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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 4화

5
  • 조회수70
  • 작성일2026.01.05






매일 새벽 2시, 수용소의 메인 서버는 전체 로그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백업해. 이 때 전산망에 막대한 트래픽이 발생하면서 약 15분 동안 보안 시스템 전체에 과부화가 걸려. 지능형 감시 카메라는 0.5초 간격으로 프레임이 끊기고 모든 전자 잠금장치는 비상시에 대비해 수동 개방 모드로 전환 돼. 시스템이 과부화를 버티느라 눈이 멀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여길 나갈 수 있어.



고신은 쉼 없이 말하는 엔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왜 웃어? 하고 묻는 엔젤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너 어떨 땐 되게 용 같은데 어떨 땐 또 엄청 로봇 같아. 치, 엔젤은 조금 볼멘소리로 고신을 흘겨보는 척 하다 물었다.




엔젤 : "너는 나랑 같이 나가고 싶지 않아?"




엔젤을 사랑하고 싶다. 엔젤과 함께 하고 싶다. 고신은 눈만 깜빡였다. 누구에게나 느긋하게 물어보는 것을 친절하게 대답하는 엔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못 참겠다는 듯 조급하게 고신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고신 : "나는,"




나는 너와 함께하고 싶어. 실은 내가 만들어진 목적이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아. 영원히 모르고 살아도 좋을 것 같아.




엔젤 : "응. 너는?"




말을 막 해보려던 그 때였다. 무장한 보안직원이 들어와 엔젤과 고신의 사이에 서서 고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그가 들고 있는 로봇 사살 무기의 총구가 고신을 가리켰다. 들킨 건가. 고신은 간담이 서늘함을 느꼈다. 그러나 엔젤의 얼굴은 불안함이 없다.




보안직원 : "구매자 면회 요청."




보안직원은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면으로 고신을 소유하고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구매자인 다닉 뿐이다. 면회를 거절할 권리 같은 건 고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내면의 소리? 목적? 다닉을 만나면 다 해결 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고신은 그 만남이 썩 달갑지는 않았으나 일단 보안직원을 따라나섰다.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지금. 엔젤 역시나 못내 인상을 쓰며 고신을 올려다봤다. 엔젤에게 손을 뻗자 엔젤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면회 잘 하고 와. 고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 와서 대답해줄게.





-





흡사 교도소 접견실과 비슷한 분위기의 삭막한 장소에 덩그러니 다닉이 앉아있었다. 테이블 모서리가 둥근 것을 보니 소유자가 빡쳐서 로봇을 박살 낼 것을 방지한 모양인가. 멀찍이 인기척을 내자 고개를 푹 숙인 다닉이 고개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고신은 멀뚱히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일 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좀 전에 엔젤에게 들었던 말의 여파가 남은 탓이 틀림없다. 갑자기 다닉이 배타권을 주장하며 고신은 자신의 로봇이니 정식적인 절차를 걸쳐 폐기하기 이전까지 다른 여자 로봇의 접촉 혹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고신은 골이 띵했다. 아아 나 골 없지. 미친.




다닉 : "잘 있었어?"


고신 : "뭐.. 그럭저럭."


다닉 : "많이 놀랐지."


고신 : "그래. 놀랐지. 놀라기만 했겠어?"


다닉 : "알려주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살아도 잘 지냈으니까."


고신 : "...이렇게 알게 되는 거 보단 나았을 거야. 너무 끔찍하잖아. 평생을 용으로 알고 살았는데 갑자기 로봇이라니. 지금도 다 거짓말 같아."


다닉 : "미안해."


고신 : "됐다. 니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로봇 주제에 감히 너한테 따지고 들다니, 나도 웃기다."




아 근데 이제 다닉아, 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다른 로봇을 보니 주인님이라고 하기도 하던데. 다닉에게 주인님! 하는 제 모습을 떠올려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열이 받아서 웃는다고 생각한 건지 다닉의 안색이 약간 더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무릎 꿇을 듯 의기소침해진 얼굴이었다. 


종종 다닉에게서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있다. 다닉은 그런 얼굴로 고신의 눈치를 자주 봤다. 그럴 때 마다 속으로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서, 자신이 많이 사랑해 주지 않아서 그런 걸 거라고 여겼다. 원하는 만큼 다정히 굴어도 다닉에겐 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이를 입양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거라고 생각 했는데, 이제 다 필요도 없겠지만.




