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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빌리지] Ep.51~62 잊지 않을추억 (13~24)

14 도비는자유가아니에요
  • 조회수40
  • 작성일2025.10.16

Ep.51 잊지 않을 추억 (14)

근데.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지하 던전.”

 

?!”

 

중간에 번개고룡이 날뛰는 바람에 살짝 위험할 뻔했지만

 

빛의 결정체는 어쩌고 그냥 가는 거야!?! 당장 방향 돌려!”

진정해 봐!”

 

우리는 마침내 끔찍한 기운이 범람하는 지하던전에 도착했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용암 구덩이 안쪽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혼돈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금은 낯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형님의 기억 탓일 거다.

다크닉스가 봉인된 지하 던전의 느낌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전부 형님이 가진 기억의 편린 덕분이었다.

 

형님의 기억들은 느닷없이 밀려 들어왔지만 마치 그저 잠들었을 뿐 원래부터 가졌던 것처럼 느껴졌고 매우 자연스럽고 또렷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억, 그리고 그때의 감각들이 이곳을 오랜 보금자리를 찾아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 앞이.’

아까 난리를 치던 번개고룡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조용해진 걸 보면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하던전. 전에는 기운만 느껴본 거지만, 막상 앞으로 다가오니. 살짝.”

 

항상 호기심 많던 번개고룡의 눈이 약간은 낯선 불안감이 채워진 듯 보였다.

두려워?”

 

그럴 리가.”

 

번개고룡은 피식 미소를 보였지만 내게는 미세하게 떨리는 팔에 시선이 갔고 번개고룡 수상하게 쳐다보는 나를 보더니 자신의 떨리는 팔을 가리며 말했다.

 

원래 좀 수전증이 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무튼, 날 이곳까지 데려온 건. 나 생각이 있어서겠지?”

 

“G스컬의 목적이 다크닉스의 부활이라면 반드시 이곳으로 오게 될 거니까.”

확실해?”

 

번개고룡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봉인하기 위해서 이곳에 와야 하는 건 맞지?”

. 그렇지, 봉인을 다시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할 건, 결국 다크닉스의 봉인된 장소에서 빛의 결정체를 다시 활성화해서 원래 있던 봉인의 힘을 다시 되돌려 놓을 거거든.”

 

그리고 G스컬도 그 봉인의 힘을 전부 없애기 위해서 이곳으로 오겠지. 봉인을 어떻게 해제하는 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이곳에 오는 건 G스컬의 본체겠지.”

 

그래서 도박하겠다고?”

 

번개고룡은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것 같았다.

 

내가 먼저 G스컬을 잡으면 돼.”

그래. 그러면 먼저 봉인이 풀릴 일은 없겠지. 하지만 빛의 결정체는?”

 

결국 빛의 결정체가 없으면 약해져 가는 봉인의 힘을 되돌릴 방법이 없고 그 힘이 사라지면 다크닉스는 깨어날 수밖에 없어. 빛의 결정체는 지하성체에 있는 거 아니야?”

 

번개고룡은 여전히 핵심이 없다는 듯 따졌다.

 

내가 빛의 결정체를 만들 거야.”

 

“....?”

번개고룡의 머리가 살짝 튀어나오며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는 알기나 하는 소리냐며 금방이라도 짜증을 낼 것 같았다.

 

물론 처음부터 빛의 결정체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형님의 기억이 내게 생긴 이유였으니까.

 

형님은. 빛의 결정체를 다크닉스의 몸속에 만들어냈었어. 다크닉스가 아모르의 창조물이었으니 그에게 존재하는 아모르의 힘을 전부 빛의 결정체로 만든 거였겠지.”

 

그럼 뭐... 다크닉스를 봉인에서 풀려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아모르의 힘을 가진 건 다크닉스 뿐만이 아니니까.”

 

“...설마.”

번개고룡이 바라봤을 때 나의 표정은 과연 어땠을지 모르겠다. 나도 내 얼굴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번개고룡의 표정은 분명 나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야. 빛의 결정체만 찾으면 돼!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번개고룡은 흐르는 눈물을 재빠르게 닦고서 내 손을 붙잡고 날아갈 준비를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 이곳에 남으려 버티는 나를 들 힘은 있지 않았다.

 

힘 빼! 가자고!”

알잖아. 방법이 이거밖에 없는 걸.”

 

굳이 네가 될 필요는 없어!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G스컬이 분명분명 갖고 있을 거야.”

 

그럼 좋겠네.”

그치?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네가 이 지하던전을 찾은 것처럼 G스컬도 찾아내면 될 거야! 그리고 그 녀석을 붙잡고 빛의 결정체를 뺏어오면.!”

 

번개고룡. 나이트 대령을 만났지?”

 

물론 빛의 결정체가 있었다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

그럼 창조의 힘에 대해서도 들었겠네.”

대충.”

 

아주 작은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현실로 이끄는 힘. 나와 함께 이곳으로 순간이동 당한 빛의 결정체가 지하성체 내부에 있었다면. 나는 봉인의 재료와 함께 빛의 결정체 또한 찾을 수 있었어야 했다. 어디까지나 지하성체에서 찾을 수 있다라는 가정이 붙어야 한다는 것을 빼면.

우리가 지하성체에서 빛의 결정체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뭐였을까?”

 

그걸 G스컬이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건 불가능해. G스컬은 빛의 결정체를 만질 수 없거든.”

 

지하성체 내부에 있었을 당시에는 금오 경감의 기운 때문에 잠시 헷갈렸던 적이 있었지만, 이곳을 빠져나갈 때부터 빛의 결정체는 지하성체는 물론이고 던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빛의 결정체는 처음부터 없었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나도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다. 내 눈에서도 미세할 정도의 기운이었으니.

 

내 눈에는 보여, 사라지진 않았지만.”

 

G스컬에게 닿는 것을 거부했던 그 결정체가 던전에서 과연 멀쩡했을까?

 

빛의 결정체는 결국 이곳의 기운에 버티지 못했지만 던전 모든 곳에 퍼져버린거야. 그 기운은 아주 미세하지만, 이 기운을 한곳에 모으면 여전히 빛의 결정체를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단순히 기운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그릇이 없다면 빛의 결정체는 모양 잡지 못하고 봉인하는 도중에 다시 흩어져 버릴 거다. 그러니 그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건.”

말하지 마

 

내가 빛의 결정체가 되는 거야. 내 존재 자체가 빛의 결정체가 되면 다시 봉인이 약화 될 일은 없겠지. 내 힘은 영원히 이곳에 남을 테니까.”

 

“....다른 방법이 없을까? . 또 다른 희생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녀답지 않은 표정과 목소리였다. 그저 날 다크닉스를 봉인할 열쇠로서 생각한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미 이 봉인 때문에 스승님을 잃었어. 또다시 봉인 때문에 알고 있던 이들을 잃고 싶진 않아.”

난 괜찮아. 난 너희들과 달랐으니까.”

 

불의 산에서부터 나의 존재에 대해 의심했었다. 봉인된 후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형님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내 존재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너희들은 돌아갈 곳이 있지만, 나는 그런 게 없어. 원래 살던 빛의 신전도 없고 그렇다고 봉인 이후에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울먹이는 번개고룡의 말을 끊고서 말했다. 더 듣는다면 망설일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러니 내게는 이게 맞는 거야. 빛의 결정체가 되어 이곳을 영원히 지키는 거. 그러니 내 의견을 존중해 줘 번개고룡. G스컬을 막고 봉인을 시작하는 거야

 

Ep.52 잊지 않을 추억 (15)

고대신룡이 이곳으로 올 G스컬을 찾으러 간 사이 고대신룡을 기다리는 동안 번개고룡은 말없이 그저 그 고요함과 순간의 평화로움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평화로운 건 아닌가.’

조금의 충격만으로도 금방 터질 것만 같은 분화구와 계속해서 미세한 흔들림을 보이는 대지를 느끼며 생각했다.

 

뭐가 됐든 말릴 수는 없겠지.’

 

그녀의 생각보다 고대신룡의 다짐은 확고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던 것이 느껴졌고 그 고민에 대한 결론이 이곳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절실한 고대신룡의 눈을 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그 방법만이 네가 만족 할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감정만을 느낀 채 나아갈 뿐이다.

 

왔어!? G스컬은?”

 

번개고룡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대신룡을 보며 G스컬을 어쨌는지 물어보았지만 고대신룡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G스컬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봉인이 곧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돌아왔어.”

 

“....그래 시작하자.”

 

-

 

금오... 혹시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나이트를 뒤쫓아가며 피닉스가 그녀 머리 위에 있는 금오에게 물었다.

 

저는 독심 술사가 아닙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잖아.”

 

금오는 말이 없었다. 말을 고르기라도 하는 걸까.

 

,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정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금오는 지금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이미 흐름을 보는 그 능력으로 무슨 말을 할지 다 보았을 거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오로지 단 한 개였으니.

 

조금은

결국 반작용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모르지. 그 창조의 힘이란 걸로 도와주면.”

아뇨, 그 누구도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1대 고대신룡이 아닌 이상, 계승된 힘만으론 1대 고대신룡이 정한 미래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금오는 단호했다.

 

겁 먹은 거야?”

“...당신은 아직도 장난을 치고 싶습니까?”

 

피닉스는 금오를 도발해봤지만 금오는 살짝 화가 난 듯했다. 단 한 번도 그녀에게 화를 내본 적 없는 그가 이 정도라면.

 

정말로 불가능 한 거야?’

피닉스,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그 망할 운명이란 게 두려워서 벌벌 떨기 싫어서 그렇지.”

 

피닉스의 목소리가 약간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아주 작게 금오의 한숨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긴 했다.


“...고대신룡이 제게 찾아왔을 때, 남은 창조의 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모든 흐름을 본다 한들 그 모든 가닥을 모아 자연스럽게 이을 정도의 힘은 남지 않았었죠. 그래서 그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뭔데?”

“2대 고대신룡에게. 위험한 흐름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죽지 않도록 하며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마지막의 미래를 가장 맨 첫 번째로 만들었습니다.”

 

 

고대신룡이 홀로 다크닉스를 마주한다. 그 흐름이 완성될 때까지 그 누구도 반작용의 간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

 

번거롭게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을 좋아하나 보군,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지.”

 

그리 오래 도망가지 못한 채 붙잡힌 G스컬은 킬킬대며 자신을 깔고 앉은 나이트에게 말했지만, 나이트는 그의 머리 앞에 검을 꽂으며 위협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이트는 G스컬을 죽이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묶어 놓는 데 집중했다.

 

운명의 졸개야. 난 지금 너를 걱정하고 있는 거다. 네가 후회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

시끄럽군.”

 

결국 네가 날 죽이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인 것을. 고대 신용이 어째서 너희가 아닌 나의 일을 더 도와준 것인지 모르겠지만참으로 고마운 일일 수가 없구나,”

 

나이트가 그를 경멸하며 바라보았지만 G스컬은 새빨간을 눈으로 그를 마주 보며 소름이 끼치게 웃어댔다.

 

하하하! 운명의 졸개여, 봉인은 반드시 풀린다. 어차피 내가 가지 않아도 봉인은 반드시 풀리게 돼 있었다!”

 

나이트!”

 

피닉스도 뒤에 따라오며 나이트를 불렀고 깔린 G스컬을 바라보았다.

 

이딴 게... 다크닉스의 수하?’

 

그 머저리 같은 놈들의 발버둥도. 네 분노도! 결국 의미 없어지게 될 거다! 네놈들이 믿던 그 고대신룡이! 그렇게 정했고 만들었으니까! 네놈들은 전부 그 녀석이 짠 연극에 꼭두각시일 뿐이야!”

 

G스컬은 눈에서 검은 액체를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참으로 슬프구나! 죽기 직전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산 녀석들도 있을 테니

.”

