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emis
19화
나: 이 세상에서 그딴 게 중요할 것 같아? 내 생각엔 전혀 안 그런데. 이 세상이 앞으로 발전할 게 뭐가 있냐. 자본주의에다가 능력주의, 끝. 더 이상 다른 건 중요하지 않을 거야.
준혁: 네가 뭔데, 예언자라도 돼?
나: 아니, 뻔하잖아. 누가 봐도 그렇지 않아? 그럼 네 생각은 뭔데?
준혁: ….
나: 애초에 다른 애들은, 거의 다 죽었잖아. 이 무리는 해체야, 이제. 그럼 원래 찾은 사람인 내가 가져야지.
준혁: 네가 가지면, 뭐할건데.
나: 내가 가지면? 아까 얘기한 대로, 버려야지. 왜? 추억이라도 있어?
승완: 딱히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여기엔 식량도 없고, 벙커처럼 좋은 시설도 아니고…
준혁: 그래라, 네 맘대로 해. 어차피 더 이상 별 볼 일도 없지.
나: 된 거지, 이제? 그럼 나가자.
승완: 뭐 챙길 거 있어요 누나? 그… 아이패드 말고.
나: 글쎄, 없을 듯? 너는?
준혁: 잠시만. 대신에, 내 얘기도 들어봐.
나: 뭐 대신에?
준혁: 이거, 넘겨주는 대신에.
나: 뭐가 문젠데? 또?
준혁: 여기 넘겨주는 대신에 약속, 아니 맹세 하나만 하자.
승완: 맹세요? … 우리끼리?
나: 왜? 뭔지 들어보고.
준혁: 들어보고? 그럼 안 넘겨줘.
나: 하, 씨.
준혁: 죽을 거면 다 같이 죽자.
나: 한 명 죽으면, 다 죽자고?
준혁: 셋 다 같이 죽자고.
나: 왜?
준혁: … 그냥. 그래야, 멋지잖아.
나: 그런가.
승완: 전 괜찮을 것 같네요.
나: 나도 상관은 없어.
준혁: 그럼 됐어. 이제 어디 갈 거야?
나: 나간다고 했잖아.
준혁: 아니, 어디로 갈 거냐고, 밖이 하나야?
나: 글쎄. 너야 갈 곳 없을 거고, 나도 없고. 승완이는?
승완: 글쎄요. 저도 딱히 갈 곳은 없는데, 전 부모님이 있으니까.
나: 그런가. 그럼 어떻하게? 찢어지게?
준혁: 셋이 뭉쳐서 지내자, 앞으론.
승완: 네…?
준혁: 부모님한태 도망가든가. 어린 애처럼, 말이지.
나: 죽은 사람 시체 보느니 그냥 가는 게 날 거야. 두 분 다 살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승완: ….
나: 뭐,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떠나면 다신 못 보겠지. 그러니까 미리 작별인사라도 하자고.
승완: 작별인사, 안 해도 되요.
준혁: 왜, 삐졌냐. 그럼 그냥 가든가. 서러울 거 없으니까.
승완: 그럴 필요 없다고요, 같이 갈 거니까.
나: … 그럼 가자. 준비 됐지?
준혁: 준비할 것도 없는데 무슨.
나: 자, 가자.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