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날개

11화: 새로운 이름과 화산의 포효
불의 산에서 맞이한 첫 아침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코끝을 찌르는 진한 유황 냄새와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지면의 낮은 진동이 루미나리스의 잠을 깨웠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피닉스의 붉은 깃털이었다. 그녀는 밤새 루미나리스와 그레이록이 체온을 잃지 않도록 자신의 날개로 그들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옆에서 자던 그레이록이 부스스 일어나며 낯선 동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긴... 진짜 불의 산이구나."
동굴 입구에는 이미 파이어가 거대한 체구를 꼿꼿이 세운 채 밖을 살피고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은 그의 붉은 비늘이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번뜩였다. 파이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꼬리를 바닥에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야, 일어났냐? 꼬맹이들. 잠자리가 너무 편해서 아주 세상 모르고 자더군."
파이어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노려보았다. 루미나리스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려 입을 떼려는 찰나, 파이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앞발을 휘저어 말을 가로막았다.
"잠깐, 너희 말이야. 이름이 왜 그렇게 길어? 루미... 루미나리스? 그리고 넌 그레이... 뭐시기?"
루미나리스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루미나리스입니다, 파이어 님."
"시끄러워! 그런 이름은 귀족 흉내 내는 놈들이나 쓰는 거야. 전쟁터에서 급해 죽겠는데 '루미나리스 님, 뒤에 적이 왔어요!'라고 부르다가 적한테 목 따이기 딱 좋다고. 이름은 딱딱 붙어야 해. 앞으로 넌 **'고신'**이다. 고대신룡이니까 고신. 알았냐?"
"네? 고신요...?"
루미나리스가 얼떨떨해하는 사이, 파이어의 시선은 그레이록에게 향했다. 험상궂은 눈매에 그레이록은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넌 윈드 드래곤이니까 그냥 **'윈드'**라고 불러. 군더더기 빼고 딱 실전용이다. 불만 있냐?"
"제 이름은 그레이록인데... 윈드라니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윈드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항의해 보았지만, 하늘에서 막 내려온 번고가 그의 머리를 툭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포기해, 윈드. 우리 형님이 한 번 정하면 그게 곧 법이야. 나도 원래 이름은 훨씬 길고 멋있었다고! 근데 지금은 그냥 번고잖아? 익숙해지면 편해."
라바와 피닉스까지 모여들자, 여섯 마리의 드래곤은 동굴 중앙의 평평한 바위 주변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파이어가 앞발로 바닥에 지도를 그리는 시늉을 하며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자, 이제 잡담은 끝내고 앞으로 어떡할 건지 정하자. 식스 영감님이 너희를 이곳으로 보냈고, 청염의 예언까지 확인된 이상 우린 너희를 우리들의 대장님께 데려가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장님이 계신 곳이야. 불의 산 가장 깊숙한 심장부, '용암의 제단'에 계시지."
라바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곳은 지금의 너희가 가기엔 너무 위험해. 화산 가스는 일반 드래곤의 폐를 녹여버릴 정도로 독하고, 길목마다 굶주린 용암 괴물들이 깔려 있지. 고신, 네가 예언의 주인공이라 해도 지금은 그저 작고 하얀 도마뱀일 뿐이야."
피닉스가 걱정스러운 듯 루미나리스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동행하며 너희를 단련시켜야 해. 너희가 진정한 고대신룡과 윈드 드래곤의 힘을 깨우치지 못하면, 대장님을 만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거야. 그래서 묻겠다. 너희는 정말 이 가혹한 수행을 버틸 의지가..."
피닉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
단순한 지진과는 차원이 다른, 대지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바닥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동굴 천장에서 날카로운 돌맹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루미나리스와 윈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이게 무슨 소리야?!"
윈드가 비명을 질렀다.
단순한 화산 폭발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년 동안 굶주린 거대한 짐승이 지옥 밑바닥에서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포효였다. 파이어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번고! 나가서 확인해!"
번고가 번개 같은 속도로 동굴 밖으로 날아올랐다. 잠시 후, 돌아온 번고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파이어! 큰일 났어! 주봉 쪽 지면이 통째로 솟구치고 있다고! 용암이 터져 나오는 게 아냐... 무언가, 아주 거대하고 사악한 무언가가 안에서 뚫고 나오고 있어!"
파이어가 고신과 윈드를 거칠게 낚아채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워졌다.
"토론은 여기서 끝이다! 꼬맹이들, 내 꼬리 딱 붙어서 떨어지지 마라! 첫 번째 실전 훈련은 '살아남기'다. 불의 산의 진정한 공포가 깨어났다!"
멀리 화산 주봉에서 솟구치는 검은 연기 사이로, 붉게 빛나는 거대한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이 보였다. 예언의 아이들이 발을 들이자마자, 잠들어 있던 유타칸의 어둠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