 

나약한 것들아! 너희들은 결국

 

나이트가 한숨을 내쉴 때 피닉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G스컬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부숴버렸고 손을 털며 말했다.

 

이걸 왜 다 듣고 있어? 어차피 쓸모도 없는 말인데.”

 

그녀가 고개를 올려 나이트를 바라보았을 때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부술 정도로 핏줄이 솟은 나이트의 주먹이 허공에 떠 있다는 것과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같이 보였다.

 

더 들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부술 기회를 네가 가져갔군.”

 

민망한 듯한 피닉스 위에서 금오가 내려오며 정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피닉스님 잠시 거리를 둬주시겠습니까?”

반작용?”

 

비슷합니다.”

 

대신 빨리 불러라~”

 

정중한 그의 목소리에 피닉스가 눈치 빠르게 빠져주었고 금오는 그녀가 빠지는 것을 바라본 후 나이트에게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빛이 사납게 바뀌며 그에게 물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죠? 그를 놓아준 것은 결국 그것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까? 왜 여기서 그를 막고 있습니까? 피닉스처럼 답답하게 굴 셈입니까?”

 

어리석군, 고작 그것만 가지고 판단하는 건가?”

대령!”

 

그의 행동이 답답하다는 듯 금오가 성질을 냈다.

 

내분인가?”

조용히 하세요.”

닥쳐라.”

 

G스컬의 머리가 재생되면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금오와 나이트가 동시에 살벌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눈을 내리깔며 조용해졌다.

나쁜 녀석들.’

 

나이트는 말에 힘을 빼고서 다시 금오에게 말했다.

 

네 생각이 무엇인지는 안다. 봉인이 풀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결국 고대신룡이 원한 결과가 되겠지. 하지만 난 그게 꼭 봉인의 실패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p53 잊지 않을 추억 (15)

나이트의 질문에 금오의 몸이 움찔했다. 정해진 미래는 단 하나뿐 그사이에 구체적인 일은 언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 지를 그조차 알 수 없어서 쉴 새 없이 흐름을 관측해가며 따라갈 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너는 확신하나?”

 

 

금오가 대답하지 않자 나이트는 혼자 끄덕였고 본인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봉인의 실패가 이놈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G스컬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이트가 그걸 신경 쓸 생각은 없었고 오로지 금오에게만 집중했다.

 

근거가 뭐죠?”

 

“....가능성은 여러 개니까, 그리고. 이 녀석 같은 머저리가, 그 고대신룡을 이길리도 없고.”

 

나이트가 G스컬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G스컬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를. 감히 능멸하려는 거냐?! 이런 몬스터보다 못한 놈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미 네 역할은 끝났다. 네놈은 이미 내게 꼭 네가 아니더라도 봉인은 풀린다고 말했었으니. 네 말대로 널 이곳에서 묶어두다가 봉인이 풀린 후에 더 이상 반작용마저도 널 지켜주지 못할 때 바로 네 목을 내 손으로 직접 베어버릴 테니까.”

 

나이트의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G스컬의 뼈마디 사이로 검이 들어갈 뿐 완전히 베어내진 않았고 그 위협이 통했는지 G스컬도 벌벌 떨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거였습니까?”

 

금오도 이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고서 갑자기 막무가내로 태도를 바꾼 나이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금오가 직접 G스컬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당신애초에 봉인을 해제하는 법을 알긴 했습니까?”

 

네 능력으로도 알지 못하는 게 있나?”

흐름 중에서 봉인을 해제한다.’라는 흐름이 없을뿐더러, 봉인을 풀려고 시도했던 존재가 한 번도 없었으니. 제가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금오와 나이트가 잠깐 티격태격하며 말다툼하면서도 G스컬은 말하지 않았다.

 

.”

 

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아니! 몰라! 몰랐다! 애초에 그런 방법은 알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아까는 말하려고 할 때 죽이려고 위협했으면서 너무하는군!”

 

나이트가 한숨을 내쉬며 검을 잡자마자 G스컬은 겁에 질린 듯 모두 말해주었다.

 

그래! 전부 연기고 가짜였다. 애초에 내가 노린 것은 너희들이 아니었다고! 빛의 결정체가 사라지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지하성체에 그 기운이 퍼진 것만으로도 내 계획은 성공한 것이었다.”

 

고대신룡을 데려간 이유는 뭐냐.”

빛의 결정체의 그릇으로 쓸 생각이었다. 하늘의 신전에서 네 녀석 때문에 훼손된 본체를 회복하느라 시간을 지체해 모든 것이 실패했지만. 근데 거기서 어떻게 번개고룡 따위에 빛의 힘을 쓸 거라 생각했겠나?”

 

빛의 결정체의 그릇?”

 

! 너희들은 정말 모르는 거냐? 그분이 정말로 고대신룡의 힘으로 만든 봉인 따위로 묶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둘 다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자 G스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답답하군, 너희들도 봉인이 계속해서 약해지는 것은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너희들이 느끼기에는 그분이 고작 그 약해진 봉인 따위를 부수지 못해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정말로?”

 

해결 방법.”

 

나이트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 금오는 G스컬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신, 처음부터 봉인을 해제할 생각이 없었군요.”

 

-

 

시작할게.”

 

고대신룡이 손을 모아 빛을 모으려는 순간 지하던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에 균열이 가며 들끓는 용암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크닉스의 부활이 코 앞이라는 신호였다.

 

난 걱정하지 마!”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고대신룡을 저지하고 그녀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번개고룡은 재료를 모두 꺼내어 혼합시키기 시작했고 고대신룡도 그녀의 의지에 가담하며 두 손에 빛의 결정체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암흑용액에 안정용액을 먼저 붓고 가볍게 흔들어 만든 정화 용액을 폭발용액에 다시 붓는다. 모든 용액이 혼합시키고 난 후에는 천천히 완전무결한 물방울에 전부 담는다.

 

고대신룡끝났어!”

 

봉인의 재료가 완성될수록 지하던전은 더 심하게 울부짖으며 요동을 쳤고 아까와는 비교되지 못할 만큼의 악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기다려줘.”

 

준비를 마친 번개고룡이 고대신룡을 보았을 때 그는 대지의 요동에도 구애받지 않는 듯 허공에 부유하며 그의 손에서 엔젤과 비슷하게 손에서 정말로 눈부신 빛을 모으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대신룡의 빛이 조금 더 강렬해 보였다는 점. 역시 힘을 계승한 드래곤은 다르다는 것일까.

고대신룡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번개고룡은 모든 용액이 담긴 물방울을 들고 서 튀어나온 바위들과 용암들을 피하며 고대신룡에게 다가갔다.

 

이 봉인이 진행되는 순간, 고대신룡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정확히는 이 봉인의 일부가 되는 거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었다.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아니면 사과? 고작 이런 일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희생하는 고대신룡에게는 단순히 말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그게.”

됐다.”

 

번개고룡이 말을 꺼내려 함과 동시에 고대신룡도 준비를 끝마쳤음을 알렸다.

 

무슨 말 하려고 했어?”

그래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는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입만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생각을 마치고서 그에게 말했다.

 

결국 그에게 제대로 된 진심은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아니언제 다하냐고.”

, 미안.”

 

서로 마지막 봉인 재료를 손에 든 상태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번개고룡은 딱딱한 몸짓으로 고대신룡에게 물방울을 건네주고 계획을 설명했다.

 

결계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 번개고룡이 이 사실을 알 리는 없지만 고대신룡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다크닉스의 힘을 봉인하는 칭과 사슬들을 만들어냈다면 번개고룡은 그녀의 특성을 이용한 봉인을 진행할 것이다.

 

네가 지하던전의 공중으로 이걸 들고 날아오르면 나는 위에 있는 너를 내 번개로 맞출 거야. 정확하게는 네가 아닌 그 물방울이지만, 암튼 물방울은 내 번개에 닿으며 터지는 순간 그 안에 있던 용액들이 지하던전을 다각형의 모양을 만들며 덮을 것이고 그 용액에 네 힘을 넣으면 봉인은 끝. 알았어?”

 

마지막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아주 간단한 명령이었다.

 

이해했어.”

 

고대신룡은 그대로 물방울을 들고 요동치는 지하던전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번개고룡, 고마웠어. 그때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한 나를 이곳까지 데려와 줘서.’

 

번개고룡은 검지와 중지를 펴서 고대신룡을 가리켰다. 그가 완전히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고대신룡. 쓸데없이 착한 녀석. 네 희생은 내가 평생.”

 

번개고룡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눈 밑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그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을 평생 듣지 못할 테지만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다시 눈을 떴다.

 

잊지 않을게.”

 

번개고룡은 붉은 눈을 반짝이며 두 손가락에 모인 작은 번갯불을 쏘았다.

 

 

Ep.54 잊지 않을 추억 (16)

그게 무슨 말이지?”

 

그들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 뭔갈 알고 있군?”

! 너희들! 언제까지 얘기해?!”

 

G스컬이 흥미로운 눈으로 금오를 보았을 때 피닉스가 참을성을 다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멀리서 달려와 그들의 사이에 껴들었다. 그녀가 보았을 때 분위기는 한참 어두웠지만, 그녀는 더 이상 빠질 생각은 없어 보였고 금오가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

 

피닉스 전에 고대신룡이 다크닉스를 봉인할 때 했던 말 아십니까? 해결 방법이란 말을 했었습니다.”

 

기억하고 있지.”

나도 알아듣게 설명해라.”

 

피닉스는 전에 직접 들었던 얘기였지만 나이트는 정해진 흐름을 전달받았을 뿐 고대신룡을 대신하여 빛과 어둠의 전쟁에 지휘관으로서 행동한 그는 다크닉스가 어떤 식으로 봉인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금오와 G스컬은 달랐다. 금오는 직접 고대신룡에게 전해 들었고 G스컬은 멀리서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았다.

 

, 대령은 처음 듣는 것이겠군요, 사실 고대신룡은 다크닉스를 끝내 죽이지 못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죽일 수 없어서 봉인한 것이죠.”

 

그게 그거 아닌가?”

그 겁쟁이 녀석은 친우였던 그분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멍청한 선택을 해버린 거야! 오랫동안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두 번째를 보고 난 후에 알게 되었지, 그 녀석은 자신의 책임을 그놈에게 넘겨버린 거다!”

 

G스컬이 금오의 말을 가로채며 깔깔대며 웃었지만 이번에 금오는 좀처럼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피닉스는 참지 않고 그대로 머리통을 다시 부숴버렸지만

 

뭐야 언제 또 재생했데?”

 

금오는 부서진 머리를 말없이 보다가 다시 금오를 보며 말했다.

 

이 머저리의 말이 맞는 건가?”

맞는 말입니다.”

 

그럼 처음부터 봉인하려고 한 게 문제였던 거군.”

 

아무래도 한참을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그 다크닉스가 얌전히 기다릴 거라는 가능성은상상도 못 한 거였거든요.”

멍청한 녀석.”

 

나이트의 말에 피닉스가 조용히 끄덕였다.

 

이제 모든 것은 고대신룡에게 달린 것 같군요.”

 

나이트는 쓰라린 머리를 잡으며 생각했다.

 

뭘 보고 있었던 거냐.’

 

-

 

번개고룡의 번개는 지하던던의 허공을 가르며 고대신룡이 들고 있는 물방울에 명중했고 그녀의 말대로 용액들이 규칙적으로 흩어지면서 다면체의 봉인 진이 형성되었고 고대신룡은 모든 용액에 자신의 힘을 담기 시작했다.

 

이제 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일부가 되는 느낌은 이런 것일까. 지하던전은 더욱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흘러 새는 어둠의 기운을 붙잡으면서 봉인을 진행했다.

 

멀리서 번개고룡의 외침이 들렸다. 뭐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목소리라고 느꼈다.

 

[넌 누구지?]

 

순간 머릿속에서 그의 형님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머리가 번개고룡의 번개를 맞은 것보다 수백 배는 고통스러웠다.

