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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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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27
  • 작성일2026.02.16






그 일로 고신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결국 사고가 발각이 되어 그 동안 고신을 앓던 이처럼 방치하던 학교가 나서서 퇴학 처리를 해버렸다. 엔젤은 무기력하게 고신의 빈 자리를 바라보았다. 고신의 퇴학을 막아보자 했던 엔젤의 노력에 담임과 교감은 그런 질 안 좋은 애를 감싸주지 말고 가까이 지내지도 말라며 엔젤의 태도를 지적하고 힐난했다.


엔젤은 그들의 냉담함에 가까운 시선에,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느꼈을 고신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교내에서 고신의 존재는 아예 없던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고신과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면 고신에 대한 명확해진 마음에 그리움까지 얹어져 답답하고 막막했다.








토요일은 수업이 일찍 끝나고 야간자율학습도 없다. 엔젤은 독서실에 같이 가자고 하는 다른 아이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무엇에 이끌리듯 고신의 집을 찾아갔다. 이면도로에 서서 엔젤은 망설였다. 시끄러운 공사 소음으로 귀를 틀어 막고 선 채로 한참 망설이다 어렵게 발을 떼었다. 


고신이 집에 없을 수도 있고 자신의 등장에 덜컥 마음을 닫아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그 비슷한 것은 처음 고신의 집에 갔던 날에도 들었었다. 속사포처럼 말을 끊임없이 쏟아낸 것은 고신이 거부를 할 틈이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엔젤이 천천히 걸어 익숙한 골목 안에 있는 다세대 주택 입구로 들어섰다. 제일 낡고 작은 그 집. 고신의 집 문이 닫혀 있다. 불투명한 문이 여지없이 방 안의 어둠을 투과시키고 있다. 엔젤은 고신이 그 안에 홀로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한숨을 내쉬었다. 


문에 노크를 하는데 안에서 그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없는 걸까, 다시 두드리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에 문을 열어젖히려 엔젤이 문에 손을 가져다 대는데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쑥 무언가가 문 앞으로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끼이익, 겨우 머리 하나 들일 만큼 문이 열리고 고신이 머리를 밖으로 내놓는다. 문을 두드리는 용이 엔젤임을 확신한 고신이 문을 조금 더 열어주었다. 엔젤이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섰다. 홀쭉해진 고신의 얼굴을 보니 엔젤은 마음이 아팠다. 고신은 왼쪽 팔에 깁스를 한 채였다. 마지막에 깁스에 시선이 멈춰져 떨어지지 않으니 고신이 자신의 깁스 한 팔을 힐긋 바라본다. 





고신 : "라면 끓이고 있었어. 하나긴 한데, 너도 먹을래?"


엔젤 : "너 라면 되게 못 끓이잖아."


고신 : "두 개 넣고 끓인 적 없어서 그래. 못 끓이는 게 아니고."


엔젤 : "그게 그거지."


고신 : "그럼 니가 끓여."


엔젤 : "젓가락 줘."


고신 : "자,"





고신에게서 젓가락을 뺏든 건네받고는 부엌 구석에서 끓고 있는 물에 라면을 넣었다. 저번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고신이 방으로 이어진 문턱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연기 때문인지 눈 앞이 매캐하게 매워서 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엔젤이 고개를 돌리고 물에 닿았어도 딱딱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물었다.





엔젤 : "너 그 때 나한테 왜 그랬어?"


고신 : "언제, 뭘."


엔젤 : "다쳤으면 병원 가야지.... 왜 우리 집 까지 찾아와서 놀이터에 불러냈어."


고신 : "그냥, 그냥... 좋아서 그랬나보지 뭐."


엔젤 : "뭐?"


고신 : "니가 좋아서 그랬나보지 뭐. 꼬치꼬치 캐물어, 왜."


엔젤 : "뭔 고백이 그러냐? 되게 멋 없다."





엔젤은 제 얼굴이 달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눈이 매운 것이 어쩌면 가스 불 탓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신이 일어나 엔젤의 옆으로 와서 젓가락을 뺏었다. 어쩐지 고신이 가깝게 느껴진다. 엔젤은 고개를 숙인 채 고신이 뺏은 젓가락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고신 : "그럼 고백은 뭐 어떻게 해야 멋있는 건데?"





고신이 엔젤이 하듯이 젓가락을 라면에 콕콕 찌르며 물었다. 고신의 옆모습이 붉은 것 같다. 엔젤은 그 모습을 훔치듯 바라보고 얼른 라면으로 시선을 던져 넣었다.





엔젤 : "모르지. 그걸 왜 받는 용한테 묻니."


고신 : "야."


엔젤 : "뭐."


고신 : "그러는 넌 왜 안 피했는데?"


엔젤 : "좋아서 그랬나보지, 뭐."


고신 : "뭐?"


엔젤 : "니가 좋아서 그랬나보지. 왜 물어봐."


고신 : "거 고백 드럽게 멋없게 하네."





고신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웃었다. 엔젤도 따라 웃었다. 어느 순간에 웃음이 멈춘 건지 모르겠다. 분명히 같이 웃고 있었는데 같이 웃음이 멈췄다. 아마도 눈이 마주쳐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때는 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감각이 뚜렷했다. 나는 고신이 싫지 않고, 되려 좋아한다는 것을. 정말 하나도 불쾌하지 않은 애라는 것을. 공상에서 점차 멀어지듯 현실로 돌아오고 나서야 끓어 넘친 라면에 버너 불이 꺼졌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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