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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S.S] 11화

5
  • 조회수7
  • 작성일08:10






식은땀과 함께 깨어났다. 끔찍한 악몽이었다. 일출도 아직이고 시계를 보니 네 시쯤이었다. 파틴은 비틀비틀 걸어 거실로 나왔다. 며칠 굶었더니 배가 고프기도 했다. 소파엔 고신만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파틴은 그의 옆에 다가갔다. 그런 파틴을 힐끔 보더니 이내 입을 연다. 목소리는 깊게 잠겨있다.





고신 : "다 꿈인 줄 알았어..... 그런 거길 바랬어....."



파틴은 침묵을 유지했다.



고신 : "눈을 떴는데, 우리 살던 아파트 침대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었어. 그러면 옆에서 자고 있을 하람을 깨워서, 아주....., 아주 끔찍한 악몽을 꿨다고 말해주고....."



그 몇 문장에 파틴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죽었구나.



파틴은 잠시 눈을 감고 하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수 개월 전인데도 정난스럽고도 예쁘장한 웃음이 생생하다. 그걸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던 고신의 표정까지도.




고신 : "근데....., 근데 눈을 떠도 여기네. 걔가 죽은 그 건물에서 나도 죽어야 하는데..... 난 용케 살아서 여기 있네....."



고신의 뺨을 타고 눈물이 한 방울씩 흐르기 시작했다. 고신은 그걸 닦아내지도 막지도 않았다. 



고신 : "너도, 데빌씨도...., 다 각자 지고 있는 것들이 있겠지..... 그런데, 다들 저마다의 슬픔이 있으면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파틴은 눈을 크게 떴다.





세상이 망해도 아름다운 것들은 남아있을 거야, 파틴.





하람이 저에게 그런 말을 했던 걸 똑똑히 기억한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퇴근할 준비나 하세요, 그렇게 투덜거렸던 자신까지도. 파틴은 입을 꾹 다문다.




이 낯선 콜로라도 땅에서 파틴이 가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마카라가 남겨둔 총알 한 발이 너무나도 저를 위한 것만 같았다. 파틴은 그 권총으 ㄹ들고 수백, 아니 수천 번을 고민했을 것이다. 미동도 없는 마카라의 옆에서 잠도 이루지 않고 총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는 것만 이틀 밤 동안 반복했을 것이다. 블랙은 사라진 지 벌써 열흘 하고도 하루고, 고신은 이런 일을 겪었다.




이래도 아름다운 건 남게 되는 걸까. 주머니 속의 총알을 만지작거렸다.




둘은 창가에 나란히 앉아 지옥 불구덩이 속보다 느린 시간을 보내며 해가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침엔 해가 뜨고 밤엔 달이 뜨는.....,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




파틴은 일어나 먹을 것이 있나 살폈다. 냉장고도 열어보고, 찬장도 열어보고. 이곳저곳 살피다가 결국은 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보급 식량인 비스킷 두 개와 생수 두 병을 가지고 다시 창가로 왔다.


파틴이 비스킷을 앞에 두고 꿈쩍도 않자 그제야 고신은 비스킷을 입에 넣고 억지로 씹기 시작했다. 파틴은 제 비스킷을 집어 든다.




파틴 : "야위었어요, 고신."


고신 : "너도."



두 용은 가만히 웃었다.




손에 힘이 없는 건지, 고신이 물병을 열지 못하길래 파틴은 그걸 대신 열었다. 고신이 체대생이라고 하람이 말을 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 앙상한 손목을 보고 있자니 고신이 이전에 수영을 했었다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잡담을 나눈다. 카페 알바를 그만두고 나서 잠깐 캐나다로 여행을 갔던 이야기 같은 걸 흘리고, 고신은 그저 들으며 끄덕인다. 사태 이전의 세상 같은 걸 상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데빌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데빌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파틴을 똑바로 쳐다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내미는 것은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었다. 




데빌 : "이거, 뭐라 쓰여있는 거야?"



데빌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아주 능숙한 필기체로 쓰인 블랙의 지역언어였다.




파틴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흔들리는 동공을 숨기려고 데빌의 매서운 눈동자를 피해 괜히 포스트잇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데빌 : ".....아니야. 아니야 말하지 마. 아무것도 말하지 마...."




그러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괴로운 울음을 놓는다. 아주 서럽게, 슬프게. 바닥에 쓰러져 땅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블랙, 블랙. 하면서 큰 소리를 내어 울었다.


고신은 데빌을 바라보며 수첩만을 만지작거리고, 파틴은 기억 속 블랙을 떠올렸다. 기억 속에선 블랙도, 데빌도, 하람도, 고신도, 모두 행복하기만 하다.




문득 궁금하다. 마카라도 그랬을까.




파틴 : ".....아."




세 용에게 이토록 절망적일 수가 없다. 주머니 속에 포스트잇을 넣고 총알을 만지작거렸다. 죽고 싶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데빌은 옅은 숨만을 색색 내쉬고, 금방 뜬 해가 거실 바닥을 거쳐 데빌의 얼굴에 드리운다. 표정은 끔찍하다.




데빌 : "블랙이 잠만 잤어."



목소리는 갈라진다.



데빌 :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잠만 잤어. 계속. 아침마다 일어나기를 힘들어했어."




고신이 탄식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데빌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데빌 : "블랙이....., 죽었을까?"




텅 빈 눈동자로 아무것도 주시하지 않았다.




데빌 : "하람씨도, 그 마카라란 용도...., 그렇지만 난 블랙이 죽었다는 걸 두 눈으로 보지 않고는 도저히 못 믿겠어....."




데빌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데빌 : "닷새였어. 수첩 속 그 용도 닷새 만에.... 블랙이 떠난 진 벌써 오늘도 12일 짼데....."





바닥에 엎어져 끅끅대는 소리만을 내며, 데빌의 희망은 죽어갔다. 


파틴과 고신은 자리를 피하기로 하여 밖으로 나갔다. 데빌이 수첩에 대한 걸 언급하고부터 고신의 표정은 급격히 괴로워졌다. 잘 걷지도 못했으며 숨을 불규칙하게 쉬었다. 파틴은 그런 고신의 어깨를 붙잡고 기어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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