 

[익숙한 기운하지만 내가 아는 건 네가 아니야.]

 

고대신룡이 말을 하지 않음에도 그것은 혼자서 말을 이어가며 그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고 고대신룡은 더 이상 봉인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으며 봉인진이 힘을 잃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네가]

 

고대신룡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번개고룡이 멀리서 심각한 표정을 하면서 달려오는 것 같았지만 지하던전의 대지가 의지를 가진 듯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번개고룡은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어둠의 기운 때문에 더 이상 다가갈 수도 없게 되었다.

 

구해줘야. 하는데.’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며 위험해진 번개고룡을 보며 자신이 도와주어야 생각했지만, 더 움직일 힘은 없었고 눈은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고대신룡은 지하던전의 안쪽으로 추락했다.

 

고대신룡!”

 

-

 

(“형님?”)

 

고대신룡의 무의식 속에서 뒤돌아 있는 형님을 발견했다.

 

(“왜 지하성체 이후로 내 말에 계속 반응하지 않았던 거야?”)

 

고대신룡은 계속 생각했었다. 자신이 희생하지 않으며 봉인을 할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을 계속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지하성체에서 들었던 말 이후로는 아무래도 불러보아도 형님은 대답하지 않았었다. 무의식 속에서 찾아낸 형님에게 반가움과 불만이 섞인 감정으로 다가가며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형님은 싸늘한 표정을 가진 채로 갑자기 빛의 검을 꺼내서 자신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형님 나야!”)

 

고대신룡 또한 반사적으로 빛의 검을 꺼내 형님에게 대항했다. 형님이 말했던 빛의 검은 원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벨 수 있는 대상을 정할 수 있었지만 빛의 껌끼리 닿으며 파찰음을 내는 것을 보아하니 앞에 있는 것은 형님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기 시작했다.

 

형님의 모습을 한 그것은 강했다. 실력도 힘도 전부 형님과 비슷거의 동등했다.

 

(“예전에는 항상 내가 졌었지”)

 

하지만 그것은 옛날의 형님을 본떠 만든 가짜에 불과했다. 지금의 고대신룡의 힘은 전대 고대신룡의 힘을 가진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했다.

 

(“하지만 역시 그건 옛날에 불과하지, 지금은 아니야.”)

 

처음부터 그들은 빛의 검을 대등하게 맞대고 있지 않았다. 앞에 있는 존재가 형님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승부는 결정 났다. 고대신룡은 자신의 빛의 검의 크기를 키우고 더 밝게 빛나게 했다.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빛의 검을 내치고 빈틈이 생긴 그것을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

 

하지만 갑자기 그것의 배 부분에서 주먹이 나타나 고대신룡의 얼굴을 강타했다. 얼굴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주변이 바뀌며 무의식의 공간이 점점 낯선 공간으로 바뀌었다.

 

정신이 드나?”

 

뜨겁고 혼돈의 기운이 느껴지는 바닥에 엎드린 고대신룡의 시선에서 파워처럼 머리를 올린 사내가 나타나며 말을 걸었다.

 

다짜고짜 덤벼들길래 어쩔 수 없이 공격했지만, 예상대로 제정신은 아니었나 보군. 눈도 아까랑은 다른 것 같으니.”

 

이 용암 구덩이 속에서 혼자 떠드는 그의 목소리가 익숙했다. 고대신룡의 머릿속에서 말을 걸었던.

 

잠깐, 널 해할 생각은 없다. 우선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군.”

 

여전히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채로 고대신룡은 긴장한 듯 거칠게 숨을 쉬며 그를 향해 빛의 검을 들이대면서 경계했지만, 그는 오히려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상한 그의 행동을 보고서 고대신룡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쉬며 진정해갔다. 뜨거운 용암이 사방에서 흐르고 있으며 곳곳에서는 검고 붉은 바위가 튀어나와 있었다.

 

여긴, 지하던전의 심층부다. 내가 봉인 당하고 난 후에 홀로 지냈던 나의 보금자리지.”

정말로 당신이.”

 

사실 그건 너한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게는 더욱 그렇고. 중요한 건 네게는 내가 아는 누가 생각나지만 넌 내가 아는 그 녀석이 아니다.”

 

고대신룡이 말하려던 찰나 그는 고대신룡의 말을 무시하고서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가자 고대신룡은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났다. 그의 눈빛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었으며 몸을 지배하는 어떤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럼. 네놈은 누구지?”

Ep.55 잊지 않을 추억 (17)

무언가 온몸을 옥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내를 마주한 순간부터 무의식에 내재 된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몸을 지배한다.

 

모든 것을 멸시하는 그 눈이 고대신룡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은 분명 그를 향하고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느낌도 같이 들었다. 그저 주춤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 고대신룡을 기다리던 다크닉스가 말을 꺼냈다.

 

계속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고내 질문에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군.”

당신은날 죽일 거야?”

 

그 말을 듣고 다크닉스는 약간은 놀란 듯 눈이 미세하게 커진 표정을 짓고서 피식 웃었다.

겁을 먹은 건가.”

 

고대신룡은 도저히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숙적이라고 하기엔 처음 떨어졌을 때 바로 고대신룡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금은 고대신룡을 진정시키고 단순한 질문을 했다. 그 모습에서는 도저히 유타칸을 파멸로 이끌었던 존재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네 대답을 듣고 결정하겠다.”

 

하지만 앞에 있는 존재는 여전히 그 다크닉스였다. 자신의 흥미에 따라 상대를 죽일 힘을 가진 드래곤 그는 고대신룡의 존재가 단순히 흥미로워서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었다.

 

당신이 말하는 건 아마 형님이고. 나는 형님의 자리와 힘을 계승 받았을 뿐이야.”

 

형님? 그리고. 계승 받았다?”

 

형님은 당신과 싸우고 나서 힘을 잃었어, 남은 힘을 내게 넘긴 후에 얼마 되지 않아 G스컬에게 죽었지.”

그래서 네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던 건가.”

 

나는. 당신을 막으러 왔어.”

 

고대신룡의 몸이 떨려댔지만 그런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왜지.”

 

당신이 봉인에서 깨어나, 다시 유타칸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형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

 

고대신룡은 가까이 다가온 다크닉스의 목을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

 

고대신룡!”

 

빛의 결정체의 힘을 흡수하던 용액들의 빛이 흩어지고 봉인 진의 무너지기 시작했다. 봉인은 실패했고 고대신룡이 지하던전 안으로 추락했다.

 

잡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하던전 대지 자체가 의지를 가진 듯 번개고룡을 막아섰다.

 

침식이...!’

 

번개고룡을 지켜주던 고대신룡의 기운이 어느새 그녀를 떠나갔고 곧바로 어둠의 기운이 그녀를 노렸다.

 

다 망했네. 미안. 피닉스,.금오

 

마지막엔 헬 청장의 얼굴이 떠오른 것 같았지만 그녀가 상상한 헬 청장은 갑자기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끝까지. 도움 안되네.’

 

“?...갑자기 귀가 가렵네.”

 

번개고룡은 점점 눈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다 내 잘못이야. 고대신룡이 희생하도록 뒀으면 안됐는데.’

(“그래 네 탓이야.”)

 

마음 깊숙한 곳에서 번개고룡의 행동을 탓하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음속을 서서히 좀 먹고 혼돈을 일으키는 잠식이 그녀를 먹어 치우려는 신호였다.

 

(“애초에 넌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해.”)

처음부터...?’

 

(“네 행동으로 헬은 널 믿지 않게 됐어, 피닉스는 모든 걸 걸고서 널 지켰지만, 결과가 이게 뭐지?”)

 

. 여전히 쓸모가 없는 건가?’

 

(“그런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어. 그만 포기해!”)

포기.’

 

흐릿한 시선 속에서 번개고룡과 닮은 체형을 한 검은 무언가가 손을 뻗은 채로 그녀의 앞에 있었다. 속삭임이라 생각했던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

 

나를 받아들여.”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적어도 네가 쓸모 있도록 해주지. 그때 빙하고룡이 무섭지 않았나? 하지만 힘이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리고 그걸 내가 해줄 수 있지, 어때?”

 

.”

네가 쓸모가 없었던 것은 결국 힘이야!”

 

번개고룡이 천천히 손을 내밀기 시작하자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얼굴에서 입 같은 것이 생기더니 미소를 짓는 것인지 기괴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두려워. 난 그때의 빙하고룡처럼 되고 싶진 않아.”

 

번개고룡은 망설였다.

 

“....모든 것엔 대가가 있는 법이지. 걱정하지 마 네 의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

그럼.”

 

멈추었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번개고룡, 정신 차리십쇼.”

 

금오의 목소리와 함께 번개고룡의 눈 앞이 금오의 따뜻하고 작은 몸으로 가려졌다. 번개고룡은 반사적으로 뻗었던 손을 금오의 손에 가져다 댔다.

?”

 

잠시 그것의 비명이 들린 후 착붙어 있던 금오가 스스로 번개고룡의 얼굴에서 떨어졌다. 다시 반짝이는 눈앞에서는 그것이 있던 자리에 성스러운 빛의 검을 들고 있는 나이트가 서 있었다.

 

불쾌한 것과 대화를 했군. 아니. 오히려 대화해서 다행이었던 건가.”

그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원래 그런 드래곤이었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번개고룡~!”

멀리서 피닉스가 금빛의 실로 묶인 G스컬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땅에 질질 끌려 엉망이 된 G스컬이 조금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피닉스님, 던지지!”

얼굴이 왜 이렇게 축 처졌어?”

 

피닉스는 G스컬을 대충 금오 앞에 던져두고 번개고룡에게 가서 그녀의 양쪽 뺨을 부풀렸다. 번개고룡은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듣고서 긴장이 풀린채로 피닉스에게 포옹을 받았으나 시선이 간 것은 작은 몸을 한채로 금오의 목소리를 내는 어떤 것이었다.

 

경감? 그 모습은 대체 뭐야?”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분신일 뿐이지.”

상처입니다.”

 

?”

 

번개고룡은 자신을 대신해 희생한 것이 정말로 금오가 아니라 금오가 만든 분신이며 본체는 불의 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실을 듣고서 경감이 정말로 죽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번개고룡은 다시 침울해졌다.

 

“....미안 봉인은 실패했어. 그리고.”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고대신룡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두려웠다.

고대신룡은.... 지하던전으로 떨어졌어. 다 내 잘못이고, 내 탓이야. 내가 괜히?”

 

피닉스가 울 것 같은 번개고룡의 얼굴을 천천히 품에 내렸다.

괜찮아.”

 

. 뭐야?”

 

품에 묻힌 번개고룡이 고개를 들고서 나이트를 쳐다보았다. 나이트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시선이 살짝 뒤쪽에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에는 금오가 있었다.

 

봉인은 원래 성공할 수 없었다. 나머지는. 금오가 설명하겠지.”

다 말해놓고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게 무슨 소리야?”

 

피닉스가 번개고룡을 안아주며 머리 위에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어차피 봉인은 성공할 수 없었데, 처음부터 1대 고대신룡이 그렇게 정했었거든...”

고대신룡이 지하던전으로 혼자 떨어졌다 하셨죠? 오히려 잘됐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그에게 모든 게 달렸거든요.”

 

...?”

 

번개고룡은 여전히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처음부터라니 고대신룡이라느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번개고룡은 천천히 잠이 들었다. 하늘의 신전에서부터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리를 해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피닉스는 그녀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는 좀 쉬어.”

 

나이트는 고대신룡이 떨어졌을 지하던전의 입구를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번개고룡과 똑같이 대지가 흔들리며 빛의 검으로 잘라내도 끊임없이 바위가 솟아올랐으며 알 수 없는 압력이 그가 날지도 못하게 막았다.

 

이래서는. 더 다가가기도 힘들겠군.”

이젠 그 둘의 싸움이니까요.”

 

하하! 너희들이 이길 것 같나?”

