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68 그들의 추억 (6)
고대신룡의 계획까지 앞으로 3일
번개고룡은 불의 산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때에는 피닉스와 시간을 보냈고
“사실 지금이 꿈 같아.”
“왜?”
“이렇게 하루가 지나도 널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서….”
“오랜만이긴 하지.”
가끔 순찰을 하는 경찰 식구들의 따분함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어! 경장…. 님? 아니…. 번개고룡님..?”
“편하게 불러요. 전 퇴사 했으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이곳엔 어쩐 일인지….”
“플레임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아, 경위님은….”
그래도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홀로 있을 때였다.
“이게…. 아직도 남아있긴 하네.”
처음 보기 전까지는 없어졌을 것 같았던 자신의 보금자리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헬의 성격이라면 분명 철거해버렸어도 모자랐을 거로 생각했지만 다행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녀의 보금자리까지 건들진 않았던 것 같았다.
(“은근히 따뜻하신 분이라니까….”)
괜히 플레임의 말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그곳의 문을 열었다.
“....정말 방치했구나.”
문을 열자마자 빛을 받고서 모습을 드러내는 어마어마한 먼지에 한숨을 쉬며 감탄했다. 손을 휘저으며 먼지를 얼굴에서 치워내고 그녀는 곧장 청소부터 진행했다.
그녀는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했던 방을 깨끗이 치우며 이곳에서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이곳에 오게 된 건, 스승님 때문이었는데….’
그녀의 첫 기억은 불의 산이 아니었다. 유타칸의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몬스터에게 위협당할 뻔한걸 바알이 구해준 게 끝이었다.
“이곳엔 어떻게 온 거니…?”
“몰라. 길 잃었어. 근데 돌아가는 법을 몰라.”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보고서 불의 산의 드래곤인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그냥 돌려보내기엔 이방인 취급을 받을 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바알은 그녀에게 여러 가지 기술을 알려주었다.
“능력에 의존해선 안 된다.”
번개고룡이 불을 피우기 위해 큰 나무에 작은 나무막대기를 얼굴이 빨개지도록 비비고 있었다.
“흐읍…!”
능력 없이 불 피우는 법
“더 날렵하게!”
일반적인 전투기술
“이걸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약물 제조 등 바알은 탐험가로서 그녀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어느 때는 그의 스승은 그녀를 내버려 둔 채로 방 안에서 누구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아주 약하게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그게 언제입니까….”
바알은 심각한 표정으로 망토를 둘러 얼굴을 가린 그녀에게 물었다.
“안타깝지만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모든 것을 준비해야겠죠. 적어도 그자가 정말로 싸우려 한다면, 우린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당신을 믿고서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부디, 해답을 풀고 완성 시켜주세요.”
망토를 두른 그녀는 방문을 열자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있던 번개고룡을 보았다. 그녀가 문을 연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을까, 몰래 엿들었다는 것을 들켰다고 생각한 번개고룡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본 채로 굳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저런, 안에서 하는 얘기를 들었니?”
“어... 그게….”
그녀는 당황하는 번개고룡을 보며 미소를 짓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혼낼 생각은 없어,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라서 그래. 나는 이만 가볼게, 넌 네 보호자한테 가보렴”
‘그게 봉인에 관한 얘기인 걸 알았어도…. 아무 소용 없었겠지.’
번개고룡은 수상한 여자가 스승님과 만나고 난 후, 스승님의 도움으로 불의 산의 식구들에게 소개되었다. 스승님 덕분에 그들 식구에게서 빠르게 인지도를 얻고 직급을 딸 수 있었지만, 규율 때문에 스승님을 뵈기 힘들어진 것은 아쉽게 느껴졌다.
‘그때 이후로 들은 스승님의 첫 소식을….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그 첫 소식은 바알의 사망 소식이었다.
‘그 이후로 사는 둥 마는 둥 지내긴 했는데…. 괜히 경찰 식구들만 고생하게 만들곤 했지….’
“이곳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네….”
번개고룡은 청소 중 그녀가 기록한 연구 종이들을 모으며 말했다. 피닉스와 함께 던전에 갔을 무렵, 그리고 그 후에 미치도록 연구를 했던 봉인에 대해 쓰인 많은 글자와 낙서를 보고 시원하게 찢어버리며 소각시켰다.
“그래서 떠났나.”
청소를 다 하고 그녀는 소파도 없는 거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할 게 없구만….’
따분함만을 느꼈다. 더 이상 세상이 그녀를 필요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경찰로 돌아가도 똑같았다, 다크닉스가 사라진 이후로 더 이상 불의 산에서 포악하거나 위험한 존재는 없다.
동시에 다크닉스가 사라졌기 때문에 뭔갈 더 연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정말 내가 원한 게…. 이런 거였나. 응? 고대신룡, 뭐라도 답해봐.”
항상 혼자서도 잘 헤쳐 나가던 그녀가 홀로 생각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어디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면서 방향 없는 질문만을 던져댈 뿐.
“진짜, 만나면 한 대론 부족할 것 같은데.”
그녀는 팔뚝으로 눈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짜증나….”
-
“빙하고룡도 떠나는 건가?”
가방에 잔뜩 무언가를 챙긴 빙하고룡을 보며 파워가 말했다.
“번개고룡이 간 이상, 나도 이제 떠나야지.”
“조금 시끄러웠어도, 파워는 즐거웠다.”
“나도, 재밌었어. 이렇게 다들 사라질 거란 건 예상 못했지만….”
“파워도 슬프다. 엔젤이 번개고룡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고대신룡을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뭐?”
파워가 황급히 입을 막았다.
“....하”
빙하고룡이 엔젤의 보금자리에서 기절한 후 번개고룡에게 들은 얘기와 달랐다.
‘번개고룡을 놀래킨다니,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그거, 확실해?”
“파워, 아무것도 모른다.”
파워는 뒤늦게 딴청을 피우며 모르는 척을 했지만 빙하고룡은 이미 그의 말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 하지만, 각성한 고대신룡을 데려가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빙하고룡은 빠르게 단서를 종합해 엔젤이 고대신룡을 데려간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엔젤이 이곳에 온 이유, 힘의 고갈.’
가장 먼저 하늘의 신전 붕괴를 중심으로 잡았고 번개고룡의 말대로 엔젤이 힘의 고갈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파악했다.
‘번개고룡의 말이라면 창조의 힘으로 그녀의 힘을 다시 회복했다는 건 사실일 거야, 걸리는 건 하나, 아무래도 고대신룡의 힘을 빌려 하늘의 신전을 다시 세울 생각인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가?’
가깝게 유추했지만 아직 걸리는 게 있었다.
‘아니, 세계의 법칙을 뛰어넘은 순간부터 불가능이라 따지는 건 무의미해, 그런데…. 고대 신용과 엔젤은 이걸 왜 아무런 예고조차 없이 우릴 속이려 한 걸까.’
혼란스럽고 복잡한 단서들로는 혼자서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고, 그는 곧장 짐을 전부 버리고 전속력으로 뛰어올랐다.
‘번개고룡과 얘기해봐야 하겠어.’
어쩌면 모든 계획이 엔젤의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불의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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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주동안 못 올리겠네요. 그래도 아직 끝낸 건 아닙니다. 다들 기다려주실거죠? 그럼 이제 전 수능을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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