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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S 1화

11 실버윙7313
  • 조회수14
  • 작성일00:13

음 결국 아르테미스를 20화를 못 넘기겠네요…

아직 끝난 건 아니고 동시 연재 갈 듯요.

아님 이걸로 틀 수도…

사실 이 작품은 저의 인생작 중 하나인 메이즈 러너 속 세계관을 많이 참고한 바 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제 창의력이 못 버텨주네요.

죄송합니당…



WINGS


1화



그것은 죽음보다 깊은 잠이었다.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끈적거리는 액체였고, 폐부 깊숙이 침투해 영입을 막는 점액질이었으며, 감각의 신경 마디마디를 짓누르는 절대적인 무게였다. 시간이 흐르는지, 혹은 멈추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영겁의 정적 속에서 소년의 의식은 파편화된 채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먼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진동이 고요를 깼다. 웅— 하는 기계적인 저주파가 골을 울렸다. 그것은 마치 멈춰있던 거대한 유령선의 엔진이 다시 불을 지피는 소리 같기도 했고, 거대한 짐승이 동면에서 깨어나 신음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곧이어 감각의 신경계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고통이었다. 척추 마디마디에 날카로운 얼음 송곳을 박아 넣은 듯한 오한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마비되었던 말초 신경들이 일제히 깨어나며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전해왔다. 뒤이어 폐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갈증이 밀려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기도 벽이 마른 종이처럼 바스라지는 소리가 뇌 안쪽을 긁어댔다.


'…누구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답할 기억의 파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름, 나이,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은 마치 거대한 지우개로 빡빡 밀어버린 백지처럼 하얗고 서늘했다.



치이이익—



고막을 찢는 듯한 고주파의 소음과 함께 시야가 번뜩였다.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강화 유리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금이 가는 소리는 정적뿐인 공간에서 천둥소리처럼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이내 유리가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며, 내부를 채우고 있던 차가운 동면액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소년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커헉! 욱, 우욱…!"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는 칼날 같았다. 폐가 뒤틀리는 감각에 소년은 젖은 바닥을 긁으며 몸을 웅크렸다. 손가락 끝에 닿는 것은 차가운 아스팔트와 거친 먼지뿐이었다. 소년은 떨리는 눈을 들어 주변을 보았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기괴한 풍경들이 보였다. 천장은 무너져 내려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소년의 본능이 기억하는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보랏빛 전기가 일렁이는 기괴한 잿빛이었다. 빌딩의 잔해들 사이로는 보랏빛 빛을 내뿜는 덩굴 식물들이 혈관처럼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이질적이다 못해 혐오스러운 풍경이었다. 제이는 젖은 몸을 떨며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낡고 해진 천 조각 위에 흐릿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 JAY ]


그게 자신의 이름일까. 제이는 그 세 글자를 혀끝으로 굴려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친숙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낯선 이질감만이 심장을 쥐어짤 뿐이었다.



"또 한 명 깼어."


낮게 깔린 목소리가 제이의 귓가를 때렸다.

제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소리 나는 쪽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인영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제이가 상상하는 인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얼굴, 초점이 흐릿한 눈동자, 갈라지다 못해 피딱지가 앉은 입술. 그들은 마치 갓 깨어난 제이를 구경하는 굶주린 하이에나 떼처럼 보였다.


"너도… 빈손이냐?"



무리의 중심에서 덩치가 가장 큰 소년이 걸어 나왔다. 투박하게 깎인 머리카락과 짓눌린 듯한 인상. 그는 손에 녹슨 철근 토막을 쥐고 있었다. 그는 제이의 앞에 서서 위협적으로 철근을 바닥에 끌었다. 드르륵, 드르륵. 소름 끼치는 소리가 폐허에 울렸다.


"가진 거 있냐고 묻잖아. 물이라도 한 병 들고 나왔냐고!"


제이는 대답 대신 마른 기침을 내뱉었다. 목구멍이 달라붙어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덩치 큰 소년은 제이의 곁에 널브러진 동면 포드 안을 거칠게 뒤졌다. 하지만 끈적이는 액체 외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길!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열 명도 넘게 깼는데 어떻게 하나같이 빈손이야!"