 

가만히 묶여 있던 G스컬이 웃으며 말하자 나이트가 살벌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널 잊고 있었군.”

 

정해진 길은 오로지 고대신룡이 홀로 다크닉스를 마주했을 때까지였다. 고대신룡이 지하던전 안으로 떨어졌다면 반드시 다크닉스를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은 더 이상 반작용이 G스컬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 잠깐,”

 

즉시 G스컬의 몸을 조각내어 구슬을 들어나게 했고 바로 베어버렸다.

 

“...!?”

 

이상하게도 구슬은 베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검격이 스쳐 갔지만 그 위에 새겨진 것은 미세한 균열뿐, 그 강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곧이어 지하던전 심층부에 폭발이 일어났고 어둠과 혼돈이 한순간에 하늘을 찢는 듯 치솟았고 불길처럼 대지를 삼키며 퍼져나갔고 대지는 더욱 흔들렸다. 하늘에서 억센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 마주하라. 너희들의 나약함을. ]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그곳에 있는 모두가 알 수 없는 기운에 힘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지하던전의 입구에서는 그 모든 어둠과 혼돈의 격류를 비집으며 그 목소리의 주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목도하라. 창조의 끝과 종말의 시작을! ]

 

 

 

Ep.56 잊지 않을 추억 (18)

. 금오

 

앞이 흐릿하다. 피닉스가 알수 없는 압력에 억눌린 상태에서 힙겹게 금오를 불러본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저기서 고대신룡이 아니고 다크닉스가 올라오는 건데?”

“....소용없다.”

 

대답한 건 금오가 아닌 나이트였다. 하지만 나이트 역시 엎드린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터져버린 지. 오래니까.”

 

금오는 이제껏 분신인 상태로 그들과 동행했었다. 하지만 평소의 몸도 아니고 작은 형태의 분신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터져버렸고 아주 소량의 금빛 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존재만으로. 이 정도.”

 

나이트는 말을 하다 말았다. 그조차 이 압박감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다크닉스는 아주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의지를 갖고 있던 대지들이 그가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물러서듯 길을 내어주었으며 그들을 죄어오는 압력은 점점 거대해져만 간다.

 

움직여야 해!’

 

그녀 뒤에는 누워있는 번개고룡이 있었다. 이미 지쳐 잠든 번개고룡은 깨어날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이 상태에서는 그녀를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

 

까꿍?”

 

그때 G스컬의 얼굴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기괴하게 벌어진 입과 새빨간 눈이 그녀를 조롱했다.

 

.”

아무래도. 너희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군?”

 

피닉스의 입속에서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났지만 G스컬은 그저 기쁘다는 듯 깔깔댔고 나이트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발로 걷어찼다.

 

! 너 뭐.”

아무것도 못 하겠지? 아무래도 너희들은 그분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군! 나에게는 한없이 따스한 기운인데 말이지!”

 

나이트의 살벌한 눈빛에도 졸지 않고 발길질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의 분을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눈을 한다고 바뀔 것 같나? 멍청한! 빛의 신전 드래곤 녀석! 너희에게 계속 목이 잘려 농락당하는 그 느낌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

 

G스컬이 발길질을 멈추고 그의 붉은 기운을 내뿜는 손이 나이트를 향했다.

 

그래. 결국 기운 이었던 건가.”

 

혼자서 어떤 말을 한 후에 나이트가 힘겹게 빛의 검을 휘두르자 G스컬의 손은 끝내 닿지 못하고 몸통이 잘려 나갔다. 나이트는 곧바로 G스컬이 재생하더라도 이쪽으로는 올 수 없게 저 멀리 수정을 던져버렸다.

 

어떻게 한 거야?”

 

피닉스도 어느새 몸이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우릴 억누른 건 결국 저놈의 기운이었다. 보이지 않을 뿐 결국 베어낼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었지. 문제는 고작 기운이 이 정도라면.”

 

나이트는 좀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천천히 다가오는 다크닉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저놈의 힘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고대신룡은. 죽은 거야?”

 

피닉스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나이트는 복잡한 표정으로 다크닉스 뒤에 있는 지하던전을 바라보며 말을 고르는 듯했다.

 

빛의 기운이 끊겼다. 하지만 고대신룡이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을 리가 없다. 금오의 말대로라면.’

 

확실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고대신룡을 믿었다.

 

가능성은 작지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피닉스의 침울했던 안색이 살짝은 펴졌다.

 

정말?”

 

하지만 지금 우리를 대신해 저것과 싸울 수는 없어 보인다.”

 

그 순간에도 천천히 다크닉스는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는 없겠. ?”

 

아무것도, 내가 아는 바론 저놈은 빛의 힘 외에는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아. 아무리 네 불길도 무력도 소용없다는 뜻이지.

 

나이트는 뒤에 누워있는 번개고룡을 살짝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버티다간 다 죽는다. 하지만 네가 번개고룡을 업고 도망치도록 버텨줄 수는 있다.”

 

그게. 최선이야?”

 

고대신룡이 살아있다고 한들, 지금 상황에서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시간은 더더욱 없지.”

 

알았어.”

 

피닉스도 그 사실을 알았고 고집부리지 않으며 조용히 번개고룡을 업은 후에 홀로 다크닉스를 마주하는 나이트를 보며 소리쳤다.

 

우리!”

 

그녀의 우렁찬 외침에 반응하듯 나이트가 고개를 움찔거렸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다크닉스를 상대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거였기 때문일까. 피닉스에게 그 어떠한 이유는 중요치 않았다.

 

다시 만날 수는 있는 거겠지? 나 한번 너랑 붙어보고 싶거든! 불의 산은 따분하단 말이야.”

 

무엇보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 때문에, 얼마나 가능성이 높을 진 몰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간절하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피닉스는 혼자서 말을 끝마쳤다.

 

꼭 살아서 날 만나러 와. 약속이야.”

 

피닉스는 사라졌고 나이트는 홀로 남았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나이트의 마음 한 공간에서 작은 꽃처럼 피어올랐다.

 

이번 일이 끝난 후에 무엇을 하고 살지 생각한 적은 없지만. 조금은 미련이 생기는 것 같군.”

 

[ 기운을 버티면서 도망가지 않는 드래곤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군. ]

 

다크닉스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를 더 가까이서 마주할수록 그 기운이 그를 더 억누르고 있음을 느꼈지만 베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이상, 그를 더 억압할 수는 없었다.

 

어울리지 않은 능청은 그만두었으면 좋겠군.”

“...그것은 청인가?”

 

그를 짓누르던 거대한 힘은 다크닉스가 묻는 순간 사라졌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크닉스라는 그 존재 자체로 다시 압박되고 있었으며 나이트는 오만을 넘어선 그의 말투와 태도가 불쾌했지만, 이 세계의 질서를 벗어난 듯한 그 강함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파멸 그 자체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청이 아니라면?”

 

우습군, 네가 자존심을 부릴 여유는 없을 텐데.”

 

다크닉스의 웃음이 주변의 고요함을 지워냈다.

 

고대신룡을 어떻게 한 거냐. 죽인 거냐?”

“....”

 

왜 살려둔 것이지?”

 

다크닉스는 답하지 않았지만 나이트는 신경쓰지 않고 물었다.

 

네놈. 그놈의 힘을 계승한 것 같지만 그 본질은 흩어져 결국 작은 조각만을 가진 네 존재 자체에는 흥미 가지 않는다.”.

 

질문에 대답해라.”

 

대화가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았고 다크닉스는 오히려 당당한 그의 태도를 감탄하며 말했다.

 

날 죽일 수 있다는 듯이 얘기하는군.”

 

그의 빛의 검을 보며 이죽거리는 다크닉스를 향해 주저 없이 검을 휘둘렀다. 섬광이 터지며 다크닉스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역시 평범한 빛의 드래곤은 아닌가.”

 

비록 다크닉스의 팔을 잘라내지 못하고 막힌채로 끝났지만 공격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다. 다크닉스가 잠시 놀란 듯 자기 팔과 힘겨루기를 하는 나이트의 검을 보았다. 고대신룡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힘, 다크닉스는 약간의 기쁨을 느끼며 나이트를 향해 외쳤다.

 

네 전부를 보여봐라!”

 

다크닉스의 파멸의 기운이 담긴 주먹이 나이트를 향했다. 나이트는 적당한 힘으로 쳐내 보려 했지만 다크닉스의 힘은 이제껏 그가 마주해왔던 적과는 비교하기 우스운 정도였다. 다크닉스의 주먹이 그 빛의 검을 그대로 쳐부수며 나이트에게 향했다.

 

어설픈 힘으로 나와 맞서려는 거냐!”

 

다크닉스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나이트 머리 옆을 지나갔다. 나이트는 곧바로 새로운 빛의 검을 꺼내 다크닉스를 배려했지만 그 또한 검을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날쌔군.”

마치 네가 봐주는 것처럼 들리군.”

 

어쩌면.”

 

네 힘이 고대신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은 인정하마. 하지만 넌 고대신룡이 아니기 때문에 날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살려두었나?”

 

나이트는 집요하게 물어보았지만 다크닉스는 말하지 않고 대신 주먹을 휘둘렀다.

 

너희들이 믿던 그 고대신룡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내게 죽었다!”

 

다크닉스의 주먹은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그 풍압만으로 나이트에게 상처입히고 있었다. 또한 그의 기운에 의해 나이트의 갑옷이 버티지 못하고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주변의 대지가 부서지고 흔들리며 용암은 더욱더 격렬하게 터져댔다.

그런데 네놈이 무엇을 할 수 있지? 아모르의 창조물도 아닌 조각의 불과한 네가! 그리고 네놈들이!”

 

다크닉스가 목소리를 높이며 가차 없는 맹공이 몰아쳤다. 나이트가 공격할 틈은 없었다. 평범함을 아득히 뛰어넘는 다크닉스의 속도는 나이트가 전부 막지도 못할 속도였고 계속 더 빨라졌다. 그리고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였을 때 어느새 다크닉스의 주먹이 나이트의 복부에 꽂히고 말았다.

 

결국 여기까지였나.”

 

나이트의 갑옷이 전부 부서지며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Ep.57 잊지 않을 추억 (19)

헬에게 물잔을 갖다주던 금오의 손에서 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다. 금오는 쓰러지며 피를 토하자 헬이 걱정되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

 

금오...?”

 

분신이 하나 사라진다고 해서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신체 일부를 실로 대체해야 하긴 하지만 금오가 느낀 것은 그가 만든 분신이 단순히회수되지 못하는 상황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강렬한 외압으로 터진 분신의 고통이 멀리 있는 금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 후 금오의 보금자리 밖은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금오와 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건물은 격렬하게 흔들렸다.

 

뭐야...?”

 

밖이 시끄러워 금오를 대신 침대에 눕히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금오.. 지금이 몇 시지?”

“....낮 정도 되는 시간 이었습니다.”

 

그 시계, 아마도 고쳐야 할 것 같아. 잘 안 맞는 것 같거든.”

 

금오의 말과는 다르게 하늘은 밤처럼 어두웠다. 그러나 결코 밤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헬의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은 어둠과 혼돈이 매우 잘 보였기 때문이다.

 

내 옷 어딨어.”

 

헬은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의자에 이미 전부 준비된 그녀의 옷이 보였고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서 문 앞으로 나섰다.

 

조심하십쇼...”

불의 산에서 조심해야 할 건 내가 아니야. 그 녀석들이 날 조심해야지.”

 

헬은 문 밖으로 나갔다. 청장이 나간 그 문을 바라보며 금오는 깊은 한숨을 푹 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결국... 오고야 말았군요.”

 

한편 밖으로 나온 헬은 조금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뻐근함을 느꼈고 금오 때문에 금연도 했기 때문에 숨을 쉬자마자 목이 타는 듯한 금단 증상을 겪었다.

 

역시 몸을 풀려면...”