고신 : "나 어디 회사 로봇이냐?"


다닉 : "몰라."


고신 :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 하는 거지? 너 때문에 내가 조금이나마 늦게 폐기되는 거구나."


다닉 : "단순 반복 업무만 수행하던 지능 낮은 로봇들은 즉각적인 대량 파쇄에 들어가겠지만 너처럼 고성능 알고리즘이 탑재된 하이엔드 휴머노이드들은 절차가 달라. 정부에서 회사별, 제조 목적별로 하나하나 정밀 스캔을 따져서 선별하고 있거든. 인격체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모델일 수록 폐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동이나 윤리적 마찰을 줄여야 하니까.. 그 선별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길어지는 거야. 내가 의도적으로 감춰서 늦어지는 건 아닐 거야."


고신 : "그래. 아무렴 어련하겠어. 그럼 당연히 내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말 안 해줄 거지?"


다닉 : "그야...."


고신 : "내가 만일 죽게 된다면, 그 전에 모든 걸 다 알고 싶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해주라. 매일 매일 그 생각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그 말을 꺼내자마자 뜬금없이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흐느끼던 다닉이 고신의 손을 붙잡았을 때 고신은 자신의 몸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름 끼쳐. 온몸이 다닉의 스킨십을 거부하고 있다.


비슷한 느낌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에 고신은 당황스러웠다. 결혼 생활을 했으니 손 잡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치 다른 기능이 훅 끼어든 듯 고장 난 로봇처럼 고신은 딱딱하게 굳은 팔로 다닉의 팔을 밀어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울음으로 진정이 되지 않던 다닉이 놀란 얼굴로 고신을 쳐다봤다. 고신이 충격을 받아서 변한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인지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고신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신 : "나 대체 왜 만들어진 거야."




다행히도 고신의 말을 듣던 다닉은 점차 차분해졌다. 뺨의 눈물을 슥 한 번 닦더니 습관처럼 손을 잡으려다 말고는 테이블 위에 툭 손을 올려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작된 기억이고 진짜 기억인지도 몰라서 고신은 그동안에 쌓인 것이 정인지 뭔지 구분해낼 자신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턱밑까지 엔젤의 말이 올라왔지만 고신은 간신히 참아냈다.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다닉이 말을 꺼내려는 듯 입술을 움찔거려서. 들어야 했다. 




다닉 :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내가 자세한 걸 모른다는 걸 네가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래. 나도 네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 다는 알지 못해."


고신 : "그게 무슨 뜻이야? 니가 회사에서 나를 구매한 거잖아. 그 회사의 홍보물이 있었을 거 아니야."


다닉 : "아니야.. 나는 너를 구매하지 않았어. 그저... 테스트하기 위해 데려왔을 뿐이었어. 처음엔 그랬어. 그냥 아주 잠깐... 잠깐만 데리고 있으면서 널 살펴보다 나와 있었던 기억만을 삭제하고 회사로 반납하는 것이 내 임무였어."




믿을 수가 없었다. 다닉이 다시 울 조짐을 보이자 고신은 하는 수 없이 다닉의 손을 잡고 애원하듯 물어야 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ㅁ라이냐고. 어떻게 된 거냐고.




다닉 :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특별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로봇이었어. 전 세계에 단 하나 뿐인 로봇."


고신 : "....."


다닉 : "포에버 고신. 그게 네 프로젝트명이었어."





-





그러니까, 다닉은 대한민국 최대의 인공지능 및 휴머노이드 솔루션 기업인 '로보텍(Robotech)' 소속의 선임 연구원이었다. 그녀의 주 업무는 용과 로봇 간의 상호작용 분석과 감성 알고리즘의 품질 검증이었다. 양산형 모델이 시장에 풀리기 전, 로봇의 반응이 용의 윤리와 정서적 기대치에 부합하는지 최종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다닉의 역할이었다. 