그가 철근으로 옆의 포드를 내리쳤다. 깡—! 고막을 찌르는 굉음에 제이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슷한 모양의 유리 관들이 수십 개 흩어져 있었다. 어떤 것은 이미 깨져 안의 내용물이 썩어 있었고, 어떤 것은 아직 닫힌 채 불길한 주황색 경고등을 깜빡이고 있었다.



"소리 지르지 마. 목만 더 말라."


벽에 기대어 무언가를 날카로운 돌로 새기고 있던 또 다른 소년이 차갑게 끼어들었다. 그는 덩치 큰 소년에 비해 체구는 작았지만, 눈빛만큼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매서웠다. 그는 제이를 한 번 훑어보더니 다시 벽면에 집중했다.


"제이? 옷에 그렇게 적혀 있네. 이름이 있다는 건 다행이군. 기억은 안 나겠지만."


"너… 너희는 누구야?"



제이가 간신히 쥐어짜듯 물었다. 날카로운 눈의 소년은 비웃음 섞인 숨을 내쉬었다.


“몰라. 우리도 여기서 이틀 전에 깨어났을 뿐이야. 이름? 그런 게 무슨 소용이지? 당장 혀가 말라붙어 죽게 생겼는데."


아이들은 10명에서 20명 사이로 보였다. 모두가 제이처럼 기억을 잃은 채, 이 이질적인 공간에 던져진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이름 대신 '야', '너', 혹은 '덩치'라고 불렀다. 그들 사이에는 최소한의 유대감조차 없었다. 오직 '물'과 '식량'을 향한 처절한 갈망만이 그들을 하나로 묶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는 다 죽어."



날카로운 눈의 소년이 일어서며 무너진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창밖을 봐. 저 거대한 것들이 하늘을 돌고 있어. 내가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지켜봤어. 놈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시간. 딱 10분이야. 그 10분 동안 근처 건물들을 뒤져야 해."


"미쳤어? 저 밖은 지옥이라고!"


덩치 큰 소년이 소리를 질렀다.


“어제 나갔던 녀석이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찢겨 나갔다고! 여기 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 안에 있는 게 그나마 살길이야.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우린 그냥 고깃덩어리일 뿐이야!"



"여기서 앉아 있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물은? 식량은? 넌 이틀째 오줌도 안 나오잖아. 안 그래?"

 


두 소년 사이의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수성'을 주장하는 덩치와 '공성'을 주장하는 날카로운 눈. 아이들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서로를 불신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제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지독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곳은 분명 도시였다. 저 멀리 부서진 고가도로와 뼈대만 남은 빌딩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로 덮인 식물들은 지구의 것이 아니었다. 태양은 보이지 않고, 잿빛 연기만이 가득한 하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을 이곳에 집어넣은 '누군가'에 대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제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보았다. 거기에는 검은색 바코드와 함께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우린 도대체 뭐였을까.'


기억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 떠오를 듯했지만, 이내 지독한 두통이 제이를 덮쳤다. 제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치 세상 전체가 거대한 함정처럼 느껴졌다.


"야, 신참. 넌 어떻게 생각해?"



덩치 큰 소년이 제이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 그의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공포가 서려 있었다.


"나가서 찢겨 죽을래, 아니면 여기서 조용히 기적을 기다릴래?"


제이는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답을 하려던 순간, 폐허의 공기가 기묘하게 진동했다.




끼이이이이익—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고막을 직접적으로 긁어내는 폭력이었다.



임시 거주지의 거대한 철문 너머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에 아이들은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복도 끝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지면을 긁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천장에서 먼지가 비처럼 쏟아졌다. 덩치 큰 소년은 손에 든 철근을 떨어뜨리며 뒷걸음질 쳤고, 날카로운 눈의 소년은 창가로 달려가 밖을 살폈다.



"말도 안 돼… 패턴이 바뀌었어…!"



그의 목소리가 공포로 떨렸다. 제이는 바닥에 떨어진 날카로운 고철 조각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었다.



기억은 없지만,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심박수가 치솟고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제이는 문밖에서 다가오는 그 '날카로운 존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잿빛 하늘 아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소년들의 사지에서, 비릿한 죽음의 냄새가 번지기 시작했다.



1화 끝


일단 1편 끝입니다.

이거 분량을 더 늘려야 할지 고민이네요.

음… 개인 적으론 괜찮은 듯,,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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