 

그녀는 항상 담배가 있었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

 

그녀가 예상한 그립감은 아닌 무언가 잡혀 꺼내들었고 담배갑 대신 새빨간 포장지로 포장 된 막대 사탕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귀엽긴, 취향은 아니지만... , 맛은 괜찮네.”

 

사탕을 조금 맛보고 바로 깨부숴 씹어 삼켰고 남은 막대는 던지자마자 불태워졌다. 달달 하면서도 어딘가 매콤한 것이 그녀의 혀를 찔러댔다. 딱딱한 몸을 풀기도 전에 불의 산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몬스터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들은 평소보다 어딘가 하나씩 맛이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다 네가 알던 모습들 하고는 영 딴판이지만... 몸풀기론 딱이네.”

 

헬은 양손에 검붉은 불꽃을 태우며 어둠의 기운을 뿜어내는 불의 산 몬스터들에게 돌진한다.

 

전부 처부숴주지.”

 

-

 

빙하고룡은 시야가 반쯤 가려진 상태의 천장을 보았다. 한쪽 눈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손으로 느꼈다.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이 아팠다. 겨우 고개만을 까닥거릴 수준이었고 옆을 보자 파워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쭈구려 앉아서 그를 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파워, 보금자리다.”

 

손이 저릿했다. 이불에 덮힌 저릿한 손을 들어올려보니 부목을 진 상태로 붕대가 감겨있었다.

 

드디어 일어났네? 하도 안 일어나길래 죽은 줄 알았어. 일어나려고 하진 마 제대로 치료한 건 아니니까.”

 

빙하고룡이 일어서려 할 때 엔젤이 방에 찾아오며 말했다.

 

빙하고룡, 거의 죽을 뻔 했다. 하지만 저 여자 널 치료해줬다.”

 

감사 인사는 됐어, 치료사로써 할 일을 한 거니까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빙하고룡은 반쯤 몸을 일으키고서 엔젤에게 물었다.

 

정말로 안 할 줄은 몰랐는데.”

“....고맙다.”

 

당황한 모습이 꽤 웃기네, 농담이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평소에 진지한 모습을 잃어버린채로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하는 빙하고룡의 표정을 보며 엔젤이 피식 웃자 빙하고룡도 긴장을 푼 채로 다시 몸을 눕혔다.

 

하루..정도 일려나. 네가 쓰러지고 흐른 시간이,”

 

번개고룡은? 그리고... 고대신룡은....”

 

말할거였어. 고대신룡은 아마 던전으로 순간이동 됐을거야, 번개고룡은 나이트를 따라 던전으로 이동했어.”

 

?”

 

빙하고룡은 힘들게 누운 몸을 다시 한 팔로 지지하며 일으켜 세웠다.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몰려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움직이면 안된다!”

 

몸 상태가 위험한 걸 안 파워였지만 빙하고룡이 다시 눕도록 하진 않고 그저 부축해주며 그

가 편안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화내지마, 그 방법 밖에 없었으니까.”

 

아직 화내고 있는거 아냐, 넌 번개고룡을 혼자 가도록 내버려뒀어?”

 

아니, 내가 보낸거 아니야, 그리고 그 중에 아무도 본인 스스로 간 드래곤은 없을거야.”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거길 어떻게...”

나이트랑 같이 갔어.”

 

누구?”

빙하고룡은 순간 잘못 들었나라고 생각했다.

 

전 빛의 신전 대령, 나이트 드래곤이 그 얘랑 같이 갔다고. 그러니까 안심해.”

 

떨리던 빙하고룡의 눈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네가 쓰러진 이후 하늘의 신전은 완전히 무너졌어. 제우스도 죽었고 살아남은 몇몇 인원을 겨우 데리고 이곳에 왔지. 오래 있진 않을거니까 그렇게 신경쓰진...”

 

엔젤님...!”

 

다급한 목소리로 제트가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밖에...!”

 

불안감으로 가득차보이는 제트의 모습에 엔젤은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빙하고룡도 파워에게 안긴 상태로 따라오고 있었다.

 

넌 왜 따라와?”

 

나도 확인은 해봐야지.”

맘대로 해라..”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들은 제트의 불안한 외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 엔젤은 침착하게 제트에게 시간을 물었다.

 

지금.. 밤인가?”

“...농담이시죠?”


그래야지만 믿을 것 같으니까.”

 

아까까지 밖에 있다가 빙하고룡의 깨어남을 확인하러 갔었던 엔젤은 이미 밤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사라졌을리는 없다, 하지만 해는 사라졌으며 어두운 창공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불쾌해.”

?”

 

먼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빙하고룡이었다. 엔젤이 뭔가를 오해한 것 같았지만 빙하고룡은 사나워진 그녀를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그냥 일어난 게 아니야. 해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저건 어둠이야. 어둠과 혼돈이 유타칸의 하늘 전체를 가린거야.”

 

그게 말이....”

 

엔젤은 말을 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머리에 스친 생각과 함께 말을 멈추었다.

 

봉인이 풀린건가.”

 

제트.”

?”

 

파워는 갑작스레 제트를 불러 빙하고룡을 넘겨주었다. 빙하고룡이 어리둥절한 채로 제트에게 안겼다.

뭐해?”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파워, 막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기다려줘라.”

?”

 

, 네가 가면...”

 

파워는 그들의 말을 기다려주지 않은 채로 다리의 힘을 주고서 곧 바로 뛰어 어디론가 가버렸다.

 

원래... 저런 얘야?”

“...몰라

 

-

 

무너져 내린 지하던전 심층부 안에서 미세한 빛이 새어 나온다. 다크닉스에게 공격하는 것이 실패하고 봉인은 풀려났다. 지하던전은 무너졌으며 힘을 내지 못한 채로 잔해에 깔려 죽게 될 운명 같았다.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형님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온다.

 

(“나중에 꼭 이야기 들려줘야 해, 동생.”)

 

 

 

 

Ep.58 잊지 않을 추억 (20)

다크닉스의 봉인이 풀리기 직전,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래.”

 

보고 피할 수 있었음에도 다크닉스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다크닉스의 목을 베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 정도였나.”

 

그저 얕게 목에 박혀버리면서 빛의 검은 다크닉스의 목을 베어내지 못했다.

 

많은 기다림의 끝이. 결국 이런 거였나.”

 

그는 체념하면서도 오히려 죽이지 못한 것을 실망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대신룡을 바라보았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고대신룡을 보며 말했다.

 

악감정은 없다.”

 

고대신룡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듯한 자세를 보며 다크닉스도 그동안의 감정은 묻어둔 채로 그를 편안하게 죽여주려 했다.

 

알 수 없는 위화감만 아니었더라면,

 

“....!”

 

다크닉스는 갑작스레 온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눈을 떴으며 고대신룡에게 휘두르려는 주먹을 멈춰 세우고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서 멀어지는 행동을 했다.

 

봉인은 이미 풀렸다. 하지만. 뭐지?’

 

처음 느껴보는 감각.,, 고대신룡에게서 느껴지는 그것은 분명 공포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그에게 공포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다크닉스가 던전을 나와 유타칸을 파멸로 이끌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다크닉스 본인이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던 그가 처음으로 어린 고대신룡에게 공포.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다크닉스가 그를 보았을 때, 고대신룡은 아까와 같은 살기를 잃은 채로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잠시 착각한 건가?’

 

그런데도 쓰러진 고대신룡을 보면서도 가슴은 크게 요동치며 아까 빛의 검에 베였던 그 상흔이 괜히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 상처뿐만이 아니라 옛날 고대신룡에게 베였던 상처들이 다시 그를 옥죄어오며 가시 박히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상처가 다시 뜨거워졌던 것은. 그놈의 힘이 느껴졌던 그때뿐이었다.’

 

쓰러진 고대신룡을 주위로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 범람하며 쏟아진다. 지하던전을 메운 다크닉스의 혼돈과 어둠을 몰아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의 기운이 그 안을 채워 나간다. 아까 어린 고대신룡의 기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하고도 막대한 양의 기운이 의지를 가진 듯 다크닉스를 향해 매섭게 적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 누구지?”

 

다크닉스는 침착하며 그 기운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빛의 기운이라 하지만 이곳은 그의 근원이 되는 장소였기 때문에 기운이라면 얼마든지 뿜어낼 수 있었다.

 

정체를 드러내라.”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막대한 양의 밀릴 것 같았던 그의 기운이 다시 그 안을 점차 메워가며 잠든 것 같은 고대신룡을 위협해갔다. 그리고 다크닉스도 정신을 차리며 주먹에 파멸의 기운을 담아 고대신룡에게 다가간다.

 

드러내지 않는다면, 죽이는 수밖에.”

 

다크닉스가 주먹을 꽂으려는 순간에 멈춰있던 고대신룡의 손이 움직였고 빛의 검이 다크닉스의 주먹을 튕겨냈다.

 

쓰러진 건, 연기였나?!”

 

둘의 충돌은 지하던전이 크게 흔들리며 상공에서 거대한 용암 바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크닉스는 떨어지는 바위들 틈 사이로 모습을 보이는 고대신룡을 보았다.

 

아니. , 아까 그 고대신룡이 아니군.”

 

아까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내며 특이한 점은 눈이 노란빛을 내며 눈동자를 가린 채 반짝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넌 누구냐.”

 

 

다크닉스는 공격하지 않으며 최대한 그와의 대화를 이어 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 고대신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가만히 다크닉스를 처다볼 뿐이었다. 이제는 다크닉스조차 부술 수 없는 낙석들이 그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다른 분위기를 내는 고대신룡의 비밀은 알지도 못한 채로 지하던전 안 속에서 갇히기 전에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

 

 

또다시 무의식 속. 고대신룡은 자신의 어릴 적 시절로 돌아갔다.

 

또 정신을 잃은 건가. 아니면 지금의 난 죽어서 과거를 보는 건가.’

 

이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처음 자신의 무의식을 보았을 때는 어린 자신과 형님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시절의 본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여긴.”

 

그가 깨어난 곳은 빛의 신전이 있었을 때 항상 형님을 기다리던 자신의 방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인 것 같은 자신의 어렸을 때의 몸을 어색하게 움직이며 방을 나와 형님을 불렀다.

 

형님!”

 

분명 자신의 어느 기억 속의 일부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있는 신전의 분위기는 자신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형님! 여기 있어?”

 

신전을 돌아다니며 여러 방을 살피고 형님을 여러 번 불러보아도 대답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점은 신전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한 신전이 그저 오싹하기만 했다.

 

형님! 내게 말하고 싶은 게 뭐야?!”

 

고대신룡이 무의식 속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히 형님의 영향이 클 거다. 항상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기 위해 창조의 힘으로 힘들 것 같은 이런 기이한 현상들을 그에게 보여주었으니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기억은 도대체 뭐야!? 신전에 아무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형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애타게 불러보아도 대답해주지 않은 형님이었기 때문에 고대신룡은 그 신전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며 도대체 이 기억, 혹은 환상이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골똘히 생각만 할 뿐이었다.

 

답은 분명 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뭘 해야 하지?’

 

빛의 검을 소환해 보려 해도 형님의 힘을 계승 받기 전의 몸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내 몸은 평범한 드래곤보다 할 수 있는 게 적어. 힘에 의존하는 건 해답이 아닐 거야.’

 

생각해야 한다. 내 기억에도 없는 이 공간이 내게 원하는 답을 생각해야 한다.

내 기억 속에도 없는.’

 

분명 어릴 때는 익숙하고 편안하기만 했던 그 공간이 아는 드래곤이 없다는 이유와 빛의 힘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이유 때문인지 그 공간이 한없이 낯설었다.

 

지금과 똑같네.’

 

그 생각이 들 무렵 신전이 크게 흔들리며 어딘가에서 다크닉스에서 느껴졌던 기운이 신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대신룡 옆 벽이 폭발하며 검 붉은 불꽃이 타오르며 혼돈과 어둠이 고대신룡을 노리기 시작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불안과 공포가 몰려왔지만 우선 자신의 무의식이라 할지라도 저 불길한 기운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그 기운을 피해 넓은 신전에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신전이. 이렇게 넓었나?’

