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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12화

6
  • 조회수21
  • 작성일2026.02.17






차라리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어. 근데 너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나를 탓 해. 



무릎을 끌어안으며 고신은 속으로 그 말을 삼켰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고신의 몸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두렵다. 너무나 무섭다.



엔젤, 나는, 나는 있잖아. 무섭다? 니가 나랑 있는게.



하고 말하자 엔젤의 눈가가 붉어진 것이 보인다. 엔젤이 고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세하게 떨리는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고신. 하지만 그렇게 고신을 달래는 엔젤의 목소리의 끝도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고신은 애써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한 번도 행복, 그 비슷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지난 날. 어린 고신은 낡고 낡은 단칸방에서 매일같이 부모의 막다구니와 고성을 먹고 자랐다. 그 누구도 고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이는 없다. 



용들은 밀어내는 만큼 착실하게 밀려났다. 가난하고 못된 소문이 따르는 고신을 좋아할 용이 없도록 더더욱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웠다. 고신은 다락방에 있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이의 예언을 떠올렸다. 그 부분은 도저히 떨칠 수가 없었다. 마치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라도 되는 듯, 그 때까지만 버텨보자고, 2000년이 되기 전 지구가 멸망하면 이 거지 같은 삶도 모두 다 끝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고신은 그렇게 되는 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이 아이는 자신에게 행복 비슷한 감정을 가져다준다. 그럼 종말이 오지 않길 바래야 되는 걸까, 고신은 목구멍이 시큰거려 숨을 참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그렇게 미치도록 슬프진 않았는데 갑자기 이 감정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슬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쁜 건 빨리 옮는다는데, 이렇게 같이 있으면 내 불행도 너한테 옮겨가는 거 아닐까? 너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용인데, 그래서 너를 잃으면 난 아주 많이 힘들 것 같은데.





고신 : "엔젤."


엔젤 : "응."


고신 : "부탁이 있어."


엔젤 : "뭔데?"


고신 : "나중에 집에 갈 때 말해줄게."





엔젤이 사과 몇 쪽을 깎아 낡아서 제 기능도 읽은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다. 이거 시간 지나면 못 먹으니까 빨리 먹어야 돼. 알았지? 고신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고신. 검정고시 준비하자. 더 빠르면 니가 먼저 입시 준비할 수도 있어. 그렇게 안 어렵대. 하는 말에는 고신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우리, 같은 대학도 가고, 같이 있으려면.... 채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고신이 벌떡 일어나 그런 엔젤을 문 밖으로 살짝 밀어냈다. 


엔젤의 얼굴 위로 바로 인근에서 시작된 철거로 먼지가 일었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한 엔젤이 조금은 당황한 얼굴로 문턱을 밟고 선 고신을 쳐다보았다.





고신 : "아까 말했던 부탁.. 이거야. 여기 다신 찾아오지 마."


엔젤 : "고신."


고신 : "오지 마. 여기 곧 허물거래."


엔젤 : "야.."


고신 : "나중에 내가 찾아갈게. 그 때 우리 만나자."


엔젤 : "그 때가... 언젠데?"





엔젤의 눈이 점점 붉어져 고신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말했다.





고신 : "지구가 망하면,"





그리고 엔젤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엔젤 : ".....야. 고신."


고신 : "망할 때 되면 너 찾아갈게. 니 집 전화번호도 외우고 어딘지도 알잖아. 내가 갈게."


엔젤 : "내가... 믿지 말랬잖아, 그딴 거."





엔젤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있다. 고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고신 : "오지 마. 제발."





엔젤이 채 뭐라도 하기도 전, 고신은 미닫이 문에 힘껏 힘을 주어 문을 쾅 닫아버렸다. 불투명 유리로 희미한 엔젤의 실루엣은 한참동안 그 앞에 서 있다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걸어 잠그고 주저앉아 숨을 죽였다.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한 눈으로 돌아본 문 앞엔 아직도 엔젤이 있었다. 엔젤의 손이 앉은 고신 쪽 불투명 유리에 닿는 것이 보였다. 고신은 거기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었다. 그러자 그 앞에 스르륵 엔젤이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보이는 걸까, 고신은 생각했다. 엔젤의 얼굴이 흐릿하게 떠오른다.





엔젤 : "야... 너 솔직히 말해봐. 너 나랑 멀어지고 싶어서.. 지구 종말 핑계대는 거지?"





울음기가 가득한 엔젤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신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금방이라도 야, 아니거든? 하고 나설까. 어설프게 장난을 섞은 그 말투가 너무 아프게만 들렸다. 길고 긴 침묵 뒤, 엔젤이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엔젤 : "고신. 나 그 부탁 못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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