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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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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00:39











고신의 집은 가난했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고신 할머니 네 식구가 살았었는데 초등학교 졸업하기 직전 부모 둘 다 순차적으로 지방 공장에 일자리를 찾으러 간다고 하곤 그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할머니는 매달 밀리는 공과금이 무서워서 식당에 설거지나 잡일 따위를 하러 다녔었고 고신은 오토바이를 타는 애들의 등에 매달려 그들이 하는 나쁜 짓을 함께 하며 어울렸다.


가난이 지긋지긋했으나 벗어날 방법을 몰랐다. 미래라는 것을 막연히 떠올리면 머리가 터질 듯 아파왔다. 언젠가는 괜찮아질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고신은 언제나 이면도로 맞은편에 서서 멍하니 둘로 쪼개진 풍경을 눈에 가만히 담았다. 언젠가 이 거지같은 동네를 싹 밀어버리고 몸 값이 비싼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아파트들을 조성할 거라 했다. 벌써 시작된 공사는 한 동을 조성하고 높이를 올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전에 다른 동네로 가려면 돈은 있어야 한다던데, 이사비용도 없다고 머리를 싸안고 장판 바닥에, 장롱 서랍 구석에 있는 푼돈을 세어보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곧 잘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공사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록 그 말은 잦아졌다. 



그 탓일까, 할머니가 쓰러져서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된 건.










-










고신이 학교에 가지 않은 지 이주 만에 찾아온 월요일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고신은 아예 학교를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할머니에 대한 죽음과 그 죽음으로 치러야 할 절차들로 혼란스러운 채로 금세 일주일을 보냈고, 그 다음 일주일은 데빌의 무리와 어울려 다니며 술과 담배,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일주일을 보냈던 것이다. 


할머니의 부재로 인해 냉골이 된 단칸방에 쓸쓸히 누워 있으니 할머니가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 고신이었다. 고신이 중학교 시절부터 삐뚤어지며 제일 고생을 한 것이 할머니였으니까.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거나 집을 나가버릴 때 하던 할머니의 닦달이 조금 그리워서 이불을 걷어내며 아주 잠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담임과 엔젤. 기어이 그 생각으로 도달해버리고 나자 얼굴이 확 하고 구겨졌다. 이불을 발로 지근지근 밟으며 일으켜 부엌으로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받아 마셨다. 물에서 소독약 맛이 난다. 찔끔 입만 겨우 축이고 고신은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텅 빈 장례식장에 찾아온 그 애. 돌이켜보면 고신은 울지 않았는데 엔젤의 눈이 조금 붉어져 있어서 왜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쓸쓸히 맞절을 하고 아무 말도 없이 선 고신에게 담임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도 고신의 시선은 엔젤의 그 눈으로 가 있었다.



니가 여길 왜 왔어.



동정하는 눈빛인지 자신을 따스하게 쳐다보며 무어라 말할 듯 입을 달싹이는 엔젤을 보며 고신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니가 왜, 나를. 친구라는 것이 어색했다. 고신을 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엔젤의 행동은 학교에서는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친구라는 것의 행동과 가까워 어색했다. 



그런 애는 없었다. 


어리석지도 않고 고신과 조금 말을 나눴다는 것에 별 감흥도 없었다. 그리고 고신의 소문에 대해서도, 아니, 고신의 행동 자체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나중에 반장임을 알긴 했지만 꼭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고신은 그게 싫지만은 않았지만 괜한 시비조로 그 애의 기세를 꺾으려 들었다. 그래도 그 애는 꺾이지 않았다.



그 탓인가. 차라리 걔도 난데없이 후려쳤어야 했다. 근데 너는 왜 할머니 장례식장에 찾아왔을까, 니가 왜. 고신은 생각했다.










엔젤 : "발인은 내일이야?"


고신 : "오늘."





조문객이 없어 처음으로 냉장고에서 식혜 하나를 꺼내 한참을 조물락거리다 뻣뻣한 몸짓으로 엔젤에게 캔을 건넸다.





고신 : "돈이 없어서 육개장이니 뭐 이딴 건 없어. 그거라도 먹고 가. 어쨌든, 와줘서"





고신은 숨을 잠깐 참았다.





고신 : "와줘서 고맙다."





그 말에 엔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게 보여서 고신은 얼른 눈길을 돌리며 꾸벅 담임에게 인사를 했다. 이윽고 두 용은 확연히 다른 태도로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생각을 말아야지. 


방바닥에 가만히 누워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드는 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니 허기가 밀려들었다. 생각해보니 요 며칠 간 정말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 순식간에 허기가 밀려들어 온 방을 다 뒤지고 낮은 턱의 부엌 찬장까지 털었지만 정말 라면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어서 문을 열어 젖혔다.