 

몸이 작아진 것은 둘째치고 그의 예전 기억보다 실전은 광활했다. 그의 등 뒤에서는 불길이 번져가며 계속해서 고대신룡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멈추었다간 그 불길에 잡아먹힐 게 뻔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신전의 복도를 지칠 때까지 달릴 뿐이었다.

 

불안감이 고대신룡을 지배해갈 때.

 

지친다. 이대로라면 분명 잡히고 말 거야.’

 

불현듯 떠오르는 한 의문.

 

결국 이곳이 내 무의식 속이라면, 저 불꽃에 닿더라도 죽게 되는 것일까?’

 

도망칠수록 길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결국 도망치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불길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긴장으로 많아진 침을 천천히 삼킨다. 확신은 없었다. 만일 창조의 힘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자신의 어린 몸으로는 그럴 수 없었고 불안감만이 더욱 커졌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욱 확고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창조의 힘이 없더라도 결정은 할 수 있어. 그리고 내 행동은 결코 창조의 힘만으로 결정되지 않아.’

 

그때 번개고룡의 행동 덕분에 더욱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한 번쯤, 내키는 대로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내 무의식인데.’

 

곧바로 고대신룡은 자신을 향해 불타오르는 검붉은 불꽃에 다가갔다.

 

점점 불꽃에 다가갈수록 어둠과 혼돈의 힘. 그리고 불꽃의 열기가 느껴졌지만 그것은 신경 쓰지 않으며 전진했다.

 

뜨거워!’

 

아무리 무의식 속이라 할지라도 고통은 존재했다. 평범한 불에도 끄떡없던 그의 몸이 점점 불에 의해 타들어 갔고 어둠과 혼돈이 그의 몸을 지배하려 했다.

 

어차피. 여기서 죽어봤자 깨어나는 거 말고 더 있겠어!?’

...!”

 

자기 몸이 불타고 있으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신전의 복도를 거꾸로 나아갔고 그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정신을 잃지 않도록 버텼다. 이 환상의 목적이 원한 것은 단순한 극복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신전, 내 어린 몸.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고난.’

 

고대신룡은 작은 단서들을 조합해 가며 이 환상의 목적을 생각했다.

 

내 기억에는 없던 것.’

 

이런 기억은 고대신룡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다크닉스의 불꽃을 직접 본 적은 없었으니. 하지만 지금 고대신룡의 몸에는 자신 말고도 다른 이의 기억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형님의 기억은 아니야.’

 

오로지 무의식의 환상 그 자체. 형님이 어떻게 이런 정교한 환상을 만든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나 현실에서나 나를 가르쳐주었던 형님은 없다. 나의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이 신전과 나를 항상 챙겨주던 형님의 군대들도 더 이상 함께이지 않다. 처음부터 이 환상은 지금의 내 현실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내가 봉인하는 데 실패하여 죽지 못했다고 한들 다크닉스와 마주하면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 그를 이기더라도 그다음의 일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내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더라도 형님은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거다 심지어 내 마음속까지도. 다크닉스를 꺾어도 사념으로 남아있는 형님이 다시 몸을 가진 채로 살아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에메랄드 준위와 라이곤 대위도 마찬가지 이미 죽은 드래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단 것을 안다.

 

이 환상이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하지만 형님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을 그저 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아 나아가려는 의지.”

 

마침내 검은 불꽃으로 가득 차 있던 복도는 점점 불길이 없어지며 따스한 빛으로 가득 채워지며 나를 감싸 안았다. 빛은 내 몸을 돌며 불에 타버린 내 몸이 재생시켰으며 동시에 나의 몸을 다시 성장시켜주었다.

 

.”

 

말을 하려 했지만, 머리가 저릿해지며 공간이 일그러진다. 무의식 속에서 빠져나와질 때 생기는 통증이 느껴진다. 아직 못다 한 얘기를 하기 위해 빛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지만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몽롱한 정신과 함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형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중에 꼭 이야기 들려줘야 해. 동생.”

 

 

 

 

Ep.59 잊지 않을 추억 (21)

(“아모르님 부디 유타칸에 관여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겠느냐. ]

 

(“그의 잘못을 책임지는 게 저여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형은 어떤 빛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빛은 따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아픈 드래곤이라도 모든 것이 치유될 것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그의 잘못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에.”)

 

[ 나의 아이야, 그 아이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

 

(“제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 형제이니까요.”)

 

굳게 다짐한 듯한 고대신룡의 형의 눈을 끝으로 아련한 아모르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고대신룡은 깨어났다.

 

[ 가여운 나의 아이야, 그 아이를 바로 잡지 못한 나의 잘못을 내게 넘긴 것을 용서해다오. ]

 

다크닉스에게 공격하는 것이 실패하고 봉인은 풀려났다. 지하던전은 무너졌으며 힘을 내지 못한 채로 잔해에 깔려 죽게 될 운명 같았다.

 

(“이건 내 마지막 말이다, 동생아.”)

 

하지만 형님은 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한 듯했다.

 

(“사실, 네가 여기까지 온 건 다 정해진 순서였단다. 내가 끝내 내 형제를 베지 못했기 때문에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그거 재밌는 얘기네. 나도 알아, 형님 기억 이제 다 볼 수 있거든.”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말을 전하는 형님의 목소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 목소리를 전처럼 대화를 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형님은 내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라는 말을 남기고서 사라졌다. 그러니 이건 일방적인 메시지다.

 

(“아마, 내가 사라지고 나면. 아니 이미 전부 봤으려나? 아무튼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왜 내가 네 옆에 남지 못했는지.”)

 

형님은 날 만들기 전에 운명을 하나 결정해 두었었다. ‘고대신룡이 다크닉스와 홀로 마주할 것그리고 이 운명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가능성이 생기지 못 할 일들은 전부 일어날 수 없도록 했다.

 

(“고대신룡은 바로 널 가리키고 있어서, 내 죽음을 피할 수도 없었지. 내가 정한 그 운명이 날 죽도록 했으니까.”)

 

형님이 정한 그 운명 때문에 내가 만일이라도 다크닉스와 마주하지 못할 상황이었던 번개고룡이 헬 청장 때문에 불의 산에 갇힐 뻔한 것을 우연히 피닉스와 파워가 도와주었던 것, 하늘의 신전에서 제우스에게 전부 죽을지도 몰랐던 그 상황에서 우연히 G스컬이 제우스를 대신 죽인 것도 전부 운명이 전부 교묘하게 바꿔놓은 거였다.

 

어쩌면 G스컬을 죽이지 못한 것도 운명 때문일지도 모른다. G스컬이 봉인을 풀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형님이 정한 운명의 길이란 건 그런 거였다.

 

(“그런데, 내가 네 정신에 깃들어버린 거야. 아무리 힘만 남아버린 사념일지라도 나는 스스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

 

형님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

 

(“한편으로는 나도 기뻤어,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 힘든 상태였으니까, 내 형태는 없지만, 창조의 힘만이 남아있는 상태라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 괜찮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일부로 네가 다크닉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야.”)

 

그래서 난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떠난 거고?”

 

(“똑똑한 내 동생이라면 다 이해했을 거라 믿는다. 네 말이 맞아, 운명은 내 생각보다 더 가혹했어. 아무래도 네게 남은 내 정신은 로 인지하는 것 같더라고.”)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와 로 마주할 것. 형님의 사념이 내 정신에 깃들어 있어서, 내가 죽지 않는 한 형님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운명 때문에 난 스스로 죽을 수도 없다. 그러니 형님이 사라지는 것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거였다.

 

(“항상 갑작스럽게 떠나기만 해서 미안해. 내 책임을 네게 떠민 것도 그렇고, 그래도. 내가 없더라도 잘할 수 있지?”)

 

,”

 

(“이제는 성체로 다 컸으니까. 나는 믿고 있어,”)

 

맞지, 나도 이제 다 컸다고.”

 

나는 허공을 향해 답한다.

 

(“이제 독립할 때야. 나중에 얘기 들려줘야 해?”)

 

형의 말은 거기서 뚝 끊겨 버렸다. 이젠 정말로 혼자다. 형과 빛의 신전, 그리고 원래 알던 형의 군사들도 없다.

 

“...”

 

나는 내 위를 덮고 있는 용암 바위를 초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해야 하는 일.”

 

하지만 나는 여기까지 늘 혼자이지 않았다.

 

번개고룡,”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또다시 잃게 될 뿐이었다.

 

고대신룡은 움직였다. 비틀거리는 몸에 다시 힘을 주며 다시 손에 빛의 검을 소환했다. 빛의 검을 소환하자 아까와는 단계가 한참은 다른 힘이 온몸에 느껴졌다. 그의 형이 남긴 모든 힘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자.”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

 

안타깝게 됐다. 하늘의 신전의 드래곤이여.”

 

온몸이 바스러진 채로 쓰러진 나이트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나이트의 검은 희미하게 빛날 뿐이었고 고통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고대신룡의 빛을 이어받았다 해도, 그 본류가 아니라면 역시 내게 대적할 수는 없는 건가.”

 

나이트는 그의 표정을 보았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웃기는군.”

 

무엇이,”

그렇다면 왜 날 곧바로 죽이지 않은 거지.”

나이트의 입에서 피가 한 번 터져 나왔다.

이 정도의 격차라면. 단숨에 목숨을 끊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오랜만에 나와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보니, 흥이 올랐을 뿐.”

허울 같은 말을 뱉는군

 

거기까지 해라.”

 

나이트의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흥으로 가득 차 있던 다크닉스의 눈이 돌변하며 그의 기운으로 나이트를 짓눌렀고 더 이상 혼돈의 기운에 저항할 빛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이트는 그대로 잠식의 고통까지 겪게 되었다.

 

그냥 있었다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던 것을. 넌 좀 더 살아서 나를 도와라.”

 

다크닉스의 기운이 그를 잠식시키기 시작한다. 머릿속에 환청이 들리고 흔들리는 동공 속에서는 환각이 보이며 그를 옥죄어온다.

 

나이트. 살려줘.”

 

운명으로 죽게 되었던 대장이.

 

대령님. 살려주십쇼!”

 

빛과 어둠의 전쟁에서 죽어 나갔던 동료들이.

 

전부 네 탓이야.”

 

그리고 나이트 드래곤 자신의 모습을 한 어떤 것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탓하는 게 보였다.

 

. 전부 내 탓이지.”

 

자신의 잘못을 순응 하는 나이트의 말에 다크닉스는 만족스러운 듯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의 한숨은 단 한줌의 후회를 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짊어지어야 할 것이고.”

 

환각과 환청에도 나이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감내 해야 했던 그에게는 잠식 따윈 평생에 시달린 것보다 덜 했다.

 

이 정도로 날 꺾진 못해.”

 

나이트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잠식을 버텨냈다. 그리고 그 일을 축하한다는 듯 다크닉스의 뒤편에 있는 지하던전의 입구 쪽에서 한줄기의 섬광이 터져 나오며 던전을 밝혔다.

 

역시. 살아 있었나.”

 

다크닉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나이트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약속된 결말인가.”

 

그 빛은 마치 태양과 비슷해서 함부로 쳐다도 보지 못할 정도였다. 다크닉스는 한편으로 감탄하며 그것을 향해 소리쳤다.

 

넌 도대체 누구냐!”

 

작게 빛나던 그 빛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크닉스를 향해 돌진했다. 다크닉스도 대응할 준비를 하며 양손에 검은빛을 띠는 불꽃을 두르며 달려갔다. 속도는 고대신룡이 훨씬 더 빨랐다.

 

“...!”

 

고대신룡은 빠른 속도로 그의 뒤를 잡았다. 다크닉스는 잽싸게 돌아보았을 때 그의 모습은 전과는 달랐다.