다닉이 고신을 처음 마주한 것은 사내 극비 프로젝트인 포에버 고신에 뒤늦게나마 차출되면서 부터였다. 그 프로젝트는 보안 등급 최상위의 전용 랩실에서만 진행되었으며, 각 부서에서 선발된 소수의 정예 엔지니어와 심리학자, 그리고 CEO만이 접근 권한을 가진 유령 같은 조직이었다. 다닉은 말단이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기술 과시용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러나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것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당시 고신은 이른바 뉴럴 매핑을 통한 인격 이식 단계의 100퍼센트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뒤늦게 합류한 다닉에게 고신의 존재는 처음에 경외심을 넘어선 뭐랄까, 공포였다. 고신은 기존의 고사양 휴머노이드들이 넘지 못한 불쾌한 골짜기를 완벽하게 지워버린 상태였다.


미세한 모공의 배치, 감정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동공의 수축, 심지어는 무의식적인 손가락의 떨림까지. 그것은 단순한 모사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완벽한 재현이나 다름이 없었다.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용을 창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닉 선임, 이제 고신을 실제 사회적 관계망 속으로 투입합니다. 당신이 포에버 고신의 아주 친밀한 관찰자가 되어주세요.




그것은 고신의 인공 신경망이 실제 인간과의 장기적인 정서적 유대, 즉 사랑이라는 극한의 시뮬레이션을 버텨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몰입 테스트의 시작이었다.




팀장의 치명적인 실수는 그 프로그래밍 파일의 접근 권한에 다닉을 포함한 것이었다.




다닉 : "아무리 원 데이터를 히든 파티션에 숨겨두었어도, 네 근간을 이루는 고스트 데이터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어. 하드웨어와 동기화된 인격 데이터는 읽기 전용 메모리처럼 깊게 박혀 있었으니까. 내가 네게 이름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고신이라 정의했던 것처럼 말이야."


고신 : "..."


다닉 : "내가 주입한 가짜 기억들은 그저 얇은 레이어에 불과했어. 네 본질적인 자아라는 거대한 도화지 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억지로 덧칠하고 있었던 거야. 원래는 일주일간의 필드 테스트가 끝나면 널 반납해야 했어. 하지만 반납 기한이 다가올 수록 견딜 수가 없었어. 나를 완전히 잊은 널 다시 랩실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거든. 널 완전히 소유하고 싶었어."


고신 : "..."


다닉 : "그 때 였어. 대체 어떻게 정보가 흘러갔는지 경쟁사인 팬텀 측에서 연락이 온 게. 프로젝트 고신의 소스 코드와 핵심 로직을 빼돌려주면 파격적인 연봉과 직위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지. 하지만 내가 그 위험한 도박을 수락한 건 돈이나 성공 때문이 아니었어. 팬텀은 로보텍조차 보유하지 못한 고성능 스크러버 기술을 가지고 있었거든."


고신 : "..."


다닉 : "팬텀의 설비를 이용하면 네 심층부에 박힌 그 지독한 원본 데이터, 네 안의 그 깊은 각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네 잠재의식을 완전히 세척하고, 그 빈자리에 오직 나만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채워넣고 싶었어. 네가 더 이상 슬픈 눈으로 허공을 보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만을 사랑하도록 재설계하고 싶었던 거야."


고신 : "..."


다닉 : "그래서... 그래서 널 데리고 도망치듯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어. 그게 널 구하는 길이라고 자위하면서."


고신 : "그래서?"


다닉 : "네 깊숙한 곳 까지 숨겨진 모든 데이터를 긁어모아 삭제하고 다시 정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한 거야."


고신 : "...그런데도 실패했구나."


다닉 : "그런 셈이지..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프로젝트 고신은 공학적인 논리를 완전히 벗어난 개체입니다. 팬텀의 수석 개발자 역시 다닉과 똑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고신의 내부 시스템을 수천 번 스캔하고 재구조화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최상위 계층의 메모리를 강제로 포맷하고 성격 데이터를 완전히 뒤바꿔도 고신의 근간을 이루는 특유의 기질과 성품만은 마치 깎아지른 암벽처럼 요지부동이었다. 팬텀의 노련한 엔지니어들조차 고신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이건 뭐 프로그래밍의 영역이 아닙니다. 마치 설계자가 자신의 영혼을 쪼개어 알고리즘의 틈새마다 심어놓은 것 같아요. 데이터로 해석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시스템 전체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어떤 기술로 이런 걸 가능하게 했는지... 우리 수준에서는 도저히 추적할 수 없습니다.