봄이 지나고 있는데 반팔을 입은 터라 날씨가 조금 쌀쌀하게 느껴진다. 주머니에 오백 원짜리 동전을 언뜻 만져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신은 그런 채로 길을 나섰다. 곧 인부들이 찾아와 나가달라는 둥 또 시끄럽게 해댈 터였다. 그 전에 빨래를 해서 널까, 하다 또 공사로 이는 먼지가 달라붙을까 생각을 접었다. 사실 손빨래를 할 자신도 없긴 했다. 



지금이 몇 시더라. 자퇴서를 내려면 학교를 가긴 가야 하는데, 역시나 그 생각을 접기로 헸다. 허기를 달래고 나서 조금 자고 그 다음엔 또 데빌을 불러내서 오토바이를 탄 다음, 그 다음에 생각하자. 그리고 엔젤인지 뭔지 걔 생각은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렇게 생각을 자신에게 보란 듯이 앞에 서있는 엔젤의 모습에 고신은 당황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을 떨어뜨렸다. 또 그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신 : "니가 왜,"


엔젤 : "너 왜 학교 안 와?"


고신 : "뭐?"





엔젤은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매고 선 채였다. 고신의 주소를 적은 듯 보이는 종이와 고신이 선 집 앞, 그리고 고신을 차례로 쳐다본 엔젤이 천천히 걸음을 떼닌 것을 입을 벌린 채 쳐다보고 섰다. 정갈안 교복 치맛자락이 걸을 때 마다 나풀거렸다. 겅중겅중 걷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나풀거리는 거야. 


고신이 쓸 데 없는 생각과 시선을 담는 동안 엔젤이 부쩍 가까이 고신에게 와 있었다. 고신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뒷걸음질을 치자 엔젤이 그 밑에 떨어진 동전을 집어 들었다.





엔젤 : "담임이 가보래. 너 안 온다고."


고신 : "...왜?"


엔젤 : "나 반장이잖아. 너 뭐하고 있나 보고 오래. 그래서 1교시도 째고 왔어."





엔젤의 입에서 나온 '1교시도 째고 왔어' 라는 식의 표현이 어설퍼서 한참이나 그 말을 공들여 되새겼다. 그러는 사이 엔젤이 고신의 손에 떨어진 오백 원짜리를 쥐어준다. 고신은 멍청하게 서서 동전을 받아들었다. 그런 엔젤이 고신의 뒤에 있는 집을 흘깃거리자 고신은 갑자기 무언가 부끄러워져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색한 마음에 괜히 오백 원짜리를 매만지며 날카롭게 엔젤을 바라보았다. 엔젤은 늘 그랬듯 주눅이 들지 않는 얼굴이다.





엔젤 : "한참 찾았네. 여기 번지수가 잘못됐어. 왜 수정을 안 한 거야, 헷갈리게. 야, 그리고 넌 왜 학교를 안 오냐니까?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종알종알 말하며 엔젤이 고신을 지나쳐 집 미닫이문을 확 하고 열어 젖혔다. 너무 순식간이라 고신은 그런 엔젤을 막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고신의 공간에 불쑥 침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신이 뒤늦게 부엌으로 머리부터 집어넣으며 들어가려는 엔젤의 손목을 세게 잡아끌자 엔젤이 힘 없이 몸을 비틀거리며 이끌려 나왔다.


뭐라 입을 놀리기도 전에 먼저 구겨진 얼굴에 당황한 고신이 빨갛게 부어오른 엔젤의 손목을 쳐다보았다. 아아,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요리조리 제 손목을 살피는 엔젤의 모습에 무엇이 먼저 잘못됐는지 헷갈리기 시작한 고신이었다.





고신 : "나 학교 이제 안 갈 거야."


엔젤 : "왜? 왜 안 가는데?"


고신 : "귀찮아."


엔젤 : "별 게 다 귀찮네."


고신 : "그러니까 그냥 퇴학 시키라고 해."


엔젤 : "그건 내가 귀찮은데?"


고신 : "뭐?"


엔젤 : "니가 나중에 학교로 와서 직접 처리해. 근데 너 어디 가던 길 아니야?"





고신은 또 말이 막혔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고신은 어지러웠다. 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불쑥불쑥 떠오르는 니가 왜 우리 집 앞에, 내 눈 앞에 있는 거냐고. 당황함에 얼굴이 달아오른 고신 앞의 엔젤은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이 차림으로 어디 가는 길이냐고. 조건반사처럼 고신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신 : "...라면 사러."


엔젤 : "라면 같이 먹자."


고신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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