 

. 고대신룡인가?”

 

고대신룡의 백발이 약간의 노란 빛을 머금은 상태로 찰랑거리고 있었고 등에는 단순한 드래곤의 날개가 아닌 빛의 힘으로 반짝거리는 거대한 날개가 돋아있었으며 전신은 범접할 수 없는 빛의 힘으로 감싸고 있었다. 다크닉스가 고대신룡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뒤를 잡은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나이트 대령, 수고 많았어.”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나이트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상태를 본 후에 자신의 기운을 나누어 주며 나이트의 몸이 반짝거렸고 순식간에 다크닉스에게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며 잘려 나간 팔마저 새로 재생되었다.

 

이젠, 내게 맡겨줘.”

 

 

 

 

Ep.60 잊지 않을 추억 (22)

나이트 대령은 익숙한 빛이 눈을 강렬히 내리쬐는 것이 느껴져 일어나보니 원래 알고 있던 고대신룡이 아닌 다른 고대신룡이 다크닉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난 걸 인지한건지 눈을 뜬 나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이트 대령.”

. ?”

 

그는 분명 자신이 보았던 그때의 어린 고대신룡의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서는 분명 대장의 기운이 느껴졌다.

 

형은 내게 모든 것을 남겨주고 떠났어, 그러니 이제 당신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걸 해.”

 

나이트는 고대신룡이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모습뿐만이 아니라 내뿜는 기운마저 달라진 고대신룡은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하면, 단 하나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대장.”

 

나이트는 고대신룡의 등 뒤 그리고 자신의 숙적을 던졌던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

 

감동적인 재회는 끝났나.”

기다려줘서 고마워.”

 

말투가 바뀌었군. 그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기억이. 많이 혼란스러워서 말이야.”

 

기억?”

 

다크닉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내 형은 내게 모든 것을 넘겨주고 사라졌어, 자신의 힘 그리고 자신의 기억까지도. 그래서인지 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어.”

 

넌 고대신룡이다.”

 

맞아, 결국 난 고대신룡이지.”

 

양손에 빛의 검을 들고 다크닉스를 마주한다. 다크닉스도 준비가 되었다는 듯 양손에 검은 불꽃을 불태운다.

 

아주 오랜 운명을 끊어낼 유일한, 고대신룡.”

네 전부를 끌어내라!”

 

서로 동시에 말을 하며 고대신룡의 빛의 검과 다크닉스의 주먹이 충돌했다. 압도적으로 밀렸던 지하던전의 안과는 달리 그들은 몇 번의 합을 겨룰 수 있었다.

 

고대신룡이 빛의 검을 휘두른다면 다크닉스는 한쪽 팔로 막으며 반격을 시도했고. 다른 팔을 대신해 반격해오면 고대신룡은 날개로 방패를 대신했다.

 

이제서야, 나와 대등한 상대가 되었군.”

걱정하지 마,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게 남아있으니까.”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의 주먹을 밀쳐내면서 빛의 검을 하늘 위로 높게 치켜들더니 빛의 검을 공중에서 분해해 버렸다.

 

다크닉스는 무기를 버리는 고대신룡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잠시 뒤 생긴 상황으로 인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막히군.”

 

빛의 검은 작은 빛으로 흩뿌려졌고 흩어진 작은 빛 조각들은 전부 고대신룡의 등 뒤에서 창, 도끼, , 활과 같은 하나의 무기가 되고 있었고 수백 개가 돼 보이는 그 무기들이 전부 다크닉스를 향해 날을 들이밀며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게 네 전부는 아니겠지.”

네가 전부 버텨낸다면, 얼마든지 더 보여줄 수 있어.”

 

고대신룡은 조용히 손을 펼쳐 다크닉스에게로 뻗으니 그 수백 개의 냉병기의 모습을 한 무기들이 일제히 다크닉스를 향해 날아갔다.

 

다크닉스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무기들을 한 합에 몇십 대를 꺾고 제쳤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것들을 막아냈다. 그것들은 단순한 빛의 무기에 불과했지만 하나하나가 자신의 사각을 파고드는 그것들의 노련함은 그 나이트 드래곤과 대등할 만큼 막강했다.

 

잘못하면 다크닉스의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 수 있는 빛의 무기들을 보니 그는 다시금 고대신룡의 힘이 자신이 알던 그 어리숙해 보였던 고대신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이지, 신기하군.”

 

다크닉스를 향하던 무기들은 그에게 조금의 상처만을 남기고서 전부 사라졌다.

 

고작, 힘 따위를 계승한 것만으로. 단숨에.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는 건가.”

 

그는 어딘가 지쳐 보였다.

 

그저 단숨에가 아니야,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힘을 이제야 전부 깨달을 수 있게 된 거뿐.”

 

고대신룡은 다크닉스와 달리 한없이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항상 혼자가 된 것을 부정하고 있었어, 빛의 신전 붕괴와 형의 죽음은 날 소외시키기에 충분했거든. 그래서 난 형의 힘을 받고 난 후에도, 내 힘의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지 못했고 그랬기에 나 혼자서 당신을 막아내야 한다는 게. 무섭고 두려웠어.”

 

지금 하고 뭐가 다르지?”

아주 많이 달라,”

고대신룡의 부드러웠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날카로워지며 모든 악을 정화하려는 듯한 순수한 빛이 고대신룡을 감쌌다.

 

형은 내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빛으로 된 검과 창, 그리고 도끼가 다시 허공에 무수히 생겨난다.
빛의 신전이 붕괴하고 난 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난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어, 형의 힘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으니까.”

 

, 또 같은 것인가? 그런데, 크기가 살짝 다르군.”

 

맞아, 아까는 하나의 무기가 쪼개진 일부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달라.”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빠른 속도로 하나의 빛의 검이 다크닉스의 뺨을 베어내며 지나갔다.

조금 스쳐 지나갔지만 그 짧은 순간으로도 다크닉스는 고작 그 빛의 검 하나가 아까의 무기들의 백 대와 맞먹을 정도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는 하나의 힘을 쪼갠 거였지만, 이건 전부 온전한 하나들이거든.”

 

다크닉스의 뺨을 지나갔던 빛의 검은 스스로 방향을 돌려 다시 그에게로 날아왔고 다크닉스는

아까처럼 빛의 검을 받아치자 빛의 검은 힘을 다하며 부서졌다.

 

다크닉스는 그 빛의 검 하나의 힘은 아까의 고대신룡과 붙는 듯 느껴졌다.

 

이런 걸 숨기고 그런 장난을 친 건가?”

그러니 당신이 이것도 버텨낸다면 다음에는 정말로 진심을 보여줄게.”

 

건방지군. 네가 날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 하는 건가?”

 

고대신룡이 아까처럼 뻗으려 했으나 다크닉스의 말에 잠시 움직임을 망설인다.

 

“...당신을 무시할 의도는 없었어. 당신이 아직 온 힘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거든, 하지만 당신의 모든 힘을 끌어낼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돼서.”

뭐라...?”

 

다크닉스는 고대신룡의 순박한 솔직함에 당황해했지만 그보다 놀란 것은 고대신룡의 뒤 말이었다.

 

내가 온 힘이 아니라는 근거는 뭐지?”

나에겐 당신 안에 남아 있는 빛의 결정체 잔재가 느껴져. 분명 당신 스스로 없앨 수 있을 정도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없어.”

 

그런 건가.”
.”

 

그럼 더 숨길 필요는 없는 것 같군.”

 

고대신룡은 그를 향해 두 개의 빛의 무기를 쏘았다. 하나는 창, 다른 하나는 검이 다크닉스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다크닉스는 그것들을 보지도 않은 채로 조용히 말헀다.

 

네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해보려 했지만

그러고서 다크닉스는 빠른 속도로 날아와 자신을 노리는 빛의 무기를 전부 낚아챘다. 신성한 빛의 기운을 내뿜는 검과 창을 잡고서도 그는 전혀 고통스러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 다행히.]

 

다크닉스의 말에 대지가 요동친다.

 

[ 그럴 필요는 없겠군. ]

던전의 저 깊은 바닥 아래에서부터 흔들리는 듯한 거대한 힘이 느껴져 온다. 그것은 가늠할 수 없는 혼돈과 어둠의 힘. 지하던전 아래에 봉인되었던 다크닉스의 모든 힘이 살아 숨을 쉬듯 깨어나기 시작했다.

 

멀쩡했던 바닥에서는 균열이 일어나며 용암이 치솟고 혼돈과 어둠을 뿌려대자 그들을 감싸는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 시작했다. 다크닉스는 맨손으로 붙잡은 빛의 무기들을 깨부수며 미소 지었다.

 

[ 같잖은 장난은 그만두지. ]

 

다크닉스가 고대신룡을 향해 손바닥을 휘두르자 강력한 풍압이 고대신룡에게 밀려 들어왔다. 고대신룡은 거대하게 짓누르는 바람을 날개로 막아냈지만 별다른 방어를 할 수 없는 빛의 무기들은 그 풍압만으로 전부 부서졌다.

 

‘...바람만으로?’

 

다크닉스는 자신의 힘으로 전신을 덮는 칠흑 같은 갑옷을 만들었다.

 

[ 네놈이 정말 그 녀석이 말했던 방법이라면, 내가 모든 힘을 사용하더라도 널 꺾진 못하겠지. 하지만 난 멈추지 않으며 처음부터 맹세했었던 그 각오를 잊지 않는다. 너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죽게 될 그 끝까지 유타칸을 파괴해야만 한다. ]

 

당신은, 내가 막을 거야.”

 

다크닉스의 몸이 고대신룡 시야에서 사라지고 순식간에 고대신룡의 앞에 나타나며 건틀릿을 감싸는 흑염이 포효처럼 터져나오며 고대신룡에게 쏟아졌다.

 

[ 막아라, 네 모든 것을 다해. 나를 꺾고 넘겨라! ]

 

고대신룡은 빛의 검을 세워 다크닉스의 주먹을 막아냈으나, 힘은 다크닉스가 훨씬 더 우세했기 때문에 충격이 전신을 타고 퍼졌고 검을 든 채로 쭉 뒤로 밀려났다. 다크닉스와의 거리가 멀어졌으나 틈을 주지 않고 그는 눈을 좇을 수 없는 속도로 다시 나타나 주먹을 쏟아부으며 고대신룡을 압박했다.

 

[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나? , 전부를! 내게 보여라! ]

, 예상하지 못했어.’

 

검은 불꽃의 파편들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며 하늘의 어둠을 뒤덮었고 고대신룡의 빛이 서서히 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다크닉스는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빛의 힘은 남을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는 알맞지 않다. 그런데도 고대신룡은 처음부터 그를 이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오로지 고대신룡만이 할 수 있는 방법, 불의 산에서 악으로 잠식된 빙하고룡을 되돌렸을 때처럼,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던 것은 오로지 다크닉스의 진심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게, 당신의 진심이구나.’

 

절망을, 그 어둠을 베어낼 때다.

 

 

 

Ep.61 잊지 않을 추억 (23)

처음에 했던 그 각오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왜 그러한 각오를 맹세했었는지 잊어버렸다.

애당초 명분과 목적을 잃어버린 허울 같은 행위는 단순한 나의 소심한 투정이었으려나.

 

아모르시여,

 

[ 그래.]

 

다크닉스는 마지막 고대신룡의 검에 닿기 직전에 자신의 끝을 직감했다. 그의 빛에서 아모르의 따스한 빛을 느끼며 그 끝을 직면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그렇게 눈부시곤 했지.’

 

당신의 아들을 용서해주시오.

 

어둠의 힘으로 응집된 다크닉스는, 깊은 절망과 깊은 어둠을 단절시키는 빛의 검을 막을 수 없었고, 빛의 검은 다크닉스의 건틀릿을 깨부수며, 몸통을 관통하듯 베었다. 그 잠깐 시간이 멈춘 듯 다크닉스와 고대신룡은 서로를 향한 자세 그대로, 공기마저 숨죽이며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서 있었다.