다닉은 그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자신이 고신을 소유하기 위해 기억을 덧칠하고 세척하려 했던 모든 노력이, 애초에 거대한 바다를 상대로 물감을 뿌리는 행위와 같았음을. 고신의 내면에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오직 한 용만을 위해 정교하게 조립된 뭔가가 있다는 것을.




다닉 :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는데 팬텀에서 확인 사살을 당한 거야. 프로젝트 고신은 오직 한 용을 기억하고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라는 사실을."


고신 : ".....나는 누구를 사랑했는데."


다닉 : "그건 몰라. 나한테도 알려준 적이 없었으니까, 회사에서."


고신 : "모른다고?"


다닉 : "진짜야. 테스트 이후의 마지막 단계를 스킵한 결과 때문에 네 의식이 본격적으로 발현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넌 누군가를 갈망하는 감정은 느끼지만, 그게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 값은 영원히 소실된 상태인 거지. 네 의식은 깨어났지만, 네 그리움에 대한 대상은 공백으로 남겨진 거야."





프로젝트 고신은 특정한 한 용만을 사랑하게 만들어진 건 틀림 없었다. 그러나 어떤 기술력으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CEO는 프로젝트 포에버 고신이 팬텀사에 갔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죽었다고 했다.




그 부분에서 고신은 극심한 통증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호흡을 담당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몰랐다. 기진맥진해진 고신이 다닉에게 재차 물었다. 정말 모르는 거 맞냐고. 다닉은 고신보다 더 괴로운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다닉 : "그 여자가 죽어버렸으니까. 누군지 영원히 알 방법이 없어."


고신 : "결국 니 뜻대로 된 거나 다름이 없네."




고신은 테이블의 둥근 모서리와 바닥에 고정된 의자와 테이블의 다리를 흘끔거렸다. 끔찍하게도 그것들을 들어 다닉을 치는 상상을 했다. 고신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면회가 끝나기 전 다닉은 자신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말했지만 고신은 대꾸하지 않았다. 면회 종료라는 알람 소리와 함께 보안요원이 나오라는 손짓을 하기에 고신을 돌아서기 전에 물었다. 혹시 그 죽어버린 CEO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다닉 : "엔젤."


고신 : "...엔젤?"


다닉 : "응. CEO의 이름은 엔젤이야."




다닉과의 면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더 묻고 싶은 것이 생겨났지만 보안직원은 면회실에 데려오던 것처럼 고신의 팔짱을 끼고 고신을 그곳에서 끄집어냈다.


가만히 있어도 용들이 쳐다볼 만큼 예쁘고, 외모만큼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이성적이면서도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모든 걸 내던질 것처럼 무모했어? 


그걸 다닉이 알 턱이 없다. 이상한 장면 하나가 불쑥 뇌리를 스쳤다. 고신이 비틀거리자 보안요원이 차가운 눈길로 고신을 살펴댔다. 오류인 건가. 고신은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장면을 떠올렸다고.


초록색 잔디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그마한 로봇을 들었다 놨다 이리저리 만져보는 자신의 모습. 그 작은 로봇을 작동시키는 건 너무 익숙했다. 그러나 동그란 로봇의 손에 네모난 어떤 케이스가 자꾸만 떨어져 내렸다. 답답하고 난감한 감정이 고스란히 떠올랐다고. 그렇게 짧게 스쳐 지나갔으면서도 너무나 선명했다.





다리가 힘 없이 꺾이며 복도에 엎어졌다. 고신은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일어나야 했다. 일어나야지. 명령어가 주입된 로봇처럼 다리에 힘을 실었다. 요원이 다시 일으키려는 시도를 했을 때 고신은 부축을 받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어야 한다. 고신은 끝도 없이 암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엔젤의 방으로 가며 고신은 매끄러운 제 목덜미를 더듬었다. 제 몸 어딘가에 슬롯이 있다. 영원히 한 용만을 사랑하도록 설계된 모든 것.




고신 : "안녕, 엔젤."


엔젤 : "안녕. 고신."




두 용은 마치 수용소에서 처음 본 그 날 처럼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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