파워의 얼굴을 손으로 밀며 뚱한 채로 말했다. 파워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그저 시시덕댔다.
“나는 이래서 번개고룡이 좋다.”
“그렇겠지.”
“하지만 번개고룡….”
파워가 말하기전에 하늘에서 무언가가 착지했다.
“무슨 일없었지? 꽤 멀리까지 날아가서 말이야.”
고대신룡이 더 거대해진 날개와 몸에서 빛을 두른 상태로 그들을 반겼다. 번개고룡은 그를 보자마자 물어봤다.
“서펜트는?”
“보통 이렇게 오면 내 상태부터 물어보지 않나?”
그녀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오로지 본인이 맡겼었던 임무에 관해서만 물어보았다.
“서펜트는?”
“놓쳤어, 갑자기 사라졌거든.”
“자랑이다!”
“그…. 근데!”
번개고룡은 한 대 때리려던 차에 고대신룡이 억울하게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팔을 위에서만 올린 상태로 멈추었다.
“서펜트가 이끈 동굴에 거대한 뱀이 나타났었어. 그것도 끔찍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뱀.”
“뭐? 죽였어? 시체는? 남아 있어?”
고대신룡이 상황을 설명했다. 거대한 뱀, 서펜트의 목적. 번개고룡은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고대신룡이 이미 불타 없어졌다는 말에 식어버렸고 잠잠하다가 고대신룡이 걱정이라도 해달라는 눈빛을 무시하지 못하고.
“...안 다쳤으면 됐어. 그리고 그 빛 좀 어떻게 못 하냐. 눈부셔서 못 보겠다고.”
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 말이 부끄러웠는지 급하게 마을 구경을 하는 척 시선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