 

곧바로 다크닉스의 뒤편, 어두운 하늘이 다크닉스를 베어낸 검의 궤적과 완벽히 같은 형태로 하늘이 찢겨나갔다, 그 틈 사이에는 어둠이 걷힌 맑은 하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한없이 따스한 힘. 언제나. 밝게 빛나며.’

 

다크닉스는 무릎을 꿇은 채 쓰러졌다. 전부 포기한 것 같았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개운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고대신룡은 빛의 힘을 거두고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크닉스는 그의 질문을 듣고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왜 싸움을 즐거워 한 거야? 내가 알기론 당신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잖아.”

그랬지. 하지만 널 보고 난 후에는 내게도 즐거움이란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

 

아모르의 창조물이라고 다른 평범한 드래곤과 다르지 않은 거였다. 고대신룡의 형이 그랬듯 다크닉스는 조금 무딜 뿐.

 

나는. 널 기다렸다. 그리고 네 형이 하지 못한 어떤 것을 보여줄 거라 확신했고. 그리고 넌. 내 예상을 뛰어넘는 걸 보여줬다.”

 

당신은. 누군가 멈춰주길 바란 건가.”

 

“....그랬을 리가. 난 최선을 다해 널 꺾으려 했다.”

 

다크닉스의 몸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결국 아모르는. 내가 아닌. 네 편을 들어준 거다.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가는 길이. 좀 더 편하지 않겠나.”

 

그 말을 끝으로 다크닉스는 무릎으로 버티던 다리의 힘이 풀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의 몸은 천천히 부서지며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고대신룡은 그곳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다크닉스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홀로 사라지는 다크닉스를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그의 끝을 기다렸다.

 

-

 

어두웠던 창공이 갈라지며 다시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유타칸이 빛으로 가득 채워졌던 것처럼 유타칸의 있는 모든 드래곤들은 그 몽환적인 순간을 전부 목격했다.

 

우악...! 뭐야?”

 

번개고룡을 둘러업으며 던전을 빠져나온 피닉스는 깜짝 놀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살면서 처음 보는 희귀한 광경에 감탄하며 힘이 풀렸는지 천천히 들판에 쓰러졌다.

 

고대신룡이. 해낸 건가?”

 

“...뭐야.”

갑작스러운 충격에 번개고룡도 눈을 비비며 깨어났고 피닉스는 신이 난 상태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깨어났어? 저거 봐!”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고 있던 파워도 그 광경을 보았다. 어두웠던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며 맑은 하늘이 열리자 몬스터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러가기 시작했다.

 

파워는 고대신룡, 믿고 있었다.”

 

경찰들과 함께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주민들을 지키고 있던 헬 청장은 몬스터들을 의자 삼으며 한가롭게 사탕을 물며 쉬고 있었다.

 

언제 끝나려나.”

 

그 말과 동시에 불의 산에도 어두웠던 하늘이 갑자기 갈라지게 되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잠식된 와일드보어가 주먹 한 방에 터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그녀는 확신했다.

 

끝났네.”

 

헬은 씁쓸하게 사탕을 깨 먹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해냈잖아? 나중에 실컷 부려 먹을라 했는데. 안타깝게 됐어.”

 

-

 

. 빌어먹을 녀석, 날 어디까지 던진 거지?”

 

G스컬이 자신의 몸과 목을 힘들게 끼워맞추며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정말로.”

다음에 만나면?”

 

G스컬이 붉은 손을 세게 쥐며 분노하던 중 그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잘 만났군! 내가 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을 어떻게 알고!?”

 

G스컬은 뒤를 돌아보며 신이 난 듯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아도 나이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리석군.”

 

나이트는 이미 빛의 검을 뽑은 채로 돌아선 G스컬의 뒤에 있었다.

 

내가 널 죽일 수 없던 것은 아까가 마지막이었다.”

 

G스컬의 얼굴의 반을 가르는 선이 생기더니 그대로 G스컬의 몸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네 오만이 널 죽음으로 이끈 거다.”

 

그동안의 분노를 담으며 나이트는 G스컬 구슬을 반으로 갈라냈다. 베어내지 못했던 전과는 다르게 그 수정은 어떠한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가루가 된 G스컬을 말없이 지켜보던 중 어두웠던 하늘이 갈라지며 맑은 하늘이 그 틈을 메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해낼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광경을 보고 난 후에는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끝났군요, 대장.”

 

다크닉스의 혼돈과 어둠으로 뒤덮였던 하늘이 한줄기의 섬광으로 갈라진 후에는 어둠이 걷어지고 그들이 알던 다시 맑은 하늘로 돌아왔다.

 

나이트!”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던전의 외각에서 피닉스가 나이트를 반겼다. 번개고룡도 꾸벅 인사하며 그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 고대신룡. 대장은 만나지 못했다.”

고대신룡 대장?”

 

그들은 나이트가 그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진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나 찾았어?”

 

그 순간 고대신룡이 등 뒤에 빛나는 날개를 펼치고서 하늘에서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전보다는 더 성숙해진 것 같았고 느껴지는 위엄도 그들이 알던 그 고대신룡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고대신룡. 맞아?”

 

번개고룡과 피닉스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지만 언제나 그들이 보았던 밝은 빛을 내뿜은 채 고대신룡은 어느 때보다 후련해 보이는 얼굴과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자. 이젠 쉬고 싶어.”

 

 

 

Ep.62 잊지 않을 추억 (24)

그래, 돌아가자.”

 

던전을 나오고서 번개고룡과 피닉스는 날개를 펼칠 준비를 했으나 고대신룡은 그들을 말렸다.

 

잠깐, 혹시 파워랑 빙하고룡 어디 있는지 알아?”

 

평화의 마을에 있을 텐데?”

 

고대신룡은 피닉스와 번개고룡은 잡고서 날개로 그들을 감쌌다.

 

으엑? .. 뭐야?”

?”

 

고대신룡은 불편해하는 표정을 짓는 피닉스에게 살며시 웃으며 양해를 구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빨리해라.”

 

피닉스는 눈을 감으며 화가 난 듯 말했지만 고대신룡이 내뿜는 빛의 포근함이 마냥 싫진 않았다.

 

대령은 갈 곳이 있지?”

 

나이트가 말없이 끄덕이자 고대신룡은 눈 부신 빛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

 

순식간에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평화의 마을 입구. 파워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고대신룡을 보고 있었다.

 

뭐냐?”

 

얼마나 놀랐는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며 고대신룡에게 물었다. 고대신룡은 날개를 천천히 펼치며 번개고룡과 피닉스를 놓아주었다.

 

번개고룡?”

파워?”

 

번개고룡은 그를 보고 난 후에 기쁨의 미소를 짓고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고대 신용이 해냈어! 다시 만나서 정말 기쁘다. 죽는 줄 알았다고.”

 

파워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번개고룡은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을 보자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그제야 현실이 실감이 됐는지 감격의 눈물을 흘려댔다.

 

빙하고룡은?”

내 보금자리에 있다. 상처도 거의 다 나았다.”

 

여긴 어디야?”

 

평화의 마을이다.”

고마워.”

 

근데 고대신룡 어떻게 한 거야? 순간이동을 그냥 할 수 있었을 리가 없는데.”

나도 궁금하네.”

 

파워도, 궁금하다. 갑자기 어디서 온 거냐?”

 

번개고룡의 질문에 피닉스도 파워도 그를 바라보며 같이 물어보았고 고대신룡은 뺨을 가볍기 긁으며 말했다.

 

빠르게 움직였어.”

 

그딴 게 대답?”

파워, 멍청이 아니다.”

 

기대감을 품은 것과 달리 성의가 없는 고대신룡의 대답이 어찌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들은 실망하며 고대신룡을 노려보자 그는 알았다면서 제대로 답했다.

 

빛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니까, 그 힘을 이용한 것뿐이야. 물론 내가 구체적으로 아는 장소일 때만 가능한 거지만.”

 

빛처럼 움직였다?”

그렇지.”

 

처음부터 그렇게 말할 것이지.”

다른가?’

 

입구에서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내고 그들은 빙하고룡을 만나기 위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네.”

 

피닉스는 온통 숲인 곳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왔어?”

 

빙하고룡을 만나기 전 그들을 맞이 한 건 빨래를 널고 있는 엔젤이었다. 그녀도 고대신룡이 만들었던 섬광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올 것을 대충 알고 있었다.

 

파워는?”

 

아직 할 게 있데, 저녁 먹을 때쯤 온 다 하더라고.”

 

꽤 입맛에 맞았나 보네.”
뭐라고 했어?”

 

엔젤의 중얼거림을 듣고서 번개고룡은 물어봤지만 엔젤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고서는 말했다.

빙하고룡은 안에 있어. 그게 중요한 거 아니야?”

. 맞지, 땡큐~”

 

뭐 이런 걸 가지고.”

 

피닉스는 번개고룡을 따라 보금자리 안으로 들어갔고 고대신룡도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 엔젤이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잠깐,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마침,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

 

~하고룡~ 잘 있었어?”

 

떨어져라

하지만 그동안 같이 있지 못했잖아, 그동안, 네 냉기가 없어서 한참이나 서운했다고.”

 

빙하고룡은 뺨을 비비는 번개고룡의 얼굴은 한 손으로 밀며 말했다

 

아직 다 나은 게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 떨어질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 누구라도 말려줬으면 했으나 파워는 없었고 피닉스는

 

어쩌라고, 우리 번개고룡 거부하지 마라.’

라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번개고룡의 힘에 못 이겨 그녀를 안은 채로 쓰러졌다.

 

아프진 않았어? 엔젤이 잘 치료 해준 거야?”

덕분에 조금 나은 것 같네.”

 

빙하고룡은 초점 없이 웃으며 말했다. 번개고룡은 빙하고룡의 웃음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면서 삐진 척 고개를 돌렸지만 금새 다시 빙하고룡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린 드래곤처럼 웃었다. 빙하고룡도 그녀의 미소를 보곤 가짜가 아닌 진짜로 웃으며 말했다.

 

나이트 대령이랑 던전에 갔었다며, 무섭진 않았어?”

아 맞다. 던전에서 말이야...”

 

번개고룡은 빙하고룡이 쓰러지고 난 뒤 그녀가 던전에서 보았던 모든 일들을 설명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길었지만 빙하고룡은 조용히 전부 들어주었다.

 

그리고 고대신룡이 우릴 여기로 데려다 준거지.”

고대신룡?”

 

빙하고룡은 그녀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고대신룡은?”

옆에 있지 않아?”

 

번개고룡도 주변을 둘러봤지만 고대신룡은 없었다.

 

? 피닉스 너 뒤에서 따라오고 있지 않았어?”

몰라,”

 

,”

번개고룡은 빙하고룡을 누르며 일어나서 고대신룡을 찾았다. 파워의 보금자리의 입구를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 빨래를 널던 엔젤마저도 사라진 상태이었다.

 

고대신룡...?”

 

주변을 둘러보아도 느껴지는 기운이나 어떤 흔적 하나 없이 고대신룡과 관련된 모든 것이 사라졌었다. 빙하고룡이 뒤늦게 따라오고서 무슨 일이 물어보았지만 번개고룡은 멍하니 어느 곳을 바라보며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멀리서 평화의 마을을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네가 원해서 나도 급하게 따라 나온 거였지만. 그럴 거면 말이라도 하고 오는 게 어때?”

 

나를 걱정하는 듯한 엔젤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게 맞아, 미련만 남을 테니까. 그리고 그들과 평생 같이 지낼 수도 없잖아.”

 

나는 애써 털털한 미소를 지으며 엔젤을 안고 그녀가 말한 장소로 날아갔다.

 

이거. 진짜 미련한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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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후기 못 올라 갈 수도 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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