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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S.S]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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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8
  • 작성일2026.02.08






해가 떠오르고도 하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랑 상황은 같았지만 마음은 훨씬 급했다.



고신 : "하람."


하람 : "응."



대답이 나오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쉰다.



고신 : ".....아직 피곤해?"


하람 : "응. 그렇네....."



그러나, 더 자, 그 말이 그렇게 안 나왔다.



하람 : "...고신. 나 안아주라. 추워."




목소리에 힘이 없다. 고신은 하람의 옆에 누워서 팔을 베개로 내주고 다른 팔로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불덩이 마냥 뜨거운 그 이마에 입을 맞춘다. 열은 내릴 기색이 없고, 고신은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덴버에 있을 때 수 많은 위험을 겪으면서도 사태가 진정되면 어딜 놀러 가자느니 무얼 먹자느니 떠들어냈던 게 잔인하게도 떠올랐다.



하람은 고신의 품에 안겨 조금 더 조는가 하더니 곧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 앉았다.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고신 : "뭐라도 먹을래?"


하람 : ".....됐어. 그런 식으로 식량을 낭비할 순 없지."




세상이 천천히 무너진다.





하람은 하루 종일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말도 없었을 뿐더러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런 하람에게서 고신은 여태껏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던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 어디든 가서 도망가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다.


농담과 같은 잡담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벽이 생긴 것만 같았다. 힘 없는 손으로 계속 무언가를 수첩에 적어 내려가는 그 어두운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신은 어젯밤 이루지 못했던 잠을 꾸벅꾸벅 조는 것으로 겨우 채워나갔다.




하람 : "고신."



싸늘했다.



하람 : "고신?"


고신 : ".....응."


하람 : "편하게 자."


고신 : "아니 나 안 자."



하람은 수첩을 내려놓는다.



하람 : "재워줄까?"


고신 : ".....됐어."


하람 : "그러지 말고 이리 와."




하람은 고신을 향해 양 팔을 벌렸다. 고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일어나서 하람에게로 다가가 그 얇은 다리를 베고 눕는다. 하람이 오른손으로 고신의 얼굴을 감싸고, 손은 따뜻했따. 너무 따뜻하여 잠이 오질 않았다. 무언갈 열심히 적어 내려가는 그 모습을 피곤한 눈으로 올려 보고만 있었다.




고신 : ".....뭐 쓰는 거야?"


하람 : "글쎄."


고신 : "안 알려 줄 거야?"


하람 : "보게 될 거야."



언젠가 내가 숨길 수 없게 될 테니. 덧붙이며 웃었다.


고신은 야속하게도 그 말의 속뜻을 간단히 간파해냈다. 평소에나 이렇게 잘 알아들었으면 좋았을 걸.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으려 억지로 눈을 감았다.



잠깐 잠에 들었다 깨고, 하람은 눈을 감기 전이랑 같은 얼굴로 여전히 수첩을 붙들고 있다. 얼굴은 창백하다.




고신 : "....하람."



고신이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자 하람은 깜짝 놀라 몸을 한 번 움찔하더니 고신을 내려다본다.



고신 : "생일에 네가 나한테 읊어준 그 시 있잖아. 다 외우고 있지.?"


하람 : ".....응."


고신 : "읊어주라."



하람은 조금 망설이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읊어나가기 시작했다.



하람 : ".....이제 두 용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읊어나갔다.



하람 :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용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용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용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용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하람은 말을 마치곤 고개를 돌려 고신의 시선을 피했다. 고신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아 말 없이 그런 하람을 바라보다가 그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맞잡아온 그 손에 힘이 없었다. 우는 것 같기도 하다.



어둠이 찾아오니 피로감에 정신이 흐릿했다. 뜬 눈으로 그녀의 옆을 지키다가도 시야는 흐릿하다. 잠시 졸았던 것 같다.



하람 : "고신, 자?"


고신 : ".....아니."


하람 : "나도 이제 자야겠다."


고신 : "나 안 잔다니까."


하람 : "난 잘래."



고신은 그 말에 벌떡 몸을 일으켜 잘 준비를 하는 하람의 뜨거운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하람은 옅게 웃으며,



하람 : "너 오늘 밤에도 안 자면 정말 가만 안 둬."


고신 : "어떻게 알아?"


하람 : "아파서 조금 설쳤어."



하람은 손목을 붙잡은 고신의 찬 손에 제 손을 겹쳤다.



하람 : "그러니까 오늘은 우리 둘 다 푹 자자."



그러곤 다른 한 손으로 고신의 뺨을 감쌌다.



하람 : "잘 자, 고신. 내일 보자."


고신 : ".....응."





내일. 내일도 볼 수 있겠지. 벽에 기대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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